볼 때마다 좀 섬찟한 표지이지 않나요 ㅎㅎ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D-29
수북강녕
비라바드라
열심히 진도 나가고 있습니다. 엄청난 대화가 이어져서 힘들긴한데...(제가 왜 고등학교때 죄와벌을 읽다가 포기했는지 기억날 정도로...)그래도 함께니까 힘을 내고 있습니다. 오디오북으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함께 읽고 있는데 훨씬 수월합니다. 연극이나 드라마를 귀로 듣는거 같아요. 백치 1부에서 제가 뽑은 문장은 "피할 수 있다는 희망이 분명히 없을거라는 사실 속에 처참한 고통이 있는 겁니다."(p.57.), "나스따시아, 나는 로고진의 여자가 아닌 성스런 당신을 데려가는 거요." 공작이 말했다.(p.303), "로고진, 가요!, 자, 공작, 안녕히 계세요. 난 처음으로 인간다운 인간을 보았어요!, 아파나시 이바노비치, 고마워요. merci!"(p.323). 저는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e북 버전으로 읽고 있어서 정확한 페이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연극도 예매했습니다.^^
김새섬
와, 벌써 진도를 많이 나가셨네요. 화이팅입니다!
예매는 12월 1일 단관일로 하셨을까요? 함께 볼 수 있음 좋겠네요. ^^
수북강녕
차암, 말들 많쥬...
나스따시아가 미쉬낀을 '인간다운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은, 카라마조프에서 당돌하고 속악하던 그루셴까가 알료샤에게 감복하는 부분과도 흡사합니다! 카라마조프에서 이 부분을 읽고 제 마음이 다 더워지는 것 같았거든요~
여러 모로 두 작품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저도 읽고 있답니다 ♡
김새섬
“ 공통점이 없다고 여겨지는 것일 뿐이지, 실제로는 안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런 건 다 인간의 게으름에서 비롯되는 겁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서로서로를 분류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백치 - 상』 48쪽 ,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근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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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
도서관에서 빌린 제 문학동네 책은 1판 2쇄(22년 11월)인데 오타랄까 아예 인물을 잘못 써놓은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미쉬킨공작과 예판친 장군이 만난 후 장군이 부인에게 가는 장면인데요,
"그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특히 오늘 저녁만이라도 불쾌한 일 없이 무사히 보내고 싶었다. 이런 판국에 아주 때마침 공작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하느님이 보내주신 거야!' 공작은 부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며 속으로 생각했다." (문학동네 백치 92p.)
저 마지막 문장은 "장군은" 으로 바껴야 맞을 것 같은데 ㅎㅎ 이후 인쇄본에서는 바껴있을지 궁금합니다.
수북강녕
우리 백치 공작님을 갑자기 남의 부인(심지어 먼 친척) 방으로 들어가는 호색한으로 만들어 버렸네요! ㅎㅎ
후시딘
ㅋㅋ 저도 문학동네 판으로 읽고 있는데 1쇄 입니다. 저도 오타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한..ㅋ
수은등
저는 열린책들 어두침침 표지버전으로 책을 시작했어요. (책을 읽다가 발치에 두고 잤는데 악몽을 꾸어서, 표지를 벗겼더니 노오란 빛깔의 전혀 달라 보이는 책이 되었습니다.)
일정 적어놓은 것을 보니 오늘이 1부까지 읽어야 하는 날이네요.
초반에는 장기 말이 놓이듯이 흥미롭고 매력 있는 인물들이 자리매김합니다. <악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처럼 무시무시할 정도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인물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네요. 하지만 충분히, 저절로, 주목하면서 차곡차곡 그들의 사연을 따라가게 됩니다.
도선생님의 경험이 녹아있는 사형집행 장면과 사형수의 마음을 담은 부분에서는 ‘아, 이런 마음이겠구나 .’ 싶었어요. 특히 그런 비극 앞에서도 일상적인데 눈길이 가는 사형수의 모습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공작이 겪은 ‘가엾은 마리’와 아이들 이야기도 정말 몰입이 되네요.
수북강녕
진도에 대한 부담으로 악몽까지 꾸시다니 ^^ 학창 시절 모범생이셨다!에 500원 겁니다 히히힣
김새섬
저도 사형집행 장면 흥미롭게 읽었어요. '내가 만약 여기서 다시 삶의 소중한 시간을 얻는다면 절대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을거야' 라고 다짐했지만 결국엔 삶이 주어져도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는 그러한 결론이 참 공감이 됐습니다. 각자의 사형 집행일은 다르겠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사형수일진데 나의 하루는 어떠했나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수북강녕
도스토옙스키 본인이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 직전까지 갔던 경험을 여기저기 썼던 것 같아요 당시 황제가 겁박의 용도로 이런 조치를 많이 했다니 인권은 대체 어디? 싶은 생각도 듭니다...
수은등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어차피 모든 걸 다 알아낸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1부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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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등
그러나 한 가지 맞는 말은, 사실 난 어른들과 함께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오래전부터 난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1부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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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비
“ 아이들은 자주 나에게 찾아와 이것저것 얘기해 달라고 청했어요…나중에는 오로지 그들에게 얘기를 들려주기 위해 공부를 하고 독서를 했습니다. 그 후 3년 내내 나는 그들에게 얘기를 해 주었지요. ”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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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비
1부를 다 읽었습니다. 두개의 큰 사건 - 나스따시야의 가브릴라 집 방문 사건이나 자신의 생일식 - 의 강렬함을 통해 끌렸던 인물은 역시 주인공 나스따시야였어요.
“그런 성격과 미모가 어우러지면 무슨 일인들 안 일어나겠소?”
라고 또쯔기는 말합니다. 절대적이고 아름다운 미모와 괴팍한 성격이 처음에는 이상하고 때론 남자들을 쥐락펴락 하는게 속 시원하기도 하고, 무시무시하기도 했는데…나중엔 그녀가 고통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미쉬킨의 말처럼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쿨 핫>이라는 만화를 사춘기에 봤는데 잘생긴 인물의 공허한 내면을 보여 주어 놀란 적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외모가 뛰어난게 단순히 좋기만 한건 아니구나 싶은.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그들은 무엇으로 확신할 수 있는가? 수많은 사람들의 끌림과 동경의 눈빛에서 그들이 진실을 보려는 많은 것들이 만만찮은 인생사다라다 생각되었습니다.
수북강녕
그믐연뮤클럽의 많은 분들이 외모, 그 외모와 연관되는 성격과 내면에 대해 이야기해 주셔서 흥미롭습니다
borumis
앗 따비님 유시진의 '쿨 핫'! 저와 비슷한 세대군요..ㅎㅎㅎ 저도 그 만화 참 좋아했는데.. 결국 완결 안되지 않았나요?
어찌보면 배부른 소리인지 몰라도.. 저같은 못난 사람도 그런 잘난 사람들의 고뇌도 공감할 수 있는 게 신기합니다. ㅎㅎ ㅎ
남자들의 부와 지위의 구속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미쉬킨이 상속받은 유산에 대해 듣고 허탈해하는 나타샤의 모습, 그리고 예판친 장교의 세 딸들의 모습 등에서도 proto-feminism의 태동을 목격하는 듯합니다.
따비
<쿨 핫> 아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았는데 반갑네요.
출판사가 바뀌어서 나중에 완결이 났던것 같은데 기억이 저도 가물가물하네요~^^
맞아요! 페미니즘으로 읽히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롭습니다.
김새섬
저도 나스따시아가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순진하게도 또쯔끼가 고아가 된 나스따시야를 후원해 주는
후견인 같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또쯔끼가 그 어린 나스따시야를 시골 집에 유폐해 놓고 성노리개로 착취했다는 걸 알고 솔직히 너무 놀랐어요. 그러고 나니 나스따시야의 그 큰 자기 혐오가 잘 이해되더라고요. 동시에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에게 복수하고 그를 파멸시키고 싶다는 그 충동, 책의 1부 내내 묻어 나는 그녀의 깊은 슬픔과 허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외모가 아름답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부 그녀를 정복의 대상, 성욕의 대상, 탐미적으로 대상화시키는 가운데 오직 미쉬낀 공작만이 그녀를 연민의 눈으로 측은하게 바라봐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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