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니님의 대화: 저마다 생각하게되는 백치는 다르다는 말 공감합니다~
등장 인물마다 각자 어느 부분은 백치처럼 보이는 걸 보면 백치라는 말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로 한정되어 의도 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
나스따시아의 맘에 들고 간택받기 위해 안달이 난 남자들을 보면, 또 다른 측면에서는 결국 그녀를 사기 위한 경매를 벌이는 셈인데요 (석영중, <도스토옙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中), 1부의 가장 핵심인 이 '경매' 장면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백치 같습니다 이때는 미쉬낀 역시 백치 무리에 스스로 끼어드는 모양새를 취하고요
----------
그녀는 토츠키가 제공하는 모든 호사를 거절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즐기지도 않는다. 요컨대 그녀에게 돈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녀는 다만 줄기차게 토츠키를 경멸하고 냉소와 조소를 섞은 눈길을 보낼 뿐이다. 그녀는 토츠키와 결혼할 생각도 안 하고, 주변에 몰려드는 잘생긴 청년들도 거들떠보지 않고, 다만 토츠키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의 이글거리는 눈동자에는 설사 시베리아로 유형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토츠키를 파멸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돈을 가진 남자가 여자를 농락하고 여자의 자유를 구속하는 상황이 졸지에 역전되어, 아무것도 없는 여자가 돈과 권력으로무장한 남자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돈과 안락에 초연한 사람은 잃을 것이 없으므로 겁날 것도 없다. 돈과 안락에 길들여진 사람은 겁에 질려 자유를 달라고 애걸복걸한다. '돈은 자유'라는 공식이 여기서 뒤집힌다. 토츠키는 '그녀의 미래를 보장하려는 진실한 소망에서' 그녀에서 7만 5천루블이라는 금액을 희사하겠다고 약속한다. 그것은 '그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더럽혀진 순결성의 대가가 아니라 일그러진 운명에 대한 보상금'이라는 것이었다. (중략)
예판친의 비서 가냐, "속이 검고 욕심이 많고 참을성이 없고 시기심이 강하고 턱없이 자존심이 센" 이 청년은 이른바 "불결한 여자"와 결혼할 것을 승낙하긴 했지만 그녀의 대답 여하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는 예판친의 딸 아글라야에게 연정을 품고 있지만, 나스타샤가 가져올 7만 5천 루블이라는 돈이 주는 매력을 뿌리칠 용기가 없다. 한편 능구렁이 예판친 장군은 토츠키와 자기 딸의 결혼을 주선하는 와중에 나스타샤에게 흑심을 품게 된다. 그의 속셈은 비서와 나스타샤를 결혼시킨 뒤 늙은 사위의 첩이었던 그녀와 밀애를 즐기려는 것이다. 그의 입찰가는 진주 목걸이의 가격이다. 그런데 여기에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한다. 상인 가문의 호방한 장남 로고진은 아버지의 사망과 유산 소식을 듣자마자 그동안 도피해 있던 프스코프에서 즉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다. 나스타샤를 사기 위해. 깡패 패거리와 함께 가냐의 집에 들이닥친 로고딘은 나스타샤를 보자 '입찰'을 한다. 그는 가냐에게 3천 루블을 제시하며 나스타샤와의 결혼을 포기하라고 말한다. 그는 1만 8천 루블에서 4만 루블, 다시 10만 루블로 입찰가를 올리며 나스타샤의 공식적인 입찰인으로 등록한다. (중략) 돌연 백치 공작이 폭탄선언을 한다. 방금 연락을 받았는데 먼 친척으로부터 약 150만 루블을 유산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상속 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나스타샤에게 청혼한다. 결국 이 순진무구한 공작까지도 나스타샤를 사는 경매에 150만 루블을 걸고 입찰한 꼴이 된다.
----------
전 재산을 바쳐 여자를 구하려는 헌신이라기보다는, 한심한 바보들의 행진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스따시아의 마음이 미쉬낀에게만 열린 것은 그 의외성, 금액의 엄청남, 기타 다른 부분(하인으로 오해해도 개의치 않았던 소탈함, 젊고 잘생긴 외모 ㅎㅎ)도 있었겠지만, 무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