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D-29
1부 미션에 이제야 답하자면 전 역시 주인공빠인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작가의 의도를 무지성으로 따릅니닼ㅋㅋ). 므이쉬킨 공작의 순수함과 순수함으로 인한 당당함과 그로 인한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발화와 등등 공작이 지닌 캐릭터성이 다 좋았습니다. 1부 마지막에 밝혀진 유산까지 포함해서요 ㅎㅎㅎ
유산 때문에~~~?! 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봅니다 ㅎㅎ 150만 루블이라는 돈은 그야말로 '막.대.한' 금액이라고 하더라고요 프랑스 학자 자크 카토가 당시 물가에 대해 정리한 내용을 『도스토옙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에서 마찬가지로 가져와 봤는데요, (월급 수준) 서기 월급 10~35루블, 정교사 연봉 1천루블, 가정교사 연봉 700루블, 비서 월급 50루블 (물가 수준) 원룸 아파트 월세 3~6루블, 모피 코트 25루블, 관리 제복 11.5루블, 샴페인 9루블, 푸쉬킨 책 1권 7.5루블 이라고 해요 원룸 아파트 월세가 3~6루블, 대략 30~60만원이라 본다면 >>> 백치 공작의 유산이 150만루블이라는 것은 대략 1천5백억원 정도가 됩니다 허허... 난로에 던진 10만루블도 엄청난 돈입니다만~~~ 톨스토이가 그린 귀족의 삶이 매우 현실적이었던 데 반해, 도스토옙스키가 그린 귀족은 황당했다는 해석도 그래서 있는 것 같아요 ^^
유산이 천오백억이라고요? 허걱! 정말 엄청나네요. 좀 현실성 떨어지는 금액인 듯 합니다. 오백억 정도로만 해도 엄청 큰 금액이지만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도 선생님 너무 막 지르신 것 아닌지...
미쉬낀 공작 너무 착하고 순수해서 반해버렸어요. 참 사랑스러운 청년이네요. 힘든 날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만약 먼 미래에 소설 속 주인공을 페르소나로 해서 친구 로봇을 만든다면 저는 미쉬낀 공작을 선택할래요.
사실 나이로 볼 때 예빤친 장군은 물이 한참 오른 시기였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쉰여섯이라는 나이는 어디로 보더라도 최고의 전성기였다.
백치 - 상 30쪽 ,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근식 옮김
백치 - 상장편소설 <백치>(1868)는 작가의 두 번째 여행 기간(1867~1871) 동안에 쓰인 작품이다. 완전히 아름다운 인간의 형상을 구현하기를 염원해 왔던 도스또예프스끼는, 이 소설에서 그 형상을 백치인 미쉬낀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5대 장편 가운데 가장 서정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소프트 커버-보급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도스또예프스끼 완역판 전집의 열 번째 권이다.
인생의 한창 나이, 쉰 여섯! 왠지 기운이 샘솟네요.
도스토옙스키는 60세에 생을 마쳤는데요 예빤친 장군에 대해 저렇게 표현한 것이 21세기의 나이 개념과 비교해 볼 때 참 흥미롭습니다 한편, 장군의 세 딸은 모두 20대이고 아글라야는 그보다도 더 어리니, 결혼적령기에 대한 기준은 요즘과 사뭇 다르네요 # 딸 셋 집에서는 왜 늘 막내딸이 가장 예쁘거나 착하거나 주인공이거나 그 모두 다일까요 제일 어려서...겠죠?! 쳇 ㅋㅋ #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에서 큰딸과 둘째딸,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아씨들>에서 둘째딸에 주목한 것이 확실히 차별화되네요 ♡
그건 아마 제인 오스틴과 루이자 메이 올컷 작가 자신들이 주인공 딸과 비슷해서..ㅋㅋㅋ 반면 리어왕 등 작가와 다른 딸들은 꼭 위의 언니들이 못되거나 못났고 막내 딸만 이쁨 받는;;ㅋㅋㅋ
예빤친 장군네 딸내미들 제 스타일입니다.
세 아가씨가 독서를 지독스럽게 한다는 둥, 이들이 시집을 가려고 서두르지 않는다는 둥, 이들이 사교계의 어떤 그룹을 높이 보는 것 같으면서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는 둥의 험담이었다.
백치 - 상 32쪽 ,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근식 옮김
알렉산드라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나, 착하고 분별력이 있는 지극히 상냥한 처녀였다. 그녀라면 흔쾌히 또쯔끼에게 시집갈 수 있었다. 그녀는 한번 약속을 하면 그것을 정직하게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눈에 띄는 미인은 아니었으나, 괜찮은 용모의 소유자였다. 또쯔끼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짝이었다.
백치 - 상 p.84,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김근식 옮김
독서를 지독스럽게 한 분별력 있는 이십 대 중반의 아가씨가 오십 대 중반의 또쯔끼에게 시집을 가다니요! 흑흑
저도 이 부분은 진짜..ㅠ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아프리카의 9세 여아가 생활고 때문에 50대 할아버지(?)에게 팔려가는 장면이 계속 뜨거든요 아직도 이 세상에서 매년 1,420만명의 18세 미만 소녀가 교육과 성장의 기회를 잃고 원치 않는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를 해야 한다고요 또쯔키가 나스따시아를 유린한 것뿐 아니라, 공식적 제도적으로 10대 후반 20대 초반 여성과 결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참 어이없어요 러시아와 우리나라의 공통점으로 보건대는, 조선의 노년 임금이나 양반들이 10대 처녀들을 배우자로 맞아들인 거나 다름없겠지요...
저도 이 부분에서 좀 놀랐습니다. 백세시대 어쩌고 하는 지금에도 쉰 여섯을 저렇게 보지 않는 것 같은데 도스토옙스키 시절에 저 나이가 최고의 전성기라 표현하시다니 워후... 근데 본인 스스로 그 쉰 여섯 시절에 내 글 한창 물 올랐어! 생각했는데 예순에 돌아가신 거라 생각하면 슬프네요
문학동네 판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술술 읽히는 걸까요?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권까지밖에 못 본 맘의 빚이 아직 한가득인데 백치 너무 재밌게 읽혀서 깜놀했습니다(설레발 조심...)
그쵸 저도 너무 술술 읽혀서 깜짝 놀랐어요. 어쩌면 예수님의 설교나 미슈킨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던 것처럼 도스토옙스키도 독자의 눈높이에서 좀 쉽게 풀어 쓰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지금 레미제라블을 읽고 있는데 뮈리엘 신부도 시골 사람들도 모두 알아듣기 쉽게 은유나 이야기를 이용해서 설교하는 걸 보고 뮈리엘 신부도 예수님을 모델 삼은 게 아닐까 했는데.. 진리는 꼭 어렵게 보여줄 필요가 없고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찾아보고자 하면 알아볼 수 있게 자연 곳곳에 신의 뜻을 담은 것 같아요. 그래서 어쩌면 아이들이 어른들에게서 배우는 것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서 배울 게 더 많을 지도.
독자인 우리들은 아이들인 거죠?! 순수함으로 무장한~ 카라마조프 가의 알료샤도 그랬는데, 백치의 미쉬낀도 역시 아이들과 있는 데서 편안함을 느끼고 아이들과 잘 교류하는 것 같아요 도선생님의 다른 작품에서는 그다지 독자친화적이라고 느끼지 못했는데, <백치> 앞부분은 쉽게 쉽게 읽어나갈 수 있어 방긋 중입니다 히힣
우선 젊고 잘생긴 청년들이 등장해서 훈훈합니다 소개글로는 가브릴라 아르달리오니치가 가장 잘생긴 것 같기도 해요 ㅎㅎ 일단 치정 로맨스? 형식을 띠고 있어서 저도 마구 진도 나가고 있어요 ^^
검은 머리 미남 (로고진)과 금발 머리 미남 (미쉬낀 공작)이 기차에서 얘기 나누는 모습을 흐믓하게 읽고 있습죠. ㅎㅎ 도스토예프스키는 항상 주인공들을 잘 생기게 그리더라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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