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D-29
도서관에서 빌린 제 문학동네 책은 1판 2쇄(22년 11월)인데 오타랄까 아예 인물을 잘못 써놓은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미쉬킨공작과 예판친 장군이 만난 후 장군이 부인에게 가는 장면인데요, "그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특히 오늘 저녁만이라도 불쾌한 일 없이 무사히 보내고 싶었다. 이런 판국에 아주 때마침 공작이 불쑥 나타난 것이다. '이건 정말이지 하느님이 보내주신 거야!' 공작은 부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며 속으로 생각했다." (문학동네 백치 92p.) 저 마지막 문장은 "장군은" 으로 바껴야 맞을 것 같은데 ㅎㅎ 이후 인쇄본에서는 바껴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 백치 공작님을 갑자기 남의 부인(심지어 먼 친척) 방으로 들어가는 호색한으로 만들어 버렸네요! ㅎㅎ
ㅋㅋ 저도 문학동네 판으로 읽고 있는데 1쇄 입니다. 저도 오타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한..ㅋ
저는 열린책들 어두침침 표지버전으로 책을 시작했어요. (책을 읽다가 발치에 두고 잤는데 악몽을 꾸어서, 표지를 벗겼더니 노오란 빛깔의 전혀 달라 보이는 책이 되었습니다.) 일정 적어놓은 것을 보니 오늘이 1부까지 읽어야 하는 날이네요. 초반에는 장기 말이 놓이듯이 흥미롭고 매력 있는 인물들이 자리매김합니다. <악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처럼 무시무시할 정도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인물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네요. 하지만 충분히, 저절로, 주목하면서 차곡차곡 그들의 사연을 따라가게 됩니다. 도선생님의 경험이 녹아있는 사형집행 장면과 사형수의 마음을 담은 부분에서는 ‘아, 이런 마음이겠구나 .’ 싶었어요. 특히 그런 비극 앞에서도 일상적인데 눈길이 가는 사형수의 모습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공작이 겪은 ‘가엾은 마리’와 아이들 이야기도 정말 몰입이 되네요.
진도에 대한 부담으로 악몽까지 꾸시다니 ^^ 학창 시절 모범생이셨다!에 500원 겁니다 히히힣
저도 사형집행 장면 흥미롭게 읽었어요. '내가 만약 여기서 다시 삶의 소중한 시간을 얻는다면 절대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을거야' 라고 다짐했지만 결국엔 삶이 주어져도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는 그러한 결론이 참 공감이 됐습니다. 각자의 사형 집행일은 다르겠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사형수일진데 나의 하루는 어떠했나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도스토옙스키 본인이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 직전까지 갔던 경험을 여기저기 썼던 것 같아요 당시 황제가 겁박의 용도로 이런 조치를 많이 했다니 인권은 대체 어디?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에게 거짓말 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아무리 숨기려 해도 어차피 모든 걸 다 알아낸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1부 p114
그러나 한 가지 맞는 말은, 사실 난 어른들과 함께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오래전부터 난 그들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1부 p119
아이들은 자주 나에게 찾아와 이것저것 얘기해 달라고 청했어요…나중에는 오로지 그들에게 얘기를 들려주기 위해 공부를 하고 독서를 했습니다. 그 후 3년 내내 나는 그들에게 얘기를 해 주었지요.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p.114
1부를 다 읽었습니다. 두개의 큰 사건 - 나스따시야의 가브릴라 집 방문 사건이나 자신의 생일식 - 의 강렬함을 통해 끌렸던 인물은 역시 주인공 나스따시야였어요. “그런 성격과 미모가 어우러지면 무슨 일인들 안 일어나겠소?” 라고 또쯔기는 말합니다. 절대적이고 아름다운 미모와 괴팍한 성격이 처음에는 이상하고 때론 남자들을 쥐락펴락 하는게 속 시원하기도 하고, 무시무시하기도 했는데…나중엔 그녀가 고통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미쉬킨의 말처럼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쿨 핫>이라는 만화를 사춘기에 봤는데 잘생긴 인물의 공허한 내면을 보여 주어 놀란 적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외모가 뛰어난게 단순히 좋기만 한건 아니구나 싶은.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그들은 무엇으로 확신할 수 있는가? 수많은 사람들의 끌림과 동경의 눈빛에서 그들이 진실을 보려는 많은 것들이 만만찮은 인생사다라다 생각되었습니다.
그믐연뮤클럽의 많은 분들이 외모, 그 외모와 연관되는 성격과 내면에 대해 이야기해 주셔서 흥미롭습니다
앗 따비님 유시진의 '쿨 핫'! 저와 비슷한 세대군요..ㅎㅎㅎ 저도 그 만화 참 좋아했는데.. 결국 완결 안되지 않았나요? 어찌보면 배부른 소리인지 몰라도.. 저같은 못난 사람도 그런 잘난 사람들의 고뇌도 공감할 수 있는 게 신기합니다. ㅎㅎㅎ 남자들의 부와 지위의 구속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미쉬킨이 상속받은 유산에 대해 듣고 허탈해하는 나타샤의 모습, 그리고 예판친 장교의 세 딸들의 모습 등에서도 proto-feminism의 태동을 목격하는 듯합니다.
<쿨 핫> 아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았는데 반갑네요. 출판사가 바뀌어서 나중에 완결이 났던것 같은데 기억이 저도 가물가물하네요~^^ 맞아요! 페미니즘으로 읽히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롭습니다.
저도 나스따시아가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순진하게도 또쯔끼가 고아가 된 나스따시야를 후원해 주는 후견인 같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또쯔끼가 그 어린 나스따시야를 시골 집에 유폐해 놓고 성노리개로 착취했다는 걸 알고 솔직히 너무 놀랐어요. 그러고 나니 나스따시야의 그 큰 자기 혐오가 잘 이해되더라고요. 동시에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에게 복수하고 그를 파멸시키고 싶다는 그 충동, 책의 1부 내내 묻어 나는 그녀의 깊은 슬픔과 허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외모가 아름답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부 그녀를 정복의 대상, 성욕의 대상, 탐미적으로 대상화시키는 가운데 오직 미쉬낀 공작만이 그녀를 연민의 눈으로 측은하게 바라봐 주네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홉 등을 읽을 때 우리 조선 후기, 개화기, 일제강점기 무렵의 모습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부호가 어린 여아를 성적으로 농락하는 일, 오죽 많았겠습니까! 지금도 종교 집단의 문제가 발생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일이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흥미진진하게 읽어 가시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저도 너무 재미있네요 11.15~11.19 (5일) 2부 미션에 답해 주시면 수료증을 드립니다 멋진 답변에는 선물도 함께~?!?! ^^ ♡ 📝 2부 미션 ▶ 1부에서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등장, 주요 배경 설명이 펼쳐지고 놀라운 사건도 벌어졌는데요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작품이 그렇듯, 격동의 시기, 변화의 물결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층적인 인물과 사건을 통해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러시아적인 것'에 대해 언급하는데요 <백치> 또는 다른 작품 속에서 작가가 생각하는 '러시아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 또는 숨겨진 의도 등,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선경서재님, 좋은 화두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이거다! 싶은 좋은 문장을 나눠 봅니다 다양한 판본으로 읽으시는 모임 회원들과 함께, 서로 다른 번역의 묘미를 느껴 보아요
'러시아적인 것'과 관련해서, 책에서 아래 구절을 읽다 생각해 봤어요. "어떤 친구가 술에 취해 하는 말이, 우리 러시아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신을 믿지 않는 자가 많다고 하더군. 그 친구 말이 외국인들보다 우리가 그렇게 되기가 더 쉽다는 거였어. 우리가 그들보다 앞서가니까말야..." 전근대에서 근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산업혁명과 계몽주의 등 급격한 사회 변화와 함께 가장 중요한 사상적 전환 중 하나는 '신의 사망'이었는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러시아가 서유럽보다 앞서 무신론적 사상이 확산된 측면이 있었는지 궁금해집니다. 한편 러시아 소설을 읽으면 굉장히 우리 나라 사람들과 정서와 기질이 비슷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 점도 참 신기해요. 어떤 면에서 보면 일본인과 한국인보다 러시아인과 한국인이 더 비슷한 것 같아요.
2-1. "러시아 문학에서는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방의 내음이 느껴진다. 월등한 무사태평, 자유에 대한 갈망, 극심한 원한, 열광적인 신앙. 러시아인은 자연 및 흑토와 피의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게 없다면 러시아인은 아무것도 아니다." ㅡ. <러시아적 인간(이즈쓰 도시히코, 최용우옮김, 글항아리)> 도스토옙스키의 여러 작품들을 읽다 보면 찌질한 인간 내면의 본성에 깊이 다가가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미시킨이 백치라고 생각하지만, 독자가 느끼는 백치는 각자 다를 것 같네요. "사람들은 나를 백치로 여기고 있지만 나는 현명한 인간이다. 저들이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다. 열린책들 p149 (1부6장)" 2-2. "잘 알다시피 간질병 발작은 순간적으로 온다. 이 순간에는 갑 자기 얼굴, 특히 시선이 유난히 일그러진다. 전신과 모든 안면 근육은 경련을 일으킨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상상 불가능한 무서운 비명이, 인간적인 모든 것을 일순간에 토해 버리려는 듯 한꺼번에 가슴속에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조차 그것이 바로 이 사람의 비명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이 사람의 내부에 있는 다른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많은 사람은, 간질병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언가 신비스러운 듯 한, 지독한 공포감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추정할 수 있듯 이, 그처럼 지독한 이상을 수반하는 공포감이 로고진을 그 자리에서 마비시켰다. 열린책들 p457" 도스토옙스키의 연관검색어 중 '간질'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발작이 오는 순간의 자신의 감정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느낌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 속에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지요. * 제가 읽고 있는 책은 열린책들 다른 버전이라 발췌 페이지가 다를 듯 합니다.
저마다 생각하게되는 백치는 다르다는 말 공감합니다~ 등장 인물마다 각자 어느 부분은 백치처럼 보이는 걸 보면 백치라는 말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로 한정되어 의도 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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