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책증정] 황모과의 파멸 SF 소설 <언더 더 독> 함께 읽어요.

D-29
와 이거 너무 어렵고 재밌는 질문이네요! (1) 먼 미래의 수명을 팔아 안락한 현재를 살기 vs. 현재가 고달플지라도 먼 미래를 기대해보기 저는 안락한 현재를 고르겠습니다! 굵고 짧게 살고 싶습니다! (2) 죽을 만큼 엄청난 고통을 겪지만 쓸모 있는 나 vs. 고통은 없지만 패배자로 무기력한 나 후, 이거 정말 어렵다. 저는 (머리를 뜯으며) 전자를 고르겠습니다. 엄청난 고통이라니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쓸모가 있음을 확인하는 약간의 기쁨이 수반된다면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하면서 견딜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그리고 후자도 고통이 없을 수가 없어요. 패배감과 무기력함도 얼마나 큰 고통인데요! (3) 가속노화가 되었지만 평생 부자로 살기 vs. 젊음을 유지하지만 개 사육장에서 평생 비-편집인으로 살기 크흑 이것도 어렵네요. 저는 (저자의 집필 의도에 근거해) 개 사육장, 비-편집인을 고르겠습니다! 정민이 힘든 모험을 끝내고 돌아온 뒤, 개 사육장에서 머물렀던 젊고 무기력했던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을 겁니다. 젊었을 땐 그곳이 완전한 패배의 상징이라 생각했겠지만 가속 노화되어 돌아온 뒤에는 달리 보였을 거예요. 그러니 지금 내가 놓인 현실이 개 사육장일지언정 이곳에서도 자신이 새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분명히,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비-편집인도 사실 누군가가 구획해놓은 기준일 뿐, 어떤 기준 속에 놓았을 땐 그저 무의미한 선일 수도 있으니까요. 비강화된 피부로 바깥을 돌아다닐 수 없는 순간에도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이 누군가의 구획보다 더 가치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작가님의 밸런스 게임+_+ "지금 내가 놓인 현실이 개 사육장일지언정 이곳에서도 자신이 새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분명히, 충분히 있습니다" 묘한 감동을 받았어요. 소설을 읽는 내내 지독하리 싶게 가혹한 삶이라고 느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완전히 어둡다고 생각되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작가님의 생각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 부분에 정민이 나름의 평안을 얻었다고 생각해서 참 다행이었고 좋았어요.)
🍅님 그믐 모임을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독하리 싶게 가혹한 삶을 살면서도 막막한 어둠 속에서 끝끝내 희망을 찾아내려는 게 또 삶인 모양입니다. 오늘 내일 국회 탄핵 표결과 촛불 행동이 이어질 터인데 시대의 어둠 속에서 함께 빛을 밝히길....! 새로운 세계가 열리길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밸런스 게임> 제가 젊었을 때였다면 다른 선택을 했겠지만, 어차피 아름다움을 누리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도 인간은 늙게 되어 있잖아요. ^^;; 제가 중학교 때 댕기라는 만화 잡지에서 읽은 신일숙 작가님의 어떤 단편이 있었어요. 주인공인 젊은 여성은 백화점에서 매일 힘들게 일하고 단칸방에 돌아와 삶에 지쳐 있습니다. 그러던 중 낯선 여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와요. 자기와 인생을 바꾸지 않겠냐며... 자신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지 들려주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여성은 굉장한 부자이고 남편도 외모가 멋진 남성이고 부인에게 지극정성이었죠. 그런 그녀가 왜 인생을 바꾸고 싶느냐고 묻자, 본인은 몸이 너무 약하고 병들어 있어, 힘들게 살아도 주인공 여성처럼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합니다. 당연히 피곤한 삶에 지친 주인공은 인생을 바꾸자고 하고요. 헉....대부호였던 여성은 '할머니'였고, 젊은 남편 또한 할머니의 죽을 날짜만 기다리며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란....결말 그 당시 댕기에서 신일숙 작가님이 연재하던 모든 단편들이 반전이 있었고, 정말 재미있어서 기억하고 있는 건 거의 완벽하게 기억...컥 단 두편만 기억하고 있네요. 어쨌든 위의 백화점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다면 젊음을 택했겠지만, 개 사육장에서 살아야 한다면 단 1년을 살아도 우아한 할머니로 안락하게 살다 죽을래요~~ 심지어 그 개철장이란 게, 철장이 바닥이 아니고 그냥 철사로 엮인 거라 발이 거의 떠 있는 상태로 살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언더 더 독>을 쓴 황모과 작가입니다. 요 며칠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오프라인 행사를 치르고 어젯밤엔 일찍 푹 자고 일어났는데요.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에… 나라가 한순간에… 기이한 평행세계가 우리가 사는 현실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것 같은 아침을 맞았습니다. 제가 소속된 과학소설작가연대 작가님들과 함께 밤새 마음 졸이고 분노하며 성명서를 쓰고 문화예술인 연대체에 이름을 올리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랬어요. 여러분도 국회 앞이나 거리에서, 또는 현장에 가진 못하지만 마음을 보태며 우리가 사는 세계가 누군가의 횡포에 간단히 휘둘리지 않길 기도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셨든 몸과 마음의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고작 한 사람의 무능으로 세계가 폭망하는 걸 보자니 무력감과 절망이 오늘 우리를 완전히 사로잡았지만 그래도 동시에 이 허술한 세계를 지탱해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음을 떠올립니다. 맨손으로 장갑차 앞에 서 계셨던 분들, 국회를 에워싸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직접 지켜내셨던 분들, 만에 하나 계엄군이 발포하기라도 한다면 젊은 사람들 앞에 나서겠다고 말씀하셨다는 노년의 시민분들, 불복종을 상상하지도 못하고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군인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일갈하던 여성 정치인… 혼자일 땐 무기력해지지만 무기력한 마음까지 부끄러워지는 누군가의 모습을 일부러 찾아내어 봅니다. 그래서 개인는 무력하지만 우리는 강하다고 말하나 봐요. <언더 더 독> 그믐 모임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 전합니다. 노동 시장과 자영업 현장 등 소박한 일상이 파탄난 시대, 우리는 어쩜 이렇게 취약한 존재일까, 하는 뼈아픈 마음으로... 2024년을 고스란히 반영하고자 썼습니다. 다만 위로보다는 아픈 현실을 도드라지게 그렸기에 힘든 시기에 독자님들께 힘든 이야기를 안겨드려 송구한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책을 펼쳐드는 분들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했다고도 생각해요. 자신이 정치적 획책에 완전히 지배받고 있는데도 그런 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읽었으면 하는 마음도 컸답니다. 근데 그런 분들을 독자로 만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잠재적 독자로 전제되지는 않는 분들이기도 하지만, 자발적으로 억압당하는 인물을 지나치게 냉소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려낼 수 있길 바라며 썼답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질문들, 저도 내일부터 하나씩 남겨보겠습니다. 남은 일정도 함께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밤 되세요!
돈이 없는 자들은 교환 가능한 노동으로 값(빚)을 책정하기도 했다. 죽으러 가는 길도 비쌌다. 목숨을 다 쏟아도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비쌌다. 살아남을수록 적자다.
언더 더 독 134p, 황모과 지음
얼마 전 사육장에 새로 유입된 사람이었다. 세상 누구보다 절망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아 덜 절망한 사람이었다.
언더 더 독 129p, 황모과 지음
이들을 지배할 수도 있고 복종시킬 수도 있다. 지배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건 내가 일찌감치 복종했었기 때문이다.
언더 더 독 126p, 황모과 지음
현대문학 핀시리즈는 지난 번 조예은 작가님의 '적산가옥의 유령' 이후로 두 번째인데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작품의 개성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깊은 울림이 있어서 너무나 좋습니다. 언더더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해보고 제 삶의 의욕적인 부분을 성찰해 볼 수 좋은 기회였습니다. 황모과 작가님의 앞으로의 여정을 응원하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기회를 주신 현대문학 관계자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생각하니 예외적인 일들이야말로 지극히 예사로웠다. 예외를 통해서만 우리는 우리의 특수함이 예사롭다는 사실을 확인해왔다. 예외만이 기준의 무의미함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예외야말로 그저 평범한 일이다. 예외가 근원이고 고유함이며 본질이다. 예외가 이 세계의 본질이었다.
언더 더 독 112p, 황모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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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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