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책증정] 황모과의 파멸 SF 소설 <언더 더 독> 함께 읽어요.

D-29
악! 끝에 그런 반전이 지금 읽다가 들어왔는데~ 그 앞 반전? 반전이 넘 많아 몇 번째 반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의 반전도 충격이었는데 말입니다
역시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나왔네요! :) 저의 답변은.... 사실 여러분께는 실망스러운 답일 수도 있을 텐데요. 저는 그가 정민의 어머니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민은 사육장으로 돌아온 뒤 비로소 주변을 지켜보기 시작하는데요. 자신과의 관련성을 생각하면서 이전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노파가 우리 어머니 같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그 정도의 감정 이입도 사실 전에는 쉽지 않았으니까요. 저의 의도는 이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민의 어머니가 어떻게든 살아남길 바라는 독자님들의 마음도 이해합니다. 저자의 의도와 다른 방식의 열린 독해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머니일 거란 생각은 안했지만 주인공이 투영하는 노파의 모습에서 어머니에 대한 비참함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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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모과 작가님께 도착한 질문 2. 만약 살아남은 어머니라면 노파도 정민을 자기 아들이라 알아보고 있을까요?
만약 노파가 살아남은 어머니라고 하더라도 늙어버린 정민을 아들이라고 알아봤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자신과 타자를 인지하는 인간의 방식은 실제로도 매우 뻔하고 단선적이잖아요. 상대의 시간이 급속 노화했다는 것을 염두해 상대를 보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의 노동/삶이 가능해진 지금, 뻔한 인지 방식을 버려야 그나마 사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아닐까요. 저 역시 SF를 쓰면서 언제나 생각하는 지점이에요. 이전 프레임을 버려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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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모과 작가님께 도착한 질문 3. 만약 어머니가 아니라면, 어머니는 정말로 아버지에 동의해서 목숨을 끊은 것일까요? 아니면 정민의 예감대로 강제였던 것일까요?
저는 정민의 예감대로 강제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민도 이를 예감하면서도 똑똑히 직시하지는 못하는데요. 그것 역시 자신의 죄책감을 피하기 위한 면피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직시한다면 그때 어머니를 도망치게 했어야했다고 뒤늦은 후회와 책임감이 따라올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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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모과 작가님께 도착한 질문 4. “존엄을 확보받지 못한 환경에서 생명은 성장을 멈추고 관계를 멈추고 생육과 번성을 멈춘다.” (『언더 더 독』 140쪽) 완독 이후 기계들의 동시 소멸 선언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고립되는 2030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다큐멘터리, 그리고 초저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되짚어보는 수많은 뉴스 기사가 떠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이 부분을 쓰실 때 염두에 두고 계셨던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우선은 현 시점 거대자본에 의해 챗GPT 및 AI가 완전히 잠식당한 상황을 제일 먼저 떠올렸어요. 인간의 집단지성인 자료들과, 서적과 같은 인류의 자산, 그리고 창작자들의 피땀 어린 결과물을 완전히 통합해 쓰레기(할루시네이션이라 부르는 열화된 정보)를 빚어내고 있는 상황에 가장 큰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대기업의 이윤 추구를 ‘인류의 새로운 성취’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에도 평소 반발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요. 이때 자원을 독점한 소수 상위 계층 인간들이 말하는 ‘인류’라는 표현 속 인간은 누구인가? 권력과 자원 없는 대부분의 인간은 그 표현 안에 포함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SF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설정되는 것처럼 정말로 인간의 인지 방식을 재현하는 인공뇌나 인공지능이 가능하다면 도덕적인 선택을 하는 로봇보다는 비도덕적 선택을 하는 로봇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리석고 무의미한 선택, 불리하고 비합리적인 선택, 심지어 살인이나 죄악, 또는 반자본적 선택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 끝에 <언더 더 독>에서도 집단 소멸을 선택하는 인공지능을 그려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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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모과 작가님께 도착한 질문 5. 핏불테리어 ‘테리’가 정민의 어떠한 면을 비추는 장치인지 궁금했습니다. 테리가 만난 세상은 ‘비-편집인’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지만, 정민과 정민의 일상에서 긁어온 부품들도 만들어낸 세상이잖아요. 개 중에서 사육장에 갇혀 인간을 증오하는 테리가 연우를 물어뜯어 정민의 마음을 무너트리는 전개가 너무 충격적이라 마음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사육장에 갇히고 인간을 증오하다 결국엔 가장 연약한 인간을 죽여버린 테리가…… 노아가 조작한 비극일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이 행복이 진실일 수 없다고 의심하던 정민이 초래한 비극일지……, 작가님은 테리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와, 정말 재밌는 질문을 주셨네요! 사실 이 책에서 <개만도 못한 삶>이라는 표현이 반복해 등장하는데 실은 저는 어떤 때엔 개가 인간보다 훨씬 낫다고도 생각합니다. 인간을 비하하기 위해 다른 종을 끌어들이는 것도 좋아하지는 않는데 일부러 위악적인 표현이라 생각하며 차용했습니다. 사실 테리처럼 상처 입은 개(동물)가 인간의 자의적인 한 두 번의 호의에 간단히 트라우마를 극복할 리가 없죠. 심지어 테리는 목줄이 채워져 정민의 뒷마당 철창 안에 여전히 갇혀있으니까요. 그런데 인간은 참 제멋대로인 존재라, 자신이 1 정도의 호의를 베풀면 동물이든 인간이든 상대가 100으로 느껴주길 바랍니다. 저도 길고양이에게 츄르를 먹여준 뒤 할큄을 당했을 때 얼마나 서운하던지요! 저는 철창에 갇힌 테리, 혹은 갇히기 전부터 고통당했던 테리가 상대를 물어뜯어 죽일 만큼 분노에 휩싸인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일종의 저항이라고도 봤습니다. 같은 상황이었던 정민은 분노를 표출하거나 이빨을 드러낸 적도 없으니까요. 억압과 울분이라는 면에서 정민과 테리를 비슷한 선상에 두고 비교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정민(인간)이라면 가까운 곳의 가장 연약한 다른 인간을 죽여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 구조를 만들어낸 존재들로 자신을 울분을 향해야 하겠지요. 이를 제대로 직시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요. (나머지 질문지에 대한 답변은 내일 이어가겠습니다!)
한 두 번의 호의로 한평생 지속 된 트라우마가 극복 될 수 없다는 말은 듣고나면 참 당연한말인데, 아직 제 무의식 시스템에는 심겨지지 않은 코드 같아요. 어쩌면 남의 호의에는 무조건 응해야한다는 이상한 압박감을 갖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이 당연한 반작용이지만, 그 반작용의 에너지가 향하는 곳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말도 비슷한 것 같아요. 머리로는 쉽게 이해하는데, 행동으로 옮기기는 너무 까다로운 과정으로 느껴져요. 언제나 ‘왜?‘라고 질문하되 질문이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향하도록 연습하다 보면 이 번거로움도 무의식 시스템에 안착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질문에 생각거리 가득한 답변이라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다음 답변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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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모과 작가님께 도착한 질문 6. 태어날 때부터 예정된 주인공의 고난과 역경, 자기 자신의 돌봄에 대한 절망과 타인의 착취……. 이런 소재 구상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생각하는 ‘삶의 태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지 궁금해요! 그믐 모임을 통해 이런 좋은 글을 읽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
그믐 모임을 통해 너무 우울한 글을 읽게 해드려 죄송한 마음이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엔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를 본 게 출발이었어요. 혹시 그 영화를 보실 기회가 있다면 어떤 장면에서 <언더 더 독> 구상을 했는지 한번 비교해서 봐주셔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영화에서 착상했던 요소는 딱 하나뿐이었고요. 최악의 밑바닥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바닥이 있는 상황들을 다섯 가지 정도 나열해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보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란 음… 타자와의 관계성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사람들과 다 잘 지내는 편도 아니고 타인의 평가에도 그리 신경 쓰지 않으려고 애쓰긴 하지만, 제 생각엔 나(자아)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타자들인 것 같거든요. 이번 소설 <언더 더 독>에서도 반복해 묘사했지만 인간은 참 약한 존재입니다. 사실 저도 저 자신을 잘 믿지 않아요. 물론 좋은 사람이고 싶고, 멋진 사람이고 싶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위선적으로라도 노력하며 살고는 있지만, 만약 다른 사람의 눈이 없다면 저의 선택과 행동은 꽤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인도에서 살았다면? 혹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제게 생존 자원이 넉넉했다면? 아마 저는 아주 쉽게 나에겐 게으르고 남에겐 폭력적인 인간이 되었을 겁니다. 공부하지도, 노력하지도, 성장하지도,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 같거든요. 저는 20대 후반부터 일본에서 살고 있는데요. 이민자로 살면서 저의 억압은 외적/내적으로 더욱 강화되었어요. 그 바람에 저를 알던 가족과 친구들은 예전에 비해 제가 많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환경과 무관하게 줏대 있는 사람이고 싶었지만… 이미 글렀습니다. (흑흑) 주변 상황이 결국 저라는 자아를 구성한 것이죠. 우린 이토록 쉽게 지배받고 굴복하며 유연해집니다. (생존을 위해서지만 그렇다고 자기가 굴복했다고 남에게 폭력적이어선 안되겠지만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있어 삶의 태도는 내가 정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걸 누군가 전언해줄 때 비로소 확정된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 위선도 떨고, 좋은 사람인 척도 하고, 멋진 척도 해야 저라는 허술하고 얄팍한 존재가 간신히 사탕발림 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우울하다뇨! 읽는 내내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소설을 읽을 수 있다니~제가 옥타비아 버틀러를 좋아하는데 그녀가 울고 갈만큼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었어요. 현대핀 시리즈는 이 책으로 격이 한층 올라갔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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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모과 작가님께 도착한 질문 7. 작가님에게 주인공 정민이 어떤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소설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일까요?
애착보다는 애증의 존재입니다. 작가의 말에 남긴 것처럼 저로선 정민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욕도 하고 싶고 미워죽을 지경이지만... 그래도 내 모습의 일부인 것 같아 차마 미워할 수 없달까요. 어떻게든 욕도 하면서 만나다, 또 내심 포기했다가도, 싸우고 화해하면서 계속 만날 수밖에 없는 인물이기도 해요. 그리고 어쩌면 저 자신도 누군가에게 정민 같은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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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모과 작가님께 도착한 질문 8. 마지막의 발문을 보면 ‘CCR5’라는 유전자를 제거한 실제 쌍둥이의 예시가 나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여기서 처음 알고 새삼 작품 전체가 무척 실감 나게 느껴져서 더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이 이야기를 구상하실 때 실제 이 사례를 알아보시고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작품을 쓰실 때 이 같은 요소를 먼저 접하고 이야기가 떠오르시는 편인지, 아니면 이야기의 얼개는 미리 잡아놓고 이 같은 요소를 찾으시는 편인지…… 같은 집필 과정이 알고 싶습니다.
네, CCR5 유전자 이야기는 유전자 편집의 필요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사례인데, 가까운 미래에 에이즈가 완치되면 그땐 뭘로 정당화하려고 하나? 하는 마음으로 N-CCR5로 변형해 차용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이 알아보지 않으셔도 될 뒷단의 설정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발문을 써주신 김희선 작가님께서 CCR5 유전자를 설명해주셔서 리얼리티가 배가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김희선 작가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를……! 저의 집필 방식은 (약간의 영업 비밀이기도 한데요) 이야기의 얼개를 미리 잡아놓고 디테일한 요소를 찾아다닌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엔…… (소근소근) 이상한 생물이나 연구나 개념이 많기 때문에 (속닥속닥) 제가 구상한 얼개를 보강해줄 요소가 무궁무진합니다. 찾으면 또 다 나옵니다! 하하 물론 소재를 먼저 접하고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 경우엔 유사한 시기, 유사 소재로 유사 발상을 한 다른 작가의 이야기와 겹칠 수 있어 독창성이 떨어져 보일 리스크가 있습니다. 반면 이야기의 얼개나 구도와 완결성은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에 특정 소재가 아닌 지점에서 이야기를 출발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기도 합니다. (이상, 비밀은 아닌 영업 비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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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모과 작가님께 도착한 질문 9. [🐰&🍅] 그믐을 진행하면서 매 장 밸런스 게임을 살짝 던져보았어요. 매주 독자들이 남겨주신 답변이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요. 황모과 작가님의 답변도 궁금해서 밸런스 게임을 드려봅니다.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한다면 작가님은 어떤 쪽을 택하실 건지요? - 먼 미래의 수명을 팔아 안락한 현재를 살기 vs. 현재가 고달플지라도 먼 미래를 기대해보기 - 죽을 만큼 엄청난 고통을 겪지만 쓸모 있는 나 vs. 고통은 없지만 패배자로 무기력한 나 - 가속노화가 되었지만 평생 부자로 살기 vs. 젊음을 유지하지만 개 사육장에서 평생 비-편집인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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