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필요한 '현대사회 생존법'

D-29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더 촘촘하게 이해하고, 하루하루를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 현대사회 생존법 / 도로시 1차 작가 알랭드보통을 좋아한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의 이름이 붙은 여러 책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려왔다. <현대사회 생존법>을 훑어보며 그의 전작 <불안>(2012)이 떠올랐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불안들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한 책이다.) 이번 신간은 현대사회를 이해함으로써 불안감을 비롯한 여러 감정들이 생겨나는 본질적 이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적인 측면과는 관계없지만 개인적으로 책 자체가 참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종이의 두께감이나 글과 삽화의 배치나 여러모로 읽기가 참 좋아요ㅎㅎㅎ) 챕터 1. 소비 자본주의 첫 번째 챕터부터 생각할 거리들이 그득한데, 특히 평서문일지라도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이 많았다. 돈을 제대로 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평소 소비를 함에 있어서 ‘과소비는 하지 말자, 남들이 산다고 따라서 사지 말자.’ 라는 정도의 생각은 있었지만 제대로 써야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제대로 라는 말의 의미가 일차적으로 자신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었다는 것을 뜻한다면, 그래도 비교적 나의 취향과 나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소비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본격적인 소비를 시작하면서 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왔고, 이제는 어느 정도 색깔이 명확해진 것 같다. P.38 심오한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가 무엇에 돈을 쓰는가는 중요하다. 수십억 소비자의 선택이 모여 사회의 성격과 삶의 유형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더 나은 종류의 수요와 더 나쁜 종류의 수요라는 것이 존재한다. 소비는 단지 나와만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면서 곱씹어보게 된 문장이다. 나의 소비를 비롯한 여러 개개인들의 선택이 모여 사회의 성격과 삶의 유형을 형성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대상황별로 소비에 관한 특정한 흐름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불과 2~3년전 코로나시즌에 사치품, 오마카세, 비싼 취미 활동에 대한 수요가 폭증해서 소비가 조장되는 흐름이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오히려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이는 분위기로 바뀌어 무지출 챌린지까지 유행을 했다. 개개인의 활동이 공유되고 어느 정도 주도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여러 매체와 플랫폼을 통해 겉잡을 수 없이 큰 흐름이 만들어지는데, 이 흐름에 사회가 영향을 받고 더 큰 반향을 일으킨다고 생각된다. 이는 다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말이다. 다시 한 번 소비의 의미에 대해 헤아려보게 된 것 같다. 챕터 2. 광고 (모든 챕터에서 그렇듯) 키워드의 지난 역사를 훑어서 현재의 상황까지 설명해주는 전개가 재미있고 배울거리가 많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시대를 넘나드는 통찰력이 감탄스럽기도 하고 ㅎㅎ P.45 ~에도 늘 광고 메시지가 붙어 있으리라 생각하면 밀실에 갇힌 듯한 공포가 느껴진다. 대형 광고판, 그리고 그 배후에 존재하는 상업 문화는 성가시게 칭얼거리는 아이를 닮은 구석이 있다. 너무나 공감이 되는 문장이다. 어디를 가도 비어있는 공간이 없는 것 같다. 도로마다 빼곡한 간판이며 나무 사이사이마다 연결된 현수막이며, 버스와 택시에 붙어있는 스티커며… 이제 좀 쉬어야지 하고 집에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병원 홍보영상이 나오고 그 병원의 CM송까지 이미 외워져버렸다. 또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아파트 광고문자와 전화에 모두가 극심한 피로감과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광고의 습격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더욱 나노 단위로 생활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 ㅠㅠ P. 56 이제 거의 모든 광고는 고차원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암시를 깔고서 물질적인 것을 팔아치운다. 현대의 광고업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 그저 그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팔고자 하지 않을 뿐이다. 제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팔고 있지 않다. 요즘 광고의 본질에 대해서 너무나 명확하게 알려주는 문장이라 다시 한번 적어본다. 대개 광고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소비가 이루어지는데 제대로 된 소비를 위해서 짚어볼 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떠한 물건이 정말 나의 고차원적인 욕구를 해소해주는지, 실제로 해소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느끼게 하는지, 그렇게 느끼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면 제대로 된 소비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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