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현관으로 들어서면 솜털같이 훈훈한 공기가 고단한 몸을 휩쌌고, 그때마다 나는 까닭 모를 배신감을 남몰래 씹어 삼키곤 했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89,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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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업
한강작가님 표현력에 감탄을 매일 합니다.
날마다꿈샘
한 사람이 내 인생에 몰고 온 파장은 실로 어마무시하네요. 강명환과의 관계는 어디까지 진척될까요? 끝까지 읽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그만 약속된 페이지를 넘겨 버렸네요..😅 애써 억누르며 내일을 기약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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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사
“ 나는 삶과 화해하는 법을 잊은 것이었다. 삶이 나에게 등을 돌리자마자 나 역시 미련 없이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보듬은 채, 되려 제 칼날에 속살을 베이며 피 흘리고 있었다. ”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115,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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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꿈샘
“ 나는 그녀로 인해 내가 잃은 것이 돈과 신뢰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나는 삶과 화해하는 법을 잊은 것이었다. 삶이 나에게 등을 돌리자마자 나 역시 미련 없이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보듬은 채, 되려 제 칼날에 속살을 베이며 피 흘리고 있었다. ”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115,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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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꿈샘
바실리사님! 소오름~~우리 오늘 원픽 문장이 같네요~ㅎㅎㅎ 삶과 화해하는 법을 잃어버린 인숙언니, 강명환, 주인공 영진의 삶이 참 아득하고 애처롭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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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무
“ 희망의 힘으로 살아왔었다. 나는 무엇이든 견디어낼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미운오리새끼처럼 세상의 구석에 틀어박혀 원치 않는일에 시달리고 있지만, 언젠가 진짜 삶이 시작되고 말것이라고 주문처럼 믿어오고 있었다. ”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115 어둠의 사육제 ,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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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무
p128 '반가움과 고통이 뒤범벅이 되어 내가슴은 내려앉았다.' 라는 문장이 가슴에 박히네요. 어둠의 사육제를 읽으니 그림자가 너울거리는 느낌이 내립니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필사하며 되씹어봅니다
함께 책읽으니 생각들이 풍요로워 뿌듯합니다.
바실리사
날마다꿈샘님의 대화: 바실리사님! 소오름~~우리 오늘 원픽 문장이 같네요~ㅎㅎㅎ 삶과 화해하는 법을 잃어버린 인숙언니, 강명환, 주인공 영진의 삶이 참 아득하고 애처롭네요..ㅠㅠ
@날마다꿈샘 님, 같은 문장 원픽! 그만큼 공감이 된다는 것일테니 함께 읽는 재미가 느껴집니다.
바실리사
바실리사님의 문장 수집: "나는 삶과 화해하는 법을 잊은 것이었다. 삶이 나에게 등을 돌리자마자 나 역시 미련 없이 뒤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보듬은 채, 되려 제 칼날에 속살을 베이며 피 흘리고 있었다."
잘 벼린 오기~~
'벼리다'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 정확한 의미를 알고자 찾아봤어요.
바실리사
깨끗한나무님의 문장 수집: "너는 음지에서 자라는 꽃과 같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네 씨앗을 햇빛속으로 나를 것이니, 너는 그 햇빛속에서 다시 아름답게 살게 될것이다
P100"
이지러진 달이 칠흑 같은 서편 하늘을 떠돌고 있었다. 달은 나직 한 신음 소리와 함께 어둠에 물어뜯기고 있었다. 그 날뛰는 먹빛 어둠 아래에서, 아직 잠들지 않은 색색의 불빛들이 명멸하고 있었다.
노을풍경
아무런 가능성도 없이 그저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그 가슴마다 무작정 들러붙어 꿈틀거리는 미련, 흡사 피를 빨아먹는 환형동물 같은 그것을 어떻게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128,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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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풍경
도시는 점점이 흰 불빛들을 밝혀놓은 채 까무룩 곤한 잠에 들어 있었다. 정갈하고 투명한 불빛들이었다. 명환의 시선이 그 불빛들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키가 닿지 않는 선반에 놓인 유리그릇을 손아귀에 붙잡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눈이 한순간 몽룡하게 번쩍였다.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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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풍경
깨어진 술병 조각 같은 햇살이 아파트 광장 가득 번득이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139,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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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풍경
그것들은 마른 톱밥을 사른 불티들처럼 지상의 어둠을 에워싸고 너울대다가 이윽고 먹빛 허공 속으로 손짓하며 스러져갔다.
맘리치
“ 이지러진 달이 칠흑 같은 서편 하늘을 떠돌고 있었다. 달은 나직한 신음 소리와 함께 어둠에 물어뜯기고 있었다. 그 날뛰는 먹빛 어둠 아래에서, 아직 잠들지 않은 색색의 불빛들이 명멸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