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머니 조임끈을 입에 문 다음 허리를 숙이고 왼발등의 작은 점에 정확히 못을 댔다. 그리고 망치로 예닐곱 번 정도를 빠르게 내리찍었다. 못은 걸림 없이 푹푹 들어갔고 피를 뿜어내지 않았다. 해병은 주머니 끈을 입에 꽉 물고 있었기에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해병의 왼발이 십자가 발판에 고정되었다. (중략) 해병은 고정한 왼발등 위에 오른발을 포갰다. 오른쪽 발등에도 검은 점이 찍혀 있었다. 자리는 발등 한가운데였다. 해병의 몸이 앞으로 쏠렸지만, 십자가 기둥에 묶은 끈 때문에 용케 균형을 잡으며 자세를 낮출 수 있었다. 주머니에서 대못 하나를 꺼냈다. 왼발등에 박은 못보다 더 긴 대못이었다. 해병은 왼발 위로 포갠 오른발등에 못을 세우고 망치를 내리쳤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번엔 피가 흘러나왔다. 여러 번 내리쳤다. 잘못된 내리침에 못대가리가 비스듬해지며 발등에 흉측한 자국이 났지만 해병은 조임끈을 씹으며 참아냈다. 진통제도 뼈가 부러지는 통증은 막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못이 반쯤 박히자 해병은 발못을 움직여보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오른쪽 발등을 뚫고 들어간 대못은 그 아래 놓인 왼쪽 발등까지 뚫은 후 발 받침대 아래에 박혀 있었다. ”
『십자가의 괴이』 p.294-295, 조영주 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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