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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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균형이나 개연성에 대한 감각이 거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는 자기중심적이고 반항적일지도 모르지만, 스스로의 판단을 확신할 만큼 축적된 경험이 없다. 대체로 아이는 들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변 어른들의 지식과 힘을 기상천외하게 믿어 버린다. 그러나 학교가 본래 상업적 투기라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기는 힘들다. 아이는 학교가 교육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교장이 학생을 훈육하는 것은 그 학생을 위해서거나 괴롭히는 게 좋아서라고 믿는다. 플립과 샘보는 나를 돌봐주기로 했고, 거기에는 체벌과 꾸짖음, 굴욕이 포함되었는데, 다 나를 위해서, 내가 사무실 심부름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두 사람의 생각이었고, 나는 그것을 믿었다. 그러므로 나는 분명 그들에게 큰 감사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듯이 <고맙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을 미워했다. 나는 내 감정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었고, 스스로에게 숨길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은인을 미워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믿었다.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행동 규칙을 받아들이는데, 그 규칙을 어길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여덟 살부터, 혹은 그 전부터 죄의식은 결코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차갑고 반항적으로 보이려고 애썼다면, 그것은 부끄러움과 당황함을 숨기는 얇은 덮개일 뿐이었다. - 조지 오웰,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 (조지 오웰 산문선)
흰벽님의 말씀도, 올려주신 문장도 하나하나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유년기에 어떤 어른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삶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좋은 경험도 해봐야 자라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수 있을 텐데, 어릴 때 경험한 것이 좋지 않은 경험들뿐이라면, 살아갈 세상이 너무 퍽퍽할 것 같거든요. 좋은 책도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글을 쓰다가 작년에 봤던『말없는 소녀』라는 영화가 떠올랐는데요. 이 영화야말로 어떤 어른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어서요. 원작은『맡겨진 소녀』랍니다. 책은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은 제 연인은 영화도 책도 다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말없는 소녀1981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이트는 가난으로 당장 그녀를 돌볼 수 없게 된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당분간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생전 처음 본 부부와 함께 살게 된 카이트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아내 에이블린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지만, 무뚝뚝한 남편 션은 이 모든게 못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션도 카이트의 순수함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맡겨진 소녀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애정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또한 세계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으며 올해 5월 3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저는 영화는 안 보고 책만 읽었는데요, 처음에 혼자 읽었을 땐 너무 급하게 읽었는지 음 뭐… 싶었는데 나중에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더니 한 문장 한 문장이 묵직하게 와닿더라구요. 추천 드립니다. 클레어 키건의 ‘푸른 들판을 걷다’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모두 좋게 읽었어요.
푸른 들판을 걷다초역작 『맡겨진 소녀』와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독서가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아일랜드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신간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국내에 세 번째로 소개하는 작가의 작품이자,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2023년 4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맡겨진 소녀』로 국내 문인들과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아닛, 마침 이런 기사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6/0000050574?sid=102 ‘이처럼 사소한 친절’, 그 혁명적 선택 - [엄기호의 이야기 사회학]클레어 키건 소설 속 사람들이 삶의 이물감을 대하는 법
공유해주신 기사도 잘 읽었습니다. 최근 기사네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맡겨진 존재이고 누군가를 맡고 있다."는 문장이 유독 와닿았어요. "이번 작품을 쓰게 하는 너의 목구멍에 걸린 이물감은 무엇이냐고."라는 질문도 인상 깊었고요. 저는 책을 읽을 때도 무언가 '턱'하고 걸려 넘어지는 게 있을 때, 더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거기서부터 감상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이런 줄거리를 갖고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맡겨진 소녀>보다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더 와 닿았던 거 같습니다. 주변에 올리버같은 아이를 발견한다면 누구나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날테지만 이런 사실에 실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저도 언급해주신 그 문장이 쿵!! 하고 심장을 쳤어요. '맡겨진 소녀'의 제목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서... 엄기호 님이 문학에 대해 리뷰하신 것은 처음 읽어서 신기하기도 했는데, 클레어 키건이 대세이긴 한가보다... 라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클레어 키건 책은 앞으로도 더 나온다고 해요. 작품 수가 적은 작가인데 한국에서 하도 인기라 다 번역될 모양입니다 ㅎㅎ
읽어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진짜 읽어야겠어요(하핫). @흰벽 님이랑 대화하면서 이것저것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이었는데, 올해 12월에는 한국에서도 개봉 예정이더라고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요. 클레어 키건의 책이 계속 나오는군요! 저는 이 작가의 이름을 말할 때, 왜 자꾸 클레이 케건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허허허.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킬리언 머피가 이 소설을 비행기에서 읽고 눈이 퉁퉁 부어서 내렸다나 뭐라나... 그러고서 바로 영화화를 제안했다는 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클레어 키건 소설 중 가장 감정을 건드리는 소설 같아요. @거북별85 님의 '주변에 올리버같은 아이를 발견한다면 누구나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날테지만 이런 사실에 실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소설'이라는 평이 정말 적확한듯요!!
@흰벽 님 <올리버 트위스터>완독에 세심한 참여까지!! 부럽습니다~👍 클레어 키건 소설이 유명한지 이책으로 독서모임할때 집 주변 6개 도서관들에서도 수십권들이 싹~대출 중이더라구요^^(궁금한데 이 작가님이 왜 이렇게 유명하실까요?? 어느 매체에서 언급된 적이 있나요?? ) 전 너무 재미있다는 모르겠지만 제가 언급한 부분은 마지막에 확! 와닿더라구요~ '분노는 쉽지만 변화를 위한 실천은 어렵다'란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동네편의점에서까지 한강작가님 책 예약판매하는 것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클레어 키건이 어째서 이렇게 인기인지 늘 좀 미스터리예요. 결코 대중적 작가가 아닌데 말이죠. 출판사에서 셀링 포인트를 잘 잡은 건지… ‘맡겨진 소녀‘가 빵 뜰 때 재빠르게 다음책을 출간한 것도 영향이 있긴 할 거 같구요. 뭐 물론 독서인들 사이에서나 유명하지 독서에 관심 없는 분들은 전혀 모르긴 하시더라고요 ㅎㅎ 와 한강 님 책은 편의점에서도 파나요! 동네서점에서도 없어서 못 판다는 그 책…(이건 서점업계의 복잡한 매커니즘 때문인 거 같지만) 여튼 노벨상이 대단하긴 하네요. 많이많이 읽혔으면~~
저도 <맡겨진 소녀>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 책으로 읽으면서 뭉클한 부분이 있더라구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주인공을 보면서 위대한 유산의 주제였던 신사에 대해 생각했더랍니다^^
와... 전혀 연결짓지 못했었는데 지어진 님 말씀 듣고 보니,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펄롱에게서 참된 '신사'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네요! 내 머릿속에 따로 있던 책들이 갑자기 서로 연결되는 기분...!
이 영화 저도 봤는데 참 묵직하게 좋았어요.
<더 파이브>에어 흥미로운 공통점을 또 하나 발견했습니다. 잭더 리퍼의 첫번째 피해자였던 메리 앤 폴리 니컬스의 남편 윌리엄 니컬스가 디킨스 소설을 찍어내기도 했던 인쇄소에서 일을 했었답니다. ^^
오, 더 파이브 사놓기만 하고 아직 안 읽었는데. 읽어봐야겠어요.
전 요즘 올리버 트위스트 읽으면서 느낀 게. 유대인 노인 페이긴에 대한 디킨스의 묘사가 참... 유럽에서 유대인을 멸시하고 박해한 게 참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셰익스피어가 샤일록을 묘사한 것처럼 디킨스도 페이긴을 참으로 혐오스럽게 묘사했으니 말이죠. 어렸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읽었는데 이렇게 성인이 되어 읽으니 새록새록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많아 흥미로운 게 또 고전 읽기 같습니다.
이런 음산한 분위기뿐 아니라 낯선 곳에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도 올리버의 마음을 짓눌렀다. 철인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오싹하고 외로운 느낌에 사로잡히곤 한다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올리버에게는 아끼는 친구도 자신을 아껴주는 친구도 없었다. 최근에 누구와 헤어진 기억 하나 없다는 후회감이 새삼 살아나고 사랑하는 얼굴 하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허전함이 아이의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 올리버는 무거운 마음으로 비좁은 잠자리로 기어들면서 이것이 내 관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회 묘지 땅속에서 고요히 영원한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머리 위에서 키다리 풀들이 살랑거리고 낡은 교회 종소리가 마음을 달래주면 좋겠다고.
올리버 트위스트 67쪽, 찰스 디킨스 지음, 황소연 옮김
올리버 트위스트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천재 소설가이자 대중문학의 일인자, 찰스 디킨스의 선집 시리즈. <올리버 트위스트>는 찰스 디킨스가 스물다섯 살에 쓴 두 번째 장편이자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너무 슬픈 부분이에요. 어린 아이가 이런 깊은 고독감을 느끼다니… 올리버는 일단 매우 영민한 아이가 아닐까 싶네요.
저도 이 부분 정말 슬펐는데. 디킨스가 공장 다닐 때 이런 마음을 느낀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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