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

D-29
P.118
P.136 아 또 계속 읽네. ;; 딱 아홉시까지만 봐야지 ;;;
P.160
아주 오래 전에 중고책으로 사 둔 <올리버 트위스트> 버전에는 24개 삽화가 다 있네요. 저희가 보는 번역본에는 3장에 나온 '죽을 더 달라고 말하는 올리버' 삽화가 있어요. 아마 이 그림이 올리버 트위스트가 연재될 당시에 가장 인상적인 삽화였나봐요. '올리버 트위스트'하면 사람들 머리에 딱 떠오르는... 조지 크룩생크라는 삽화가는 그 당시에 아주 유명한 캐리커처, 삽화가였던 모양입니다. 지금으로봐서는 약간 괴기스럽기까지 한데, 어쩌면 이야기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기도 하네요. 나중에는 <올리버 트위스트> 쓰는데 자기 아이디어도 많이 들어갔다고 도용했다고 분쟁도 있어서 디킨즈랑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하네요. 삽화가 있어서 중간중간 멈추어 보면서 상상해볼 수 있어서 좋네요.
2장에 보면 "He was brought up by hand"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위대한 유산>을 떠올리게 하네요. 거기 2장에서도 Pip이 자기 누나가 자기를 '손수 길러주었다'라는 표현을 중의적으로 사용하지요. <올리버 트위스트> 에서는 사실 이 표현이 '일단 구빈원 사람들 손에 맡겨지면' 정도로 대체된 것 같습니다. "brought up by hand"는 신생아는 엄마 젖을 먹고 자라야하는데 엄마가 없으니 사람들 손으로 먹을 것을 떠먹여서 키워야했다는 의미같아요. 물론 <위대한 유산>에서는 누나한테 많이 손지검을 당했다는 이중적인 표현으로 유용하게 쓰였죠. <위대한 유산> 처음 시작할 떄 인상깊었던 구절인데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도 2장에 이 표현이 딱 나오니, 디킨즈가 애용하는 표현이었나 봅니다.
프리젠테이션 당시 함께 언급된 책에 대놓고 찰스 디킨스와 <올리버 트위스트> 이야기가 나와 공유합니다. ^^
더 파이브‘잭 더 리퍼’라는 살인자에게 희생됐던 이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논픽션이다. 살인자는 시대를 뛰어넘어 재해석되며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반면, 그에게 살해당한 다섯 명의 여자는 오로지 ‘매춘부들’로 불렸고 자극적인 ‘시신’의 모습으로 박제되었다. 가해자가 영웅시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 있는 여자로 낙인찍히는 현상은 19세기 영국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하다. 그 근간에는 시대도 국경도 가뿐히 초월하는 뿌리
이런 상황 전개는 우리에게 아주 매력적인 명상거리를 던져 준다. 과연 인간의 본성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가장 훌륭한 귀족에서부터 가장 비천한 자선학교 학생에 이르기까지 이 아름다운 본성은 아주 공평하게 나눠 갖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저도 이 문장이 인상적이었는데, 먼저 수집해 주셨네요!
앗! 찌찌뽕...(죄송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느끼는 건데, 여기 등장하는 어른들 정말 못됐다 싶어요. 아이들까지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습자지처럼 흡수하고 따라하는 게 여러모로 씁쓸하다 여겨지고요.
찌찌뽕ㅋㅋ 근데 정말 읽으면서 내내 이게 소설이라 과장된 게 아닐까? 어떻게 이렇게 앞뒤없이 아이를 공격하고 벌레 취급하지? 무조건적으로 나쁘게 보는 거지? 이런 의문이… 생각해보면 ‘위대한 유산‘에서도 그렇지만요. ’어린이’라는 개념도 근대적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고 산업혁명 당시 아동 노동 문제가 심각했다는 것도 알긴 하지만, 소설로 형상화되니 그냥 머리로 아는 것과는 완전 다르게 느껴지네요. 너무 끔찍해요. 오늘 낮에 조지 오웰 산문선을 읽었는데 거기 실린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이라는 에세이에서 유년기 기숙학교에서의 끔찍한(!) 경험이 자세히 나오거든요(저 제목은 반어적 의미랍니다). 그것도 함께 떠오르고… 이 글에서 조지 오웰이 어린이의 인지적 취약성을 아주 탁월하게 분석해 서술한 내용이 생각나네요. 가장 인상 깊은 문장 찾아서 올려볼게요.
조지 오웰 산문선 (모노 에디션)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들을 엄선한 컬렉션이 모노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 조지 오웰의 에세이들을 엄선한 선집 『조지 오웰 산문선』이 허진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아이는 균형이나 개연성에 대한 감각이 거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는 자기중심적이고 반항적일지도 모르지만, 스스로의 판단을 확신할 만큼 축적된 경험이 없다. 대체로 아이는 들은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주변 어른들의 지식과 힘을 기상천외하게 믿어 버린다. 그러나 학교가 본래 상업적 투기라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기는 힘들다. 아이는 학교가 교육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교장이 학생을 훈육하는 것은 그 학생을 위해서거나 괴롭히는 게 좋아서라고 믿는다. 플립과 샘보는 나를 돌봐주기로 했고, 거기에는 체벌과 꾸짖음, 굴욕이 포함되었는데, 다 나를 위해서, 내가 사무실 심부름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두 사람의 생각이었고, 나는 그것을 믿었다. 그러므로 나는 분명 그들에게 큰 감사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듯이 <고맙지 않았다〉. 오히려 두 사람을 미워했다. 나는 내 감정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었고, 스스로에게 숨길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은인을 미워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믿었다.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행동 규칙을 받아들이는데, 그 규칙을 어길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여덟 살부터, 혹은 그 전부터 죄의식은 결코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차갑고 반항적으로 보이려고 애썼다면, 그것은 부끄러움과 당황함을 숨기는 얇은 덮개일 뿐이었다. - 조지 오웰, ’즐겁고도 즐거웠던 시절‘ (조지 오웰 산문선)
흰벽님의 말씀도, 올려주신 문장도 하나하나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유년기에 어떤 어른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삶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좋은 경험도 해봐야 자라면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할 수 있을 텐데, 어릴 때 경험한 것이 좋지 않은 경험들뿐이라면, 살아갈 세상이 너무 퍽퍽할 것 같거든요. 좋은 책도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글을 쓰다가 작년에 봤던『말없는 소녀』라는 영화가 떠올랐는데요. 이 영화야말로 어떤 어른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어서요. 원작은『맡겨진 소녀』랍니다. 책은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은 제 연인은 영화도 책도 다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말없는 소녀1981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이트는 가난으로 당장 그녀를 돌볼 수 없게 된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당분간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생전 처음 본 부부와 함께 살게 된 카이트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아내 에이블린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지만, 무뚝뚝한 남편 션은 이 모든게 못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션도 카이트의 순수함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맡겨진 소녀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애정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또한 세계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으며 올해 5월 3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저는 영화는 안 보고 책만 읽었는데요, 처음에 혼자 읽었을 땐 너무 급하게 읽었는지 음 뭐… 싶었는데 나중에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더니 한 문장 한 문장이 묵직하게 와닿더라구요. 추천 드립니다. 클레어 키건의 ‘푸른 들판을 걷다’와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모두 좋게 읽었어요.
푸른 들판을 걷다초역작 『맡겨진 소녀』와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독서가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은 아일랜드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신간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국내에 세 번째로 소개하는 작가의 작품이자,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2023년 4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맡겨진 소녀』로 국내 문인들과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아닛, 마침 이런 기사가!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6/0000050574?sid=102 ‘이처럼 사소한 친절’, 그 혁명적 선택 - [엄기호의 이야기 사회학]클레어 키건 소설 속 사람들이 삶의 이물감을 대하는 법
공유해주신 기사도 잘 읽었습니다. 최근 기사네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맡겨진 존재이고 누군가를 맡고 있다."는 문장이 유독 와닿았어요. "이번 작품을 쓰게 하는 너의 목구멍에 걸린 이물감은 무엇이냐고."라는 질문도 인상 깊었고요. 저는 책을 읽을 때도 무언가 '턱'하고 걸려 넘어지는 게 있을 때, 더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거기서부터 감상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이런 줄거리를 갖고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저는 <맡겨진 소녀>보다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더 와 닿았던 거 같습니다. 주변에 올리버같은 아이를 발견한다면 누구나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날테지만 이런 사실에 실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저도 언급해주신 그 문장이 쿵!! 하고 심장을 쳤어요. '맡겨진 소녀'의 제목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서... 엄기호 님이 문학에 대해 리뷰하신 것은 처음 읽어서 신기하기도 했는데, 클레어 키건이 대세이긴 한가보다... 라는 생각도 잠시 했습니다. 클레어 키건 책은 앞으로도 더 나온다고 해요. 작품 수가 적은 작가인데 한국에서 하도 인기라 다 번역될 모양입니다 ㅎㅎ
읽어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진짜 읽어야겠어요(하핫). @흰벽 님이랑 대화하면서 이것저것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이었는데, 올해 12월에는 한국에서도 개봉 예정이더라고요. 확실한 건 아니지만요. 클레어 키건의 책이 계속 나오는군요! 저는 이 작가의 이름을 말할 때, 왜 자꾸 클레이 케건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허허허.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킬리언 머피가 이 소설을 비행기에서 읽고 눈이 퉁퉁 부어서 내렸다나 뭐라나... 그러고서 바로 영화화를 제안했다는 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클레어 키건 소설 중 가장 감정을 건드리는 소설 같아요. @거북별85 님의 '주변에 올리버같은 아이를 발견한다면 누구나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날테지만 이런 사실에 실제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는 소설'이라는 평이 정말 적확한듯요!!
@흰벽 님 <올리버 트위스터>완독에 세심한 참여까지!! 부럽습니다~👍 클레어 키건 소설이 유명한지 이책으로 독서모임할때 집 주변 6개 도서관들에서도 수십권들이 싹~대출 중이더라구요^^(궁금한데 이 작가님이 왜 이렇게 유명하실까요?? 어느 매체에서 언급된 적이 있나요?? ) 전 너무 재미있다는 모르겠지만 제가 언급한 부분은 마지막에 확! 와닿더라구요~ '분노는 쉽지만 변화를 위한 실천은 어렵다'란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 동네편의점에서까지 한강작가님 책 예약판매하는 것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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