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

D-29
아 정말 그러네요. 잊고 있었던 대구지하철 참사도...(숙연해집니다). 불이 번지는 건 정말 한순간인 것 같아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 바로 옆이 소방서인데요. 생각보다 출동이 잦고, 사이렌도 자주 울리더라고요. 특히나 요즘은 날씨가 건조해져서 더 조심해야 할 것 같고. (귀여운) 성냥개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불장난에 이어 화재라는 무거운 주제로 활활 타오르네요.
세상에... 그런 일이! ㅎㅎ
성냥을 유일하게 보는 때가 생일케이크 사면 같이 주는 초와 함께 있는 성냥이에요. 엄청 신기해하고 좋아해요. 아이들은 성냥으로 불 붙이는것마저 이벤트더라고요.
그러네요. 예쁜 초 모으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팔각성냥 같은 건 봐도 모르겠죠...? ^^
지금 이미지 검색해서 보여줬는데 유튜브에서 본 적 있다고 합니다 ㅋㅋㅋ (초3)
저는 팔각성냥하면 어릴 때 봤던 성냥팔이 소녀가 자꾸 떠오르는데, 그 장면을 대체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이 안 납니다. 동화책 삽화는 아닌 것 같고, 영상 같았는데 말이죠.
저는 성냥팔이 소녀를 동화 삽화 말고는 어떤 형태로도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해요. 길거리에서 그렇게 성냥 팔고 다니면 하루에 얼마나 벌었을까요. 당시 사람들은 성냥을 그렇게 많이 샀던 걸까요. 그런데 성냥팔이 소녀들은 팔각 성냥을 팔았던 건가요?
그러게요. 얼마를 벌었는지까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아주 적은 액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ㅠㅠ), 지하철에서 껌을 파시는 할머니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근데 제가 본 영상 말이에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점점 더 아리송해져요. 그 영상에서는 팔각성냥을 하나하나 켜면서 그 온기에 잠시나마 몸을 녹이고, 성냥불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는 작은 소녀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저 도대체 이 영상을 어디서 본 것일까요. 만화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하고... 기억해내고 싶습니다. 이런식으로 기억하지 못 하다가 한 3년 후? 막 뜬금없이 떠오를 때도 있어요.
지하철에서 껌을 파시는 할머니가 안 돼 보여서 한 통 산 적이 있거든요. 잔돈이 없어서 만 원짜리 한 장을 드렸어요. 껌 값이 다소 비쌀 거라고는 예상하고요. 그런데 할머니가 거스름돈을 안 주시더군요. “그냥 줘” 이러시면서요. 그렇다고 껌을 몇 통 더 주시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만 원짜리 껌을 사고 할머니의 비즈니스 모델도 이해하고 이후에는 안 삽니다. 허허.
으아아아 작가님. 읽기만 해도 제가 다 불쾌하네요. 이게 무슨ㅠㅠ 이런 불쾌한 경험들이 쌓이면 선한 마음을 품으려다가도, '잇! 더러운 세상!'이라고 주먹을 꽉 쥐게 돼요. 지하철에서 껌을 파시는 할머니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또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저는 <빅이슈>라는 곳을 좋아해요. <빅이슈>는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인데요. 각자 지정된 지하철역에서 빅이슈(잡지)를 판매하고 이분들을 "빅판"이라 부르죠. 지하철역 지나다 보면 빨간 조끼입고 "빅이슈"라고 외치는 분들이 계신데, 그분들이에요. 제가 몇 년째 찾아가는 분은 종각역에 있는 김훈재 빅판인데요. 이분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있었죠. 이 마음을 갖고, 다른 역을 지나다가 우연히 "빅판"을 만나 빅이슈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이럴 때면 감정이 복잡해집니다. 그나저나 만 원짜리 껌이라니요(흑흑). 아까워서 조금씩 소분해서 씹어야겠어요.
껌은 짝짝 잘 씹어먹었습니다. ^^ 저는 잘 모르는데, 어느 분이 빅이슈 내부 사정에 대해서 몹시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놀란 적이 있어요. 얼마 뒤에 그 논란이 외부에도 알려졌는데 어느 쪽 의견이 맞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엇, 이건 몰랐어요.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집니다(속닥). 조심스러운 발언이지만, 저도 이쪽(비영리)에서 일하다 보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걸 보는데요. (자주 하는 말이지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좋은 사람들은 아니더라고요. 보여지는 모습이 약자라고 해서 다 선할 거라는 환상(이자 기대)도 많이 내려놓게 된 것 같고요. 대외적으로는 선하고 좋은 이미지를 가진 사람도, 일은 엉망진... (읍) 불명예스러운 퇴사 공지를 종종 접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다양한 인간군상을 마주하면서 좋은 마음과 좋은 마음이 닿는 다는 건 정말 귀한 일이구나, 라는 걸 많이 배워가고 있습니다. 저부터 똑바로 살아야겠다고 반성하면서요. 하지만 할머니는 너무 하셨네요(힝).
아, 이 사안이었습니다. 근데 진실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9181704729063 그리고 말씀해주신 내용 정말 공감합니다. 저는 기자로 일하면서 약자를 돕는 것과 약자의 말을 믿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약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이런 일이 있었군요. 제가 빅이슈를 접하기 전이라는 게 더 놀랍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읽는 도중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 같았거든요. 꽤 지난 일이라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집단 퇴사까지는 아니고, 대대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중심을 잡기가 참 어렵네요.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약자를 돕는 것과 약자의 말을 믿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라는 작가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그 사정에 따라 때로는 뻔뻔해지고, 뻔뻔하면서도 당당해져요. 이건 뭐 잘잘못을 따지고 들기도 어려워서 그냥 결이 다르구나, 싶기도 합니다. 정답은 없는 것 같고 그래서 제 말은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
가끔 저도 약자를 돕는 마음이 모든 것을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했었는데 결국은 아니다로 결론 내렸습니다 마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더라구요~ 결국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그 마음이 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방법도 차근차근 찾아가자라는 결론으로~ 저도 장작가님의 "약자를 돕는 것과 약자의 말을 믿는 것은 다르다"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단지 보여지는 것 그 이면을 보는 힘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빅이슈"문제는 마음 아픈 일들이군요~하지만 이런 일들이 생겼다고 처음 그들의 마음이 모두 헛되었다곤 생각하진 않고 슬픈 배움으로 기억해야 할 듯 합니다~
사실 저도 저 기사 속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편을 쉽게 비난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저 과정에서 신의를 버리거나 무례한 언행이 오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제가 아는 것도 아니고... 기자를 하면서 느낀 건 약자이고 강자이고 간에 뭔가를 정확히 말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는 거였어요. 그 사람이 악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게 사람의 본성인가 봐요. 자기가 핍박받고 있다고 하는 사람에게 “당신이 왜 그렇게 핍박받나요?” 하고 물었을 때 정답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고요. “몰라요, 그 사람들이 그냥 저를 싫어해요, 왕따시켜요” 같은 대답이 훨씬 더 많이 나오고, 대개의 경우 그 설명은 정확하지 않더라고요.
주제가 되는 사건은 저는 전혀 모릅니다만, 두 번째 문단 쓰신 내용이 인간에 대해서 꿰뚫어보시는 것 같아 글 남깁니다. 사람의 본성이 정확히 말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기자'와 같이 '정확히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임무여야하는 직업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정확히 말하고자'하는 염원의 연속선 상에 작가라는 직업군도 존재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몰라요, 그 사람들이 그냥 저를 싫어해요, 왕따시켜요" 같은 대답이 나오고야마는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들여다보기 위해서요.
감사합니다. 특별히 악의가 있거나 자신을 포장하려는 기만적인 욕구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유를 정말로 모르는 분도 꽤 많더라고요. 저는 취재원이 ‘몰라요, 그냥 그들이 저를 왕따시켜요’ 같은 말을 하면 반드시 ‘그들’을 찾아가 이유를 캐묻도록 신문사에서 훈련을 받았어요. 그러면 ‘그들’ 역시 그들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지요. 양쪽 모두 자기들의 이야기를 할 때, 저널리스트가 공식적인 설명을 처음 만드는 역할을 맡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정부의 보도자료, 경찰의 발표, 검찰의 공소장, 재판부의 판결문 같은 문서들을 기자들이 받아적는다고 비판을 받을 때가 많은데, 사실 그만큼 공신력 있는 공식 설명도 없습니다). 피상적인 사실(어떤 사람이 뭐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보다 심층적인 사실(진실에 보다 가까운)을 재구성한다는 측면에서 그런 때 기자가 단순한 전달자를 넘어, 소설가와 흡사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휴, 정말 그래요.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여러 이해관계도 많은 것 같아요. 결과만 보고 판단하기도 어렵고, 상황적으로 이해되는 면도 있으니까요. @CTL 님 말씀처럼, '기자'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작가님 말씀처럼, '기자가 단순히 전달자를 넘어 소설가와 흡사한 역할을 한다'는 말씀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제 기준에서는 '저게 말이 되는 건가?'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요. 이제는 어떤 면에서 조금 수긍하게 되기도 해요. 절대적인 진리는 없는 것 같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에는 어느 정도 주관이 다 들어가는 것 같아서요. 수긍한다는 말이, 포기나 외면한다는 말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라지만요. 『미세 좌절의 시대』에서 만난 "개인은 존엄하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실은 믿음보다 중요하다."라는 문장도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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