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토요일과 두 사람의 인터내셔날 읽기

D-29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눈 쌓인 갓길에 서 있었다. 나직한 바람에 봉지의 표면이 파르르 떨렸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태엽은 12와 1/2바퀴>,234쪽, 김기태 지음
쌔비님의 대화: 오늘 독하다 토요일 오프라인 멤버 모임을 했어요. 참석자 전원 이구동성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어요. 아직 시작 안 하신분들 11월이 보름 남았어요.
모임에서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믐 모임 열어주신 덕분에 김기태님 책 천천히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siouxsie님의 대화: 제가 윤상 님 때문에 유일하게 아는 걸그룹 노래가 러블리즈인데 러블리즈 나와서 와~했습니다. 사모바는 결이 전혀 다르지만 뉴진스가 떠올랐어요. 데뷔 당시 때 티비에 나오는데 그날로 그녀들을 잊을 수가 없었고, 한달도 안돼서 쭈우우욱 올라가서 탑이 되더라고요. 케이팝 그룹인데 한국인이 없었던 블랙스완이란 그룹도 생각나고... 다들 진지한 얘기하시는데 혼자서만 잘 알지도 못하는 걸그룹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걸그룹 이야기 하시는 것 너무 당연합니다. 작품에서도 대준문화나 서브 텍스트가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잖아요.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himjin님의 대화: <보편교양> 중 '교육은 예전에 끝났어. 그러니까 엿같은 월급이나 내놔.’(150쪽) “컨설턴트 선생님이 아버지께 전화 드렸어요. 마르크스 전혀 문제없고 고전읽기 수업도 괜찮다고. 아버지도 좀 물어보고 전화를 하시지.”(175쪽) 올곧고 착한 캐릭을 있는 그대로 선한 인물로 바라봐야 할지 아님 풍자나 해학이 섞인 시선으로 비틀어 봐야 하는지 아리까리 했습니다. 저의 어둡고 비관적인 시선이 가미돼서 헷갈리는 걸까요. 곽은 은재에게 속은 걸까? 모범생에 선생님도 존중할 줄 아는 은재를 보며 - 순수한 지적탐구심 보다는 처음부터 대입을 위한 점수를 잘 받으려고 마르크스를 과제로 쓴 건 아닐까 의심하는 삐뚤어진 제가 좀 싫네요. ㅡㅡ:: 작가가 독자에게 좀 더 넓은 해석의 기회를 주려고 헷갈리게 애매하게 쓴 건지, 아님 제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봐서 의심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곽이 속았다고 봅니다. 은재 아빠의 사과, 은재의 꾸준한 수업 태도, 완벽한 결과물, 그 뒤 명문대 진학까지, ... 앞의 단편들과 달리 너무도 순탄해서 불길한 느낌이 제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는 했으나.. 결국 순수를 믿은 곽도 속고 저도 속고 ㅎㅎㅎ 뭐 그랬네요. 다만 제게 진정한 반전은... 은재의 고급진 과자를 달게 받아서 씁쓸히 삼키고는... 곽이 곧바로 철저히 반성하고 보완하려고 빈틈 없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교육 현장과 인문학까지 삼켜버린 무지막지한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판하거나 쉽게 좌절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싸움을 찬찬히 준비한다는 점에서... 김기태 작가의 꿋꿋한 다른 주인공들처럼... 곽도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 읽고 쓰고 생각하고 가르치는 삶 전반에서 자신의 패착을 검토했다. 이 세계와 학생들과 부분적으로는 자기 자신까지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설명하고 변호할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보편 교양>, 177쪽 , 김기태 지음
delispace님의 대화: 저도 곽이 속았다고 봅니다. 은재 아빠의 사과, 은재의 꾸준한 수업 태도, 완벽한 결과물, 그 뒤 명문대 진학까지, ... 앞의 단편들과 달리 너무도 순탄해서 불길한 느낌이 제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는 했으나.. 결국 순수를 믿은 곽도 속고 저도 속고 ㅎㅎㅎ 뭐 그랬네요. 다만 제게 진정한 반전은... 은재의 고급진 과자를 달게 받아서 씁쓸히 삼키고는... 곽이 곧바로 철저히 반성하고 보완하려고 빈틈 없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교육 현장과 인문학까지 삼켜버린 무지막지한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판하거나 쉽게 좌절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싸움을 찬찬히 준비한다는 점에서... 김기태 작가의 꿋꿋한 다른 주인공들처럼... 곽도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아....! 이 글을 보니 저는 너무 단순하게 (겉면만 인식하는) 읽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보편교양>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도 받았었거든요. 다시 읽어 봐야겠어요. 근데... 인문학이 그런 식으로 소비된다 해도 다행이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끼어들 겨를이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곽의 뚝심(?)이 미련하면서도 멋져 보여요.
delispace님의 대화: 저도 곽이 속았다고 봅니다. 은재 아빠의 사과, 은재의 꾸준한 수업 태도, 완벽한 결과물, 그 뒤 명문대 진학까지, ... 앞의 단편들과 달리 너무도 순탄해서 불길한 느낌이 제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는 했으나.. 결국 순수를 믿은 곽도 속고 저도 속고 ㅎㅎㅎ 뭐 그랬네요. 다만 제게 진정한 반전은... 은재의 고급진 과자를 달게 받아서 씁쓸히 삼키고는... 곽이 곧바로 철저히 반성하고 보완하려고 빈틈 없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교육 현장과 인문학까지 삼켜버린 무지막지한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판하거나 쉽게 좌절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싸움을 찬찬히 준비한다는 점에서... 김기태 작가의 꿋꿋한 다른 주인공들처럼... 곽도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는 속인 사람도 속은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컨설턴트와 함께 입시 준비하고 있는 학생도 있고,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이래저래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보편 교양>이 고등학교 수업 현장을 그대로 녹여냈다고 느꼈어요. 은재의 수업에 관한 호기심과 입시를 위한 철두철미한 태도가 처음부터 제 눈에 들어왔어요. 곽 역시 열정은 있지만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분류한다는 점에서 고3 담임교사인 제 지인과 비슷하고요. 그런데 @delispace 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었나 싶네요🥺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는 게 참 재밌네요😃
delispace님의 대화: 저도 곽이 속았다고 봅니다. 은재 아빠의 사과, 은재의 꾸준한 수업 태도, 완벽한 결과물, 그 뒤 명문대 진학까지, ... 앞의 단편들과 달리 너무도 순탄해서 불길한 느낌이 제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는 했으나.. 결국 순수를 믿은 곽도 속고 저도 속고 ㅎㅎㅎ 뭐 그랬네요. 다만 제게 진정한 반전은... 은재의 고급진 과자를 달게 받아서 씁쓸히 삼키고는... 곽이 곧바로 철저히 반성하고 보완하려고 빈틈 없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교육 현장과 인문학까지 삼켜버린 무지막지한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판하거나 쉽게 좌절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싸움을 찬찬히 준비한다는 점에서... 김기태 작가의 꿋꿋한 다른 주인공들처럼... 곽도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현실에서는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은재 같은 사람이 더 많고, 그런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큰 것 같습니다. 경쟁사회에서 살다보면 어떻게 해야 목표를 잘 수행할지 고민하는 게 일상적인 일 같기도 하구요. 곽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소수의 유형? 실제로 만나면 고리타분하고 지나치게 진지해 보여서 가까이 하기엔 부담스러운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님 현실에서는 이런 흔치 않은 사람들이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거나)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왕따를 당할지도ㅠ)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ps. 인물에 대해서만 생각하다보니 제목 “보편교양”의 의미는 뭘까? 뭔가 이면에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무겁고 높은> 중에서 "오늘의 무게가 내일의...... 송희는 단호해졌다. 아니, 이건 영광이 아니야. 이건 미래도 아니고 꿈도 희망도 아니야. 그럼 뭐야? 젖은 머리가 물었다. 송희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변하지 않는 것. 흥하지도 망하지도 않는, 값이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운이 좋아도 나빠도 그대로인 것, 어떤 비유도 아니고 상징도 아닌, 말하자면 그냥 100킬로그램의 손때 묻은 쇳덩이."(261쪽) 꿈도 희망도 영광도 미래도 아니지만, 덤벨처럼 "변하지 않고 흥하지도 망하지도 값이 오르내지리도 않고 운이 좋아도 나빠도 그대로인 것"을 찾고 싶습니다!
눈 내리는 겨울 오후의 고요. 산등성이의 헐벗은 자리. 교정의 새파란 인조 잔디. 철교와 고가도로. 박물관 앞에 전시된 녹슨 탄차. 모텔과 마사지숍의 현란한 입간판. 주인 없는 자동차들. 모두가 공평하고도 아늑하게 하얀 눈에 덮여서, 미처 닿지 않는 그늘에서도 단정한 마음으로 목도리를 여밀 수 있었던 날. 왼발 오른발을 눈밭에 디디며 빙판과 진창의 시간을 예비하던 긴 겨울의 한가운데.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무겁고 높은>, 262쪽, 김기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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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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