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토요일과 두 사람의 인터내셔날 읽기

D-29
<전조등>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중 . "그녀의 고개는 조수석 차창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얼굴의 사분의 일 정도가 보였다. 그때 퍽, 하고 작은 파열음이 들렸다."(98쪽) . "깜빡이는 왼쪽 전조등을 끼고 돌자 금이 간 오른쪽 전조등이 보였다. 전조등 주변에서 별다른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는 도로 가장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차 안에서 무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차의 뒤편으로 향했다. 붉은 후미등이 깜빡거리며 지나온 길을 얼마간 밝혔다. 이십여 미터쯤 걸은 그가 발견한 것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신발 한 쪽이었다. 그건 군청색 털 고무신이었다. 발목을 따라 짧은 털이 둘러져 있었다. 쓰레기라고 하기에는 멀쩡했지만, 또 누가 신고 다니기에는 좀 낡아 보였다. 크기와 모양을 가늠해볼 때 그것은 여성의 왼발용이었다. 그는 왼쪽 털고무신과 오른쪽 전조등의 관계를 이해해보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오른쪽 신발도, 신발의 주인도, 어떤 다른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99~100쪽) . "그녀 앞에 섰을 때 그는 약간의 불안은 청혼이 요구하는 진정성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였다."(100쪽)
뭔가 다른 게 되어볼 수 있잖아.
이를테면 그 블로그는 섣불리 사버린 선물과 수신인을 잃어버린 편지, 고장난 장난감과 짝을 잃은 액세서리의 수납함. 고대의 맹희가 건축하고 현대의 맹희가 낙서하는 사적인 유적지였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롤링 선더 러브, 46p, 김기태 지음
제이지와 얼리샤 키스의 <Empire State of Mind>를 들으며 concrete jungle where dreams are made of를 걸으니 삶이 가능성으로 가득차고 내가 brand new 된 듯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저는 <전조등>까지 읽었습니가. 개인적으로 <전조등>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려는 게 뭘까 조금 고민했던 터라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위에 댓글들을 찬찬히 읽어 보니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저는 그 전에 있던 두 편은 흐음~괜찮네 하면서 읽었는데 <전조등> 읽고는 어! 이 작가님 뭐지? 하고 제 마음에 전조등이 들어왔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는데, 중간 중간에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느낌이 드는 묘한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메시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이런 신비로운 작품 좋아합니다.
오늘 독하다 토요일 오프라인 멤버 모임을 했어요. 참석자 전원 이구동성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어요. 아직 시작 안 하신분들 11월이 보름 남았어요.
모임에서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믐 모임 열어주신 덕분에 김기태님 책 천천히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있는 꿈도 없는 듯 주머니에 쑤셔넣고 문제집을 푸는 게 과거의 입시라면, 없는 꿈도 있는 듯 만들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지금의 입시였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보편 고양>중에서, 김기태 지음
<보편 고양>에서 주인공인 교사는 '고전 읽기' 수업을 하지요. 졸업식 날, 매번 잠만 자던 아이들이 와서 자신과 사진을 찍자 의이하게 생각하는 장면이 나와요. 잠을 자기만 했어도 '고전 읽기' 수업은 아이들에게 작은 점이라도 찍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의 저 또한 과거로 흘러보낸 무수한 점들이 찍혀 만들어진 걸테지요?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문학 선생님이 장단에 맞춰 구지가를 불러주셨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저도 잘 자던 학생이라 다른 건 다 잊었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요. 선생님의 귀여운 목소리까지도요.
하루 한 편씩 읽으리라는 각오가 일상에 자꾸 밀리게 되네요. 익숙하지 않은 작가라 천천히 읽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바다>는 잘 이해가 안 되고 고개를 갸윳거리게 되더라구요. <롤링 선더 러브>를 읽으면서는 어머? 이 작가 뭐지? 재밌다!! 했어요. <전조등>까지 읽었습니다. 전조등을 다 읽고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한 사람의 생애, 내 곁에 존재할 것 같은 너무나 현실적인, 그 사람의 삐끗한 한 순간...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었어요. 오늘은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읽습니다~~^^
올해 5월 기사로 한겨레 [책&생각]이라는 코너에서 김기태 작가를 소개한 글이 나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고, 여기서는 <전조등>부터 읽으라고 제안합니다. 참고로 함 훑어보시면 독서와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40906.html
앞 기사에서 "김기태의 소설은 작품 내부의 극적 변화나 갈등보다 작품과 작품 사이 진폭과 긴장이 크다."라는 부분도 곰곰 되짚어보면 도움이 되는 아주 적확한 평가입니다. 저는 송희가 두번째로 등장하는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작 <무겁고 높은>까지 읽었는데요, 마지막 단편까지 아껴 읽고 전체 작품들을 어설프게나마 비교해보자는 생각이 듭니다!
<보편교양> 중 '교육은 예전에 끝났어. 그러니까 엿같은 월급이나 내놔.’(150쪽) “컨설턴트 선생님이 아버지께 전화 드렸어요. 마르크스 전혀 문제없고 고전읽기 수업도 괜찮다고. 아버지도 좀 물어보고 전화를 하시지.”(175쪽) 올곧고 착한 캐릭을 있는 그대로 선한 인물로 바라봐야 할지 아님 풍자나 해학이 섞인 시선으로 비틀어 봐야 하는지 아리까리 했습니다. 저의 어둡고 비관적인 시선이 가미돼서 헷갈리는 걸까요. 곽은 은재에게 속은 걸까? 모범생에 선생님도 존중할 줄 아는 은재를 보며 - 순수한 지적탐구심 보다는 처음부터 대입을 위한 점수를 잘 받으려고 마르크스를 과제로 쓴 건 아닐까 의심하는 삐뚤어진 제가 좀 싫네요. ㅡㅡ:: 작가가 독자에게 좀 더 넓은 해석의 기회를 주려고 헷갈리게 애매하게 쓴 건지, 아님 제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봐서 의심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곽이 속았다고 봅니다. 은재 아빠의 사과, 은재의 꾸준한 수업 태도, 완벽한 결과물, 그 뒤 명문대 진학까지, ... 앞의 단편들과 달리 너무도 순탄해서 불길한 느낌이 제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는 했으나.. 결국 순수를 믿은 곽도 속고 저도 속고 ㅎㅎㅎ 뭐 그랬네요. 다만 제게 진정한 반전은... 은재의 고급진 과자를 달게 받아서 씁쓸히 삼키고는... 곽이 곧바로 철저히 반성하고 보완하려고 빈틈 없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교육 현장과 인문학까지 삼켜버린 무지막지한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판하거나 쉽게 좌절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싸움을 찬찬히 준비한다는 점에서... 김기태 작가의 꿋꿋한 다른 주인공들처럼... 곽도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아....! 이 글을 보니 저는 너무 단순하게 (겉면만 인식하는) 읽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보편교양>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도 받았었거든요. 다시 읽어 봐야겠어요. 근데... 인문학이 그런 식으로 소비된다 해도 다행이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끼어들 겨를이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곽의 뚝심(?)이 미련하면서도 멋져 보여요.
저는 속인 사람도 속은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컨설턴트와 함께 입시 준비하고 있는 학생도 있고,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이래저래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보편 교양>이 고등학교 수업 현장을 그대로 녹여냈다고 느꼈어요. 은재의 수업에 관한 호기심과 입시를 위한 철두철미한 태도가 처음부터 제 눈에 들어왔어요. 곽 역시 열정은 있지만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분류한다는 점에서 고3 담임교사인 제 지인과 비슷하고요. 그런데 @delispace 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었나 싶네요🥺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는 게 참 재밌네요😃
현실에서는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은재 같은 사람이 더 많고, 그런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큰 것 같습니다. 경쟁사회에서 살다보면 어떻게 해야 목표를 잘 수행할지 고민하는 게 일상적인 일 같기도 하구요. 곽은 오히려 비현실적인 소수의 유형? 실제로 만나면 고리타분하고 지나치게 진지해 보여서 가까이 하기엔 부담스러운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님 현실에서는 이런 흔치 않은 사람들이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거나)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왕따를 당할지도ㅠ)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ps. 인물에 대해서만 생각하다보니 제목 “보편교양”의 의미는 뭘까? 뭔가 이면에 다른 의미가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태엽은 12와 1/2바퀴> 중 “그때는 이게 우연 같지 않았지요. 잘될 것 같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초침처럼 한 칸 한 칸, 시계추처럼 침착하게 살 거라고요.”(227쪽) "세상에는 여러 일이 일어나고 방문을 열었을 때 무엇을 보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이를테면 허공에 매달려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몸뚱이."(230쪽) "시계판 뒤에 무슨 장난과 음모가 있든 살아야 할 시간이 많았다. 어쩌면 서핑을 배울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있을지도 몰랐다. 왜 시도도 안 해봤을까. 나도 파도를 탈 수도 있어."(234쪽) 이 작품만이 아니고 김기태님의 소설들을 읽으며 느낀 점인데요 일케 작품에 쓰여지지 않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상상하며 읽은 적이 흔치 않아 새로웠습니다. 묘해요... 제가 상상한 건지 작가가 상상하게 만든 건지 작가가 의도한 건지 독자의 무의식 때문인지 문학이란 게 참 신기해요. 눈길 교통사고든, 불길한 남자 때문이든 딸은 왠지 내일 오지 않을 것만 같고. 작품 여기 저기 뿌려진 이미지나 단어들 때문인지 자꾸 안 좋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ㅜㅜ 검은 봉지 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너무 궁금한데 이세상엔 대답해줄 사람이 없고, 영원히 알 수 있는 방법 없이 찜찌름한 상태로 또 하나의 세계가 끝나버렸습니다. ps. 아래 문장처럼 순간을 섬세하게 묘사 표현하는 문장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
저도 저 검은 봉지가 너무 궁금했는데 제 상상력의 한계네요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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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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