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토요일과 두 사람의 인터내셔날 읽기

D-29
제이지와 얼리샤 키스의 <Empire State of Mind>를 들으며 concrete jungle where dreams are made of를 걸으니 삶이 가능성으로 가득차고 내가 brand new 된 듯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저는 <전조등>까지 읽었습니가. 개인적으로 <전조등>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려는 게 뭘까 조금 고민했던 터라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위에 댓글들을 찬찬히 읽어 보니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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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space님의 대화: ㅋㅋ 세어보시려는 의지를 꺾어 죄송합니다만 11곡인거 같네요. 78쪽에 인용목록까지 빽빽히 적으신 작가님 센스!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ㅎ
ㅋㅋ 그러니까요. 한 장만 더 넘겨 볼 것을. ㅋㅋㅋ
오늘 독하다 토요일 오프라인 멤버 모임을 했어요. 참석자 전원 이구동성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어요. 아직 시작 안 하신분들 11월이 보름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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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mjin님의 대화: <전조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범죄수사물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깨진 전조등”이 전조인줄 알고 ㅠㅜ 어긋난 상상을 펼치며 읽는 내내 다음 장에 드디어? 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길 때 긴장했습니다. 주인공이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고속도로나 국도숲 어딘가에서 노인의 시체를 발견하고 증거물을 찾아낸 형사들이 주인공을 체포하면서 “너무도 평범해서 행복한” 주인공의 일상과 인생이 파탄 나는 장면이 언제 나올지 몰라 조마조마하게 소설을 읽었습니다. 귀신이나 살인자, 좀비가 언제 나올지 무서우면서도 기다리는 느낌이랄지요. 주인공처럼 직장을 구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요즘은 갖기 쉽지 않은) 평범한 인생을 살려면 (현실에서 '평범함, 정상성'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가지려면) “오른쪽 전조등”이 금이 가거나 파열되고, “왼쪽 신발”만 남겨져야 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각자에게 혹은 나에게 ‘깨진 전조등’은 무엇인가? 제 인생에 있어서 '남겨진 한쪽 신발'처럼 해결되지 않는 건 무얼까에 대해서 잠간 생각하다 맛집을 생각하며 일상의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취직 결혼 출산 등 평범한? 정상적? 삶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잔잔한 안정적인 기반이 좁기에 잠재된 흔들림과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이 적은 걸까 아님 더 많은 걸까?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다 야식 메뉴를 생각하며 “왼쪽 신발”만 덩그러니 남은 으슥한 밤도로에서 고개를 돌렸습니다.
저도요. 장편이 되면 스릴러가 될 수도. ㅎㅎ
물오름달님의 대화: 저는 <전조등>까지 읽었습니가. 개인적으로 <전조등>이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려는 게 뭘까 조금 고민했던 터라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위에 댓글들을 찬찬히 읽어 보니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ㅎ...
저는 그 전에 있던 두 편은 흐음~괜찮네 하면서 읽었는데 <전조등> 읽고는 어! 이 작가님 뭐지? 하고 제 마음에 전조등이 들어왔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는데, 중간 중간에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느낌이 드는 묘한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메시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이런 신비로운 작품 좋아합니다.
있는 꿈도 없는 듯 주머니에 쑤셔넣고 문제집을 푸는 게 과거의 입시라면, 없는 꿈도 있는 듯 만들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지금의 입시였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보편 고양>중에서, 김기태 지음
<보편 고양>에서 주인공인 교사는 '고전 읽기' 수업을 하지요. 졸업식 날, 매번 잠만 자던 아이들이 와서 자신과 사진을 찍자 의이하게 생각하는 장면이 나와요. 잠을 자기만 했어도 '고전 읽기' 수업은 아이들에게 작은 점이라도 찍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의 저 또한 과거로 흘러보낸 무수한 점들이 찍혀 만들어진 걸테지요?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문학 선생님이 장단에 맞춰 구지가를 불러주셨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저도 잘 자던 학생이라 다른 건 다 잊었지만 그거 하나만큼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요. 선생님의 귀여운 목소리까지도요.
하루 한 편씩 읽으리라는 각오가 일상에 자꾸 밀리게 되네요. 익숙하지 않은 작가라 천천히 읽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바다>는 잘 이해가 안 되고 고개를 갸윳거리게 되더라구요. <롤링 선더 러브>를 읽으면서는 어머? 이 작가 뭐지? 재밌다!! 했어요. <전조등>까지 읽었습니다. 전조등을 다 읽고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한 사람의 생애, 내 곁에 존재할 것 같은 너무나 현실적인, 그 사람의 삐끗한 한 순간...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었어요. 오늘은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읽습니다~~^^
올해 5월 기사로 한겨레 [책&생각]이라는 코너에서 김기태 작가를 소개한 글이 나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정말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고, 여기서는 <전조등>부터 읽으라고 제안합니다. 참고로 함 훑어보시면 독서와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40906.html
앞 기사에서 "김기태의 소설은 작품 내부의 극적 변화나 갈등보다 작품과 작품 사이 진폭과 긴장이 크다."라는 부분도 곰곰 되짚어보면 도움이 되는 아주 적확한 평가입니다. 저는 송희가 두번째로 등장하는 작가의 신춘문예 당선작 <무겁고 높은>까지 읽었는데요, 마지막 단편까지 아껴 읽고 전체 작품들을 어설프게나마 비교해보자는 생각이 듭니다!
<보편교양> 중 '교육은 예전에 끝났어. 그러니까 엿같은 월급이나 내놔.’(150쪽) “컨설턴트 선생님이 아버지께 전화 드렸어요. 마르크스 전혀 문제없고 고전읽기 수업도 괜찮다고. 아버지도 좀 물어보고 전화를 하시지.”(175쪽) 올곧고 착한 캐릭을 있는 그대로 선한 인물로 바라봐야 할지 아님 풍자나 해학이 섞인 시선으로 비틀어 봐야 하는지 아리까리 했습니다. 저의 어둡고 비관적인 시선이 가미돼서 헷갈리는 걸까요. 곽은 은재에게 속은 걸까? 모범생에 선생님도 존중할 줄 아는 은재를 보며 - 순수한 지적탐구심 보다는 처음부터 대입을 위한 점수를 잘 받으려고 마르크스를 과제로 쓴 건 아닐까 의심하는 삐뚤어진 제가 좀 싫네요. ㅡㅡ:: 작가가 독자에게 좀 더 넓은 해석의 기회를 주려고 헷갈리게 애매하게 쓴 건지, 아님 제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봐서 의심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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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은 12와 1/2바퀴> 중 “그때는 이게 우연 같지 않았지요. 잘될 것 같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초침처럼 한 칸 한 칸, 시계추처럼 침착하게 살 거라고요.”(227쪽) "세상에는 여러 일이 일어나고 방문을 열었을 때 무엇을 보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이를테면 허공에 매달려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몸뚱이."(230쪽) "시계판 뒤에 무슨 장난과 음모가 있든 살아야 할 시간이 많았다. 어쩌면 서핑을 배울 수 있을 만큼 긴 시간이 있을지도 몰랐다. 왜 시도도 안 해봤을까. 나도 파도를 탈 수도 있어."(234쪽) 이 작품만이 아니고 김기태님의 소설들을 읽으며 느낀 점인데요 일케 작품에 쓰여지지 않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상상하며 읽은 적이 흔치 않아 새로웠습니다. 묘해요... 제가 상상한 건지 작가가 상상하게 만든 건지 작가가 의도한 건지 독자의 무의식 때문인지 문학이란 게 참 신기해요. 눈길 교통사고든, 불길한 남자 때문이든 딸은 왠지 내일 오지 않을 것만 같고. 작품 여기 저기 뿌려진 이미지나 단어들 때문인지 자꾸 안 좋은 상상을 하게 됩니다.ㅜㅜ 검은 봉지 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너무 궁금한데 이세상엔 대답해줄 사람이 없고, 영원히 알 수 있는 방법 없이 찜찌름한 상태로 또 하나의 세계가 끝나버렸습니다. ps. 아래 문장처럼 순간을 섬세하게 묘사 표현하는 문장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눈 쌓인 갓길에 서 있었다. 나직한 바람에 봉지의 표면이 파르르 떨렸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태엽은 12와 1/2바퀴>,234쪽, 김기태 지음
쌔비님의 대화: 오늘 독하다 토요일 오프라인 멤버 모임을 했어요. 참석자 전원 이구동성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어요. 아직 시작 안 하신분들 11월이 보름 남았어요.
모임에서 어떤 얘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믐 모임 열어주신 덕분에 김기태님 책 천천히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siouxsie님의 대화: 제가 윤상 님 때문에 유일하게 아는 걸그룹 노래가 러블리즈인데 러블리즈 나와서 와~했습니다. 사모바는 결이 전혀 다르지만 뉴진스가 떠올랐어요. 데뷔 당시 때 티비에 나오는데 그날로 그녀들을 잊을 수가 없었고, 한달도 안돼서 쭈우우욱 올라가서 탑이 되더라고요. 케이팝 그룹인데 한국인이 없었던 블랙스완이란 그룹도 생각나고... 다들 진지한 얘기하시는데 혼자서만 잘 알지도 못하는 걸그룹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걸그룹 이야기 하시는 것 너무 당연합니다. 작품에서도 대준문화나 서브 텍스트가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잖아요.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himjin님의 대화: <보편교양> 중 '교육은 예전에 끝났어. 그러니까 엿같은 월급이나 내놔.’(150쪽) “컨설턴트 선생님이 아버지께 전화 드렸어요. 마르크스 전혀 문제없고 고전읽기 수업도 괜찮다고. 아버지도 좀 물어보고 전화를 하시지.”(175쪽) 올곧고 착한 캐릭을 있는 그대로 선한 인물로 바라봐야 할지 아님 풍자나 해학이 섞인 시선으로 비틀어 봐야 하는지 아리까리 했습니다. 저의 어둡고 비관적인 시선이 가미돼서 헷갈리는 걸까요. 곽은 은재에게 속은 걸까? 모범생에 선생님도 존중할 줄 아는 은재를 보며 - 순수한 지적탐구심 보다는 처음부터 대입을 위한 점수를 잘 받으려고 마르크스를 과제로 쓴 건 아닐까 의심하는 삐뚤어진 제가 좀 싫네요. ㅡㅡ:: 작가가 독자에게 좀 더 넓은 해석의 기회를 주려고 헷갈리게 애매하게 쓴 건지, 아님 제가 세상을 비관적으로 봐서 의심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곽이 속았다고 봅니다. 은재 아빠의 사과, 은재의 꾸준한 수업 태도, 완벽한 결과물, 그 뒤 명문대 진학까지, ... 앞의 단편들과 달리 너무도 순탄해서 불길한 느낌이 제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는 했으나.. 결국 순수를 믿은 곽도 속고 저도 속고 ㅎㅎㅎ 뭐 그랬네요. 다만 제게 진정한 반전은... 은재의 고급진 과자를 달게 받아서 씁쓸히 삼키고는... 곽이 곧바로 철저히 반성하고 보완하려고 빈틈 없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교육 현장과 인문학까지 삼켜버린 무지막지한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판하거나 쉽게 좌절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싸움을 찬찬히 준비한다는 점에서... 김기태 작가의 꿋꿋한 다른 주인공들처럼... 곽도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 읽고 쓰고 생각하고 가르치는 삶 전반에서 자신의 패착을 검토했다. 이 세계와 학생들과 부분적으로는 자기 자신까지 더 정교하게 이해하고 설명하고 변호할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보편 교양>, 177쪽 , 김기태 지음
delispace님의 대화: 저도 곽이 속았다고 봅니다. 은재 아빠의 사과, 은재의 꾸준한 수업 태도, 완벽한 결과물, 그 뒤 명문대 진학까지, ... 앞의 단편들과 달리 너무도 순탄해서 불길한 느낌이 제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는 했으나.. 결국 순수를 믿은 곽도 속고 저도 속고 ㅎㅎㅎ 뭐 그랬네요. 다만 제게 진정한 반전은... 은재의 고급진 과자를 달게 받아서 씁쓸히 삼키고는... 곽이 곧바로 철저히 반성하고 보완하려고 빈틈 없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교육 현장과 인문학까지 삼켜버린 무지막지한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판하거나 쉽게 좌절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싸움을 찬찬히 준비한다는 점에서... 김기태 작가의 꿋꿋한 다른 주인공들처럼... 곽도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아....! 이 글을 보니 저는 너무 단순하게 (겉면만 인식하는) 읽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보편교양>이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도 받았었거든요. 다시 읽어 봐야겠어요. 근데... 인문학이 그런 식으로 소비된다 해도 다행이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이 끼어들 겨를이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곽의 뚝심(?)이 미련하면서도 멋져 보여요.
delispace님의 대화: 저도 곽이 속았다고 봅니다. 은재 아빠의 사과, 은재의 꾸준한 수업 태도, 완벽한 결과물, 그 뒤 명문대 진학까지, ... 앞의 단편들과 달리 너무도 순탄해서 불길한 느낌이 제게 스멀스멀 올라오기는 했으나.. 결국 순수를 믿은 곽도 속고 저도 속고 ㅎㅎㅎ 뭐 그랬네요. 다만 제게 진정한 반전은... 은재의 고급진 과자를 달게 받아서 씁쓸히 삼키고는... 곽이 곧바로 철저히 반성하고 보완하려고 빈틈 없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교육 현장과 인문학까지 삼켜버린 무지막지한 자본주의를 감정적으로 비판하거나 쉽게 좌절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싸움을 찬찬히 준비한다는 점에서... 김기태 작가의 꿋꿋한 다른 주인공들처럼... 곽도 참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저는 속인 사람도 속은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컨설턴트와 함께 입시 준비하고 있는 학생도 있고,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이래저래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보편 교양>이 고등학교 수업 현장을 그대로 녹여냈다고 느꼈어요. 은재의 수업에 관한 호기심과 입시를 위한 철두철미한 태도가 처음부터 제 눈에 들어왔어요. 곽 역시 열정은 있지만 자기만의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분류한다는 점에서 고3 담임교사인 제 지인과 비슷하고요. 그런데 @delispace 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었나 싶네요🥺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는 게 참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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