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뜬금없지만, 네이버 국어사전에 어른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요.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이라고 나오는데요.
어릴 때는 소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어른이라 생각했고, 그중에서도 다정다감한 분들을 보면 좋은 어른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상상)했던 것 같아요. 나이를 무기삼지 않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예의를 갖춰 친절과 다정을 건네는 분들이요. 근데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그 말도 맞긴 한데,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순수(순진 아니고요)함을 간직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분들이 좋은 어른인 것 같습니다. 이상과 현실을 적절히 오가면서 삶을 건강하게 일궈가시는 분들이요.
종종 하는 말이지만, 저는 나이를 먹는 건 시간의 누적이지, 인식의 누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세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려면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가야한다 생각하고, 거기에 필요한 게 책임감과 염치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상사를 겪었고,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존경하는 한 분이 계신대요. 안타깝게도 작년 말에 퇴사하셨던, 전 팀장님이에요. 지금도 종종 안부를 주고 받습니다. 그분은 좋은 어른이자, 좋은 리더의 모습을 골고루 갖춘 분이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비겁하지 않으셨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팀원들을 총알받이(?)로 내모는 비겁한 상사들을 너무 많이 만났거든요. 그래놓고 말들은 참 그럴듯하게 하지요(흥).
삶에서 좋은 어른을 만난다는 건 참 귀한 일인 것 같아요.
단 한명일지라도, 그런 분을 뵙고 나면, 뭐랄까.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라는 희망을 품게 되는데, 그 마음이 또 좋더라고요. 쓰다 보니까 팀장님 보고 싶네요(흑흑). 저희를 버리고(?) 가셔서 행복하십니까(흑흑).
[📕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연해
연해
그리고 저는 이 질문을 받고, 전에 기록해뒀던 이 문장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우선 한 권은 장강명 작가님의《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 속 문장인데요.
연해
“ 스스로 성인이라고 느낀다면, 성인이 된 날은 언제인가? 만 19세가 된 그날이었나? 아니라면 언제인가? 왜 그날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자신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살펴야 하고, '어른'이란 무엇인지 자신만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는 게 어른인지,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게 어른인지, 세상의 씁쓸한 면을 알아차리면 어른이 되는 것인지, 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당신의 답이 당신의 개성이다. 개성을 발전시킨다는 것은 결국 삶과 세계에 대한 관점과 견해-인생관, 세계관-를 쌓는 일이다. ”
『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작가의 마음가짐에서 시작해 소설과 에세이, 논픽 션과 칼럼 쓰기에 이르기까지, 기자에서 소설가, 에세이 작가, 논픽션 작가를 넘나들며 매년 꾸준히 2200시간 이상을 책 쓰기에 전념 중인 작가 장강명의 피가 되고 살이 되며 궁극에는 책이 되는 ‘30가지 실전 책 쓰기 기술’을 모조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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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다른 한 권은 정진영 작가님의 단편「징검다리」에서 읽었던 문장입니다.
연해
철딱서니라...... 저야말로 지금까지 철딱서니 없이 살아왔습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알아서 현명해지거나 어른이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 <징검다리>, 정진영 지음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 정진영 소설집JTBC 인기 드라마 <허쉬>의 원작 『침묵주의보』를 비롯해 꾸준히 장편소설을 발표해온 정진영 작가가 데뷔 13년만에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는 표제작을 비롯해 12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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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진
장작가님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군 요. 킵!
siouxsie
3)은 지워야 할 거 같아요....
제 경우엔 결혼해도 신혼부부 대출 받는 데 유리했지, 삶이 전혀 바뀌지 않았어요.
둘만 살 때는...............................셋이 되고.....애 셋이서 살려니까 죽겠네요.
(TMI지만 저도 '팀장'이에요! 15년째? 사실 회사가 너무 작아서 올라갈 데도 내려갈 데도 없고, 팀원도 저 혼자인? 거래처에서 재무팀 담당자 바꿔 달라면 저, 출강팀 담당자 바꿔 달라면 저, 많은 팀을 1인 체제로 꾸리는...제가 '저희 담당 직원에게 전달하겠습니다'하고 거래처에 다른 팀원이 있는 척 하고 전화 끊으면 직원들끼리 엄청 웃어요)
연해
하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 정의에 따르면 저는 아직도 어른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당당하게 "나는 어른이야"라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네요. 나이로는 어른, 어른스럽다는 말, 좋은 어른 등에 대한 정의가 여전히 어려워요.
근데 @siouxsie 님도 팀장님이셨군요! 멋있습니다.
팀원도 팀장도 수지님 혼자라고 하셨지만, 팀원들이 여러 명 있었어도 분명 좋은 리더가 되셨을 거라 (감히) 생각해봅니다. 그믐에서 수지님이 나눠주신 말씀들 읽을 때마다 그렇게 느껴요. 바르고 단단한 분이시라고.
다만 저는 두 분처럼 팀장은 못할 것 같아요. 사실 팀장님이 그만두실 때, 국장님에게 팀장직 제안을 받기는 했었는데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깔끔하게 거절했어요. 어릴 때부터 느껴왔던 거지만 저는 리더의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우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전면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카리스마 있게 누군가를 이끌지도, 때로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 대범함도, 타인의 비판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도 부족하더라고요. 겁도 많고 폐쇄적인 성향도 짙고요.
근데, 2인자(?)의 자리는 좋아합니다. 서번트리더십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흔히 섬기는 리더십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다른 사람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하인은 결국은 모두를 이끄는 리더가 된다'라는 것이 핵심인 이론이라고 해요. 지시나 명령 등의 통제 방식이 아닌 섬기는 자세를 취하면서 구성원들의 성장과 발전을 도와 구성원들 스스로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인데요. 저는 이 위치에 어울리는 사람 같더라는 tmi를 또 이렇게 과하게(ㅋㅋ) 전해보고 갑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면서 타인들을 응원하는 사람이고 싶어서요.
그리고 셋이 된 수지님의 가정도 늘 잔잔히 응원하고 있답니다:)
아린
올호~팀장님의 세계가 궁금해요..
저희 회사는?연차보다는 메니징 능력이 있는 사람이 메니저가 되고 뭔가 전문가 영역으로 남을 사람은 팀원 (혹은 스페셜리스트)로 남게 되요.
나이나 연차랑은 상관없어서 나이가 어린 메니저와 연차가 까마득한 팀원이 있기도 하고..그 상황이 딱히 서로 부담이 없는..상하관계라기 보다는 역할이 다르다?이런 느낌에.가깝기도 하고요..
작년에 디렉터가 이제 이 나이쯤 되었으면 메니징으로 갈지 스페셜리스트로 갈지 결정할때다..이렇게 이야기가 나왔는데..메니징 한다는게 팀과의 조율 팀원과의 협의같은게 필요한데..뭐랄까 나한테는.없는 능력이구나.. 뭐 그런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어요..
연해
오호, 제가 몸담고 있는 곳도 아린님의 회사와 방향성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희도 나름대로는(?) 수평적인 조직 구조라, 연차와 나이에 상관없이 개인의 성장(?) 욕구가 있다면 보직 이동이 꽤 자유롭거든요. 역할이 다르다는 말씀처럼요. 그래서 호칭도 수평적이고, 팀장이 됐던 사람이 다음 해에는 다시 팀원이 되기도 하는 구조랍니다. 국장도 마찬가지고요.
근데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에게는 팀장이라는 직책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학창시절 때부터 느껴왔던 것 같아요(반장은 어렵지만, 부반장은 잘 합니다). 아린님이 말씀하신 조율도 그렇고, 협의도 그렇고, 저도 그래요.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제 할일 하면서 팀을 같이 끌어올리는 역할이 저에게 더 어울리더라고요. 물론 좋아하기도 하고요.
siouxsie
오~그래도 부반장까지? 저는 부반장도 너무 부담스러워서 회계 부장?했어요...어렸을 때부터 물욕이?
그래서인지 지금도 회계업무를 하고 있어요(히라노 게이치로의 '분신'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저희 회사에서 이 일 저 일 잘 하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 별명이 '스티브 잡부'입니다. 심지어 본인이 지은 별명이에요..
스티브 씨 미안해요~!
연해
오옷, 역시 다재다능하신 수지님:)
회계업무도 담당하고 계시군요! 저는 그게 아예 제 (본)업무라 더 반갑습니다(하하핫).
'스티브 잡부'라니ㅋㅋㅋ 이 별명에 어떠한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꽤나 자연스럽게 잘 지어진 별명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죄송해요. 스티브씨!
장맥주
개념어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에 대해서는 그냥 뭐 사전에서는 저렇게 뜻을 풀고 있구나 정도로 넘기는데, 이번에는 한참 들여다봤어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문구에 뭔가 할 얘기가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니 책임을 진다는 정의는 볼수록 마음에 들었고, ‘다 자랐다’는 말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됐네요. 다 자란 사람만 책임을 질 수 있는 건가, 다 자라서 더 자랄 게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 자라지 않았고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책임지는 것이야말로 정말 어른만 할 수 있는 일이겠다 싶었어요.
한국 정치의 혼란이라든가 기후 위기, 인종 차별 같은 문제를 저지른 사람을 특정할 수는 없겠고, 어쩌면 가장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지금 살아 있는 인물이 아닐 수도 있겠죠. 그런데 누군가는 세상을 바로잡아야 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게 ‘어른들’의 역할인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요즘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없는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누적되면서 저는 체지방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인식의 누적은... 잘 모르겠고... 제 몸뚱이에는 책임을 져야 할 텐데요. ㅠ.ㅠ
연해
"다 자란 사람만 책임을 질 수 있는 건가"라는 문장에 한동안 머물러 있었는데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이들을 볼 때면, 괜히 마음이 아리거든요. 저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어리광을 욕심조차 내본 적 없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쓰다 보니 또 마음이...).
"누군가는 세상을 바로잡아야 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게 '어른들'의 역할인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라는 말씀에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저도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소위 말하는 '어른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포함이지요.
요즘 칼로리도 그렇고, 살에 대한 언급을 부쩍 자주 하시는 느낌인데요. 조심스럽지만 "인식의 누적은... 잘 모르겠고... 제 몸뚱이에는 책임을 져야 할 텐데요."라는 진지한 문장에 웃음이 터져버렸습니다.
괜찮아요, 작가님. 괜찮...으실 거예요? 작가님.
아, 이 말도 너무 무'책임'한 말일까요. 고민이 깊어지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채소가 양배추인데,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고 물로 잘 씻어서 먹으면 단맛이 난답니다(정말로요). 오늘은 이걸로 디톡스를...? (양파도 생양파 맛있어요, 냠냠).
siouxsie
제 주변에 제가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딱 한 분 계시는데, 저희 아이 돌보미 선생님이세요. 맞벌이 부부라 제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분인데, 이런 류의 질문을 받으면 항상 그 분이라고 대답합니다.
근데 불행히도 왜 그 분을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 분의 본성부터 우러나오는 '바름과 선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정말 모르겠어요. 세상을 모르시지도 않지만, 그걸 다 품으시는 태도라든가...그런데 약속은 철저하게 지키시고요. 설명이 정말 어렵네요.
아이도 선생님이 자기를 20살까지 돌봐 줘야 한다고 선생님께 선언하더라고요(어디서 최저임금으로 종신고용을 꿈꾸는가!!). 사실 이제 곧 5학년이라 혼자서도 잘 있 고 밥도 잘 챙겨 먹는 아이라 돌봄이 필요없지만, 아이도 선생님을 좋아해서 같이 있는 시간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을 정도예요. (제 욕심이지만 선생님의 인성과 삶의 태도를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에바가 아니라 이런 분이 세상을 구했어야 하는데....대신 저희 가족은 구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경진
훈훈~ 아이가 찐으로 좋아하는 돌보미 선생님 만나기 진~짜 어렵다던데요
siouxsie
맞아요~ 심지어 저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분입니다. 제가 전생에 나라 많이 구했나 봐요
연해
"그분의 본성부터 우러나오는 '바름과 선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정말 모르겠어요."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제가 생각하기에 인품이 뛰어나신 분들을 누군가에게 설명(이분이 얼마나 괜찮은 분이냐면 말이죠)할 때, 언어의 한계를 자주 느끼거든요.
그럴 때마다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직접 겪어봐" 정도? 이건 단순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천천히 오랫동안 옆에서 함께 지내야만 느낄 수 있는 감각 같은 것이라서요.
10살 친구의 당당한 선언도 너무 귀엽습니다:)
하느리
어른이라. 잘 모르겠어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지만 저 역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어른이라고 말하긴 좀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멋있다고 생각하는 성인의 모습은 있어요. 무슨 일이든 일단 하고 보는 사람,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으나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 저도 이렇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이경진
무슨 일이든 하고 보는 사람,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으나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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