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평론가님, 반갑습니다~~. 헉... <표백>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네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년이 한겨레문학상 30주년인데, 한겨레출판에서 기념 테마 앤솔러지를 만들어요. (어차피 한겨레출판 외에 다른 출판사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기획이라 미리 공개합니다. 홍보도 될 거 같고...) 수상 작가들이 자신의 수상작에서 모티프를 가져와서 짧은 단편을 쓰는 건데 청탁을 받고 고민했습니다. <표백>은 그냥 그렇게 끝나는 게 좋은 거 같은데 하고요. 저의 고민의 결과는 내년 초여름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우와... 정말 정말 기대되는데요. 같이 열광했던 대학 동기들과 모여서 읽기 모임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저도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심 이후가 궁금했는데...!!! 단편으로 나온다니 기다려집니다!!!
어... 관련이 있는 듯 없는 근미래 SF 단편을 쓸 거 같습니다. 기대하시면 아니되옵니다. ㅠ.ㅠ
헉! 궁금합니다. 기대하지 말라고 하시니까 기대감이 더 증폭되네요ㅋㅋㅋ 작가님의 SF 단편이라니 이미 좋은데요...ㅠ___ㅠ 다른 얘기지만 <문학인> 겨울호에 발표하셨던 <마지막 콘서트>도 설정부터가 너무 재밌었어요.
딱딱하고 좀 원론적인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네요. 소설에 관한 이야기도 해봅니다. 저는 49쪽에 나오는 “그의 마음을 계속 갉아먹은 것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거기에는 진짜 비통함도 있었지만, 사춘기 소년다운 감상 과잉과 자아도취도 섞여 있었다. 그런 센티멘털리즘이 망상의 토양이 되었다.”는 부분에 주목하게 됐는데요. 박종현이 자신의 불행에서 얻는 미묘한 쾌감 같은 것이 이후에 이어지는 “에반게리온은 ‘네가 겪는 고통은 특별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61쪽)다는 감상과 이어지더라고요. 밀란 쿤데라의 소설 <무의미의 축제>(민음사, 2014) 도입부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다르델로'는 자신의 병이 암이 아님을 이미 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상태이지만, 자기가 암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더군다나 암이 아니길 바랐지만, 아니라고 확인 받자 묘하게 실망하기도 하는데요. 행복뿐 아니라 남들이 가지지 못한 불행과 그 불행의 서사를 가졌다는 모종의 우월감(?) 같은 것을 누리려는 마음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신이 겪은 고통이 타인이 일상에서 경험하는 고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할 때보다, 확연히 달라 구분할 수 있고, 특별하기까지 한 것이라고 여길 때(혹은 그렇게 여겨질 때) 인정받고 위로받는 기분을 느끼는 것일까 싶기도 해요. 종현의 경우, 그를 둘러싼 가족 구성원인 아버지, 어머니, 형이 모두 각자의 불행 서사를 지니고 있고, 막내인 자신의 고통이, 양육자 및 형제에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좀 더 자신만의 불행이 가진 고유성과 특수성을 주장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일종의 인정투쟁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가 자기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려하는, 그래서 담담해 보이는 태도를 취할 때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과거에 겪은 어떤 고통들에 대해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그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다소 긍정하면서) 그건 결과론적인 접근이고, 겪지 않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기억들도 있는 것 같아요. 결핍이나 상처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하고요. 특히 어릴 때 기억은 성인이 된 후로도 꽤 강렬하게 남아 필터가 잘못 끼워지기도 하는데, 제 경우 그걸 바로잡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사실 지금도...). 좀 더 온건히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의 밝은 면을 괜히 (제가) 비뚤어지게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해서요. 불행 서사와 모종의 우월감, 고유성과 특수성이라는 연결고리에 갸웃했다가, 생각해 보니 그런면도 없지 않았겠다 싶어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됐습니다. 지나친 자기 연민은 독이라고 종종 생각하는데, 스스로를 측은해하거나 특별히 여기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겪지 않아도 되는 고통은 겪지 않는 게 더 좋지 않나 하는 말씀에 아주 격하게 동의합니다... 고통을 이미 겪은 후에 의미화하는 과정이... 따라붙는 것 같고요. 저는 자기를 객관화해서 바라보고 자기를 잘 이해하는 것에 집착해 왔었는데, 심리 상담을 받을 때 상담 선생님께서 자기연민이 굉장히 긍정적인 감정이라고 하더라고요. ㅜㅜ 그게 있어야 자기를 방어도 할 수 있다고. 조금이나마 고통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려는 종현이의 태도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것이 또 치유의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나쁘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자기를 측은해하는 감정도 (과도하지만 않으면) 중요한 감정 같아요! 덜어내지 마세요!
평론가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마침 요즘 결핍에 대해 종종 생각해 보던 찬데요. 연해님 말씀처럼 결핍으로 필터가 잘못 끼워지기도 하고, 그럴 가능성이 더 많고, 결핍으로 성장했다는 건 결과론적인 얘기죠. 종현이 에반게리온 덕후로 성장하며 겪은 것에는 (인정투쟁이라고 표현하신) 그 과정들이 전부 섞여 있는 것 같고요. 그럼에도 결핍이 삶에 기능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드는 요즘입니다. 머리가 커질대로 커져서 감내할 수 있는 결핍의 강도가 매우 약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 반갑습니다. 질문이 다 좋아서 책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배워갑니다! ㅎㅎ 결핍이 삶에 기능하는 부분이 있다는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생각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들로 인해서 종현이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감내할 수 있는 결핍의 강도가 매우 약해져 있다는 것에도ㅋㅋㅋㅋㅋ 저도 매우 동의합니다. ㅎㅎㅎ
(아! ;;; 질문은 수림문학상 수상 작가님들이 워낙 다양한 내용으로 공유해 주셔서 ㅎㅎ 저는 그냥 지나가는 중...)
평론가님의 글을 읽으니 종현이 월드 스탬프 랠리에 집착했던 이유가 좀 더 선명하게 와닿네요. 종현이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책에서는 유쾌하게 표현되었으나, 사실 저는 종현이 어떤 마음으로 일련의 과정에 임했을지 감히 추측조차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후반부 읽을 때 조금 울었어요🥺 가상의 인물인걸 알지만, 서른 살 이후의 종현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종현이 정도는 아닌데, 책모임에 맞춰 도서관에 책 빌리러는 촘촘하게 계획 짜서 상호대차해요. 비가 와도 눈이 와도 -14도여도 그날 꼭 빌려야 하면 도서관에 무조건 갑니다. 제가 운전을 못하는 관계로, 가끔 남편이 "이렇게 추운데 굳이 걸어가야 하니?"라며 차로 데려다 줄 때가 있긴 하지만요. 깜박하고 못 구하면 회사 옆에 있는 알라딘 가서 책 사 오거나, 전자책으로 사 봅니다. 책모임도 회사 일정 다 조정해서 웬만하면 가고요. 책관련된 일은 아이만 걸리지 않으면 어떻게든 다 갑니다. 근데 쓰고 보니 열정의 크기와 스케일이 종현과는 좀 다르네요. 데헷
하느리님께서 소설이 끝난 이후의 세계에서도 종현이의 행복을 바라주는 마음이 뭉클해요... 특히 장편소설은 읽고 나면 인물들이 다 아는 사람 같아요. 가끔 실존 인물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친구에게 얘기하다가 '나 아는 분 중에 그런 사람 있었다~?' 이러면서 얘기를 들려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소설 인물일 때가 종종 있네요...ㅎㅎ
맞아요, 그립고 짠하고. 그 인물에 한동안 젖어 살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작가를 만나고 싶고 팬이되고 그러는 건가봐요. ㅎㅎ
공감합니다.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궁금해서 질문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인물이 좋고 작품을 애정하는 마음이 작가를 좋아하게 되는 마음으로 넘어가는 그 과정(?)이 궁금해요! 저는 작품을 좋아하는 마음이 그것을 쓴 작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잘 연결이 안 되는, 혹은 오래 걸리는(여러 작품을 다 좋아하게 되어야 끝내 작가가 좋아지는) 사람이라 그런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늘 궁금하더라고요.
순수하게 독자였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작가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거 같아요. 이런 작품을 쓰는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 지금은 작가 되어서 다른 작품을 읽었을 때는 이런 작품을, 인물을 그리기 위해 이 작가 했을 노고가 그려져서 만나보고 싶다! ㅎㅎ 전자가 동경이라면 후자는 동료애? 일까요. 20대때는 장정일 작가를 좋아했는데 사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일부러 가지 않았어요. 환상이 깨질까봐서. 30대 는 @장맥주 작가님을 좋아했는데 훗날, 실제로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었냐면, '장작가님을 내가 작가가 되어 만나다니, 출세한 기분이다!' ㅋㅋㅋ 정말 출세한 기분이었습니다.^^
이 작품과 인물을 그리느라 분투했을 작가를 알아가고 싶은 마음인 것이군요!!!ㅎㅎ 장씨 성을 지니신 작가님들을 좋아하셨네요! 출세한 기분! 저도 뭔지 알 것 같아요!!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뵈었을 때는 김치찌개가 맛있었고 두 번째 뵈었을 때는 닭발이 맛있었습니다. 제가 영광이에요, 작가님. ^^
화제로 지정된 대화
● 일곱번째 질문 - 11/15 한달 전쯤 ‘좋은 어른을 찾습니다’라는 SNS 게시물을 봤습니다. 주변에 숨어 있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던 좋은 어른을 추천해 달라는 건데요. 각자도생이 아닌 상생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분, 타인에게 용기를 주고 성장을 응원하는 분, 역할과 책임을 묵묵하게 다 하는 분 같은 6가지 제안 기준도 있었습니다. 책 11장과 12장을 보면서, 어른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나이가 든 다음에 부끄러울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205페이지) 다큐 제작 과정에 대해 내비친 종현의 이 말도 몇 번을 다시 읽어보게 되고, 그랬습니다. 나이 먹었다고 다 어른인 건 아니라고 하잖아요. 에반게리온 같은 만화영화나 KPOP 덕후라고 어른이 아닌 것도 아니고요. 도대체 어른이 뭘까요? 어른의 역할은 또 뭘까요? '이 사람은 어른이다!' 주변에 그런 분이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담담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 좀 더 어른으로 느껴졌었는데요! 요즘은 제가 많은 일들에 지치고 무감해지게 되어 그런 것인지... 여전히 감정적인(긍정적인 측면에서요ㅎㅎ),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 그러니까 그러한 마음을 오랜 시간 지켜온 사람이 더 어른으로 느껴지기는 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하는 '덕후'가 (물론 과잉된 마음을 잘 조절하기는 해야 하겠지만) 예전에는 미성숙하게 보이기도 했었다면, 요즘은 좀 더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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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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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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