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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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어쨌든 대단한 '위업'인데 그래서 세상이 더 나아졌다거나 저 위업을 이룬 개인이 그 과정에서 대단한 드라마를 보여주지는 않았지요. 박수를 쳐줘야 할 일일까요, 혀를 차야 할 일일까요? 저는 이게 꽤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
본인한테 의미 있는 일이라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나 자신이죠. 굳이 타인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건 아니니까요. 물론 타인도 의미가 있다고 인정을 하며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교집합이 형성되는 일을 행한다면 제일 베스트이겠습니다만 ㅎㅎ... 장맥주님이 예시를 든 항목들은 해당 분야의 마니아들에게는 충분히 의미를 줄 수 있겠죠. 테트리스에 한 번 쯤 열중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끝판까지 깬다는 행위가 얼마나 대단한지 와닿을테니 그가 투입했을 노력이나 그의 재능에 경탄할 수 있을 겁니다. 유희왕 카드 챔피언십도 마찬가지겠죠. 저는 산악인들이나 프로 바둑 기사들(이창호, 조훈현 이런 원로 기사들)을 보며 저게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지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어른 세대가 테트리스 게임이나 유희왕 월드 챔피언십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이 아마 제가 산악인들, 바둑 기사들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릴 땐 도대체 왜 저 사람들이 TV에 나와서 명사 대접을 받아야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가슴 깊숙히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한 분야의 대가고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걸 한다는 그 자체가 대단하다, 이 정도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희왕 월드 챔피언십을 우습게 볼 수 있죠. 누구나 다 자신의 가치관대로 판단할 자유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 각자가 대중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우습게 보는 게 한 두개 쯤은 있지 않겠습니까. 저만 해도 정치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권력 의지만을 가지고 정치판에 기웃거리고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을 유희왕 월드 챔피언십 참가자들 보다 더 우습게 생각하거든요. (ㅠ.ㅠ) 주저리 주저리 썼는데, 의미라는 건 본인이 포함되는 것이 첫 번째고 타인과 사회의 판단은 부차적인 게 아닐까. 그리고 어떤 사안에 대한 가치 판단의 자유 또한 누구에게나 있으니 어떻게 판단하건 자유로워야 하지 않을까 정도가 제 생각입니다.
@블랙스완 님, 정성스러운 글 감사합니다. 두 글 다 잘 읽었습니다. 말씀대로 제가 이 주제에 좀 꽂혀 있습니다. 그 주제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해보려고 노력한 결과물이 <표백>, <열광금지, 에바로드>, <재수사>이고요. 내 삶의 의미와 가치는 나의 삶 내부에 있을까(주관적인 걸까), 아니면 나의 삶 외부에 있을까(객관적인 걸까) 하는 질문이라고 봐도 좋겠지요. 어느 쪽이라고 대답해도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 거 같습니다. 저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 삶의 의미는 자기가 정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는 누가 정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어물쩍 넘어가니까요.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를 내가 아닌 남이 정하는 것이라면, 내 삶의 가치는 내 외부에서 정해집니다. 역으로 내 삶의 가치가 모두 나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거라면 내 행위로 인해 남에게 피해가 가든 말든 내가 신경 쓸 이유가 없지요. ‘정신승리’하면 되니까요. 백보 양보해서 상식선에서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딜레마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요. 가족이 없는 사람이 자살하는 건 괜찮을까? 양귀비를 직접 키워서 아편을 제조한 뒤 혼자 먹는 건 좋은 일일까? 성인 간에 합의된 성매매는 괜찮을까? 당사자들이 합의하고 비밀리에 한다면 근친상간은 어떨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신종 동물 군락지를 발견한 다음 그 신종 동물을 그 자리에서 멸종시키는 건 어떨까? 이런 문제들에 대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라고 대답하려면 ‘적어도 어떤 가치의 기준은 내 삶의 외부에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블랙스완 님 말씀대로 삶의 가치의 기준이 외부에 있다고 인정하는 순간, 인간들 사이에는 우열이 정해집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별 가치 없는 인생을 산 사람도 분명히 생기게 됩니다. 그걸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지요. 제가 지금 나가봐야 하는데 내일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지난번에 주신 질문에 방금 겨우 답을 했는데, 또 다른 딜레마가 이어지는군요(으악). 개미지옥인 것인가... "삶의 가치의 기준이 외부에 있다고 인정하는 순간, 인간들 사이에는 우열이 정해집니다."라는 작가님 문장을 읽고, 얼마 전에 읽었던 책에서 제가 딜레마에 빠졌던 부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조금 샛길로 빠져보겠습니다). 이어지는 문장은 책의 일부입니다. - "의료 기술이 눈에 띄게 진보하면서 이제는 유전자상 난치병과 장애가 몇 가지 범주로 분류되어 무엇을 얼마나 치료해야 할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 것이 우생 사상 아니냐고 묻는다면, 구할 생명과 구하지 않을 생명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든 선을 긋는 것이니 분명히 우생 사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급격한 변화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단순하게 '우생 사상이라니 당치도 않다.'라고만 외치는 것이야말로 외려 사고를 멈추는 것일지도 모른다. 차별 문제 역시 단순하지 않다. 차별과 관련한 심리는 위와 아래, 동료와 적, 흑과 백 같은 단순한 이항대립이 아니다. 나는 예전에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UN 조직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실로 다양한 방향으로 일어나는 차별을 보아왔다. 소수자라고 해서 다른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소수자가 다른 소수자를 공격하는 장면도 많이 목격했다. 인종차별에 무척 민감하면서 젠더 문제와 성적 소수자 차별에는 둔감한 사람도 있었다. 얼핏 어떤 차별도 하지 않는 열린 사람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저 자신과 다른 속성을 지닌 타인에게 무관심할 뿐인 사람도 있었다. 차별과 편견을 나타내는 지도는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에서 '우생 사상과 향상심이 뭐가 다를까?'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저는 이 구분을 명확하게 나누기가 어렵더라고요. 더 좋아지고자 하는 마음(흔히 자기계발이라고 하는 것도 포함될 테지요)이 비단 나쁜 것일까? 그걸 추구하는 게 우생 사상일까? 싶은 거죠. 다시 "삶의 가치의 기준이 외부에 있다고 인정하는 순간, 우열이 정해진다"는 작가님 말씀으로 돌아가보자면 그 우열이라는 게 결국 하나의 틀을 두고 가리는 건데 그 틀을 만드는 주체가 누구이냐에 따라,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계속 딜레마였어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응의 방식도 달라지고, 그럼 더 높이 평가되는 가치 또한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다만 올려주신 여러 사례는... 차마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심스럽네요. 조너선 하이트의『바른 마음』에 등장했던 생닭 비유처럼, '으악'하는 직관적인 거부감이 올라오는데, 이건 단순히 감정이라서 명확하게 이유를 대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냥 싫어요"는 타당한 이유가 되지 않을 테죠. 필력이 부족합니다(흑흑).
다섯번째 질문에 대한 생각들을 흥미롭게, 집중력을 발휘해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저는 모임 끝날때까지 답을 못 쓰겠지만 T.T 이번 기회에 생각을 더더더 해 볼 요량...
와, 늘 그렇지만 고민이 담긴 정성스러운 글 이번에도 잘 읽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도 잘 추천 받았네요. 연해님의 필력이 부족하지 않고, 저도 질문을 던지긴 던졌지만 답은 못해요. 저 역시 직관적으로 거부감이 드는데, 그 거부감이 방 안의 코끼리처럼 자리 잡고 앉아서 제가 어느 쪽으로 생각을 전개하든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연해님이 적어주신 ‘우생 사상과 향상심이 뭐가 다를까’ 하는 질문도 대답하기 곤란한 건 마찬가지이고, 저는 사실 두 질문이 같은 딜레마의 다른 표현형 아닌가 싶습니다. 이 질문이 불편하게 건드리는 지점은 아마도 우리가 어릴 때부터 교육 받았던 평등 사상인 거 같습니다. 모든 인간은 (각각 동일하게) 존엄하다는 인권 개념이요. 그 개념을 다소나마 허물지 않고 논의하는 게 마치 곡예 같아 보입니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동일하지만 그의 삶의 가치는 모두 다르다든가, 인간의 존엄성은 과거에 한 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미래의 잠재력에서 나온다든가 하는 논리로 저 딜레마를 피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계속 고민해보고 싶은 주제예요.)
저도 연해님 글을 감탄하며 읽었는데요. 어제 안그래도 어떤 철학 논문 토론 모임에서 토마스 네이글의 '박쥐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논문을 읽으면서 주관적 경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가졌는데요. 이게 단순히 물리신경학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시공간적 관점, 내부와 외부의 차이 등 주관과 객관 간의 긴장 속에서 단순히 바깥 세계에 대한 인식 뿐만 아니라 내면적 윤리학적 가치나 자율성, 자기 의지 등의 주제로도 넘어갔고 지금도 아직 그 주제에 대해 고민 중인데요.. 소설 라쇼몬이나 영화 Arrival (테드 창의 소설 기반 영화) 등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여러 작품들도 제가 좋아하는 주제의 소설인데 아마 저와 너무 다른 입장이나 성격 태도 등의 가족 및 친구들과 지내다보니 제가 항상 고민했던 것인 듯 합니다. 이런 범생명적 범우주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과연 내가 과거의 내 자신과 다른 외부 환경 뿐만 아니라 다른 내면 세계/구조를 지닌 채 어느 정도 그 인식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이 소설을 읽고 여러분들의 레트로 갬성 넘치는 얘기를 읽으면서 추억에 빠지지만 과연 내가 그 당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이건 어느 정도 현재 시점의 내가 바라보는 과거의 기억에 입각한 것이지 실제 과거의 경험에서 느낀 것과 많이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실제로 에반게리온도 그렇고 데미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도 그렇고 아마 사춘기 때 접한 작품들이 커서는 전혀 다르게 와닿는 경험들을 많이 느끼실텐데요.. 사춘기 아들을 키우면서 제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얼추 더듬어보면서 그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나 자신의 과거의 내면도 현재로서는 어렴풋이 그것도 아마 왜곡된 모습으로 기억하는 내가 지금의 내 아이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순간의 모든 생명을 이해하기는 커녕 나 자신 안에서도 다른 시공간에서의 나를 인지하기 힘든데 이런 간극이나 모순 없이 일관된 윤리적 가치를 내리는 게 불가능한 것임을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통합된 가치조차도 다양한 관점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AI만 깰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이번 소년의 성공으로 디지털 시대 인간의 잠재력도 열려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 같습니다."라는 기사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 깊습니다. 인간승리의 한 대목 같아서요. 저에게는 꽤 어려운 질문이라 답변하기까지 생각이 길었는데요. 우선 "게임에 푹 빠지는 행위라도 다 똑같이 취급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변드리고 싶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경제적 자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영위하며 사는 건 또 다른 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거라 생각해서요.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게임을 병행하는 것과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게임만을 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테트리스가 끝판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는데, 저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타인의 인정보다 자기만족 선이라면 더더욱이요.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하는데, 예시로 주신 여러 사례들도 마찬가지라 여겨집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것들 중에도, 남에게는 무용하다 여겨지지만("그거 해서 뭐 할래?"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저에게는 돈도 시간도 아깝지 않은 것들이 꽤 많은데요. 웃겨 보이는 것도, 우습게 보는 것도, 결국은 다 자신의 가치관 차이 같아요. 저도 우스꽝스럽거나 촌스러워보이는 저만의 철학 같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타인을 그렇게 바라보지는 않거든요. 다만 저를 그렇게 바라보시는 분들은 꽤 겪어왔는데, 이제는 그걸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그러려니 합니다. 사실 차분하게 말씀드리려 해도, 잘 듣지도 않으시더라고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 저를 (본인의 방식대로) 교정하려 드는 것 같아 불쾌할 때도 많았고요. (남들이 보기에 중요하지 않다 여겨지는) 한 가지 주제를 갖고도 자주 진지해지는 덕분에 1시간에 끝낼걸, 몇 날 며칠을 붙잡고 골몰하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궁리하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구체화시키면서요. 저는 그걸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도 좋아해요. 하지만 여기에 제 나름의 전제와 규칙은 있습니다. 자신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죽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가치관 형성, 경제적 활동과 본인의 건강, 사랑하는 이들과의 관계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 타인의 인정보다는 그냥 제 성향이 그래요. 책임감 있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들의 열정이 제 눈에는 자주 빛나는 것 같고, 그런 진지함을 좋아합니다. 연구적인 사람이라 생각하거든요. 근데 <열광금지 에바로드>의 종현이 랠리를 완주한 건 응원하지만, 종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실제로 제 지인이라면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아요. 좀 재수 없...? 특히 여자를 대할 때요. 묘하게 기만적이라고 말하던 휘영의 말에 공감합니다.
혹시 방에 틀어박혀 열심히 게임을 해서 게임 아이템을 팔아서 돈을 벌면, 그래서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폐를 끼치지 않으면 괜찮은 걸까요? 그러면서 자신은 게임으로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얻는다고 주장한다면 다른 사람은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실제로 그런 사람이 꽤 있다고 하거든요.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702140461897124 https://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60475
제가 저 댓글을 달 때 '뒷바라지'라는 전문용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경제적 지원이라고 썼는데요. (으아~~~그거 사전!!!!) 히키코모리가 스스로 청소도 잘하고 밥도 잘해먹고(장보기, 요리하기,설거지 등) 빨래까지 본인이 하는 경우는 거의 못 보거나 못 들었어요. 저걸 다 하는데 단지 밖에만 안 나가는 걸 히키코모리라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혼자 독립해서 방에 틀어박혀 사는 건 좀 다른 문제지만 가족과 함께 살면서 히키코모리가 되는 건, 물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가족을 만성적 불안에 빠뜨려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을 고통의 장소로 만드는 것 같아요(이게 제일 큰 문제). 일단 대화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간으로서의 교류 단절은 항상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그게 특히나 사랑하는 나의 아이라면....울어도 됩니까? 물론 여러 가지 말 못할 이유가 있을 테고, 나오려고 하지만 못 나오는 이들은 지금 이 댓글처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객관적인 평가와 무관한 주관적 가치 창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사실 뭘 하든 관여할 바가 아니죠. 다만 신종 마약 제조 및 유통과 같은 범죄 행위는 지양되어야 하겠지요. 우리 사회가 왜 그 많은 법률 조항들을 만들면서까지 범죄 행위를 막고 처벌하려하겠습니까. 범죄가 사회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죠. 히키코모리의 삶은 평가하기 쉽지 않은 것이 그 행위가 당사자들의 삶에 대한 사투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삶에서 의미를 찾으려면 인간관계를 통해 사랑을 주고 받거나 인정을 받고 일을 통해 성취감과 경제적 보상을 얻어야 하는데 히키코모리는 어떤 피치 못할 이유로 인간관계와 일을 포기하죠. 이제 남은 것은 취미 즉 재미를 추구하는 삶뿐이고 히키코모리는 그 행위를 극단적인 방법으로 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릴 것 같거든요. 하지만 이 행위가 타인, 특히 가족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도덕 또는 윤리를 침해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는 선에서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쓸 데없어 보여도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선 안 되죠. 그렇기에 마약 제조는 불법 행위라서 인정될 수 없습니다. 히키코모리를 부정적으로 볼 계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손실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범죄자보다는 낫지 않나 싶습니다.
'객관적인 평가와 무관하게'라는 말은 가치 판단의 기준을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둔다는 말이지, 보편적 도덕률까지 무시한다는 말은 아닐 것 같아요. 물론 '보편적 도덕률'이라는 말 자체가 매우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말이지만요. 신종 마약의 경우는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사회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객관적 평가고 뭐고 간에 보편적 도덕률에 어긋나는 게 확실해 보입니다. 그러나 히키코모리는 어떨까요... 제 생각에 다수의 히키코모리는 본인이 원해서 방 안에서 침잠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나 상처로 인한 도피인 경우가 많죠. 그렇다면 그건 객관적 평가와 상관 없이 주관적으로도 가치를 두기 힘든 일일 겁니다. 다만, 정말로 본인이 원해서 방 안에 틀어박혀 자신만의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면(그게 컴퓨터 게임에서 레벨업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끝없이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그것은 남들의 평가와 상관 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분야에서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예전에 마르셀 프루스트 전기? 뭐 그런 비슷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방 안에 스스로 감금되다시피 해서 사유하고 사색하는 기록이 있더라고요. 물론 이 분도 병적인 이유이긴 했습니다만... 예를 들어 주신 두 가지 경우 중 앞의 것은 주관적 가치로도 볼 수 없을 것 같고, 히키코모리는 캐바캐인 것 같습니다. 이런 독특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냥 인생에서 생각해 본다면 객관적 평가보다는 주관적 가치를 우선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객관적 평가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가 어려우니까요. 외부와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가치 기준이 뚜렷이 서 있어야 하고, 만일 자신의 가치 기준과 외부 세계의 기준이 충돌한다면 주관적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치는 주관적인 것이라고 늘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일본이며 영국까지 가는 저를 미쳤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얻는 활력과 기쁨, 행복은 저 말고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저 같은 덕후를 만나면 덕질하는 분야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그냥 응원합니다. 행복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도 건강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법을 위반하는 경우는 가치 있다 생각하지 않아요. 마약은 사회를 어지럽히고 히키코모리는 부양하는 가족을 힘들게 하잖아요.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네요.
문학을 꿈꾸던 습작생 시절 소설이란 저 자신에게만 가치가 있을 뿐, 경제적으로는 가치가 떨어지기에 주변에서 모두 말리고 반대했어요. <열광금지, 에바로드> 읽는 내내 습작생 시절이 떠오르고 유독 더 깊은 공감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저와 종현 모두 뜻하는 바를 이루었기에, 어떤 일이든 스스로 가장 행복하고 살아 있는 기분이 들게끔 만드는 일을 계속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일에 타인에게 피해가 된다거나 자기 자신을 가해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안 하는 게 옳죠. 예로 들어주신 마약 유통과 히키코모리의 삶 모두 스스로에게는 행복일지 몰라도, 타인과 자신의 존재에 결국 위해가 되는 일이기에 전혀 괜찮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평가와 무관하게 주관적인 가치를 만들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할것 같은데, 이걸 오래 지속하는 일은 쉽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은 자주 합니다. 이럴 수만 있다면 인생이 얼마나 자유로워질까 싶지만, 혼자 만족하는 가치는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고,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서로 응원이 되어주는 형태면 좀더 오래 갈수 있을까 상상해봅니다.
당연히 객관적 평가와 무관하게 주관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작가님들께서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탈고하는 한 권의 책이 그 사례 아닐까요. 객관적 평가와 무관하게 글자마다 문장마다 부여한 주관적 가치는 불변일 것 같습니다. '가치 있다'는 말은 의미, 중요, 귀함 등을 내포하여 사용되는 긍정의 말이기에, 사회규범과 윤리.도덕성에 어긋나는 일들과 함께 쓸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히키코모리의 삶은 살아가는 방식으로 생각되기에 은둔형 외톨이의 삶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명확하게 부여하고 있는 긍정적 가치가 있다면 객관적 평가는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제 은퇴 후 로망이 은둔자의 삶을 살며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것이라..ㅎ
이런 주제가 논의될 수 있게 질문을 던져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장 작가님의 에바로드 뿐 아니라 재수사나 다른 글들에서도 이런 주제를 꾸준히 다루어 주셨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도 계속 고민하는 화두인데 이게 모두에게 정답은 없겠구나, 자신만의 정답에 가까운 어떤 결론을 찾아야 하는구나 정도의 감만 잡고 살고 있습니다. 1-1. 저는 [가치(의미)가 있는 일일까요] 라고 라고 묻는 것 자체에 가치 판단이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큰 틀에서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이가 살아가는 인생에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가치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인생의 우열을 판가름하는 것 아닌가 해서요. 단, 타인(가족도 포함)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으려면 본인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완연히 독립될 수 있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이 이뤄진 이후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주변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딛고 일어설 수 없는데 본인이 원하는 길을 걷겠다는 건 저의 가치관에는 맞지 않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독립된 한 개인이 된 이후엔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한 뭘 하고 살건 그 개인의 자유이며 그 개인만의 가치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1-2. 만약 가치(의미의 여부) 판단으로 여러 인생을 줄세우기를 시작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 판단 기준이 경제적 파생물의 유무와 크기인 것인가? 금전이 아니라면, 기존 역사적으로 흘러 내려오던 가치관, 윤리관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우열을 나눌 수 있는건가? 그럼 그 기준은 어느 정도에 그을 것인가?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보니 아주 명확한 선을 긋고 그 외엔 가치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하는게 아닐까 에서 멈춰선게 저의 현재까지의 가치관입니다. 1-3. 신종 마약을 만들어 유통시킨다 ⇒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니 해선 안 될 행위(물론 마약을 투약하는 걸 본인 스스로의 판단이라 할 수도 있지만 여기선 논외)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평생 히키코모리의 삶은 보낸다 ⇒ 본인이 경제적, 생활적 독립이 되지 않은 채 가족 등 타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해선 안 될 행위. 단, 모든 영역에서 독립되어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존재인데 은둔의 삶을 보내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 2-1. 소위 말하는 사회적으로 누구나 인정할만한, 통용될만한 수준의 가치를 창출해야 의미가 있는 삶이라면 많은 지식인들이 찬양하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는 이 관점에서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다른 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2-2. 로봇이나 AI로 대체될 수 있는 직군의 종사자들은 무의미한 삶을 사는 것인가? AI의 침공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20-30년 뒤엔 과연 인류 중 몇이나 가치 있는 삶을 살아낼 것인가? 그러면 AI의 발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몇 몇 을 제외하곤 전부 무의미한 삶을 사는 것인가? 3. 애초에 인간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해서 탄생했는가? 이런 화두를 잡고 끌고 가다보면 결국 탄생까지 올라가게 되게 되는 것 같은데 '왜 이 땅에 태어났는가' 를 예전엔 생각했었다면 요즘은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것 같이 그냥 내던져진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만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 그건 타인의 자유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라면 무엇이든 가능한게 아닐까 정도로만 결론을 냈고 종현 같은 삶도 참 괜찮은 거 아닌가 라고 전 생각합니다. 4. 내가 찾은 길이면 괜찮은데 남들이 좋다고 한 길을 따라가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게 가장 아쉬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사회가 내려준 가치 판단에 맞춰 길을 가다가 뒤늦게 이게 아닌데, 하고 후회하는 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이것도 저의 관점일 뿐 정답은 없겠죠..) 살면서 많이 하는 고민들인데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합니다.
@블랙스완 제가 요 며칠 마감하느라 바빠서 글을 못 썼네요. 죄송합니다. 1-1. 저도 [가치(의미)가 있는 일일까요]라고 묻는 질문 자체에 가치 판단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질문에 가치 판단이 들어갔으니 함정이다, 혹은 자기모순이다’라며 저 질문을 기각할 수 없다는 게 모든 인간의 처지인 거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인간들이 삶과 세계가 지닌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고 살 방도가 없습니다. 저희는 무생물이 아니잖아요. 낮은 수준에서라도 ‘무엇이 내 삶에 보다 나은 일인가’를 따지고 그걸 행동에 옮깁니다. 매 순간 그런 결정을 합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습니다. 의식은 하지 못하더라도 이때 ‘굶어서 허기를 느끼는 삶보다 포만감을 느끼는 삶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고, 그 판단을 행동에 옮긴 것이지요. 사실 우리는 매 순간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 죽는 과정의 고통도 무릅쓸 만하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자살을 합니다. 자살이야말로 진지하고 근본적인 철학적 문제라고 한 카뮈의 말은 문자 그대로 옳습니다. 그 철학적 문제에 우리는 매 순간 뭔가 답변을 합니다. 정교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답변이 아닌 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A)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말과 (B) ‘다른 이가 살아가는 인생에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가치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인생의 우열을 판가름하는 것이니 나는 피하겠다’는 진술은 양립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A)와 (B)는 모두 삶과 세계에 대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강하게 표현하는 주장이지요. 그리고 모순됩니다. (A)를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B)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A)라는 가치판단의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의 자유를 멋대로 침범하는 사람들에 대해 가치관 (A)를 지닌 사람은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나 법,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행동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더라도, 판단은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A)는 그의 삶과 세계 전체에 적용되는 기준이니까요. 그런 사람이 ‘나는 모순을 껴안고 살겠다, 매사에 일관성을 지킬 필요는 없다’는 가치관 (C)를 더해서 살 수도 있겠습니다. 이 경우에도 그는 가치관 (C)를 지니고 살면서 여러 가지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되고, 그 자신이 모순을 껴안거나 일관성을 지키는 기준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 기준은 ‘내 한 몸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든가 ‘귀찮아질 거 같으면 (A)보다 (B)를 우선시한다’ 등이 될 수도 있겠지요. 실은 저 역시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다만 (A)와 (B)가 모순 없이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틀린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은 (A)와 (B)의 모순된 결합이 지금 다양성을 중요 가치로 삼는 세속 민주주의 세상의 밑바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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