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진님의 대화: ● 다섯번째 질문 - 11/9
모임의 다섯번째 질문은 저자, 장강명 작가의 두 번째 질문입니다.
저는 가끔 “『열광금지, 에바로드』가 『표백』에 대한 나름의 답변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재수사』도 『표백』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표백』의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달립니다. 반면 『열광금지, 에바로드』는 다른 사람의 평가와 상관없이, 아무리 시시해 보이는 일이더라도 자기가 열심히 하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객관적인 평가와 무관하게 주관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신종 마약을 만들어 창조적인 방법으로 유통시키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일까요?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컴퓨터게임에 몰두하며 한 평생을 보내는 히키코모리의 삶도 당사자가 주관적으로 가치 있다고 믿으면 괜찮은 걸까요?
문학을 꿈꾸던 습작생 시절 소설이란 저 자신에게만 가치가 있을 뿐, 경제적으로는 가치가 떨어지기에 주변에서 모두 말리고 반대했어요. <열광금지, 에바로드> 읽는 내내 습작생 시절이 떠오르고 유독 더 깊은 공감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저와 종현 모두 뜻하는 바를 이루었기에, 어떤 일이든 스스로 가장 행복하고 살아 있는 기분이 들게끔 만드는 일을 계속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일에 타인에게 피해 가 된다거나 자기 자신을 가해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안 하는 게 옳죠. 예로 들어주신 마약 유통과 히키코모리의 삶 모두 스스로에게는 행복일지 몰라도, 타인과 자신의 존재에 결국 위해가 되는 일이기에 전혀 괜찮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