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예전에 정이현 작가님 책에서 '김일성이 죽었다.'로 시작했던 책이 있었어요. 책 제목은.....험험 제 동생은 김정일과 생일이 똑같다고 엄청 놀렸었는데...
엄청나게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낸 것, 산업화와 민주화의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를 목격한 것, 대중문화 황금기에 청년기였던 것, 인터넷-스마트폰-소셜미디어 시대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것 등등이 제 삶과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믿어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동갑내기들은 교육계통에서 굵직한 사건을 다수 겪었어요. 실험적인 입시 정책으로 인해 손해를 많이 봤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를 탓하고 싶진 않아요. 어떤 일을 겪었든 저는 지금 현재 모습으로 수렴했을 것 같거든요.
"한강" 책과 더 열심히 가까이 살아야겠다는 의무감이 듭니다..ㅎ
시대의 영향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IMF를 겪은 세대와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겪은 세대가 체감하는 게 서로 다르거든요. 아무래도 IMF는 워낙 한국 현대사에서도 굵직한 사건이다 보니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만,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먼 나라 얘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나비 효과가 되어 알게 모르게 각 가정에 침투한 영향이 있을 겁니다. 두 번의 경제 위기에도 거뜬한 분이 계시다면… 부럽네요. 🥹
안그래도 IMF와 2008 금융위기의 차이에 대해 지금 책을 읽어보니 IMF 때는 우리나라가 직접 타격이 큰 것 뿐 아니라 중간층이 얇아진 시점인데 반해 2008년은 선진국발 금융위기인데다 국제무역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는 수출/대기업 고임금노동자들의 소득이 하락되는 차이가 있었다고 하네요. 지리적 요인도 있겠지만 중산층이 얇아지는 게 더 와닿을 것 같아요. 전 아직도 주식도 안 하고 있어서;;
저는 제가 태어난 연도가 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990년 백마띠의 해에 태어났는데요, 여기에 대한 설명은 나무위키에 나온 내용을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1990년은 백말띠의 해라 하여[21] 이때 태어나는 여아는 팔자가 드세다는 일제강점기에 토착화된 미신이 나돌고 있었으므로, 116.5:100이라는 기록적인 최악의 성비를 기록했다. 1990년 음력 1~2월(양력 2~3월)에 태어난 여자아이는 음력 1989년 12월로 일찍 출생신고를 하기도 한 경우도 있었으며, 1990년 음력 10~12월(양력 11~1월)에 태어난 여자아이는 음력 1991년 설이나 1991년 입춘까지 묵혀두다 출생신고를 하고는 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절대적으로 많다. 그래서인지 1991년 2월생들은 이례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 이 외에도 <90년생이 온다> 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기성세대에게 90년생이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보니 (지금은 MZ세대로 화두가 옮겨간 지가 꽤 되었지만요) 무언가 세대와 시대를 구별하는 분기점에 태어난 느낌을 자주 받곤 합니다.
저는 79년생이어서 딱 1년 차이도 안 나는 80년생 친구에 비해 노땅 취급을 당하던게 생각나네요. 그리고 남동생은 책주인공과 같은 83년생.. 저희 둘다 전형적 intj와 intp여서 남들이 그 당시 뭘하든 별로 신경 안 쓰는 부류라 당시 시대의 흐름을 그렇게 많이 인식하진 않았지만 그만큼 개인주의 성향도 강하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지는 덕후 기질이 강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스몰 웨딩도 많고 한다던데 전 그냥 도장만 찍자고 한 거 그나마 예물 예단 폐백 스튜디오촬영 다 생략하는 걸로 쇼부 보고 애들 백일이나 돌잔치도 다 스킵할 정도로 그당시 기준으로는 돈 쓰거나 겉치장이나 행사에 신경을 안 쓰던 마이페이스 인물이라.. 지금 되돌아보면 없는 살림에 결혼할 때 이것저것 다 뻑적지근하게 하는 걸 보면 신기하던데.. 갈수록 그런 허례허식이 줄어들어가는 건 좋은 것 같습니다. 대신 요즘엔 정작 평상시엔 쫄쫄 굶다가 sns에 올리는 공유하고 보여지는 플렉스가 좀 쎄다던데.. 다행히 전 sns 활동이 미니멀하고 선택적이어서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mz 세대 유머를 보면 다들 대화보다는 스마트폰, 글고 남들 얘기가 아예 안 들리게 귀에 아이팟이나 큼지막한 헤드폰 꽂고 있어서 더욱더 남들에게 신경을 안 쓰는 경향이 강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들었어요. sns에 보여지는 자기 표현은 잘하는데 남의 얘기는 듣지 않으려고 하는, 아니면 잘 이해를 못하는 그런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년 단위는 아니고 가끔씩 일제시대나 한국전쟁 시기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노비 신분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도요. 년 단위로도 학창시절엔 입시제도 변경, 취업시절엔 금융위기 등 제가 어쩔 수 없는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었네요.
@하논 님의 글을 읽고 많이 공감했는데요. 흔히 mz를 대표하는 기준점이 90년대생 같더라고요. 저는 90년대생이자, 90년생이기도 해서 더 격동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백말띠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였어요. '백말띠의 여자아이들'이라는 타이틀을 유독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드세다'는 말도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90년생이 갖는 하나의 이미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그게 싫지 않았아요. 나름 재미있기도 하거든요. "세대와 시대를 구별하는 분기점에 태어난 느낌을 자주 받곤 합니다."라는 @하논 님의 말씀처럼요. 느끼는 바는 다 다를 테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점을 고루 겪은 것 같거든요. 놀이터에서 흙장난했던 저의 어린 시절을 지금의 아이들은 잘 모를 테지만(혹은 시시해하거나), 그 시기를 겪을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갑자기 그네타고 싶네요(쩝...).
오홍~ 우리 띠동갑이었군요! 전 말은 영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말띠인 거 좋습니다(근자감). 저희집에서도 제가 말띠인 거 좋아해요. 요새 같은 세상엔 역마살도 능력이라고 부모님이 엄청 추켜세우셨어요. 드센 것도 이상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마 걱정 안해도 혼자 잘 살거 같아 그런거 같아요. 그리고..두둥 홍콩 갔더니 여자 말띠가 좋은 띠라면서 완전 인기 만점이더라고요.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서 ㅎㅎㅎㅎ
참고로 김새섬 그믐 대표도 말띠입니다. 백말띠는 아니고 황말띠라고 하네요. tmi. ^^
저도 30대까지 백말띠인 줄 알고 살았는데...아니더라고요. 백말띠가 여자한테 젤 안 좋다는 얘기 들으면서 살았지만(모두들 잘 살고 있다!!!!), 그렇게 말하든가 말든가 신경 안 썼던 거 같아요. 흰말이 예쁘잖아요. ㅎㅎㅎ 예전에 대표님이 말띠라는 얘기 듣고 혼자 '역시 말띠가 최고야!' 라며 좋아했었어요. 왜?? ㅎㅎ 2002년 말띠이고 싶네요..충격적인 건 그들도 이미 성인
@siouxsie 님이 그럼 저와 동갑이신 걸까요? ^^
2002년생이신가 봐요!!
억! 세대가 다른 띠동갑이네요. ㅋㅋ 1990년생의 띠동갑이라 하셔서 전 위로 생각했네요ㅋㅋㅋㅋ 전 78년생이에요 😅
제 아들이 2014년생이에요 ㅎㅎㅎ(어쨌든 비밀로...)
으아아, 내적 친밀감이 쑥쑥 올라갑니다. @siouxsie 님도 말띠셨군요! 심지어 띠동갑! 어쩐지 수지님이랑 은근히 잘 통하는 것 같더...(저만의 착각일지도) 근데 저는 오히려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어요. 당사자인 저는 정작 말띠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았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이제는 (하얀 말이라) 특별하다는 생각으로 좋아합니다. 그리고 혼자 잘 살 것 같다는 말씀은 정말 동의해요. 지금의 제 모습이기도 하니까요. 흔히 혼자 사시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는 적막이 쓸쓸하다고들 하시던데요. 저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집에 갔는데, 사방이 조용하고 불도 깜깜해. 세상에 나 홀로 있는 느낌, 근데 그 불을 내가 켜. 대박! (쓰다보니 살짝 이상해 보이기도ㅋㅋ) 어쨌든 혼자 살고부터 삶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가끔 (낯선 이들 때문에) 무섭긴 하지만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점을 고루 겪은 것 같다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90년대부터-빠르면 80년대 후반부터- 지금 MZ라 불리는 세대의 기준점인 것 같아요. 물론, 이제는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매우 다양해져서 한 세대를 통틀어서 묶는 거에 무리가 있는 것 같지만요. 그런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사람들은 과연 하나만 경험한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경계에 위치해 있다는 게 한편으로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다른 한 편으론 멋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무엇을 해낼지...
음, 제가 90년생을 대표해서 답을 드리기는 어렵겠지만, 제 경우만 보자면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은 것 같아요. 하나만 알았다면 그 세계가 전부라 생각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막연하게나마 상상(혹은 아쉬워)했을 것 같은데, 둘 다를 경험하면 그 둘 중 어떤 것이 저와 잘 맞았나를 스스로 정립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도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면만 쏙쏙 뽑아서 커스터마이징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아날로그와 디지털도 마찬가지 같아요. 적절히 조합해서 제 삶에 녹여내는 게 재미있습니다. 뜨개질을 좋아하지만 옷을 사 입습니다. 손글씨를 좋아하지만 손편지를 자주 보내지는 못 하죠(보시다시피 글을 쓰다보면 자꾸 길어져서 긴 분량을 손글씨로 쓰면 생각하고 있는 게 다 날아가버릴 테니까요). 전자책을 읽지만 좋이책도 좋아합니다. 전자책으로 읽고 싶은 책과 종이책으로 읽고 싶은 책이 나뉘어요(이것도 제 기준이 있고요). 어떠한 변화를 맹복적으로 좇는 것보다 제 성향을 파악하고(연구하면서), 구체화시켜 취향을 찾아가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면에서 격동의 시기를 거쳐 두 가지를 골고루 경험했다는 건 적어도 저에게는 운이 좋은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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