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창시절에는 덕질을 안 했어요. 좋아하는 아이돌의 공방 뛰는 친구들을 보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짓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거든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공부해서 내가 더 나은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당시에 성적 스트레스로 굉장히 극단적인 생각도 자주 했던 걸 보면 마음 속에선 곪고 있었으니 당시엔 그 친구들이 부모님께 혼났을지언정 더 행복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대신에 저는 취업하고 나서야 내 돈으로 덕질하는 사람이 되었는데요. 어쩌면 그때 못한 걸 지금한다 싶기도 합니다. 그래봤자 앨범 사고 콘서트 가는 정도지만요. 콘서트 티켓 가격이 고가라는 점을 생각할 때, 전 제 돈으로 예매해서 갔을 때 그렇게 뿌듯할 수 없었어요. ㅎㅎ
[📕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D-29
슝슝
GoHo
암울과 좌절 조차도 아닌.. 아무것도 꿈꿀 수 없었던 시절..OTL
그 어떤 대상이라도 붙잡고 덕질이라도 했었으면 그 시절이 덜 깜깜했겠다 싶습니다.. ^^;
아린
제가 초등학생때 HOT랑 젝키가 나왔는데..그 때부터 아이돌 덕질?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근데..전 어느쪽도 팬이 아니었는데...그 때 애들은 둘 중 하나는 꼭 골라야 한다고 고집하고는 했어요.
덕질은 심심한 생활에 활력이라 좋은거 같은데.. 저의 소소한 덕질은 ㅡ 덕질까지는 아닌거 같아요ㅡ 잔망루피 모으기나 알라딘 서점 굿즈 모으기. 스벅 굿즈 모으기..정도 입니다.. 만...
다만. 사람자체을 덕질하면 그 사람의 모든 면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무조건 편을 드는게 좋은 거 같지 않더라고요. 정치나 문화나 ..모든 면에서 말이예요..
연해
엇, 저 아린님 말씀 정말 공감합니다. 사람 자체를 잘못 덕질하면,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해도 맹목적으로 편을 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분명 잘못한 게 맞는데도 시야가 흐려진 건지 "너희가 뭘 잘 몰라서 그래"라고 말하면서요. 이게 정말 위험하고 무서운 것 같아요. 친분이나 호감 때문에 면죄부를 주기 시작하면, 도덕도 윤리도 다 망가지는 것 같거든요. 때로는 관계도 하나의 권력이 된다 여겨지고요.
이 글을 쓰다가 문득『성덕』이라는 영화(다큐멘터리)가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10대 시절을 바쳤던 스타가 범죄자가 되어버린 실패한 덕후의 이야기예요. '어느 날 ‘오빠’가 범죄자가 되었다'라는 시놉시스로 시작하지요.
성덕TV 예능프로그램에 아이돌 가수의 ′덕후′로 출연한 십대 소녀는 자신을 ′성덕′(성공한 덕후)이라 자처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그의 스타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몇 년 뒤 그의 스타는 성관계 장면 불법 촬영 및 유포, 집단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었다. 졸지에 범죄자-스타의 팬이 된 성덕은 분노인지 슬픔인지, 여하튼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 범죄자가 된 스타의 팬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책장 바로가기
하느리
제 주변 모든 오타쿠들이 보고 눈물을 훔쳤던 바로 그 영화!
어떠한 시련에도 덕질은 멈출 수 없다는 결론이 정말 좋았어요. ㅎㅎㅎ
연해
하느리님도 이 영화 알고 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이 다큐의 주인공이 굉장히 맑고 건강한 정신을 지녔다고 생각했더랬죠.
'좋아했지만 잘못은 잘못이다!'
근데 락을 좋아하신다니, 저는 락은 잘 모르지만, 중학생 때 린킨파크 노래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괜히 아는척 해봅니다(하핫).
borumis
저도 린킨파크 팬이었어요^^ Faint의 전주와 랩을 들을 때마다 전율을 느끼면서 체스터와 함께 울부짖던...^^;;
체스터.. 진짜 신의 목소리였는데..너무 빨리 가버렸습니다..ㅜㅜ
borumis
아.. 슬프네요.. 근데 정말 아이돌 중 도박이나 사기 등 문제가 생겨서 팬들에게 실망이나 상처를 안겨준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뭔가 제조된 이미지로 포장한 거여서..;; 그리고 그런 포장은 흠이 없이 완벽해야하니..
siouxsie
저희 동네 독서실 휴게실에서는 터보팬도 만만치 않았어요. 아주 다들 공부는 안 하고 난리였는데...노래방 가고~
제 동생은 '캔디걸' 모집까지 나갔었던 기억이..ㅎㅎ
전 딱히 젝키도 HOT도 아니었고...두루두루 좋아해서 음악 프로그램 비디오로 떠서 보고 그랬어요. 솔리드 좋아했었나? TV에 안 나오는 015B를 젤 좋아했었지만, TV에 나오는 가수들도 다 좋아했어요. 근데 덕질은 저랑은 안 어울려요...뭐든 열심히 안해서...
연해
"뭐든 열심히 안해서..."
이런 깊은 뜻이! 마지막 문장이 심금을 울리...(쿨럭)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믐쟁이들:)
책을 매개로 서로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믐이 너무나 좋습니다(소리 질러!).
뜬금없는 고백이네요.
siouxsie
우리의 서식지...그믐~
씨유 투모로우!
하느리
학창 시절에 락 장르만 들었어요. 그 결과 지금도 밴드 사운드가 기반인 노래를 주로 듣습니다. ㅋㅋ
+ 락 음악을 듣고 락 공연을 보며 스트레스를 푼 덕택에 비교적 조용한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ㅎㅎ
빨강말랑
특정 무언가를 죽을 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던 것 같아요. 책 읽기를 좋아하고, 음악듣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책덕후, 음악덕후 라고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저는 덕질이란 것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선경서재
학창시절의 덕질이라… 종교에 미쳤었죠. 그 당시에는 신앙생활이라는 포장이었고, 공부열심히 해서 신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겠다는 소명 같은 것이 있었죠. 초4부터 새벽예배를 갔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살다시피했고, 학교 외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죠. 그리고 지금은 탈교회를 선언한지 5년이 되어가네요. 전부를 쏟았기에 지금을 선택할수 있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siouxsie
저도 아버지가 코로나도 끝났는데 교회는 언제 나올거냐고 하셔서 맨날 다음달에 가겠다고 한지 1년쯤 됐습니다. ㅎㅎ
연해
엇, 저도 믿음이 지독하게 신실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온전히 교회에 쏟아부었던 시간(그때의 체력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저는 모태신앙도 아니고(심지어 가족들은 종교가 없습니다), 그냥 제 스스로 선택하고 제 발로 찾아간 거라 주변에서 다들 놀라기도 했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저 또한 무신론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여러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것도 하나의 덕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선경서재 님 말씀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됐어요.
밍묭
저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깊게 좋아하는 것 보단 오랜 시간 꾸준히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 뮤지컬을 좋아해서 종종 보러 다니고, 어릴 때부터 좋아한 가수의 신곡이 나오면 꾸준히 찾아듣는 정도로요.
거북별85
덕후라고까지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어렸을 때 부터 일관적으로 조용히 책읽기, 영화보기, 그림등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와 직장과는 무관하게 혼자 책읽기에서, 학교 토론동아리, 학부모 독서모임, 그리고 그믐까지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덕질은 사회가 요구하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나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하율
갑자기 뜬금 없는 사진한장 투척합니다. 엊그제 신해철 10주기 콘서트 다녀왔는데 넬이 나왔어요. 남편이 옆에서 어, 장강명 작가님이 밴드도 하시네? 라고 해서 빵터졌습니다. ㅎㅎ 미남은 어딜가나 피곤하다?
GoHo
죄송하지만.. 작가님이 좀 더 순둥해 보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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