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해결책> 혼자 읽기

D-29
환영합니다
<손쉬운 해결책>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심리학 상식의 저변에 묻힌 문제를 파헤치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자존감, 그릿, 넛지, 마인드셋 등의 개념을 담은 책들을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자기계발서는 보다 과학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확실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학은 쉽게 변하지 않고, 합리적이니까 믿고 따를 수 있다고 그 책들은 주장하고, 우리는 언론이, 같은 학계의 관계자가, 전문가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그것을 과학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만약, 그러한 심리학 지식들이 사실은 허술한 연구를 기반에 두고 있었다면? 그것이 우리가 아는 만큼 그렇게 '과학적' 이지 않다면?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회적 자원과 관심을 부당하게 활용하고 있었다면? 저자는 이러한 의심을 받는 심리학의 아이디어들을 '설익은' 행동과학이라고 말하며, 왜 이러한 아이디어가 대중에게 이토록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대중이 이러한 아이디어를 분별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책을 통해서 설명한다. 우리가 설익은 행동과학을 분별해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개인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아이디어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정책에 반영된다. '깨진 유리창'이 있는 지역에 범죄율이 더 많이 발생한다면, 정치인들은 '깨진 유리창'을 수선하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투입할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의 세금이 사용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사실이 아니고, 깨진 유리창과 범죄율 사이에 큰 상관이 없다면 세금이 잘못된 방향에 투입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동안 정말로 관심을 요구하는 사안들은 등한시되고 만다.
건전한 지식만이 우리가 원하는 개선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면서 성공적인 환경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마련할 수 없고 (...) 잘해봐야 반쪽자리 진실밖에 되지 않는 인간 행동과 교정법에 관한 주장들에 의지한 채 인종주의와 불평등, 교육 격차를 비롯한 오늘날의 수많은 긴박한 사회적 현안들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p.13,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행동과학이란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을 일컫는 말이다. 책에서 지적하는 '설익은 행동과학'은 이러한 행동과학 분야의 이론 중에서 과학적 연구 방법론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되고 있는 지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예 연구 결과가 왜곡되고 과장되어 있을 수도 있고, 초기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것처럼 보였으나 동일한 조건 하에서 실험을 반복했을 때(이를 재현 연구라고 한다. "영화의 장면을 재현한다"라고 할 때의 재현)에는 유의미하지 않은 결과를 나타내는 연구들이 해당된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아이디어들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 속에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는 수십년째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고, 제도를 유지하게 해준 정당성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자신들의 리스크를 개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소용돌이같은 구조보다는 개개인의 행동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점차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이유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다른 사람과 더 잘 어울리고, 사회 규범을 준수하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한다. 자존감을 기르는 것만으로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사회 구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존감을 기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세계관은 사람들의 행동이 대체로 미세한 힘들에 의해 추동되고 또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천착한다. (...) 그들의 주장에는 세 가지 주요 특징이 있다. 하나, 크고 위압적인 사회구조와 체계 들은 보이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거나, 아니면 상당히 쉽게 개선될 수 있다. 둘, 프라임과 선입견은 사회적 결과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셋, 현명한 행동과학자들이 내놓는 개입 프로그램을 통해 프라임과 선입견은 교정될 수 있으며, 이로써 엄청나게 유익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p.15,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1장의 제목은 <자존감 장사>. 오늘날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하지만 아무도 ‘자존감이란 무엇무엇이다’라고 확실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작가는 미국에서 자존감 개념이 널리 확산된 과정을 통해서 이 개념이 지닌 문제점을 밝히고 있다. * 자존감은 어떻게 확산되었는가? 자존감 개념의 기원은 너새니얼 브랜든이라는 심리학자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이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인물은, 그의 책에 영향을 크게 받은, 존 바스콘셀러스라는 미국의 주지사이다. 그가 처음 주장한 자존감 교육은 여야 모두에게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올바른 마음가짐이 있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오래된 미국식 믿음에 부합하는 개념이기 때문일까, 곧 이 개념은 대중적으로 확산되었다. 바스콘셀러스는 곧 자존감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리고 자존감의 운명을 결정지은 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공식적으로는’ 자존감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결론이 지어졌으나, 연구의 책임자였던 스멜서는 이것이 과대광고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못했고 자존감 교육은 공교육 과정에 정착했다. 그렇다면 왜 스멜서는 소극적이었을까? 그것은 바스콘셀러스가 캘리포니아 대학의 지원금을 좌지우지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바스콘셀러스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자존감이 교육과정에 정착된 후 변화들 미국의 공교육 과정에서 자존감을 기른다는 목적으로 학습 파트너, 방과 후 자습실 등의 커리큘럼이 개설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학습 지원책일 뿐이었다. 이처럼 자존감과 관련 없는 활동들이 자존감 교육이라는 이름을 달고 유포되었고, 자존감과 관련된 사업 기회가 확산되었다. * 자존감에 대한 비판적 연구의 시작 비판적 연구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바우마이스터이다. 처음에 그는 자존감 개념을 지지했으나, 점차 연구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존감이 높으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낮다는 통념과 달리, 그의 조사는 범죄자들이 자존감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미국 사회의 문제가 낮은 자존감 때문이라는 인식과 달리 미국인의 평균 자존감은 높은 편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바우마이스터 팀은 그동안의 자존감 연구를 살펴서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존감이 학습을 돕는다는 이론을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존감이 높은 학생들이 ‘실제’ 학업 성적도 높다는 데이터를 찾으면 된다. 그러나 ‘실제’ 학업 성적을 찾지 못한 자존감 연구 팀은 학생들에게 학업 성적을 물어보았다. 그러니 그 연구는 자존감과 학업 성적의 관계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과를 종합해보았을 때 자존감은 ‘중요하지만’ 사실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 였다. 바우마이스터 팀은 자존감과 학교 성적 사이에 약하거나 중간 정도의 상관관계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으나, 자존감이 높은 학교 성적을 이끌어낸다는 결과는 찾아낼 수 없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NBA에서 뛰는 선수들은 키가 쑥 커진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NBA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 키와 미국 남성의 평균 키를 비교하는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존감이 높은 성적의 원인이 아니라, 높은 성적이 자존감의 원인일 수도 있다. 또한 자존감 관련 연구들은 ‘누락된 변수 편향’ 이라는 문제에 노출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가족 배경, 가정 형편, 초기 학업 성취도 등의 원인이 자존감과 이후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라는 연구가 있다고 하자. 이러한 연구에서 가족 배경 등의 변수를 빼면 자존감과 학업 성취도 간의 인과를 발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개입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자존감 관련 조치들은 자존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학습 성취도, 시민권, 갈등 감소 등의 목표까지 함께 겨냥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우리는 자존감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자존감은 단순 유사과학인가? 자존감을 단순한 유사과학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자존감의 문제는 과대광고에 있었다. 자존감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자존감과 결부하여, 자존감이 높다면 이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과장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한 과장만 없다면 자존감은 개개인의 삶에 도움을 주는 요소이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지나치게 비판적이면 좋은 성과를 내거나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방해가 된다. 캐럴 드웩의 <마인드셋> 이론이나 아론 벡의 ‘인지행동치료’ 같은 개념은 이러한 자존감의 핵심을 겨냥한다. 그들은 보다 적응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상황에 유연하게 반응하여 성과를 내거나(마인드셋) 우울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인지행동치료)고 주장한다. 이렇게 개인의 정신건강 차원에서 자존감 개념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존감이 정신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과, 온갖 사회적 문제의 뿌리가 자존감이고, 자존감이 높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때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는 깊은 심리적 상처들이 있으며, 그 상처들이 완전히 행동으로 드러나기 전에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원칙을 강조하는 『아임 오케이 유어 오케이』(1967)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자존감 광풍이 불기 시작할 즈음, 그런 책들을 읽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아 개념 문제가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을 마음속 깊이 내면화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존감 광풍은 미국적 문화의 강력한 두 흐름, 즉 긍정적 사고의 힘에 대한 오랜 믿음과 각자가 안고 있는 깊은 정신적 상처를 해결해야 한다는, 보다 최근에 생긴 믿음이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녹음된 발언의 끝에 스멜서는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명한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 캘리포니아대의 연구가 분명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자존감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향의 답을 내놓았다고 말하는 건 “과대광고의 죄”가 될 것이라고. (…) 스멜서는 왜 그런 식으로 이용당하고도 가만히 있었을까? 스토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매우 치밀한 정치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24]으로 드러났다. 2017년 10월에 사망한 스멜서는 스토에게 자신은 캘리포니아대가 건전한 과학서를 출간했으면 하는 바람과 새크라멘토시라는 복잡하게 돌아가는 기계에서 극도로 중요하면서도 걸핏하면 성을 내는 부품 같은 바스콘셀로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필요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사심 없는 객관성이라는 과학의 이상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일 수 있는지,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를 생각해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세상이 지금의 현실보다 더 순수했다면, 스멜서는 분명 바스콘셀로스의 그릇된 설명에 반대하고 나섰을 테고, 과학은 특별위원회가 주장하는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소리 높여 거듭 설명했을 것이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바스콘셀로스와 동료들 역시 직접적으로 자존감을 겨냥하지 않는 더 전통적인 사회적, 교육적 지원 사례들까지 포함하여 온갖 종류의 사회적 프로그램들이 ‘자존감’이라는 큰 틀에 포함되는 듯이 설명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서 원래의 의도와 목표가 조금씩 변화되었고, 그것이 문제를 고약하게 만들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개선된 결과를 낳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반드시 자존감 요소들 덕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게 될 설익은 아이디어들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기체처럼 퍼지는 경향이 있어서 대화에 존재하는 모든 빈자리를 채워버리고 만다. 확고한 기반과 명확한 개념적 경계가 없는 아이디어가 대중의 상상력에서 힘을 얻으면 얻을수록, 사용될 때의 수사학적 정확성은 가면 갈수록 떨어진다. 그러면 그 아이디어가 호출될 기회는 더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그 아이디어는 더욱 널리 퍼진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예를 들어, 자존감과 학교 성적을 연관시키려 할 때, 여러분이라면 학생들에게 학교 성적이 어떠냐고 물어보겠는가, 아니면 학생들의 성적표를 실제로 보고 평가하겠는가? 답은 분명해 보이겠지만(당연히 성적이 어떻다는 말보다는 실제 성적을 보는 편이 낫다) 실제로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그 방법이 늘 실제적인 건 아니다. 성적 증명서를 보내주는 학생을 많이 찾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냥 학생들에게 각자의 성적을 알려달라고 하는 편이 훨씬 쉽다. 연구 과정에서 번거로운 단계 하나를 완전히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부 연구자들이 다년간 취해온 일종의 지름길이었다. 미 국방부 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스펠드의 표현을 바꿔 말하자면, 때로 우리는 원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있는 데이터로 심리학을 연구한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사실 심리과학계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 수중에 현실 세계에서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어떤 상관관계를 지시하는 논문이 몇 개 있는데, 다른 특정한 상관관계도 참일 것이라 추정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하지만 그 다른 특정한 상관관계가 참인지 아닌지 결론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새 다른 사람들, 최고 수준의 사회과학자들만큼 과학적 엄밀함에 목매지 않을 사람들, 또는 긴급한 현실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지만 동료 평가를 거친 더 많은 증거가 들어오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정말로 믿을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기 전에라도 그 아이디어를 시험해보자고 결정할 수 있으리라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그렇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무가치하고 좋은 일이라곤 절대 생기지 않을 멍청한 인간이라 믿는 그런 곤란한 상황은 우리 삶을 필요 이상으로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올바른 치료적 접근을 (그리고 때로는 약물 치료를) 통해 그런 생각을 개선하고 그 결과로 기분이 나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온갖 종류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의 뿌리가 자존감이고, 아주 특정한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겨냥하는 일대일 치료보다 자존감을 개선하는 보편적인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결과치를 개선할 것이라 말하는 건 다른 문제다. 설익은 행동과학 아이디어들의 많은 수가 그렇듯이, 문제는 실증적으로 입증할 수 있지만 복잡하고 맥락 중심적인 주장들에서 과학적으로는 의심스럽지만 듣기에 그럴듯하고 흥미로운 데다 무엇보다 단순한 주장들로 비약하는 것이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 존 디울리오의 ‘슈퍼 범죄자’ 가설 - 1990년대 후반 미국은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고, 신문 기사와 뉴스를 통해 자극적인 사건이 퍼져 나가면서 사회가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프린스턴 대 정치학과 교수 존 디울리오는 “인구통계에 비춰 볼 때 곧 불균형적으로 더 많은 청소년 인구의 물결이 밀려올 예정이므로 미국은 걸어다니는 살인 기계와 다를 바 없는 비도덕적인 청소년 군단의 침략을 받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 디울리오의 슈퍼 범죄자 가설에는 두 가지 가정이 있다. 첫째, 가정 환경이 청소년의 범죄 성향에 영향을 준다. 둘째, 인구 집단에서 젊은 남성의 비율이 높을수록 범죄와 무질서가 더 많이 발생한다. - 1995년 발표한 소논문 ‘슈퍼 범죄자의 도래’에서 디울리오는 슈퍼 범죄자란 충동적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드는 범죄자 부류라고 밝혔다. 디울리오는 도덕적 빈곤이 그 원인이라고 했다. 도덕적 빈곤이란 도덕을 알려주는 다정하고 유능한 어른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디울리오는 슈퍼 범죄자에 대한 이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하류층’ 개념을 토대로 삼고 차용했다. - ‘하류층’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많은 학자들은 이들이 재산은 적으나 근면 성실한 가난한 노동자와는 다르다고 밝히고 있다. 하류층의 기원에 대해서는 ‘구조주의’적 해석과 ‘문화주의’적 해석이 충돌하는데, 디울리오는 문화주의적 해석에 경도되어 있었다. - 디울리오는 슈퍼 범죄자 설에 인종주의적 해석을 거부했으나, 그는 도덕적 빈곤으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층이 젊은 흑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여러 의견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 디울리오는 슈퍼 범죄자를 예방하거나 처단하는 방법으로 도덕적 빈곤을 해소할 수 있는 교회의 확장과 혹형주의를 주장했다.
- 디울리오의 가설에 대한 반박 - 디울리오의 가설은 거의 모든 면에서 반박당했다. 우선, 그의 주장과 달리 1990년 후반부터 청소년 범죄율은 점차 하강하고 있었다. 청소년 범죄율 증가는 1980년부터 시작된 마약 조직 간 전쟁으로 인해 총기가 자유롭게 유통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며, 이들 전쟁이 감소하자 자연스럽게 청소년 범죄율도 감소한 것이다. - 또한 디울리오는 청소년의 6퍼센트가 폭력 범죄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밝혔는데, 이 예측 역시 완전히 잘못된 데이터 해석에 기반한 것으로 밝혀졌다. - 슈퍼 범죄자 개념 역시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다. “나쁜 짓을 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보이지 않는 어린 사람”이라는 개념 외에 슈퍼 범죄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설익은 아이디어가 퍼져나갈 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슈퍼 범죄자로 낙인찍힌 아이들이 크고 나서 자신의 잘못을 후회할 가능성은 없는지, 슈퍼 범죄자는 어떻게 진단하는지 등 중요 개념에 대한 비판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 슈퍼 범죄자에 대한 반박을 이끌어낼 수 있는 ‘도덕 운’ 이란 개념이 있다. 도덕적 삶을 살 기회도 불공평하게 분배된다는 것이다. 나치 치하의 시민들은 매번 도덕적 시험에 직면했지만, 다른 유럽 국가의 시민들은 그처럼 혹독한 시험에는 처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들은 책임을 질 필요도 없었다.
- 사상적 지도자의 문제 - 정치학자 대니얼 드레즈너는 대중에게 이념을 전달하는 ‘사상적 지도자’ 와 ‘대중적 지식인’에 대해 논한다. 사상적 지도자는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매우 자신감 있는 태도로 전달하는 인물이며, 주로 한 가지 이념에 집중한다. 대중적 지식인은 상황을 복잡하고 미묘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하나의 이념으로 세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틀 자체에 회의적이다. - 디울리오의 행보는 사상적 지도자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의 슈퍼 범죄자 설을 담은 논문에 대한 엄격한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대중을 독자로 삼았다. 그는 정치인과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들려주었다. - 청소년 슈퍼 범죄자 밈의 진실 - 청소년 슈퍼 범죄자 설에는 여러모로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대중들은 선량해 보이는 우리의 이웃이 범죄자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하며, 그들이 여러 면에서 “우리와 다르다”라는 확신을 얻길 원한다. 이러한 심리는 ‘근본적 귀인 오류’라는 인간의 심리적 경향과 연결되어 있다.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고 행동의 원인을 다르게 파악한다는 이 경향은 인종주의와 쉽게 결합하여 특정 인종이 범죄자라는 인상을 만들어낸다.
가정환경과 생활환경 요인이 범죄율과 관련된다는 가정과 청소년 급증이 전반적인 범죄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정은 예나 지금이나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으며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일도 거의 없다.
손쉬운 해결책 -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시 싱걸 지음, 신해경 옮김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우리 옆 동물 이야기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이 됩니다_글쓰기를 돕는 책 3
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2025년을 위해 그믐이 고른 고전 12권!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