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

D-29
인선은 어떤 부탁을 할까요..
2장은 읽기가 고통스러웠어요. 잘린 손가락과 바늘로 찔릴 때의 통증을 너무 생생히 묘사하셔서 뱃속이 뒤틀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전에도 이 부분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책을 덮고 며칠이 지난 후에야 다시 읽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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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44~45p, 한강 지음
정말 차라리 까무러치고 싶었는데, 왜 그때 네 책 생각이 났는지 몰라. 거기 나오는 사람들, 아니, 그때 그곳에 실제로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아니, 그곳뿐만 아니라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났던 모든 곳에 있었던 사람들 말이야.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56~57, 한강 지음
독1캣2님의 대화: 2장에서 고통. 신경. 실. 이런 단어들을 보면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우리가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우리도 죽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감합니다. 아픈 역사를 마주할때 고통이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아요.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어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개가 잘린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57, 한강 지음
김사과님의 대화: 2장은 읽기가 고통스러웠어요. 잘린 손가락과 바늘로 찔릴 때의 통증을 너무 생생히 묘사하셔서 뱃속이 뒤틀리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전에도 이 부분을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책을 덮고 며칠이 지난 후에야 다시 읽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아픔의 묘사가 토할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한강 작가님의 소설 속엔 그런 노골적인 아픔의 묘사들이 있는거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모임 5일과 6일은 1부 3장 폭설을 같이 읽습니다 이부분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과 느낀점을 적어주세요
3장 "엄마가 어렸을 때 군경이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였는데." p읍으로 가기 위해 눈보라를 헤치고 걸어가야 하는. 소설을 읽으며 세차게 내리는 눈을 자꾸 떠올리게 되네요. 폭설을 뚫고 그렇게 걸어가야 하는.
안선의 새에 대한 폭설을 뛰어 넘을 만큼의 사랑을 짐작케 하구요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선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내가, 눈이 오민 내가, 그 생각이 남져. 생각을 안 하젠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남서. 헌디 너가 그날 밤 꿈에, 그추룩 얼굴에 눈이 히영하게 묻엉으네...... 내가 새벡에 눈을 뜨자마자 이 애기가 죽었구나, 생각을 했주. 허이고, 나는 너가 죽은 줄만 알아그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86,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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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나J님의 문장 수집: "내가, 눈이 오민 내가, 그 생각이 남져. 생각을 안 하젠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남서. 헌디 너가 그날 밤 꿈에, 그추룩 얼굴에 눈이 히영하게 묻엉으네...... 내가 새벡에 눈을 뜨자마자 이 애기가 죽었구나, 생각을 했주. 허이고, 나는 너가 죽은 줄만 알아그네."
죽으면 몸이 차가워지고, 눈이오면 맨 뺨에 녹지않고 쌓인다는 걸 열세 살의 어린나이에 알게된 인선의 어머니. 그녀에게는 한순간에 가족이 모두 떠나버린 엄청난 슬픔과 고통의 순간이었을 상황. 꿈에서 자신의 딸마져 뺨에 내리는 눈이 녹지않고 쌓이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얼마나 놀라고 아팠을지.... 꿈이었다는게 정말 다행이라 느껴졌네요. 엄마의 아픔에 대해 듣고 난 후,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되어 인선이 이유없이 엄마를 미워했던 맘을 한순간에 날려버린게 아닐까 싶네요.
사실은 미친 짓이야, 라고 나는 낮게 중얼거린다. 나는 인선이 아니고, 이런 눈에 익숙하기는커녕 경험해본 적도 없고, 이 눈보라를 뚫고 오늘밤 그녀의 집으로 갈 만큼 그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88p.,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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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님의 문장 수집: "사실은 미친 짓이야, 라고 나는 낮게 중얼거린다. 나는 인선이 아니고, 이런 눈에 익숙하기는커녕 경험해본 적도 없고, 이 눈보라를 뚫고 오늘밤 그녀의 집으로 갈 만큼 그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경하가 눈보라를 뚫고 인선의 집에 가야했던건 운명적인 이끌림이었나봐요. 내가 무엇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잘 모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하는 상황. 인선에 대한 사랑이었을까요.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87,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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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10님의 문장 수집: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열일곱 살 먹은 언니가 어른인 줄 알고 그 소맷자락에,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고 그 팔에 매달려 걸었다는 열세 살 아이가"
인선이와 경화와 둘이 매달린 일은 인선이 엄마가 어렸을 적 격었던 그 일이 모티브가 되었던거 같네요. 인선이 엄마가 아이일적 겪은 일에 대힌 트라우마는 우리의 아픔일듯 합니다.
2014년 늦가을 인선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017년 가을, 나무작업 하지 않자 전하고.. 대학을 졸업하던 해 처음 만난 인선.. 삼년동안 매달 함께 잡지 출장을 다녔고 퇴사한 뒤로도 이십년을 친구로 지낸 인선.. 2010년경 인선은 제주 중산간 마을로 돌아갔다. 잡지일을 막 그만두었던 연말, 인선은 그 이야기를 전해준다. 2012년 겨울, 경하는 그 자료를 읽었다. 계속 되돌아 읽으며 시간의 흐름을 짜 맞추려고 하네요. 그래야 온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오직 그 눈에 대해서만 말했을 뿐이야. 수십 년 전 생시에 보았고 얼마 전 꿈에서 보았던, 녹지 않는 그 눈송이들의 인과관계가 당신의 인생을 꿰뚫는 가장 무서운 논리이기라도 한 것처럼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86, 한강 지음
나의 경우 눈은 마냥 신나고 아름답게만 생각되는 어떤 대상이지만, 이 책에서의 눈은 슬픈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가슴 아픈 그 무엇을 상징하고 있네요. 더군다나 '녹지 않는 눈'을 말하는 것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눈이 이토록이나 처절하게 느껴지다니요....
사실은 미친 짓이야, 라고 나는 낮게 중얼거린다. 나는 인선이 아니고, 이런 눈에 익숙하기는커녕 경험해본 적도 없고, 이 눈보라를 뚫고 오늘밤 그녀의 집으로 갈 만큼 그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p.88,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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