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장까지 읽었습니다.
아버지로서의 이중섭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해 주는 형이 있다하더라도 세 살 때 사별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아비 없는 자식의 힘겨움을 본인이 가장 잘 알기에 자신의 두 아들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자괴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됩니다.
그가 태어난 이후 세 번에 걸친 큰 전쟁, 특히 한국전쟁은 이중섭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되는데요, 전쟁이야말로 개인이 어쩌지 못한다는 데에서 이중섭뿐 아니라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전쟁 난민이 된 그들 역시 이중섭처럼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좋지 않더군요.
종이값, 물감값을 걱정하지 않고 아틀리에에서 맘껏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이었음에도 이중섭은 통영에서의 넉 달 동안 그토록 염원하는 대작을 그리지 못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가족을 데리고 오려면 대작을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거겠지요?
[남해의봄날/책선물] 김탁환 장편소설 <참 좋았더라> 알쓸신잡 재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호디에
봄날의새벽
이중섭 화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까지, 헤어짐의 상실과 아픔을을 모두 겪은 세대의 대표적인 예술가가 아닌가 싶어요. 특히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남 끄트머리까지 왔어야 했던 이중섭 화가는 단순히 고향을 잃은 것만이 아니라 자신을 이루던 모든 근간이 무너진 난민의 고달픔과 절실히 느꼈으리라 생각이 들어요. 이는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요. 그래서 이 소설은 이중섭 화가가 어려움을 딛고 화가로서의 화양연화를 피어내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사이사이 담긴 많은 역사적 사실과 아픔이 지금 현대로 이어지고 있지요. 또, 대작을 향한 압박이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된 부분까지, 호디에 님께서 정말 구석구석 예리하게 살펴봐 주셨네요!
율리안나J
“ 통영으로 갈 마음을 굳히며 다짐했다. 소를 그린다. 소 곁에 사람이나 풍경은 두지 않는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소도 아니요, 사람을 위해 밭을 가는 소도 아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도 아니요, 외양간에 갇힌 소도 아니다. 소다운 소다. 네발로 땅을 딛고 어디든 간다. 막아서는 장벽엔 온몸으로 부딪친다. 고개 치켜들고 하늘을 향해 껄껄껄 웃는다. 자유다, 해방이다. ”
『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p.66, 김탁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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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나J
이중섭의 그림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흰 소' 인데, 과연 통영에서 그 역동적이고 힘찬 느낌의 흰소가 그려질 지 궁금해 지네요.
봄날의새벽
저는 이 책을 편집하며 흔히 아는 소 작품 외에도 다른 표정과 행동을 담은 소 작품들이 많아서 정말 놀라웠답니다. 소마다 담겨 있는 역동성에서 뭐랄까, 당장이라도 그 뜨거운 체온과 더운 숨마저 느껴질 것 같았달까요?
헤아려준
겹으로 선 장벽이 하늘을 가렸다. 북으로는 원산의 어머니, 남으로는 도쿄의 아내와 두 아들에게 갈 길이 막힌 것이다
『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p.28, 김탁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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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새벽
딱 그 한가운데에서 어디로도 닿지 못하며 받은 아픔, 그림밖에 이를 달랠 길이 없었을 그 마음이 참 안타깝지요.
헤아려준
이중섭 화가의 그 막막함이 제대로 표현된 문장이라고 보였어요. 천천히 아껴 읽게 됩니다
봄날의새벽
개인의 이야기지만 결국 전쟁이 일으켜온 불행을 온전히 겪은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대변되기에 더욱 생각할거리가 많지 않은가 싶어요. 아껴 읽어주신다는 말이 유독 맘에 남네요. 찬찬히, 음미하며 읽어 주시기를요.
헤아려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