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그림으로 표출해내는 이중섭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네요.
[남해의봄날/책선물] 김탁환 장편소설 <참 좋았더라> 알쓸신잡 재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D-29
율리안나J
봄날의새벽
고향을 떠나고, 가족 없이 홀로 이중섭 화가가 느꼈을 고독이 절절하게 담겨 있는 구절이지요. 한편으로는 이 고독 속에서 이중섭 화가가 피어낼 화양연화를 더욱 궁금해지게 만드는 구절이 아닌가 싶어요.
율리안나J
“ 술에 취하면 선 하나도 긋기 어렵지만, 담배는 한 갑을 줄줄이 피우더라도 작업할 수 있었다. 담배가 술처럼 몸과 마음을 흩어 놓았다면, 빈 담뱃갑에서 은지를 꺼내 그리진 못했을 것이다. 각성과 자책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손만 뻗으면 확보할 수 있는 종이가 은지였다. ”
『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p.47, 김탁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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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나J
10장 까지 읽어보았습니다. 어머니와 아내,두아들과 떨어져 힘겹게 지내고 방황하며 보내던 시간을 지나 드디어 마음을 정하고 부산을 떠나 통영으로 들어 가는 배에 오른 이중섭. 배 안에서 시인 김춘수와의 짧은 만남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통영에서의 예술인들과의 만남과 생활모습이 더욱 기대되네요.
봄날의새벽
대화의 내용도 전 정말 흥미로웠답니다. 저는 '시의 일'이란 표현이 유독 옛스러우면서도 운치가 있었어요!
알란
물안개는 통영의 또 다른 매력이다. 안개가 밀려들면 강구안과 피랑은 물론이고 앞바다에 층층이 놓인 섬들까지 순식간에 사라진다.
『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p.183, 김탁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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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싸움소 두 마리가 판 중앙에 마주 섰다. 노려보며 채는 앞발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p.241, 김탁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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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통영에 너무 가고파요. 출판사가 통영에 있다고 하니 또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ㅋㅋㅋ 전 이 책의 폰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책표지랑도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이중섭 화가님이랑 닮은 느낌도 드는 건 너무 오버일까요? ㅎㅎㅎ 책 속에 담긴 번호, 폰트, 표지 3박자가 모두 잘 어우러진 작품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
봄날의새벽
저녁형 인간이지만 아주 간혹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바다에서 올라온 물안개가 바다와 섬을 덮은 광경은 마치 옛그림 속 신선이 등장하는 무릉도원의 풍경 같은 매력이 있답니다. 신비롭고 경이롭지요. 김탁환 작가님께서 현재의 풍경에서 1950년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해서 담아주신 거 같아요. 또 그런 면을 잘 포착해 주시는 게 독자의 역할!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인 폰트를 알란님께서 잘 포착해 주셨네요!
호디에
37장까지 읽었습니다.
아버지로서의 이중섭이 기억에 남습니다.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후원해 주는 형이 있다하더라도 세 살 때 사별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아비 없는 자식의 힘겨움을 본인이 가장 잘 알기에 자 신의 두 아들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게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자괴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됩니다.
그가 태어난 이후 세 번에 걸친 큰 전쟁, 특히 한국전쟁은 이중섭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게 되는데요, 전쟁이야말로 개인이 어쩌지 못한다는 데에서 이중섭뿐 아니라 현재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겹쳐져 보였습니다. 전쟁 난민이 된 그들 역시 이중섭처럼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좋지 않더군요.
종이값, 물감값을 걱정하지 않고 아틀리에에서 맘껏 작업할 수 있는 여건이었음에도 이중섭은 통영에서의 넉 달 동안 그토록 염원하는 대작을 그리지 못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가족을 데리고 오려면 대작을 그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거겠지요?
봄날의새벽
이중섭 화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까지, 헤어짐의 상실과 아픔을을 모두 겪은 세대의 대표적인 예술가가 아닌가 싶어요. 특히 고향을 떠나 머나먼 이남 끄트머리까지 왔어야 했던 이중섭 화가는 단순히 고향을 잃은 것만이 아니라 자신을 이루던 모든 근간이 무너진 난민의 고달픔과 절실히 느꼈으리라 생각이 들어요. 이는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지요. 그래서 이 소설은 이중섭 화가가 어려움을 딛고 화가로서의 화양연화를 피어내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사이사이 담긴 많은 역사적 사실과 아픔이 지금 현대로 이어지고 있지요. 또, 대작을 향한 압박이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된 부분까지, 호디에 님께서 정말 구석구석 예리하게 살펴봐 주셨네요!
율리안나J
“ 통영으로 갈 마음을 굳히며 다짐했다. 소를 그린다. 소 곁에 사람이나 풍경은 두지 않는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소도 아니요, 사람을 위해 밭을 가는 소도 아니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도 아니요, 외양간에 갇힌 소도 아니다. 소다운 소다. 네발로 땅을 딛고 어디든 간다. 막아서는 장벽엔 온몸으로 부딪친다. 고개 치켜들고 하늘을 향해 껄껄껄 웃는다. 자유다, 해방이다. ”
『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p.66, 김탁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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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나J
이중섭의 그림 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흰 소' 인데, 과연 통영에서 그 역동적이고 힘찬 느낌의 흰소가 그려질 지 궁금해 지네요.
봄날의새벽
저는 이 책을 편집하며 흔히 아는 소 작품 외에도 다른 표정과 행동을 담은 소 작품들이 많아서 정말 놀라웠답니다. 소마다 담겨 있는 역동성에서 뭐랄까, 당장이라도 그 뜨거운 체온과 더운 숨마저 느껴질 것 같았달까요?
헤아려준
겹으로 선 장벽이 하늘을 가렸다. 북으로는 원산의 어머니, 남으로는 도쿄의 아내와 두 아들에게 갈 길이 막힌 것이다
『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 양연화』 p.28, 김탁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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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새벽
딱 그 한가운데에서 어디로도 닿지 못하며 받은 아픔, 그림밖에 이를 달랠 길이 없었을 그 마음이 참 안타깝지요.
헤아려준
이중섭 화가의 그 막막함이 제대로 표현된 문장이라고 보였어요. 천천히 아껴 읽게 됩니다
봄날의새벽
개인의 이야기지만 결국 전쟁이 일으켜온 불행을 온전히 겪은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대변되기에 더욱 생각할거리가 많지 않은가 싶어요. 아껴 읽어주신다는 말이 유독 맘에 남네요. 찬찬히, 음미하며 읽어 주시기를요.
헤아려준
“ 이중섭은 날마다 두 가지에 집착했다. 하나는 그림, 또 하나는 가족. 화가들은 대부분과 그림과 가족을 한 자리에 두지 않았다. 그림을 그릴 땐 가족을 잊고, 가족과 머물 땐 그림을 잊었다. 이중섭은 그림 속에 가족을 두고, 가족 속에 그림을 두었다. ”
『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p34, 김탁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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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안나J
“ 구름에 거울을 들이댄 듯 바다 역시 붉다. 하늘의 분홍보다 훨씬 짙어 활화산의 용암과도 같다. 살갗은 물론이고 근육도 뼈도 삽시간에 녹일 듯하다. 파도가 칠 때마다 붉은 기운이 출렁이며 번진다. 새벽 조업에 나선 어선이 지나가기라도 하면, 바다에 그려지는 붉은 궤적이 보는 이의 마음에 흉터처럼 남는다. 없애거나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출 이전이 일몰 이후보다 붉은 항구, 통영. ”
『참 좋았더라 - 이중섭의 화양연화』 p.79, 김탁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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