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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명 시론집 『횡단』 읽기
D-29
틀뢴모임지기의 말
틀뢴
“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나타남과 사라짐의 교착을 부적절하게 해소하는 것이다.
소용이 없다. 소용이 없이 이루어지고 다시 소용없는 것으로 회복된다. 너는 이러한 종류의 순수한 타락에 들러붙어있다. 이 타락을 설명할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유리되어 있다. 모든 것이 동시적이다. 한 무리의 열렬한 부재가 뚫고 지나가는 벽을 너는 지금 보고 있다. 관통된 벽, 너는 그것을 쓴다. 그것을 만든다. 쓰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만드는 것으로 이해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너는 너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관련을 만드는 데 너 자신을 남용하고 있다. 어둠인지 빛인지 알 수 없는 세계의 번쩍거림이 네 안에서 번들거리는 파편들을 명령하지만 너는 그 명령을 자극할 뿐 부르지 않는다. 너를 무관하게 만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하여 너는 존재하는 것이다. 쓴다는 것, 그것은 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녕 무엇이 쓰는가. 무엇이 너의 비존재를 유혹하는가.
무엇이 그 무엇이 되지 않는 곳에서 무엇이 피를 흘린다.
너는 개의치 않는다. 너는 너의 글에서 떨어져, 너의 글이 네게서 떨어져 있는 것을 나타낸다. 네가 그것을 향할 때 너는 그것을 무중력의 공간으로 통과할 뿐이어서, 너는 그 비어 있는 신체에서 거류하지 못한다.
너는 쓴다. 너는 없다.
어떤 부스럭거림이 있을 뿐, 쓴다는 것,
그리고 말한다는 것,
”
『횡단 - 이수명 시론집』 1부 횡단, 「말한다는 것, 그리고 쓴다는 것」, p.22, 이수명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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