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우스운 사랑들>

D-29
밀란 쿤데라 전집 읽기 세번째, 단편집 <우스운 사랑들> 에 도전!
싱글챌린지는 자신이 직접 정한 책으로 29일간 완독에 도전하는 과정입니다. 그믐의 안내자인 제가 앞으로 29일 동안 10개의 질문을 던질게요. 책을 성실히 읽고 모든 질문에 답하면 싱글챌린지 성공이에요. 29일간의 독서 마라톤, 저 도우리가 페이스메이커로 같이 뛰면서 함께 합니다. 그믐의 모든 회원들도 완독을 응원할거에요. 계속 미뤄 두기만 했던 책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싱글챌린지! 자신만의 싱글챌린지를 시작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링크로 접속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create/solo/template
싱글챌린지로 왜 이 책을 왜 선택했나요?
밀란 쿤데라 전작 읽기 프로젝트의 세번째 책입니다. 바로 전에 읽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조금 무거웠어서(!) 가볍게 초기 단편집을 골랐어요.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누구도 웃지 않으리> 를 읽고 작가의 비슷한 시기 즉 초기 장편소설이었던 <농담> 의 일종의 “미니 버전” 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무엇보다 이 단편소설은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후루룩 읽었습니다. ‘나’ 캐릭터는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농담> 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실은 ‘나’의 생각과 달랐고, 다른 한편으로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솔직했다면 아무 일 없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안타까움도 들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겠지요.
우리는 눈을 가린 채 현재를 지나간다. 기껏해야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을 얼핏 느끼거나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나중에서야, 눈을 가렸던 붕대가 풀리고 과거를 살펴볼 때가 돼서야 우리는 우리가 겪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2) “제발! 내가 그 사람들 우습게 만들어 버릴 거야. 이건 전부 그저 농담일 뿐이라니까.” - “농담하는 시대가 아니야. 지금 우리 시대엔 모든 걸 심각하게 받아들여.” (9) “(…) 이제 선생님의 지난 행동을 거슬러 올라가 검토할 테고, 그러고는 선생님의 과거와 지금 행동 사이의 관계를 찾겠죠. (…) 사람들의 삶에는 모두 헤아릴 수 없는 의미들이 있어요. 우리 중 그 누구의 과거든 사람들이 제시하는 방식에 따라 아주 사랑받는 국가 원수의 전기가 될 수도 있고 범죄자의 전기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 나도 우리가 중요한 일을 논의하고 있을 때 선생님이 불쑥 농담을 던져 의심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의심들은 당장 잊히지만 오늘 과거 속에서 다시 건져 올리게 되면 갑자기 정확한 의미를 담게 되는 겁니다.” (9) 살다 보면 후퇴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사활이 걸린 입장들을 지켜 내기 위해 덜 중요한 입장들을 버려야 하는 순간. 그런데 나한테 최후의 입장은 내 사랑인 것 같았다. (11) 집이 어디 집이었는가? 유리벽으로 된 방이 여전히 집일 수 있겠는가? 관찰자들이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는 방이? 사랑하는 여자를 밀수품처럼 감춰야 하는 방이?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우리는 우리 집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11) "하지만 내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 있어. 내가 깊이 알고 있는 것, 내가 의미를 알고 있는 것, 내가 사랑하는 것이 있어. 이런 것들을 가지고 난 장난치지 않아." (11) 우리가 둘 다 뭔지 모를 어떤 슬픈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이야기와 그녀 사이의 모든 연관이 지금은 희미하고 느슨하고 그저 우연일 뿐으로 보였다. (...) 그 모험들은 어쩌면 전혀 우리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외부로부터 부과된 것임을. (...) 우리는 그 모험들의 기이한 흐름에 전혀 책임이 없음을. 그 모험들 자체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상한 힘에 의해, 알 수 없는 어떤 곳에서부터 다른 어디로 향한 채 우리를 이끌어 간다는 것을. (12) 잠시 후에야 나는 내 이야기가 (나를 둘러싼 얼음 같은 침묵에도 불구하고) 비극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희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내게 어떤 위안 같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13)
우스운 사랑들 누구도 웃지 않으리,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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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욕망의 황금 사과> 를 읽고 역시나 작가는 실제 바람둥이였음이 분명하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바람둥이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 않고 이런 글을 쓴다는 게 가능할까요. [게임과 절대적 필요성] 에서 전문가의 ‘살아내는 것’과 애호가의 ‘놀이하는 것’에 대한 설명으로 마르틴과 ‘나’의 궁극적인 차이점을 묘사하는 것이 와닿았습니다. 작가는 어느 쪽이었을까 상상해 보기도 하고요. [과도한 믿음의 함정] 에서는 소녀의 과도한 믿음을 정치에 대한 이야기의 비유로 사용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누군가가 궤변을 곧이 곧대로 믿었을 때의 아이러니랄까요. 끝까지 읽으니 마르틴의 그 욕망이 ‘나’에게는 없거나 적었을까 아니면 반대였을까 궁금해졌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다 정치적인 이야기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르틴은 살아 내는 것을 나는 놀이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 여러 여자와 보내는 내 인생 전체가 다른 사람들의 모방일 뿐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모방에서 어떤 즐거움을 찾는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 즐거움 속에는 무언가 완전히 자유로운 어떤 것, 아무 의미 없는 것, 도로 물릴 수 있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미술품 전람회를 가 본다거나 이국적인 풍경을 발견할 때와 같은 것으로, 마르틴의 관능적 삶의 배후에서 내게 감지되는 저 절대적인 필요성에 전혀 종속되지 않는 것이다. (게임과 절대적 필요성) “무엇을 말 그대로 믿게 되면 믿음은 이것을 밑도 끝도 없이 밀고 나가. 어떤 정치를 정말 옹호하는 사람은 이 정치의 궤변을 절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단지 그 궤변 뒤에 감춰진 실제 목적을 파악하는 거야. 왜냐하면 정치적 클리셰와 궤변 들은 사람들이 믿으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거든. 그것들은 오히려 암묵적으로 합의된 핑계 역할을 하지.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순진한 이들은 언젠가 모순을 발견하게 될 거고, 저항하게 될 거고, 결국은 치욕스럽게 이교도나 배교자가 되고 말아. 과도한 믿음은 절대 좋은 걸 가져올 수가 없어.” (과도한 믿음의 함정) 사실 그는 최대한 견실하게 결혼 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 현실 너머에, 결백하고 감동적인 환상의 차원에서, 마르틴의 젊음이 지속된다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방탕한 젊음, 단순한 게임으로 축소된 젊음, 자기 영토의 경계선을 넘어 삶에 가 닿고 현실이 되는 법이 없는 그런 젊음. (배신)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게임이면 어떻단 말인가? 내가 다 알고 있으면 어떻단 말인가? 단지 아무 소용없다는 이유로 나는 이 게임을 포기할 것인가? (후회)
우스운 사랑들 영원한 욕망의 황금 사과,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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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 게임>을 읽었는데 정말 좋았고 천재적인 단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토록 기발하고 재기발랄(?)해 보이는 게임이 이토록 심오하고 끔찍한 결말로 이어지다니. 게다가 이번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에 등장했던 몇몇 개념들이 부분적으로 등장하면서, 뭐랄까 좀더 직관적인 예시를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히치하이킹 게임의 시험을 이겨낼 연인은 얼마나 될지, 과연 그 결과에 따라 사랑의 척도를 논할 수 있을지.. 물론 제 개인적으로는 남자를 납득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남자의 사랑이 부족했다고 생각되지는 않거든요. 마치 토마시가 테레자를 덜 사랑했던건 아닌 것 처럼요. 다만 저는 ‘나는 나야’라고 흐느끼는 여자의 입장에 더 이입이 되었습니다. 남자의 생각처럼 설령 ‘나’라는 존재가 끝까지 ‘모르는 것’으로 남는다 하더라도 나에게 나는 나니까요. 이것도 나도 저것도 나겠지만 나는 나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아직 십삼일의 휴가가 더 남아 있었다.” 라는 마지막 문장은 갑자기 실제로 상상이 되면서 정말 끔찍했습니다.
그녀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자기 설득 방법까지 고안해 내서,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 수백만 기성품 몸 중에서 하나의 몸을 받는다, 마치 거대한 건물 속 수백만 집들 중에서 그녀에게 하나의 집이 배정되는 것처럼, 그러니까 몸은 우연적이고 비개인적인 것이다, 빌려 쓰는 기성품일 뿐이다라고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2) 그녀는 왜 진지함과 가벼움을 함께 가지지 못하는지 자신을 탓했다. (2) 어린아이 같은 욕망들은 어른의 정신의 모든 함정들을 다 벗어나 때로 저 머나먼 노년에 이르기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 어린아이 같은 욕망은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그 속에서 구체화될 기회를 잡는다. (4) 그는 여자 친구가 어느 정도까지 쉬운 여자로 행동할 줄 아는지 보면서 점점 더 짜증이 일었다. 그렇게 쉽게 그런 인물이 될 수 있다면 그녀가 정말로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그것은 어딘가에서 솟아나 그녀 살갗 아래 스며들어 간 다른 여자의 영혼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렇게 연기하는 여자는 그녀 자신이었다. 아니면 적어도 그녀라는 존재의 한 부분으로, 평소에는 그녀가 빗장을 질러 가두어 두지만 게임이라는 핑계가 우리에서 튀어나오게 만든 것이었다. 그녀는 아마 이 게임을 하면서 자신을 부정한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정확히 반대가 아니었을까? 그녀를 자기 자신으로 만들어 준 것이 이 게임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녀를 풀어 준 것이? (7) 그녀가 정신적으로 그에게 낯설수록 그는 육체적으로 더 그녀를 욕망했다. (7)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으며, 모르는 것을 똑같이 모르는 것으로 정의하는 여자 친구의 말이 얼마나 서글프게 말이 안 되는지 너무나 잘 이해했다. (12)
우스운 사랑들 히치하이킹 게임,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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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키움>인 만큼 역시나 어렵네요. 등장인물들 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과 또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전부 너무 복잡하게 묘사되어 있고 각자의 결론 부분에서는 예상했던 것에서 꽤 빗나가는 논리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노트정리를 하면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ㅎㅎ
필연성에다 대고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거죠. 인과 법칙에 다리를 걸고 싶은 거예요. 우주의 흐름의 그 음울한 예측 가능성을 자유의지의 변덕으로 실패하게 하고 싶은 거 말이에요. (자유 예찬) 그 느림은 서투름보다는 나른한 감탄을 증명해 주는데 이 젊은 의대생은 그런 식으로 외부 세계의 무의미한 세세한 것들은 무시한 채 자신의 존재를 깊숙이 집중하여 바라보고 있었다. (책임의 범위) 자기가 의식하고 있는 것에만 책임이 있다면 바보들은 애초에 모든 잘못을 면제받겠군. 하지만 플라이슈만, 사람은 알아야만 할 의무가 있지. 사람은 자신의 무지에 책임이 있는 거야. 무지는 잘못이야. 바로 그래서 그 무엇도 자네 잘못을 사해 줄 수 없는거고, 따라서 자네가 부정할지라도 자네는 여자들한테 상놈처럼 행동한다고 나는 선언하겠네. (책임의 범위)
우스운 사랑들 <콜로키움>,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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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도록> 이렇게 긴 제목을 읽고도 이게 공동묘지 얘기였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참 신기할 정도로 탁월하고 천재적인 모티프에요. 앞 작품인 <콜로키움>의 죽음이라는 테마가 이어지는 듯 합니다. 또 다음 작품 <이십 년 후의 하벨 박사>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젊음과 늙음” 이라는 키워드가 세 작품 모두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농담> 시작부분의 오랜만에 고향 땅을 밟는 장면도 떠올랐어요. 남자 등장인물이 루드빅 같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여자 등장인물은 누구일지… 어쨌든 참 웃픈 작품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점점 사라져 가는 이 (머리카락이 있는) 인물의 총결산은 정확히 무엇인지, 이 인물이 정확히 무엇을 살아 낸 것인지, 정확히 어떤 기쁨들을 맛본 것인지 자신에게 물었고, 그것이, 그 기쁨이 너무 얼마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며 경악했다. 그는 그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그는 부끄러웠다. 이 세상에서 그렇게 오래 살고도 그렇게 조금 살았다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었으므로. (…) 여자는 그에게 삶의 농도를 재는 단 하나의 타당한 기준이 되었다. (3) 마라톤 주자가 중간 지점에서 자신이 지리라는 것을 (그것도 자기 자신의 실수 때문에) 확인하면서 그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되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그런 생각들이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 역시 이제 진 경주라 여겼고 그러므로 계속 달릴 마음이 나지 않았다. (3)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견딜 수 있도록, 어머니를 사랑할 수 있도록 나이 든 어머니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녀는 아들이 자신을 그렇게 무덤 속으로 밀어 넣는다는 것을 때로 알아차렸지만 결국은 아들 뜻을 따랐고, 그의 압력에 굴복했으며, 심지어 자기 삶은 바로 이렇게 다른 삶 뒤로 조용히 사라짐으로써 아름다워지는 것이라 생각하려 애쓰면서 이 굴복을 이상화하게까지 되었다. (6) 인간의 가치 전체는 바로 스스로를 넘어설 수 있다는 데에, 자기 자신의 테두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는 데에, 다른 사람 속에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8)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며, 기념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며, 지금 옆에 있는 남자가 그녀를 기리며 십오 년 동안 숭배한 그 기념물까지도 역시 아무 데에도 소용없으며, 모든 기념물이 다 쓸데없는, 쓸데없는 것이라는 생각. (14)
우스운 사랑들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자들에게 자리를 내주도록>,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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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후의 하벨 박사>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앞서 나온 두 편의 작품과 겹치는 부분이 많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하벨 박사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요. 콜로키움부터 여기까지 세 편이 정말 절절한 “우스운 사랑들”의 다양한 버전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젊은이들과 늙은이(?)들의 사랑이 확실히 구분되는 포인트들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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