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33-40장, 303쪽까지 읽음.
- 런던에서 필립이 느끼는 고독은 지금껏 내가 이해한 필립 캐릭터로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필립같은 성향이라면 오히려 대도시에서의 고독을 즐기며 친구 하나 없이 혼자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할 것 같은데, 그러기에 필립은 아직 너무 어린 나이인가보다.
- 라보엠을 읽으며 파리의 거리를 꿈꾸는 부분은 너무 근사하다. 몸 자신이 젊은 시절 보엠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인지, 찰떡같이 표현해 놓았다. 필립이 실제로 파리에 간 이후로는 라보엠을 떠올리며 얼마나 황홀하게 라탱 구를 걸었을지도 상상하게 된다.
- 케어리 부인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이렇게 복잡미묘하면서도 아름답게 만들어 냈을까. 필립을 파리로 보내기로 결심하고 자기 남은 전재산을 건네주며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났다.
- 파리로 가서 미술공부를 한다니,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와 약간 겹치는 부분이다. 헤이워드 캐릭터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몸은 정말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컸었나보다.
서머싯 몸 <인간의 굴레에서 1>
D-29
신아
신아
“ 269쪽. 길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친구가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저들은 행복한데 나는 비참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부러움은 증오로 변하기도 했다. 대도시에서 그처럼 고독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291쪽. 왠지 알 수 없지만 그 엄청난 사랑의 모습을 보니 야릇하게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무심하고, 그처럼 이기적이고, 그처럼 욕심스럽게 살아온 사내에 대해 그처럼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필립은 그녀가 속으로는 남편의 무관심과 이기심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를 죽여 가면서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33-40장,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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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DAY 6] 41-48장, 390쪽까지 읽음.
- 책 속에서 상상으로만 만나보던 장소에 직접 존재해 보고 거닐어 본다는 것은 정말 황홀한 경험이다. 다행히도 나는 파리를 무지하게 싫어해서, 이 책을 읽으며 파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지는 않는다.
- 잠시 스트릭랜드로 (사실 고갱이겠지만) 추정되는 인물이 언급되는 것이 몸 소설의 세계관을 이어주는 듯 해서 재미있다. 여기 등장하는 필립의 파리 친구들이 전부 당시 특정 예술가를 모티브로 그린 캐릭터들일지 궁금해진다.
- 크론쇼라는 인물은 꽤나 흥미로운데, 이 인물과의 대화에서 서술되는 어떤 삶의 방식에 대한 이론이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을 통해 상당부분 캐릭터화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패니 프라이스는 정말 불쌍하다. 물론 필립에게 그녀를 사랑해야 할 의무는 없었겠지만, 또 필립 입장에서는 단지 그녀의 외모만 보고 싫어했던 것도 아니라서, 필립이 잘못했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주변인물들 중 누구 하나라도 그녀에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안타깝지만 필립도 너무 어리고 미성숙했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 “그는 사랑이라는 것을 사랑하고 있었다” 라는 구절로 미스 윌킨슨과의 연애가 설명되고 필립도 깨닫는 듯 하다. “대상을 향유하고 사랑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인간” 이라니…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표현해 낸 것일까, 몸이 너무너무 대단하다.
신아
“ 304쪽. 필립은 넋을 잃고 말았다. 책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서니 한없이 가슴이 설레었다. 고전적인 장소랄까. 옛 스페인 기사가 미소짓는 스파르타 평원을 처음 바라보았을 때 느꼈을 외포감과 기쁨을 그도 느낄 수 있었다.
339쪽. 브르타뉴에서 한 화가를 우연히 만났다고 한다. 아무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주식중개인을 하다 중년에 그림을 시작하였다는 기인이었는데, 클러튼은 이 사람의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인상주의에 등을 돌리고, 사물을 그리는 수법뿐만 아니라 보는 방법에서도 자기 나름의 개성적인 방식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필립은 그에게 뭔가 독창적인 것이 있음을 느꼈다.
348쪽. 인생이란 쓰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살려고 있는 것이니까. 내 목표는 인생의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네. 삶의 순간순간에서 그 순간의 정서를 음미하면서 말야. 난 내 글쓰기를 말이지, 존재로부터 기쁨을 흡수한다기보다 거기에 기쁨을 부여하는 아름다운 행위라고 보네.
353-354쪽. 세상을 살 만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 필요한 일은 인간의 불가피한 이기성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 모든 개인이 세상에 살면서 자기자신을 위한다는 사실을 자네가 받아들여야 자넨 다른 사람들에게 덜 요구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덜 실망할 거고, 다른 사람들을 더 자비롭게 바라볼 수 있어. 사람은 인생에서 단 한가지를 추구하지. 그건 자기 자신의 쾌락이야. (…) 자넨 가치에 등급을 두고 있어. 쾌락을 맨 아래 두고, 의무라든가, 자비, 진실 같은 말을 할 때는 짜릿한 자기 만족까지 느끼지. (…) 내가 쾌락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면 자넨 놀라지 않았을 거야. 그 말은 덜 충격적이니까.
378-379쪽. 그는 사랑이라는 것을 사랑하고 있었다. (…) 도무지 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나라는 인간은 언제나 대상이 없을 때만 사랑을 하고, 막상 기회가 주어지면 대상의 역겨운 점을 더 과장해서 바라보는 불구적 시각을 가진 인간일까? 그래서 그 때문에 결국은 대상을 향유하고 사랑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인간일까? ”
『인간의 굴레에서 1』 41-48장,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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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DAY 7] 49-56장, 457쪽까지 읽음.
- 죽은 패니의 오빠와 죽은 루이저의 남편. 그들이 죽은 가족을 대하는 태도란. 죽은 큰어머니에 대한 필립의 진짜 속마음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
- “인생이란 그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살아야 할 대상”이라는 구절에서 학부 때 교수님이 생각났다. 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내 모습은 어떠한가. 여전히 예술의 꼭두각시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살 아내야 할 나만의 인생을 찾은 것인가. 훗날 필립은 지금의 선택을 돌이켜 보면서 자신을 실패자로 여기게 되지는 않을까. 부분적으로 내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 읽으면서 계속 느끼는 거지만 인간의 내면을 “언어”로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그리고 밀드레드와의 요상한 관계가 시작되는데, 필립의 감정이 어떤 류의 것인지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 방식의 감정의 발현, 관계의 발전까지 세세하게 이야기로, 언어로 써낼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
신아
“ 404쪽. 사람들은 비평을 부탁하면서도, 듣고 싶어하는 건 칭찬뿐이야. 그뿐, 아니고, 비평이 무슨 소용이 있나? 자네 그림이 좋든 나쁘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 우리가 그림을 그리는 건,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기 때문이야.
411쪽. 진정한 화가나 작가, 음악가에게는 자기의 일에 완전히 몰입하게 하는 어떤 힘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삶을 예술에 종속시키게 된다는 것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어떤 힘에 굴복하여,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본능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느라 그들의 인생은 살아보지도 못한 채 손가락 사이로 새나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필립에게는, 인생이란 그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살아야 할 대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삶의 다양한 체험을 추구하고, 삶의 매 순간이 주는 모든 감동을 향유하고 싶었다.
427-428쪽. 그의 심성이 경박스러워졌다면 오히려 다행이었다. (…)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만이 진정하게 조건 없는 사랑이었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온 사람치고는 잘 성장한 셈이었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인내와 관용을 가지고 대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는 이제 자제력을 갖추게 되어 자랑스러웠다. (…) 그에게는 냉정한 태도와, 어떤 경우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의연한 태도가 갖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더러 무감정하다고 했다. 하지만 필립은 자신이 감정의 노예임을 알고 있었다. 우연한 친절에도 쉽게 감격해 버렸고, 때로는 목소리가 떨려나올까봐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고통스러웠던 학교 생활, 참아내야만 했던 그 굴욕, 창피스러운 꼴을 당하지 않으려는 병적인 강박 관념을 낳게 한 학우들의 조롱이 떠올랐다. 그뒤로 세상과 부딪혀 살면서 겪었던 외로움, 거침없는 상상력으로 세상에 기대했던 것과 실제로 겪은 현실의 격차가 주었던 환멸과 실망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즐겁게 미소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 내가 경박해지기라도 않았다면 자살이라도 했을 것이다”
429쪽. 철저한 정신의 자유, 그것이 파리 생활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그는 완전한 자유를 얻었음을 느꼈다. ”
『인간의 굴레에서 1』 49-56장,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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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DAY 8] 57-64장, 518쪽까지 읽음. (완독)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밀드레드를 향한 필립의 끊임없는 구애. 이런 류의 남녀관계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필립이 이성을 잃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무엇에 눈이 멀었나? 정말로 밀드레드를 사랑한 것일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또 이전에 “사랑을 사랑하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본인도 그저 육체적인 충족을 바라고 있다고 잠시 고백하기도 하는 걸 보면 어쩌면 비슷할 수도 있겠다. 소유 내지는 독점하고자 하는 마음이 무조건 진실한 사랑과 상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듯, 우리가 평소 “순수한, 진실한 사랑”으로 인식하고 있는 그 무언가의 경계선이 참 모호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립은 정말로 밀드레드를 사랑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밀드레드가 결혼하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필립의 “찐 슬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왜 밀드레드를 향한 사랑은 “아름답지” 못했나. 왜 그녀를 사랑하는 기간동안 필립은 “아름다움에 굶주려”야만 했을까. 오히려 사랑에 빠지면 보통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나? 왜 그 사랑이 끝나고 나서야 자연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걸까. 하여간 밀드레드는 희한한 사랑이었다. 나는 그런 고통스러운 사랑이 어떤 것인지 너무 잘 알면서도, 동시에 도무지 필립을 이해할 수 없다.
신아
“ 514쪽. 전에는 그저 책에서 읽었을 뿐이었지만 필립은 이제 예술이 고통으로부터 영혼을 해방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518쪽. 지난 육 개월 동안 하도 아름다움에 굶주려 와서 말예요. ”
『인간의 굴레에서 1』 64장,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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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리
싱글챌린지로 왜 이 책을 왜 선택했나요?
신아
올해 여름 <달과 6펜스>를 아주 오랜만에 재독했습니다. 옛날에 유학시절에 읽었고, 이제는 결혼 후 가정을 이룬 몸이 되어 읽은 것인데, 우와 스트릭랜드가 이렇게 달라 보이는가 싶고, ㅎㅎㅎ 정말 새롭더라고요. 너무 좋았습니다. 갑자기 서머싯 몸의 소설들을 모조리 다 읽고 싶어졌어요. 그믐 싱글챌린지의 도움을 받아 올해 안에 한번 독파해 보려고 합니다:)
도우리
책은 구매, 대여, 전자책 등 어떤 방식으로 접하게 되셨나요?
신아
동생 집에 꽂혀있는 것을 빌려왔습니다:)
도우리
책을 아직 많이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내용일 것이라고 상상하세요? 혹은 어떤 내용을 접하기를 기대하세요?
신아
필립의 인생이 결코 자신이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필립을 평생 얽어매는 “인간의 굴레”가 무엇일지, 선천적인 장애 말고 또 다른 어떤 것이 그의 자유를 방해할 것인지, 그리고 언젠가는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해 지네요.
도우리
오늘은 어디에서 이 책을 읽었나요?
신아
언제나처럼 집에서, 서재 책상에 앉아서 읽었습니다.
도우리
작품 중 가장 공감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입니까?
신아
주인공 필립에게서 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발견하게 됩니다. 오히려 그래서 마음에 안들때도 있어요. 필립의 미운 모습에도 마음이 쓰여서인지, 소설 속에서 필립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너무나 따뜻하고 감동스러운 케어리 부인도 공감이 많이 갑니다.
도우리
작품 중 가장 공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는 누구입니까?
신아
여러명 있는데, 잘 생각해보면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필립이 가장 공감되지 않기도 해요. 예를 들면 지금은 미스 윌킨슨이나 헤이워드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며 그들에게 영향을 받도록 자신을 내버려 두는 필립의 모습이 한편 너무나 이해가 되면서도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중간에 참여할 수 없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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