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D-29
좋은 구절 남겨주셔서 잘 읽어보았습니다. 특히 2번 같은 경우는 새벽근무를 하는 공원들이 잠들지 못하도록 작업반장들이 날카로운 핀을 들고 다니면서 팔꿈치 등을 찌르는데요, 이를 개인의 잔인성 때문으로 돌리고 회사는 나몰라라 하는 부분이 정말 화가 납니다. 회사의 논리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설령 백 번 양보해서 다른 사람 괴롭히는 거 좋아하는 사람 분명히 있고, 밤에 핀으로 깨워서 일을 시켜야 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남 아픈 거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활개 치고 다니지 못할 방안을 연구하고 왜 그런지 원인을 체크해 봐야지, 저렇게 상관없다는 태도는 안 될 말이지요. 어떤 사람이 남들을 때리고 죽인다면 그것은 그의 잔인한 성격 탓이지, 이 사회와는 상관 없는 일이에요? 이런 논리와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지네요.
그믐밤인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꾸물하네요. 길이 멀어서 저희는 이따가 조금 일찍 출발하려 합니다. 참석자분들 곧 뵙겠습니다.~
이번 그믐밤도 꽤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책방지기님의 소싯적 이야기도 인상깊었고요. 저는 아내랑 같이 다녀왔는데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캄캄하고 무서워서 ‘고라니 나오는 거 아냐?’ 라고 했는데 거짓말 처럼 바로 고라니를 만났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하늘을 올려다봤으면 그믐달을 볼 수도 있었을텐데 까맣게 잊고 그냥 지나갔네요.
이번에도 "또" 그믐밤을 찾아주셨습니다. 챠우챠우님의 인생지기 님도 함께 해 주셔서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꼬불탕 꼬불탕 길 돌아가시느라 너무나 고생 많으셨지요? 고라니를 만나셨지만 무사히 귀가하셨을 거라 믿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부랑길과 고라니는 하나도 문제가 아니었는데 곧게 뻗은 올림픽대로에서 졸음과 싸우는게 더 무서웠습니다. ㅎㅎㅎ
아늑한 시골집의 정취를 느끼면서 몇몇이서 책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와 생각들을 나눈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네요. 시간이 너무 금새 지나가버려 아쉬웠습니다. 국자와 주걱은 다음에 낮에 찾아가서 시골정취와 고양이와 진열된 책들을 제대로 느껴봐야겠습니다. 나오는 길에 눈에 띄어 골라 온 “염소 시즈카의 숙연한 하루(다시마 세이조)”라는 동화책을 애들이 아주 좋아하네요. 몇 년 전에 작가의 전작인 “염소 시즈카”를 너무 재미있게 본 터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믐이 아니었으면 가 볼 수 없었을 아름다운 시골서점에서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날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한 발제문 중 마지막 질문이 계속 머리에서 맴돌아서 여기에 옮겨보고 제 의견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편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옵니다. '아버지가 그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중략)' 지나친 부의 축적은 사랑의 상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지나친 부의 축적의 정의는 과연 얼만큼일까요? 아래 몇 번에 해당되시나요? 1. 많이 가지면 왜 사랑의 상실이 되는지? 2. 100억 이상의 부는 필요없다. 내 아래 3대정도 먹고 살 재산 이외의 부의 축적은 잘못이다. 3. 서울시내 중형 아파트 하나 정도만 있으면 된다. 그 이상 많이 가지면 죄가 된다. 4. 일년 정도만 삶을 꾸려가면 된다. 그 이상 쌓아놓지 말고 이웃에게 베풀자. 저는 1번입니다.
지나친 부의 축적이란 뭘까를 생각해 봤는데, 노동을 전혀 할 필요없이 자본소득만으로 생활이 가능해진 상태 정도되면 그 때부터가 지나친 부의 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주변사람에 대한) 사랑이 상실되고, 공감능력이 없어지는 것이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부를 축적한 사람이더라도 얼마든지 사랑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지섭같은 과외선생이 주변에 있거나 일만년후의 세계 같은 책을 꾸준히 읽거나 하면 되지 않을까요? 너무 나이브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게 소설이나 문학이 갖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난쏘공이 21세기에도 읽히는 이유이기도 할 것 같고요.
챠우챠우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난쏘공이 씌어질 당시에는 부의 축척이 사랑의 상실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것 같고요(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과 같은 맥락에서요).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지금은 분명 다르다고 봅니다. 부자와 빈자가 아닌 개인마다의 경험과 성향에 따라 사랑(사람에 대한 배려? 사람을 대하는 정성?)이 다를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사회는 노블리스 오블리스(사회적 지위에 맞는 도덕적 의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잦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특히 많은 부를 가졌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보다 공정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경제적 부와 지위를 위한 노력만큼 소설을 읽고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되면 분명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분 이야기 듣다보니 그믐밤이 끝났는데도 생각해 볼 만한 거리가 계속 쌓이네요. 이 번 그믐밤 뒷 이야기를 또 살짝 해볼게요.
네번째 그믐밤은 다같이 모여 앉아 함께 이야기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해 보았어요. 특히 ‘국자와주걱’은 이런 진행 방식에 완전 적합했습니다. 옛날 할머니 사랑방에 놀러온 듯 모두 신발 벗고 앉아서 따뜻한 뱅쇼 한 잔을 손에 들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처음에 이 곳의 조용함에 놀랐어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으면 엄청나게 고요해지는데요, 도시의 소음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먼저 처음 만나 뵌 분들 간에 약간의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각자가 최근에 경험한 콘텐츠 중에 재밌었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리한 리스트를 아래와 같이 공유하니 참고하세요.~ 저는 마쓰모토 세이초 - 어느 고쿠라 일기전 장강명 작가님 : 안제이 사프콥스키 - 위처 챠우챠우님 : 하재영 -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챠우챠우님 인생지기 : 김수경 - 아내 김금숙 작가님: 세바스티앙 팔레티, 김은주 - 열한 살의 유서 / 드라마 황혼 국자와주걱 책방지기님 : 난쏘공 / 한국이 싫어서 송다영님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권혜선님 : 김승옥 수상문학상 작품집 (2022) 김미례 감독님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마쓰모토 세이초 - 검은 안개 수북강녕님 : 윤하- 사건의 지평선 외길수순님 : 장강명 - 재수사 써니워커님 : 박시백 - 조선왕조실록
위와 같이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받으니 30분이 흘렀습니다. ^^ 어쩌죠? 1부는 45분인데요, 원래 제가 준비한 독서토론 발제문을 소개합니다. 아래와 같이 알차게(?) 준비했는데, 아직 첫 번째 질문도 나누지 못하고 30분이 훌러덩. 이후 김현숙 책방지기님의 난쏘공 추천 이유와 지난 시간에 관해 들었습니다. 실제로 빈민운동, 탁아운동을 인천에서 하셨기에 난쏘공이 소설 속 일로만 다가오지 않으셨을텐데요, 이날 그믐밤에 자리했던 이들이 모두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던 순간입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발제문> 1부 (45분) 1. 이 작품을 인생책으로 골라주신 김현숙 책방지기님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게요. 처음 읽으신 건 언제고 어떻게 인생책이 되었을까요? 2. 이 작품은 1978년에 나왔는데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이 있어요. 그 때와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1978 vs 2022 -작가는 몸집이 작고 발육이 안 좋은 난장이 아버지를 당시 사회에서 소외된 하층민을 대표하는 인물로 그렸습니다. 지금 ‘난장이’에 해당하는 집단은 누구일까요? -가장 공감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민중문학, 노동문학 지금 이 시대에도 필요할까요? 필요하다면 이들 문학에 담겨야 하는 내용은 무엇일까요? 노동자들의 위로와 연대, 지금 이 시대의 철저한 고증과 기록?
2부 (44분) 본격적으로 1978년과 2022년의 경제적 차이를 비교해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이 있어요. ‘칼날’에서 "물이 잘 나올 세상이 언젠가는 올걸요." 같은 부분 ‘궤도 회전’에서 이런 문장들입니다. '너의 잠자리는 늘 따뜻했지? 오십 년생 굴피나무까지 얼어터지게 한 지난 겨울, 네 방의 온도는 몇 도였지?' '넌 겨울에도 반팔 옷을 입고 살았지? 목욕을 하고 싶으면 언제나 네 방에 딸린 목욕탕에서 목욕을 할 수 있었지? 너는 잠을 자다 춥고 배고파 깨 본 적이 없지? 그런데 은강방직 공장에 나가는 난장이 아저씨의 딸은 어땠는지 아니?' 지금 우리들은 그냥 수도꼭지에서 물이 잘 나오는 걸 넘어서서 따뜻한 물이 잘 나오는데요, 과연 그럼 그 만큼 행복해진걸까요? [사이다, 포도, 라면, 빵, 사과, 계란, 고기, 쌀밥, 김.] 명희는 나의 손가락 하나를 마저 짚지 못했다. 그때의 명희에게는 그 이상의 것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3. 지금 당장 가지고 싶은 것 9가지 써 보세요. 그리고 2분을 드릴게요. 그 중에서 5개를 지우겠습니다. 남은 것 4가지 함께 발표해 볼게요. 4.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편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옵니다. ‘아버지가 그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 버리고, 바람도 막아 버리고, 전기줄도 잘라 버리고, 수도선도 끊어 버린다.’ 지나친 부의 축적은 사랑의 상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지나친 부의 축적의 정의는 과연 얼만큼일까요? 아래 몇 번에 해당되시나요? 1. 많이 가지면 왜 사랑의 상실이 되는지? 2. 100억 이상의 부는 필요없다. 내 아래 3대 정도 먹고 살 재산 이외의 부의 축적은 잘못이다. 3 서울시내 중형 아파트 하나 정도만 있으면 된다. 그 이상 많이 가지면 죄가 된다. 4. 일 년 정도만 삶을 꾸려가면 된다. 그 이상 쌓아 놓지 말고 이웃에게 베풀자.
이상이 제가 준비한 독서모임 발제였는데요 과연 그믐밤에 저희들은 저 발제문의 어디까지 이야기했을까요? 상상은 여러분께 맡깁니다.
'국자와주걱' 은 여럿이 함께 먹는 요리를 준비할 때 사용하는 조리도구에서 책방 이름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4회 그믐밤은 넉넉한 인심의 이 곳 '국자와주걱'에서 참석해 주신 분들과 함께 밥 한 술 뜬 것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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