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

D-29
오늘은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편을 읽었어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 제목이 다 좋네요. 제목 스타일이 다 조금씩 다른데 전부 내용과 어울리면서 각기 다르게 잘 지으신 거 같아요. 뫼비우스의 띠/ 칼날/ 우주 여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육교 위에서/ 궤도 회전/ 기계 도시/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클라인씨의 병/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에필로그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에서 만난 문장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예외란 있을 수 없었다. 은강에서는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직 이 단편은 읽지 못했는데 제목부터가 좋네요~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그리고 추천 문장도 멋있습니다 삶을 성실히 치열하게 사시지만 아직 고단하게 살고 있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문장이네요~ '지금의 삶은 단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칼날>에서 신애란 인물이 저도 참 좋았습니다 평소에는 따뜻하고 성실하면서 난장이 아빠를 적극적으로 도왔죠(처음 전개와 다르게 아주 강한 분이셨어요~ ) '신애'같은 분들이 간간히라도 우리 옆에 있다면 또는 우리가 또다른 '신애'가 된다면 어떤 세상이 올까? 잠깐 상상해 봅니다~^^
아마도 '난쏘공'을 읽으신 분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신애'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지섭이나 윤호는 너무 멀게 느껴지고 난장이 아버지의 자식들인 영수나 영희도 어떤 면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신애'는 많이 가깝게 느껴졌어요.
<클라인씨의 병>에서 만난 문장 '바다에서 제일 좋은 것은 바다 위를 걷는 거래. 그 다음으로 좋은 것은 자기 배로 바다를 항해하는 거지. 그 다음은 바다를 바라보는 거야. 하나도 걱정할 게 없어. 우리는 지금 바다에서 세 번째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너무 아름다운 문장이네요. 바다에 가면 언제나 바다에서 세 번째로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조금(?) 힘들고 두 번째도 쉽진 않지만 세 번째로 좋은 일은 언제나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가고 싶네요. 바다에서 세 번째로 좋은 일 하러...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도 읽었어요. 주로 약자가 주인공이었던 다른 단편들과 달리 이번 편은 은강기업이라는 재벌 회장님의 손주가 주인공이에요. 읽기 전엔 부자가 등장하니 그는 아주 전형적인 악당으로 그려지겠군 싶었는데 의외로 꼭 그렇지 많은 않네요. 함께 등장하는 사촌형이라는 인물은 꽤 도덕적이기까지 합니다. 이 단편도 저는 아주 맘에 드네요.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에서 만난 문장 남쪽 공장에서 올라왔다는 그는 손가락이 여덟 개밖에 안 되었다. 아버지의 공장에서 두 개를 잃었을 것이다. 콧등도 다쳐 납작하게 내려앉았고, 눈 밑에도 상처가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의 말을 듣지 않기로 했다. 증인으로 나온 사람에게 손가락이 여덟 개밖에 없다는 것 자체가 기분 나빴다. 잃은 두 개가 사물에 대한 그의 이해에 끼쳤을 영향을 나는 생각했다.
드디어 내일, 네번째 그믐밤입니다. 잊지말고 시간 잘 확인해 주세요. 오늘, 좋은 하루 되시구요! ^^
바쁘다는 핑계로 오늘에서야 완독하였습니다. 감명깊게 읽은 구절(제 느낌)을 남겨 봅니다. 1. 세상은 공부한 자와 못한 자로 엄격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끔찍할 정도로 미개한 사회였다. / 어머니 가계부 중 “길 잃은 할머니 140원, 불우이웃 돕기 150원” / 아버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사랑에 기대를 걸었었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그 세계의 지배계층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 나는 옳은 일에서가 아니라 기회, 지원, 무지, 잔인, 행운, 특혜 등으로 막대한 이윤을 얻는 사람들에 대하여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여러 장면에서 언급된 일한만큼 댓가를 받지 못하는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비난을 현재의 우리사회도 극복하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2. 어떤 반장이 핀을 사용했다면, 그것은 그 개인이 갖고 있는 잔인한 성격 탓이지 회사와는 상관이 없는 일예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면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개인의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 경제적 가치에 치우쳐 있거나 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없는 등 우리사회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기인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아들은 벌써 전부터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는 눈치였다. 신애의 아들은 그것이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고, 그 뒤에는 많은 것이 감추어져 있다고 믿는 것이었다. / “형은 이상주의자야” / 그의 이상이 그를 괴롭혔다. / 어머니의 말을 들었다면 나는 은강방직 보전반 기사 조수에서 기사로 올라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받는 돈도 많아졌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원하는 아들이 될 수 없었다. 나는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했다./ (어머니가 영수에게) “도대체 넌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왜 가만히 시키는 일만 못해?” "내 말을 들어야 돼. 공장에서 시키는 일만 해. 내 말을 안 듣다가는 정말 잡혀가. 너는 죄를 짓고, 재판을 받고 가옥에 가게 돼" (영수의 마지막은 안타까운 결말이지만, 가족, 부모, 자신의 안위를 선택하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할 때 유의미하고 가치있는 존재로서 살아낸 삶이 아닐까요?) 4. 교육적으로 어떤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상식적인 방법에 의해 문제의 핵심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거치진 못했지만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지속하는 사람들로부터 오히려 배울 점이 많은 경우를 종종 봅니다.)
좋은 구절 남겨주셔서 잘 읽어보았습니다. 특히 2번 같은 경우는 새벽근무를 하는 공원들이 잠들지 못하도록 작업반장들이 날카로운 핀을 들고 다니면서 팔꿈치 등을 찌르는데요, 이를 개인의 잔인성 때문으로 돌리고 회사는 나몰라라 하는 부분이 정말 화가 납니다. 회사의 논리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설령 백 번 양보해서 다른 사람 괴롭히는 거 좋아하는 사람 분명히 있고, 밤에 핀으로 깨워서 일을 시켜야 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남 아픈 거 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활개 치고 다니지 못할 방안을 연구하고 왜 그런지 원인을 체크해 봐야지, 저렇게 상관없다는 태도는 안 될 말이지요. 어떤 사람이 남들을 때리고 죽인다면 그것은 그의 잔인한 성격 탓이지, 이 사회와는 상관 없는 일이에요? 이런 논리와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지네요.
그믐밤인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꾸물꾸물하네요. 길이 멀어서 저희는 이따가 조금 일찍 출발하려 합니다. 참석자분들 곧 뵙겠습니다.~
이번 그믐밤도 꽤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책방지기님의 소싯적 이야기도 인상깊었고요. 저는 아내랑 같이 다녀왔는데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캄캄하고 무서워서 ‘고라니 나오는 거 아냐?’ 라고 했는데 거짓말 처럼 바로 고라니를 만났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하늘을 올려다봤으면 그믐달을 볼 수도 있었을텐데 까맣게 잊고 그냥 지나갔네요.
이번에도 "또" 그믐밤을 찾아주셨습니다. 챠우챠우님의 인생지기 님도 함께 해 주셔서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꼬불탕 꼬불탕 길 돌아가시느라 너무나 고생 많으셨지요? 고라니를 만나셨지만 무사히 귀가하셨을 거라 믿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부랑길과 고라니는 하나도 문제가 아니었는데 곧게 뻗은 올림픽대로에서 졸음과 싸우는게 더 무서웠습니다. ㅎㅎㅎ
아늑한 시골집의 정취를 느끼면서 몇몇이서 책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와 생각들을 나눈 기억에 남을 시간이었네요. 시간이 너무 금새 지나가버려 아쉬웠습니다. 국자와 주걱은 다음에 낮에 찾아가서 시골정취와 고양이와 진열된 책들을 제대로 느껴봐야겠습니다. 나오는 길에 눈에 띄어 골라 온 “염소 시즈카의 숙연한 하루(다시마 세이조)”라는 동화책을 애들이 아주 좋아하네요. 몇 년 전에 작가의 전작인 “염소 시즈카”를 너무 재미있게 본 터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믐이 아니었으면 가 볼 수 없었을 아름다운 시골서점에서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날 미처 다 소화하지 못한 발제문 중 마지막 질문이 계속 머리에서 맴돌아서 여기에 옮겨보고 제 의견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편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나옵니다. '아버지가 그린 세상에서는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중략)' 지나친 부의 축적은 사랑의 상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지나친 부의 축적의 정의는 과연 얼만큼일까요? 아래 몇 번에 해당되시나요? 1. 많이 가지면 왜 사랑의 상실이 되는지? 2. 100억 이상의 부는 필요없다. 내 아래 3대정도 먹고 살 재산 이외의 부의 축적은 잘못이다. 3. 서울시내 중형 아파트 하나 정도만 있으면 된다. 그 이상 많이 가지면 죄가 된다. 4. 일년 정도만 삶을 꾸려가면 된다. 그 이상 쌓아놓지 말고 이웃에게 베풀자. 저는 1번입니다.
지나친 부의 축적이란 뭘까를 생각해 봤는데, 노동을 전혀 할 필요없이 자본소득만으로 생활이 가능해진 상태 정도되면 그 때부터가 지나친 부의 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주변사람에 대한) 사랑이 상실되고, 공감능력이 없어지는 것이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부를 축적한 사람이더라도 얼마든지 사랑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지섭같은 과외선생이 주변에 있거나 일만년후의 세계 같은 책을 꾸준히 읽거나 하면 되지 않을까요? 너무 나이브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그게 소설이나 문학이 갖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난쏘공이 21세기에도 읽히는 이유이기도 할 것 같고요.
챠우챠우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난쏘공이 씌어질 당시에는 부의 축척이 사랑의 상실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것 같고요(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과 같은 맥락에서요).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 지금은 분명 다르다고 봅니다. 부자와 빈자가 아닌 개인마다의 경험과 성향에 따라 사랑(사람에 대한 배려? 사람을 대하는 정성?)이 다를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사회는 노블리스 오블리스(사회적 지위에 맞는 도덕적 의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잦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특히 많은 부를 가졌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보다 공정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경제적 부와 지위를 위한 노력만큼 소설을 읽고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되면 분명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분 이야기 듣다보니 그믐밤이 끝났는데도 생각해 볼 만한 거리가 계속 쌓이네요. 이 번 그믐밤 뒷 이야기를 또 살짝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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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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