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

D-29
이 문장 정말👍👍👍
서른 살이 될 무렵 나는 나이 든 여자 히피가 된다는 건 상당히 비장해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껏 영광스러운 저항을 연출했고, 낭만적인 여주인공처럼 살아왔지만, 지나고 나니, 막상 진정한 의미에서의 진지하고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정치 참여 역량이 결핍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101p,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미래라고 하는 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짧은 여정만을 남겨두게 되면, 과거가 점차 존재감을 보이면서 자기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떠올려볼 것을 종용한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105p,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주말에 책모임이 있었는데 저희 멤버들 나이가 거의 폐경기전후라서...한참 갱년기에 대해 얘기했네요. 대화의 소재도 나이듦의 비중이 점점 늘어남을 느껴요.
대학친구들이랑 탈모에 대해 4시간 정도 얘기한 적이 있어요. 거의 1년만에 모여서 6시간 정도 놀았는데...두 시간은 애들 얘기했던 거 같고... 담부터는 절대 탈모 얘기 하지 말자고 했더니, 담에 만나서는 흰머리 얘기하고 자기들 조금씩 병나서 입원했던 얘기,수술받았던 얘기하더라고요. ㅜ.ㅜ
작고 큰 수술한 얘기는 정말 40대가 되면서 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ㅠㅠ
나이를 먹는다는 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그 전엔 알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해 주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125p,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책이 두껍지 않고 글량이 많지 않아서 금방들 읽으실 것 같은데 생각할 거리가 좀 있지 않나요?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요. 이제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남은 일주일은 나의 늙어가는 남은 날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해보아요🙋‍♀️ (오늘이 제일 젊다!!!)
지금보다 더 젊고,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여행을 다니던 때, 우리의 짐 가방엔 책이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약 봉투가 가득한 가방을 끌고 다닌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151p,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전 사실 운동 덕분인지 타고난 건강 덕분인지 살 찌는 거 외엔 건강에 별 문제가 없지만, 영양제는 꾸준히 먹습니다. 약봉투와 친구할 날....으헉
오늘이 제일 젊다 저의 좌우명이에요 물론 몸은 노화를 느끼지만 100세 수명 시대에 저는 이제 겨우 여름이더라구요 늦여름이지만 아직 가을도 안 왔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내 인생은 한창이라는 생각에 하루하루 소중하게 즐기기로 했어요 원래 가을이 가장 아름답지 않나요 아직 봄인 분들도 한여름인 분들도 심지어 초겨울이라해도 책이 주는 재미는 모두가 같아서 이 공간이 좋네요
나는 환생을 믿지 않는다. 천당도 지옥도 믿지 않는다. 나는 그저 사람은 살고, 그러다가 죽는다고 믿는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186p,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나는 안다. 나 자신이 절대 양로원 같은 곳에 내 한 몸을 의탁할 사람이 아님을. 아이고, 그런데 타이밍이 애매하다. 사람은 언제나 적시에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나 아닌 다른 많은 사람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을 테지만, 막상 결정적 순간에 이르자, 한 번뿐인 목숨에서 아직 남아 있는 것, 그것이 비록 잔인할 정도로 쪼그라들었을지언정, 그것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을 뿐이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187p,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전 3장 '후회' 관련된 말들이 아주 공감되면서도 그만큼 아프게 다가와서 한참을 거기 머물러 있다가 이제서야 뒷부분을 읽어나가는 중입니다. . 그래도 제 선택대로 삶을 살아왔고 만족한다고도 자주 생각해오곤 했어요. 하지만 노년이 되면서 그런 것들이 후회로 다가올수 있겠다는걸 3장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도 작가처럼 안정된 가정과 아이를 만들지 않았고 과거를 망각 속으로 버려왔으며 홀가분하게 살고자 노력해왔었거든요. 거기에 만족한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흔들림을 자주 느끼고 있어요. 그런 와중에 이 글을 읽으니 정말 아프게 다가오더라구요. 사람들과 만났을때 저마다 사진들을 보여주며 추억들을 공유하고 있을때 '그런데 난 보여줄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이 한문장에 담긴 감정이 왜이렇게 거대하게 다가오는건지.. 언젠가 이렇게 모든 회한이 수면 위로 올라와 자신을 흔들어댈때 어떻게 해야할까... 내 선택들이 슬픔으로부터 전혀 나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니...결국은 조금씩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지만 그 과정은 오래 걸리고 무척 아프겠다. 그 과정을 한참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질수 있었습니다. 미리 상상으로 겪어본게 과연 좋은 것이었을까 싶은 생각도 하면서요... ps. 마지막 문장은 갑자기 왜 이런 질문으로 끝맺는건지 궁금하면서도 몰입이 깨지기도 했어요. 남자도 그런 같은 감정을 느낄수 있다고 답해주고 싶으면서도 불필요한 마지막 문장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저도 3장의 마지막 문장 의아했어요. 남녀의 노화에 대한 비교가 뒤에 좀더 나오는 편인데, 여기서의 한문장은 뜬금없죠.
8장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페미니즘 책들을 읽어나가면서 충격을 받고 깨우쳐가면서 여성운동까지 이어지는 과정들이 열정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져있어는데 나오는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져서 정리해봤습니다. 꽤 오래전 나온 책들인데도 다 번역이 되어있어서 놀랐네요, 아쉽게도 '킹콩걸'은 절판입니다. 함께 모여 공부하고 토론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는 문장이 무척 좋더라구요, 열정과 놀라움으로 가득 했던 한 시절을 다시 맞이해보고픈 그리움 같은 게 생기기도 하구요, '매일 저녁, 나는 싸구려 와인과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우리가 자매 연대라고 부르던 정겨운 시간과 거리낌 없는 웃음에 취한 채 나의 작은 단칸방으로 돌아왔다. 늘 모든 걸 혼자 견뎌야 한다고 믿었던 나는, 우리는,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 기분 좋게 어리둥절했다. 마치 몇 시간 동안 정신없이 롤러코스터를 타기라도 한 것처럼.' '과거에 치른 전투가 나를 구축했다, 그 전투가 지난 몇십 년 동안 나를 구조화했으며, 나로 하여금 오늘날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의 여성이 되도록 지지해주었다'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 남성, 여성 그리고 강간의 역사법, 제도, 경찰, 프로파일링, 전쟁, 혁명, 인종, 노예제, 대중문화, 정신분석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강간 관련 자료를 수집, 연구, 비판한 수전 브라운밀러의 고전이 완역 출간된다. 이 책에서 브라운밀러는 강간이 한낱 정욕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폭력의 범죄라는 점을 부각했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이 책은 원저인 <Outrageous Acts and Everyday Rebellions> 중에서 보다 대중적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성 정치학‘정치’를 정당을 중심으로 한 협소한 개념으로 보지 않고 “권력으로 구조화된 관계와 배치”로 정의해 가부장제에서 성(性)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함의를 분석했다.
가장 파란 눈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토니 모리슨의 데뷔작.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로레인을 배경으로, 파란 눈을 가지면 끔찍한 현실이 뒤바뀔 것이라고 믿은 흑인 소녀의 비극을 다룬 소설이다. 차별과 빈곤, 폭력이 대물림되는 흑인 사회의 슬픈 연대기가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되어 더욱 강렬하게 그려진다.
킹콩걸 - '못난' 여자들을 위한 페미니즘 이야기2006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현시대 최고의 페미니즘 책'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 <베즈 무아>의 작가로도 널리 알려진 비르지니 데팡트는 ‘펑크’와 ‘여자’라는 자신의 이중의 비주류적 핸디캡을 온몸으로 겪어내면서 페미니즘에 눈뜨고 독자적인 입장을 정립해가는 궤적을 그리고 있다.
11장은 정말 너무 좋네요, 밑줄로 가득한 장이기도 했어요. '문학은 내 삶을 구원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기를 소망한다.'로 시작하는 강렬한 첫 문장을 시작으로, 삶의 시기마다 이정표처럼 탐닉했던 작가와 작품들의 리스트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특히나 여행지마다 그때 읽은 작가와 작품들이 연결되어 떠오른다는게 인상적이더군요. 저는 여행지에서 들었던 음악이 주로 그 장소로 다시 데려다주곤 하는데, 이자벨 작가는 문학이 그 역할을 했다는게 신기하면서 부럽기도 하고, 다음 여행때는 그렇게 문학도 함께해봐야겠단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제 삶의 이정표가 되어준 책들은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단 생각도 했습니다. '나는 여자 친구들과 이런 책들에 대해 줄곧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덕분에 날마다, 대화를 나눌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맛보았고, 우리들 사이의 연대감이 나날이 돈독해짐에 뿌듯해했다' P119 우리에게는 이 그믐이 이런 역할을 하는거겠죠? ㅎㅎ 마지막 문단은 정말 너무 좋아서 몇번이나 다시 읽었어요. 마지막 문단은 많이 옮기고 싶어서 댓글로 옮기는게 좋겠네요, 아마도 그 마지막 문단이 구선아 작가님에게 늙는 것에 대해 용기 같은 걸 피어오르게 해주지 않았을까 짐작하기도 했어요. 저도 계속해서 만나갈 책들이 노년까지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게 됩니다.
살면서 얻은 교훈의 상당 부분을 나는 문학 수업에 빚지고 있다. 몽테뉴는 자신과 대면할 용기를 가르쳐주었고, 프루스트는 기억의 권능을, 토니 모리슨은 작열하는 문체로 진실과 정의의 의미를 귀뜸해주었으며, 아니 에르노는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 글을 씀으로써 세상을 포착할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 캐럴린 하일브룬은 "우리는 글을 통해서 우리의 삶을 산다"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내 삶이었으며, 그것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문학은 늘 나를 지탱해주었다. (...) 내가 게걸스럽게 읽고 열정적으로 토론해온 많은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실존이라는 거대한 혼돈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이야기들은 나를 보호해주고 교육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라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장애물 천지인 험한 길에 기꺼이 나와 동행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구성하는 소중한 말들 덕분에 나는 꾸역꾸역 우직하게 장애물들을 넘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내 앞에 펼쳐질 인생의 새로운 과정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임을, 문학이라는 버팀목은 언제든 든든하게 나를 받쳐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늙어버린 여름 - 늙음에 대한 시적이고 우아한, 타협적이지 않은 자기 성찰 122-123,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양영란 옮김
맞아요 ㅎ 저도 11장 좋아하는데요. 용기와 두려움을 매일 오가지만요!!
번외모임 덕에 아마도 안 읽어봤을 책을 접하고, 늙음에 대해 생각하며 지냈던 시간이었네요, 아주 인상적인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제게는 앞부분에 더 인상적인 글들이 무척 많았었습니다. 이 책은 늙음을 다루고 있지만 좀 다른 포지션으로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주로 노년을 예찬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를 말하고, 그때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긍정적인 것들을 말하는 다른 많은 책들과는 달리 이자벨은 거침없이 늙어버린 자신이 받은 충격과 불편한 변화들을 털어놓습니다. 재난이란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요, 복부에 훅을 강하게 집어넣어 숨이 턱 막혀있을 독자를 향해 이런 것들이 오니까 잘 대비하란 말이야, 한마디 해주는 코치 같기도 합니다. 늙는게 덜 두려워졌다는 구선아 작가님과는 다르게 소심한 전 오히려 두려움이 별로 없어서였을까요, 갑자기 좀 두려워지더라구요, 바로 코앞에 노년이 다가와있는 나이인데도 말이죠. 그동안 좀 낭만적으로 노년에 대해 생각했던 것들이 부서지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것들이 눈앞에 훅 다가온 느낌이었어요. 마음을 보다 더 단단히 먹을 필요가 있겠구나 싶은 결심. 이런 두려움을 일깨워주는 책은 귀하죠. 그런 면에서 늙음에 대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책이기도 해서 좋았어요. 다만 서양 상류층 여성지식인의 시선에서 그 위치를 살피고 과거를 돌아보는건 제게는 공감까지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아쉬움이 있더라구요, 우리에게도 이런 솔직한 이야기들이 필요하겠구나, 우리 이야기를 다룬 책도 찾아보고 싶더라구요, 혹시 좋은 책 읽으신 분 있음 추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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