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님의 대화: 머리말과 서론까지 읽고 나니 머리가 어질어질한 느낌입니다. 동질성과 이질성으로는 그나마 이해가 가는데, 이걸 규모와 범위로 설명할 때는 이해가 가다 말다 하네요. 스케일과 스코프라는 개념을 이런 식으로 놓고 생각하는게 흥미롭기도 하고, 반면에 이 모든 걸 이걸로 다 환원해서 설명하는 건 너무 야심이 큰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만 논문에서 할 수 없는 걸 단행본에서 하겠다는 저자의 의도는 재밌네요. 저 같은 취미 독자는 환영입니다^^
과거제로 중국과 동아시아 관료제의 특성을 설명하는 건 아마 기존의 연구도 꽤 있을 것 같은데, 다만 과거제가 사상적 동일성을 강제해서 중국에 사회가 부재하다 식의는 접근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서유럽과 비교해서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동시에 동북아 국가들 간의 비교를 해 본다면(예컨대 조선과 비교해서) 꼭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서유럽에서도 근세에 카톨릭이 권력을 왕권과 나누기는 했어도 사회의 역할을 했을까 싶고요. 물론 종교개혁 이후의 개신교와 부르주아지가 그런 역할을 했을텐데, 이걸 중국은 과거제 때문에 사회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게 일리는 있지만 지나치다는 느낌입니다.
위에서 소개해 주신 책에서는 박민희 기자의 책도, <야망의 시대>도 위화도, 켄리우도 재밌게 읽긴 했지만, 중국사 책은 몇 년 만이네요. <옥스포드 중국사 수업> 2016년에 번역서 나올 때 읽은 게 마지막이라, 워낙 무지한 분야입니다. 일단은 책을 따라 본문을 읽어보면 조금 더 자세한 얘기가 나오겠지요.
저도 경제학에서 말한 규모와 범위의 경제 개념보다는 정치사회적 동질성과 이질성 정도로 이해했는데 아직 저도 경시만으로 사회가 없는 결론에 이르는 것은 동의할 수 없네요. 가장 중국의 과거 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동북아 문화권에서도 그럼 사회가 없어야 하는데.. 그리고 과거제도가 나오기 훨씬 전에 유교가 이미 있었는데 이 유교사상 같은 게 서양에서는 안 나오고 유독 중국에서 나온 이유에 대해서도 고려해 봐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서양에도 관리를 뽑는 제도는 아니라도 대학 등의 exam 제도와 meritocracy가 있긴 할텐데 어쩌면 exam 제도 자체 뿐만 아니라 그 exam의 내용이나 특성 등에 의해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칠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전에 다니던 국제학교에선 written test는 있지만 객관식이 거의 없고 다 서술식 에세이형의 시험이고 토론 과제도 많았는데.. 한국의 학습방식과 많이 달라서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했어요.
물론 서문에서도 작가가 자기 책의 한계점에 대해 말하면서 너무 환원주의거나 다른 원인도 있을 수 있다고 시인하긴 했지만.. 아직은 과거제도의 역사를 따라가서 조금 더 읽어보고 이게 현대 중국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Exam 외에도 다른 EAST의 공식이 상호작용한 게 있을지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