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니안 말씀하신 대목 가운데 "유학이 통치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이념"이라는 지점은 앞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포인트 가운데 하나이고, 특히 4부 과학기술 부분에서 실증 데이터와 함께 제시가 됩니다. 이 책의 구성이 특이한 게 저자가 시험-독재-안정성-과학기술로 논의를 확장해가기보다는 시험-독재-중국의 과거와 현재 / 시험-안정성-중국의 과거와 현재 / 시험-과학기술-중국의 과거와 현재 이런 식으로 논의가 진행됩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YG
YG
@CTL 네, 말씀을 듣고 보 니 1. 그런데 과거의 인재 선발 + 관리 선발이 딱 나눌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중국이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만 봐도 비교적 중앙 정치와 거리가 먼 지방의 유교형 인재 양성도 사실은 입신양명(과거제-관리 선발)으로 상징되는 일과 뗄 수 없는 관계였으니까요. 2는 막연히 짐작만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충격을 받았던 대목인데요. 팔고문과 전형적인 답을 써내는 과거제의 한계는 뒤에서도 계속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긴 합니다.
CTL
후후...팔짱 끼고 읽는 모습,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해 주신 책인데, 자꾸 걸고 넘어지는 듯한 말을 해서 자제하려고 하지만, 궁금증은 못 참아서요.
그런데, 그믐에도 숨은 고수님들이 많아서, 어리석은 말을 해도, 고수님들이 나서셔서 고쳐주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일부러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건 아닙니다~
YG
@개와고양이 네, 그 부분이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제가 한때 중국의 체제 변동에 꽂혀서 중국 쪽 책을 많이 읽었는데, 우리나라에서 각광을 받는 중국의 신지식인도 다들 대학 교수(사실상 공무원), 정부 산하 기관 연구원(사실상 공무원) 정체성이더라고요. 심지어, 계파의 이데올로그인 경우도 많고요. 중국에 독립적 지식인이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죠.
소피아
@개와고양이 님이 말씀 하신 내용을 저도 여기저기에서 읽었습니다. 엘리트 집단을 진공펌프로 빨아들이듯이 관료체제가 다 휩쓸어가서, 두터운 지식인 계층이 만들어지기 어려웠다고.. 현대로 올수록 더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테이블
1장은 위에서 여러 분들도 비슷하게 말씀하셨는데, 저는 전반적으로 약간은 자의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오랜 시기의 역사를 간략하게 요약하다 보니 너무 단순화시킨다,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다른 한편으로 과거 제도의 발달과 확대가 능력주의를 통해서 지방 귀족을 누르고 엘리트를 충원하는 역할을 하는 측면과, 동질성이 높은 지배 이데올로기를 확산하고 관료제를 강화하는 측면이 다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복합적 측면을 어떻게 다루는지 뒤에서 더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시험의 기술적 측면이나 부정과 관련한 내용은 한국에서 대학 입시 논쟁(정시 대 수시 라든지) 느낌도 드는군요.
하느리
서론만 읽었을 때는 '내용이 너무 어렵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작가 말처럼 책의 주제가 너무 광범위해서 과연 저같은 일반인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해서요. 그런데 1장은 조금 다르네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연구 결과 등이 '확장을 위한 표준화 도구'로서의 과거제를 잘 설명해주고 있어요. 유가와 법가의 융합 위에서 통치되던 중국이, 과거 시험에는 유교의 가르침만 낸 까닭도 이해가 되네요.
소피아
중국의 과거 시험제도는 결국, 절대 왕정 강화나 중앙 집권화를 위한 유럽의 혼인 동맹, 종교 개혁 세력과 부르주아 계급 지원이나 일본 에도 시대 참근교대제같은 권력자의 전략적 도구였다는 주장이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목적의 다른 지역 사례들보다 무려 천 년쯤 앞서는 데다가 비교할 수 없이 정교하고 광범위한 전략이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1장에서 소개된 "야심찬 비지니스 리더"들 세 명 이야기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수나라가 기존 평가보다 상당히 범상치않은 면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이유가 대운하였거든요. 대런 아세모글루의 <권력과 진보>에서 파나마 운하 건설하며 쩔쩔매면서 흑역사쓰던 사람들 이야기 읽으면서, 19세기 말에도 이렇게 힘든 일을 1200여년 전에 해낸 수나라 인간들은 대체 뭐였단 말인가, 이런 엄청난 일을 도모하니 일찍 망했을수 밖에.. 뭐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경악스러운 대운하를 계획한 수 문제가 과거 시험도 도입했다니...
측천무후는 서태후와 더불어 중국의 악녀로 명성이 드높아 예전에도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샨사의 소설 <측천무후>도 읽었는데 -오래되어서 기억이 거의 안나지만- 소설 속 측천무후가 고독하고 외로운 한 인간이었을 뿐이다라는 밍숭맹숭한 느낌만 받았어요. (헉, 책꽂으려고 보니 내가 쑤퉁의 측천무후도 읽은 거 같네?) 그런데 야성 황이 "비지나스 앰버서더","궁극의 아웃사이더" 이렇게 강력하게 네이밍해주니까 뭔가 현대적이면서 신박하군요. (저자가 중간중간에 집어넣는 전공 용어를 활용한 비유들이 이 책의 킬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밑줄밑줄^^)
마지막으로 야성 황이 풀어놓는 주원장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는데, 제시한 포인트들이 전부 시진핑을 떠올리게 합니다. 반부패정책 부분에서 보시라이 사건이 똭 떠올라서 혹시? 하고 검색해보니 (이북의 장점) 아니나 다를까 뒤에 줄줄이 나오는군요. 어디로 가려는 지 이미 알 것 같다...
측천무후 - 상중국적인 소재와 정서를 프랑스어로 정련, 인간 내면의 욕망을 시적 표현으로 투명하게 드러내는 작가 샨사.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샨 사의 네 번째 장편소설 <측천무후>가 출간됐다. 판권을 두고 프랑스 굴지의 두 출판사가 법정 소송을 벌인 바 있는, 2003년 프랑스 최대의 화제작이다.
측천무후<눈물>의 작가 쑤퉁의 역사 소설. 쑤퉁만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후궁에서 황제가 된 철의 여인 측천무후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장엄하고도 유려하게 그려냈다. 황궁의 넓고 붉은 담장 안 열네 살 궁녀 미랑에서 중국 천하를 호령하는 여황제 무측천이 되기까지, 여인에서 여황으로의 성장을 그린 한 편의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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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제가 2004년에 북경에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도 여행 가이드께서 중국 공산당의 부정부패에 대해 엄청 이야기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소피아
저도 몇 번 갔었어요. 중국 여행 좋아해요 (시진핑 집권 후에는 두 번 갔었네요) 변경 지방 젊은 중국 공안들이 너무 친절하고 정직(?)해서 깜짝 놀랐어요. 반부패정책이 강도높게 시행되고 있나, 아니면 이들이 신참이라 이런 건가 어리둥절..대도시 젊은이들에게 시진핑 인기 높다는 현지인 이야기에 놀라고…네이버 블로그 검색 안되어서 여행자인 내 속터지고 ^^ 쓰다보니 또 가보고 싶어지네요?
오구오구
과거시험은 창의성을 파괴한다는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중국인의 문해력을 높였다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두 효과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확장을 위해서는 표준화가 필요하다.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98,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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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 과거 제도는 지식은 극대화하고 행동의 범위는 줄인다. 여기서 ‘지식’이란 특정한 종류의 지식, 즉 성리학이라는 지극히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묶인 암기, 인지 성향, 기준의 틀을 의미한다. 과거 제도는 이 지식을 1,000년에 걸쳐 중국 남성 인구의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아 넣었다. 다른 아이디어가 끼어들 범위의 여지는 사라졌다. 과거 제도는 중국의 인적 자본을 동질화했다. ”
『중국필패 - 시험, 독재, 안정,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왜 쇠퇴의 원인이 되는가』 야성 황 지음, 박누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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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모시
제가 중국에 대해 잘 몰라서 😂 저자 주장의 정합성 보다는 우리 나라와 비교해보는 쪽으로 좀 더 생각이 뻗치네요.
예전 과거랑 비슷한게 요즘 고시일텐데, 고시 과목이나 문제 스타일이 우리나라 고시출신 공무원의 인적자본 동질화(안 좋은 쪽으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채용 루트를 다양화하고있긴 하지만 그런 분들이 공무원 사회에서 주류가 되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오도니안
저는 그런데 저자가 중국에 대해 좀 지나치게 폄하하 는 방향으로 단정짓는다는 느낌은 들었어요.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 18세기까지 천년이 넘는 동안 기독교가 지배를 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그로 인해 유럽의 지식인들이 편협한 기독교 교리 외에 다른 아이디어는 가질 여지가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면 비약이 아닐까요? 유럽에서도 교리에 어긋나는 주장을 했다간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하고 심지어 화형을 당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중국 사회의 다원성이 부족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과거제도의 영향력이 그 정도로 근본적이었을지는 계속 의문이 남습니다.
YG
@오도니안 기독교가 지배했던 유럽과 중국의 차이는 야성 황 입장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나 봅니다. 뒤에 그 대목은 여러 차례 디펜스가 있어요. 디펜스의 적절성은 한 번 읽으면서 따져보시죠. (그리고, 저는 오히려 중국의 변화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느껴졌어요. :) )
참, 이 디펜스에서 야성 황이 언급하는 중요한 비교 연구가 작년(2023년) 10월에 벽돌 책 함께 읽기에서 읽었던 『위어드』입니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람들. 세상은 이들을 ‘WEIRD(위어드)’라고 부른다. 과연 이 집단은 어떻게 이렇게 독특한 심리를 갖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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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기대가 되네요 ^^
제 생각을 미리 말씀드리면 전 성리학과 기독교의 차이가 크게 중요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중국에서는 관료가 되어 입신양명하는 것 외에 재능있는 사람들이 추구할 만한 사회적 목표가 부족했고, 유럽은 상대적으로 법률, 종교, 과학, 철학, 예술, 공학, 군사, 토목, 항해 등 어느 한 분야에서 역량을 쌓으면 부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 있었다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차이는 근본적으로 중국은 통일국가였고 유럽은 재능에 값을 매기고 고용해 주는 권력주체가 서로 경쟁하면서 다양하게 분산되어 있었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어차피 원인은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고 근본적 원인이라고 해서 꼭 중요한 원인인 것은 아니니까 저자가 과거제도를 강조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서 계속 읽겠습니다.
YG
@오도니안 오! 아직 책을 읽지 않으셨는데도 이미 선취하셨는데요??? ㅋ
borumis
저두.. 미운 정도 고운 정도 결국 다 정이 있으니 이렇게 연구했겠죠. 이 작가가 중국의 앞서나간 점을 어느 정도 자신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 앞으로의 중국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한 부분들이 엿보이는 부분들이 있어요.
안그래도 이 책 읽기 시작하면서 EAST공식이 WEIRD 공식과 비슷하네?했는데..ㅎㅎㅎ
기독교는 그 리스 정교 외에도 구교 및 신교 등 여러 종파로 나뉘어서.. 성경도 실은 여러가지 버젼이 있고 외경 및 위경 등 까지 여러 가지 권들이 있다고 들었어요. 전 유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몇 천년동안 그 5가지 책에서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유럽은 정교분리가 어느 정도 되어 있었는데 이슬람 문화권처럼 나라에서 하나의 종교나 사상을 권장하고 정교합일이 되어 있던 다른 문화 또한 autocracy나 scope이 다소 좁고 폐쇄적이 된 것도 한번 생각해볼 만하네요.
모시모시
“ 1909년 초에 성 단위 지방 의회인 자의국(諮議局) 선거가 신장 성을 제외한 전국 21개 성에서 실시되었다. 중앙 의회 설립으로 나아가는 첫 단계였다. 전 인구 4억1,000만 명 가운데 투표권을 부여받은 사람은 170만 명에 불과했지만, 이만하면 전국적인 투표의 첫걸음은 뗀 셈이었다. 중국의 오랜 역사에서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놀랍게도 중국인들은 선거를 낯설어하지 않았다. 높은 관직을 얻기 위해서 공정한 경쟁을 치르는 것은 중국의 뿌리 깊은 전통이었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모든 남성에게 응시 자격이 있는 과거 시험으로 전국적인 경쟁을 거쳐서 선발되었다. 이러한 과거 제도는 1905년 근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폐지된 상태였다. 낙담한 엘리트 계층에게 의회는 과거 시험을 대신하여 권력을 얻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고, 상당수의 교육받은 남성들이 의원 선출 경쟁에 뛰어들었다. ”
『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 장융 지음, 이옥지 옮김
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격랑의 20세기 중국의 최정점에 있었던 쑹씨 세 자매의 이야기. 중국 최고의 부자이자 장제스의 정책조언자였던 아이링, 공산당원으로서 신념을 지키고자 가족을 저버린 쑨원의 아내 칭링, 장제스의 아내로서 국공내전과 타이완 패주를 함께한 퍼스트레이디 메이링. 3대에 걸친 여성 서 사를 통해 중국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서술했던 &llt;대륙의 딸>의 저자 장융이 서로 다른 운명을 선택한 세 자매의 일생을 따라 중국의 역사를 다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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