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 책은 밀리의 서재에 있네요. 같이 봐야겠어요. ;)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5. <중국필패>
D-29
모시모시
YG
나온 지 시간이 지났지만, 오늘날의 중국의 다채로운 모습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으로는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2012)입니다. 저는 이 에세이의 몇몇 편을 읽으면서 살짝 울었어요; 위화는 2011년에 이 책을 펼 때도 중국의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했었는데, 2012년 이후의 중국을 보면서는 더욱더 비관적이 되었을 듯해요.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현재 중국어권 최고의 작가인 위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장편소설 <형제> 이후 4년 만에 쓴 에세이집. <형제>에서 보여준 중국 사회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과 비판정신을 이 책에서는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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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L
저는 이 책을 "China in Ten Words"라는 영문판으로 읽었는데요,
첫 장, "인민, People"을 읽고 참 감명받았어요.
마지막 부분에 아마 중국어로는 "인민"이라고 했겠지요? 영문판에는 "people"이라는 거부감이 덜한 단어로 쓰였지만 아무튼 "사람이 모이는 힘"을 설명하는 부분은 제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글을 통틀어 제일 생생하고 가슴벅차게 표현한 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다시 중국에 관한 책들을 읽게 되면서,
위화의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CTL
위화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으셔야할 듯요~
저는 사실 위화의 소설은 못 읽고 영화 '인생'만 봤어요. '갈우'라는 배우를 알게 해줬지요.
장 작가님께서는 위화의 팬이시라니 이 작품만은 꼭 읽어야한다 추천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데 번역과 제목의 문제가 늘 그렇듯, '살아간다는 것'이 '인생'이 된 것도 그렇고,
이 에세이 집의 제목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도 좀 아쉬워요.
제 뇌리 속에 가장 깊이 박혔던 단어는 "체온 (body heat)"이었거든요.
제가 사정상 영문으로밖에 구할 수가 없었어서 한글로는 번역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는데,
1장에서, 그리고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이 하나로 뭉칠 때, 그들의 온기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는 가에 대한 묘사인데요, 그래서 제목이 '목소리'로 그친 것 이 좀 아쉬워요. 정작 위화가 강조한 건,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모일 때 나는 '열기'를 물리적으로 느낄 때의 감동이라서요.
제목 말이 나온 김에, '중국필패'도 왜 한글 제목이 이리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영문 제목도 다분히 마케팅을 위한 낚시의 느낌이 많이 풍기긴 합니다만, 그래도 fall 앞에 rise가 붙어서 조금 덜 자극적이거든요.
장맥주
<인생>, <허삼관 매혈기>도 좋지만 제일 최근작인 <원청> 추천할게요. 걸작입니다. 아주 무거운 작품이고 끔찍한 장면들이 좀 나옵니다.
원청 - 잃어버린 도시명실상부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위화의 8년 만의 신작. 늘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삶을 살아나가는 인간 군상을 그려내온 위화는 이번 《원청》에서도 끝없는 여정 위에 선 인간의 숭고한 발자취 를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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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원청 강렬합니다 우화같기도하고 몽환적인 소설입니다 페이지터너이구요. 마음 찡했던 기억이 있지유? ㅠ
장맥주
읽다가 몇 번이나 울컥했는지 모릅니다. 위화가 왜 노벨문학상을 못 받는 거죠...
오구오구
아시면서... ㅎㅎ 대장 미쿡이 시로해서가 아닐까요
새벽서가
원청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중 제가 처음으로 읽은 책이옸는데, 다른 책들도 관심가게 할 만큼 재밌게 읽었어요.
CTL
요즘 읽는 중국관련 책들 다 읽으면 '원청'을 시작하려고 해요.
마침 내년에 중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는 소문도 들리네요. 기대됩니다.
장맥주
아! 기쁩니다. 중간에 토비들의 행태 묘사가 너무 끔찍해서 추천할 때 약간 망설였지만, 저 혼자 <원청>을 위화의 대표작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와 <인생>도 기쁘게 추천 드립니다. 읽는 재미는 다 엇비슷한 거 같고 <원청>보다 저 두 책이 좀 더 밝은 분위기입니다.
새벽서가
추천해주신 두 권은 추수감사절 방학때 읽어보려고요. 추천 감사합니다! :)
장맥주
또 기쁩니다!
생각의힘
안녕하세요 @CTL 선생님! 열심히 오늘의 공부를 하던 중 한국어판 제목의 배경이 궁금하시단 말씀을 발견하였습니다. 제목의 비밀(?) 함께 읽기 후반에 풀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TL
네, 책을 시작하기 전 추측으로는 한국에 현재 '혐중'의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중국이 안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손이 가게하는 제목인가? 싶지만 책 속에 열쇠가 있겠지요? 쉽지 않은 책, 기획하시고 출간하시느라 노고가 많으셨겠어요.
YG
@CTL 저도 '혐중' 분위기에 기댄 제목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추천사 쓰신 지만수 선생님께서 '필패'는 '必敗'와 '必覇' 둘로 읽으셔서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CTL
아! 이 '패'자가 그 '패'의 뜻도 있지요!
한글로는 '패'가 정반대의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도 언어의 묘미입니다~
제가 헤매는 이유는 이런저런 이유로 영문판을 읽고 있어서,
말씀하신 추천사도 안 읽고 하니 이해의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설명 감사합니다.
borumis
저도 안그래도 질 패 외에도 패권할 때 패 자가 생각나서 제목을 한자로 안 쓰고 한글로 쓴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반드시 지거나 반드시 주권을 장악하는 걸까요?
생각의힘
안녕하세요, @CTL 선생님!
ㅎㅎ모임 마무리 즈음 찾아뵙겠다 약속드린(?) 담당 편집자입니다. 11월이 되기 전에 얼른 댓글을 남겨 놓으러 왔습니다.
먼저, 제가 아주 열심히! 눈팅을 했다는 말씀부터 드리며... CTL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 덕분에 매일매일 알차고 재미있고 귀한 공부를 했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사실 이렇다 할 대단한 사연은 없지만은, 오잉 제목이..? 해주신 말씀들을 종종 마주했기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슬쩍 풀어보고 싶었는데요. ㅎㅎ덕분에 요런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편집자가 밀었던 처음의 제목은 《대국필패》였습니다. (두둥!)
먼저 번역자이신 박누리 선생님께서 “제목이 강해도 본문이 균형을 잡아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강렬한 제목이면 좋겠다고 추천해 주셨고, 저도 깊이 동의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 영어로는 각 주제의 머리글자가 기가 막히게 E, A, S, T가 되는 것이 아주 멋있었고, 그 뉘앙스를 좀 빌려오고 싶었습니다.
요는 EAST를 대신할 수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 중국풍으로 전달되는 OOOO을 만들어 보자, 그것도 강렬하게! 하는 접근을 하였고... 결론적으로 이 책은 시진핑의 현대 중국이 보여주는 ‘범위’의 배제, '규모'의 극대화를 벗어나야 할 것을 주장하기에 “대국은 필패(必敗)한다”고 강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덧붙여, 시진핑의 ‘국강필패(国强必霸)’를 떠올리는 독자도 계시지 않을까 노려(?)보았습니다.)
여기까지 틀을 만든 후, 더 직접적이고, 더 분명하고, 더 도발적이어도 좋겠다는 사내 논의에 따라 마지막으로 《중국필패》로 제목이 결정되었습니다. 저도 레이어가 훨씬 걷어진 것 같아서 무척 만족스러운 제목입니다. 추천사 써주신 지만수 박사님 말씀대로 어떤 필패로 읽을 것인지가 (아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열려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신이 나서 말이 너무 길어진 것 같습니다. 후다닥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정말로, 10월의 모임이 진행되는 매일매일, 여러 선생님들의 말씀을 정독했습니다. 편집자로서 이런 귀한 경험을 얻다니, 10월의 벽돌책으로 선정되어서 참으로 기쁘고 영광이었습니다...!
ㅎㅎ10월의 마지막 밤에 아슬아슬 마지막 인사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11월 모임도 재미나게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감기가 기승인 것 같습니다. 다들 따뜻하고 평안한 11월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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