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사 - 김명호 - 중국인 이야기 읽기] 제 1권

D-29
대만 정치에 대해서는 중공보다도 더 몰랐는데, 장제스의 아들 이야기를 읽고 참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Jung Chang이 쓴 쑹 씨 세 자매 이야기 책에 보면 장제스가 아들 장징궈를 소련에서 데려오려고 고심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정작 장징궈의 인생에 대한 내용은 <중국인이야기1>에서 더 많이 알게 되었네요. 정치적으로는 아버지의 독재를 이어나가서 비난을 받지만, 장제스 개인으로 본다면 소련에 버리다시피했던 아들 덕을 많이 본 셈이네요. 그리고 후스는 중국의 교육가, 문인들에 대해 읽다보면 많이 나와서 궁금한 사람이었어요. 부인 관련 이야기도 그렇고, 아주 흥미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아서 기회가 되면 더 알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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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아침, 천부레이는 사위에게 전화를 했다. “이발과 목욕을 자주해라. 그리고 정치라는 것은 할 게 못 된다. 너와 자손들 모두 근처에도 가지 말도록 해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천부레이는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세상을 떠났다. 장제스에게 한 통의 유서를 남겼다.   “등잔에 기름이 다하고 심지가 말랐다.” 油盡燈枯   장례를 치른 후 천롄 부부는 상하이로 탈출했다. .... 문혁이 일어나자 천롄 부부는 강제로 이혼당했다. 얼마 후 천롄은 투신자살했다.
중국인 이야기 1(김명호) 장제스와 비극적인 대논객 천부레이, 김명호
주로 언론인들의 삶이 아주 불행했네요. '가슴에 대나무 한 그루씩을 심자'던 추안핑도 그렇고,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일한다'고 했던 천부레이도 그렇고요. 아버지의 죽음을 자초하면서까지 이념에 투신했던 그 딸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참 가슴아픈 삶들이네요.
장선푸는 “우리 조상들은 대대로 독서인이었다. 꺾일지언정 굽힐 수는 없다. 너는 상인 집안 출신이다. 굽히는 한이 있더라도 꺾이지는 마라. 사심 많은 자들일수록 공론을 들먹거리기 좋아한다”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류칭양과 함께 베이징에 도착한 장선푸를 리다자오와 자오스옌이 맞이했다. 탈당을 만류했지만 장선푸는 “투항은 사랑을 의미한다. 상(尙)과 흑(黑)을 합친 것이 당(黨)이다. 어둡고, 은밀하고, 사악하고 음흉한 것을 숭상하는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 있는 곳”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도 공산당을 돕고 관계를 단절하지 않겠다는 말은 잊지 않았다.
중국인 이야기 1(김명호) 잊혀진 사상가 장선푸, 김명호
장징궈 이야기까지 읽었습니다. 장제스와 후스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장제스의 힘을 빌어 정치판에 나오지 않고 장제스에게 "언론의 자유와 민주헌정, 인권의 보장을 죽는 날까지" 요구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후스 사망 이후 장제스가 영전에 바쳤다는 글도 인상적이구요. "신문화 중 구도덕의 모범, 구윤리 중 신사상의 사표"
오늘은 '마오의 딸들'까지 읽었습니다. 천부레이의 삶이 인상적입니다. 20대 초반부터 대논객 소리를 듣다니... 대단한 필력과 설득력과 논리를 갖춘 사람이었나 봅니다. 장제스 때문에 정치판에 끼어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갔군요. 제 본성을 지키며 살게 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판인가 봅니다. '마오의 딸들'에서는 마지막 단락이 꽤 흥미롭습니다. "마오쩌둥의 딸들은 아버지 생전에 특권을 누린 적이 없고 사후에도 물려받은 만한 유산이 없었다. 마오는 두 딸이 과학자나 정치가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문학가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노동자가 되어 자력 갱생하기를 희망했다." 아들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버지의 영향력 아래 있었는지 궁금해지는군요. 아들들도 '보통 노동자가 되어 자력 갱생하기를 희망'했으려나...
마오 자신은 그렇게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몸 움직이는 육체노동을 싫어했다는 글을 읽었는데, 딸들한테는 보통 노동자가 되어 자력 갱생하라니.... 철저히 이기적인 아버지라고 생각했어요. 아들 셋 중 하나는 한국전쟁 중 전사하고, 하나는 어릴 때 죽고, 남은 하나는 고생고생하며 고아같이 지내다가 러시아에서 오래 살아서 중국에 와서는 러시아어 번역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정신병이 생겨서 오래 살긴 했지만 삶이 평탄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장제스나 마오 쩌둥이나 부인'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헨리8세와 그의 부인들 못지않게 파란만장합니다. 자식들을 돌보지 않은 점도 비슷하고요. 마오의 딸들은 그나마 곁에 두고 지낸 듯 하지만 아들들의 삶은 아주 불행했네요. 공산주의자들의 연애관이 그들의 사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봉건주의 철폐와 자유의 개념을 잘 묶어서 신뢰나 책임은 경시하는 결혼생활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혼과 불륜 이야기가 이리 많이 나오는 걸 보면요. 사상을 마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처럼 유리하게 이용했던 듯 하네요. 그런데 장제스는 결국 아들 장징궈에게 권력을 물려줬는데 마오 쩌둥은 그렇지 않았는지 못했는지를 보면 신기하네요. 공산당 권력체제 내에 자식들에 대한 견제장치가 있었는지, 마오 자신이 스스로 원천적으로 막았는지 궁금해요. 부인 장칭은 그렇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걸 보면 딱히 가족이라고 막은 것 같지는 않은데요. 딸 둘 이나, 마지막 살아남은 아들한테나 정치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무슨 의중이었을까요?
권력자들이 대체로 자식들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아버지들이 하는 역할을 제ㄷ대로 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건 현대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봉건과 자유가 공존하는 혼란한 시대여서인지 정말 말씀하신대로 제 입맛에 맞게 이것 저것 활용하는 이기적인 행태들이 만연한 건 아닌가 생각도 들구요. 흥미로운 지점이네요. 우리나라 지식인들이나 권력층에 있었던 남성들이 19세기 말~20세기 초반에 했던 행태들에도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져봐야겠어요. 혼자 읽으면 이런 지점 체크하기 어려운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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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인민공화국 국가를 작곡한 녜얼'까지 읽었습니다. '무장한 여인'부터 '원징'까지 세 여성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셰쉐홍의 변신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 경이롭네요. "타이완 시절 자신의 고통에서만 허우적거리던 셰쉐훙이 일본에 와서야 타이완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면 상하이와 모스크바 시절은 중국인과 인류의 고통을 파악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셰쉐훙이 식민지 타이완의 해방운동을 장악하고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
셰쉐홍은 정말 대단한 여자죠. 배운 것도 없고, 가정사도 불행했는데 어찌 그런 자신감이 있었을까요. 그런데 타이완에서도 공산당에서도 결국 배척받았나봅니다. 결말에 이렇게 쓰여있던데 정말 중국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여자주인공 스타일 같아요. "셰쉐훙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인물이다. 영화와 드라마로 나올 날이 머지않았다. 그의 역을 어느 여배우가 소화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녜얼 이야기 읽고 너무 슬펐습니다. 음악 공부가 그렇게 하고 싶었고, 드디어 소련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해변가에서 익사라니요... 그가 쓴 영화삽입곡이 후에 중국 국가가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이번 주 분량은 특히 여자들 이야기가 많네요. '궁펑'은 중국외교의 얼굴이었겠네요. 대변인 역할을 많이 했다고 하니요. 영어권에서 중국사 학자로 유명한 페어뱅크의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로왔어요. -------------------------------------------------- "미 국무성이 파견한 문관 자격으로 충칭에 거주하던 중국역사학자 페어벵크는 궁펑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총명하고 매력이 넘치는 젊은 여성의 이름은 궁펑이었다. 그가 성명을 발표할 때마다 기자들은 넋을 잃었다. 발광 직전까지 가는 젊은 기자들이 허다했다. 야당의 입장에서 집권당의 죄악을 폭로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예리한 통찰력과 해학은 신선한 공기와 같았다. 궁펑은 청춘의 상징이었다.”. --------------------------------------------------- 그런데 '발광 직전까지' 라는 표현이 좀 적나라하네요. 이 책에서 여자들과 관련된 부분을 가십거리처럼 끼워넣는 느낌이 약간씩 있어서 불편할 때가 있는데 이 부분도 좀 그래요. 실제 그 시대의 여성관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요. 아무튼, 궁펑의 남편 차오관화는 궁펑이 죽고 나서 또 신중국 12대 미녀로 꼽히던 장한즈와 결혼하고 그녀 소유의 멋진 사합원에서 살았다니 부인복이 많은 사람이었나봐요.
신중국사 - 수정증보판1994년 나온 '신중국사'의 개정증보판. 근현대 중국사를 중심으로 중국사 전반을 돌아본다. 지은이는 중국사회를 보는 여러 가지 시각에 주목하며, 중국의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개혁과 반락, 혁명을 살피고, 근대 중국의 성공과 실패가 혼재하는 모습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초판에 없던 모택동 이후 개혁의 흐름을 함께 실었다.
저는 3주차 내용 중에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쉬베이홍, 치바이스는 많이 들어봤고, 예첸위, 치궁에 대해서는 작품이나 인생을 더 알고 싶은데 한국어로는 검색해도 자료가 별로 없어서 안타깝네요. 쉬베이홍, 치바이스는 그림들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책에서 보면 치바이스가 목수 출신이라 업신여김을 많이 받는다는 내용이 많이 나오지만, 저는 그가 그린 새우 그림만 보아도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아주 매력적인 화가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도 전시회가 있었네요.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1088966632492920&mediaCodeNo=257 그에 비해 쉬베이홍의 유명한 말 그림은... 개성이라든지 별 감흥이 없어서 솔직히 그가 그토록 인정을 받는 이유는 작품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고요. 예첸위 그림이 오히려 더 흥미가 가는데, 중국에서는 공산당 선전도구로 '만화'가 아주 중요한 장르로 인정을 받았던 것 같고, 그 점에서 예첸위 그림 스타일이 인상을 많이 남겼던 듯한데, 한국에는 도통 안 알려진 듯해서 찾아보는데 한계가 있네요. 아무튼, 유구한 문인화, 수묵산수화 전통이 있으니 중국미술계는 파면 팔수록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금삼각에서 현지인과 결혼한 자들은 타이완 철수를 거부했다. 영원히 귀향을 포기한 이들은 서서히 면사포를 쓴 마귀로 변해갔다. 1949년 37톤에 불과했던 금삼각 지역의 아편 생산량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중국혁명의 후유증이 한동안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마약 생산기지를 탄생시키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인 이야기 1(김명호) 김명호
3주차 뒷부분 정치와 혁명 관련 내용도 아주 흥미로왔어요. 특히 마우 쩌둥이 스탈린 만나러 가서 두문불출하고 버틴 것도 대단했고, 키신저와 극비리에 핑퐁외교를 하는 과정도 흥미진진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국민당 패잔병들이 버마로 도망쳐서 결국 Golden Triangle로 불리는 지역의 마약상의 근원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깊고 슬프네요. 결국에는 장제스에게도 버림받고 인용문에서처럼 '면사포를 쓴 마귀'로 변해서 쓸쓸하게 죽어간 사람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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