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3. <좋은 불평등> 읽고 답해요

D-29
@하느리 /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내고 싶은 마음은 강한데, 금전적-시간적으로 비용과 품은 엄청나게 들고, 반면 (출판으로 인한) 소득은 너무 적어서, 앞으로 또 책을 쓸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5-3. 뒤늦게 참여하다 보니 주고 받은 내용들 같이 읽으면서 따라가고 있는데요.. 저도 사실 재약탈 정책에 꽂혀 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너무 나쁜 짓 많이 했으니.. 적어도 그것 만큼에 대해서는 뺏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직도 크긴 합니다.....) 흠흠.. !! 그런데 역시 지혜로운 방법은.. 약자를 끌어 올리는 방법이 맞는 것 같습니다. 부자는 그대로 부자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까진 인정하겠지만.. 지금보다 책임에 대한 전가는 분명히 개념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했던 일을 그냥 덮기에는 역시 화가 납니다. ^^;;;; (봉사활동이라도 어떻게 좀.... ^^:;;;)
5-3 <좋은 불평등>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저는 뭔가 '작살난다', '중국 수출 대박 불평등', '중국발 충격' 등 거침없는 표현이 재밌더라고요. 온라인 완독회 때도 느꼈는데 솔직하고 거침없는 점에서 속이 시원했어요.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간혹 너무 진실을 둘러 둘러 둘러 말하거나 의중을 알 수 없이 모호하게 말해서 답답하기도 했거든요.
문재인 정부때 왜 노인일자리를 그렇게 많이 만들었는가가 이해가 됩니다...우리나라 빈곤층에서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크고, 그들의 소득을 어떻게든 증가시키는 것이 불평등을 완하하는 방법이었군요...그럴줄 알았으면 많이 지지해줄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현재 정부도 그 당시에는 그렇게 비난을 하다가 결국 자신들도 같은 방법을 쓰고 있는거 같은데요....
@내사랑영후니 / 문재인 정부 때 '노인 일자리'를 많이 늘린 것은 첫해였던 2018년부터가 아니라, '최저임금 1만원 논란'으로 인한 고용쇼크가 발생한 다음년도였던, 2019년부터였습니다. 문재인 정부때 노인 일자리를 많이 늘린 것은 최저임금으로 인한 '고용쇼크에 대한 방어' 성격이 매우 강했습니다. (노인 일자리는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렇더라도, 노인 일자리를 늘린 것은, 늘리지 않은 것보다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저임금의 지나친 인상이 갖는 부작용을 '미리' 알았다면 더욱 좋았을 것입니다.
몇달 전에 책을 읽고 썼던 독후감을 블로그 첫 글로 올려 보았습니다. 독후감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스포일러니까 지금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은 나중에 읽어 주시고, 질문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글이 두서가 좀 없으니까 가을남자님도 너무 정성들여 읽지는 말아주세요 ^^ https://www.gmeum.com/blog/12671/5161
@오도니안 / 그런데, 벌써 '너무 정성 들여' 읽어버렸습니다~^^ "진보 진영은 성장과 국가 경쟁력, 불평등 완화의 가치에 함께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가치들 간의 상충 관계를 최소화하는 정책들을 지향하거나, 상충 관계를 갖는 가치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잡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에 근거한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가장 중요한 표현은 <책임지는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정치권 관계자 혹은 정치권과 관계맺는 정책 담당자의 대부분은 성장, 경쟁력, 불평등 완화의 가치를 동시에 고려하는, <책임 진보>의 스탠스를 가진 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이러한 인식에 도달하기까지가 흔한 일이 아니고, 이러한 인식에 도달해도 '실질적 권한'을 갖는 경우가 또한 흔한 일이 아니어서 더욱 그럴 것 같습니다.
독후감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책의 결론 부분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진보와 보수가 근본적으로 견해를 달리하는 가치관이나 전제의 차이가 무엇일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평등과 성장이라는 두가지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불평등이라도 성장과 함께 하는 불평등이라면 좋은 불평등이라고 전제를 하게 되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거의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스포일러라고 하셔서 아직 독후감은 읽지 않았지만.. 저도 최근 그런 질문이 많이 갖게 됩니다. 진보와 보수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일까? 그리고 굳이 그 기준으로 나뉘어야 하는 것일까? Left is not WOKE 책 등 최근 진보, 또는 진보라고 싸잡아 묶어버리는 수많은 집단들에 대하여 과연 그들을 다 진보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보수든 진보든 스스로 되돌아보아야할 과제나 미흡한 점에 대해 고민해보게 됩니다.
@오도니안 / 오~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거의 없어진 것 아닌가".라는 질문은 아주 날카로운, 중요한 질문입니다. 경제사에서 산업혁명은 1760년경으로 잡습니다. 영국에서부터 시작됐고, 처음에는 유럽으로 퍼졌고, 나중에는 아시아 일부 국가에 퍼졌고, 1990년대 이후에는 다시 중국으로 퍼졌습니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태동>은 사실상 같은 의미를 갖는데, 산업혁명의 모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안티테제'는 <사회주의 혁명론>이었습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라는 책이 1848년이고, <자본론>이라는 책이 1867년이 발간되었었는데, 사회주의 운동은 19세기~20세기 내내 자본주의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이론이었습니다. 결국, 19세기~20세기 <진보> 개념의 실체적 핵심은 <노동운동에 우호적인, 반자본주의적, 사회주의 이론>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노동운동,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는 '친척-친구' 정도의 관계였던 셈입니다. 소련식 사회주의는 이걸 '혁명적으로, 독재적으로, 국가주도'로 하자는 논리체계였고,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는 이걸 '민주적으로, 의회에 기반해서, 시민사회와 더불어서' 하자는 논리체계였습니다. 소련 모델과 유럽 모델은 약간의 방법론적 차이는 있었지만, <반자본주의 & 친사회주의>라는 점은 일치했습니다. 근데, 1991년 소련이 망해버렸습니다. <반자본주의, 친사회주의> 논리 전체가 설득력을 상실하게 됐습니다. 민주노동당, 정의당의 한국 진보정당 역시 <노동운동에 우호적인, 반자본주의, 친사회주의> 운동세력의 정당이었던 셈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점'에 관해 오도니안님이 던진 질문은, 실은 <사회주의 붕괴 이후에 21세기에 도대체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도 같은 셈입니다. 제가 <좋은 불평등>에서 비판했던 적폐의 경제학이라는 개념의 실체는 '로빈훗적 세계관'이었고,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적 세계관'을 비판했던 것입니다. 적폐의 경제학 = 로빈훗 경제학 = 마르크스주의적 경제학은 사실상 같은 개념입니다. 한국의 진보는 한 축으로는 <근대화 과정에 대한 비판자>(=안티테제)로 자신을 정립했고, 다른 한 축으로는 <사회주의 이론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80년대~90년대 학생운동 출신은 특히 더 그랬습니다. 한국은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결국 '선진국'이 됐습니다. 지금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하고, 새로운 질문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 핵심은 <21세기, 지금 현재, 진보란 무엇인가?>입니다. (*아래 칼럼은 '오도니안'님의 문제의식에 대한 제 생각을 썼던 '칼럼'입니다.) [경향신문/최병천의 21세기 진보] ‘진보의 경제성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2024.10.2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28447?sid=110 [경향신문/최병천의 21세기 진보] 타다 금지법, ‘혁신경제 시대’ 진보의 미션 (2024.06.16)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230243?sid=110
블로그 글도 정성들여 읽어주시고(^^) 자세하게 답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두편의 칼럼도 읽었습니다. 좀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진보 관점의 성장전략 수립 이전에 이념 우선 경향을 탈피해야 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 아닐지요? 제가 정치를 가까이에서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멀리 보는 인상으로 말씀드리면 이런 과제에는 별 관심이 없고 상대 정당과 차별화하거나 여론에 유리한 이슈만 부각시키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검찰 독재, 특검, 작년에는 오염수 방류, 올해는 재난지원금 지급 같은 이슈들이죠. 정치는 그렇다고 치고 학계나 시민단체 쪽도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느낌으로 얘기하자면 약자보호, 불공정과 불평등 해소라는 가치관에 관련된 이슈들에 관심을 갖고 경제성장에는 관심이 적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진보 쪽에서 경제성장 전략을 세우기보다 보수 쪽에서 국민여론에 부합하는 복지와 포용 관점을 반영하는 일이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주장이나 의견이라기보다 배우는 입장에서 드는 생각과 의문들입니다.
제 생각엔 조세와 재정의 규모를 크게 가져가느냐, 작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한 차이점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노동유연성에 관련한 입장 차이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사안들은 원론적으로 서로 큰 차이가 없는데 정도의 문제가 아닐까,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도 암 환자들을 위한 보험 혜택을 늘렸고,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 케어 정책을 했고, 노인일자리는 어느 정권이나 추진해 온 정책이고, 이렇게 정책의 기본 방향은 보수 진보 차이가 별로 없는데 오히려 대통령의 개성이 더 많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기후위기 문제도 중요한데 보수 정권도 원론적으로는 탄소중립 이루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식이다 보니 검찰독재처럼 어찌 보면 지엽적인 이슈가 정책 이슈를 다 차지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가을남자 가을남자 님께서 생각하시는 보수와 진보의 근본적 시각 차이를 보여 주면서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이슈가 무엇일지, 진보 진영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투쟁력을 집중해서 보수 진영과 논쟁하면서 관철시켜야 할 정책 분야는 어디일지가 궁금합니다. ^^
@오도니안 / 보수와 진보의 차이점은 나라마다 약간 다르긴 합니다. 한국의 경우, 현재 시점에서 보수-진보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은 쟁점에서 형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① 재정정책, 적극성 정도 (진보는 적극, 보수는 소극) ② 노동정책 입장 (진보는 노동우호적, 보수는 자본우호적) ③ 여성정책 입장 (진보는 상대적으로 여성우호적, 보수는 남성우호적) ④ 현금복지 정책, 진보는 더 적극적, 보수는 비판적 ⑤ 자본시장, 코리아디스카운트 입장 (진보는 찬성, 보수는 반대) ⑥ [외교-일본] 진보는 반일 정서, 보수는 일본에 우호적 ⑦ [외교-미국 및 중국] 진보는 미국-중국 모두에 중립적, 보수는 미국에 더 우호적, 중국에는 비판적 대략 위의 내용 정도가 현재 진보/보수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쟁점이 아닐까 합니다.
오... 직관적으로 확 와닿는 설명입니다. 캡쳐해뒀다가 써먹어도 되겠죠? ^^;
@바닿늘 / 물론~ 나중에 아무렇게나 써먹어도 됩니다~^^
정리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3번, 6번, 7번의 경우엔 원론에선 표현 상의 차이가 있는 것이고 각론에서 따져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3번을 갖고 얘기하자면, 극단적인 보수가 아니라면 보수도 남녀평등의 당위성에는 찬성을 합니다. 차이는 구체적인 정책에서 드러나는 것일 것 같습니다. 일본과의 관계 문제도 친일을 옹호하는 것이 보수 입장일 필요는 없는 것 같구요. 진보라고 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나 오염수 방류 문제 갖고 보수와 의견을 달리할 근본적 가치관의 차이가 있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한미, 한중 외교도 전략 상의 문제일 것 같구요. 예를 들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함께 하는 미국과 우호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깊으니까 대중관계도 중요시해야 한다, 두 가지는 원론적으로 다 맞는 말 같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사안으로 가면 이 두 가지가 서로 갈등을 일으킬 수 있겠죠. 그런데 그 갈등은 전문적인 지식과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고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지 한쪽의 이념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가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1번과 2번은 좀 다를 것 같은데, 먼저 1번의 경우 경제의 효율성을 좀 떨어뜨리더라도 재정 규모를 늘려 복지나 다른 여러 분야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점과 세금과 적자재정을 최소화하면서 정부 역할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관점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국가전략의 큰 방향이 달라지는 문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2번의 경우 시장의 효율성을 위해 노동유연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과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도 그런 근본적인 상충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1번의 경우 민주당은 증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보수쪽의 유승민이나 김종인 같은 분들이 더 분명한 입장을 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2번의 경우엔 한쪽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라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노동자의 처지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최적점을 찾는 것이 필요한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4번은 본질적이라기보다는 1번에 연관된 문제로 보여지고, 5번은 정확히는 잘 모르겠네요. 저녁 시간에 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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