ㅜㅜ 그렇겠어요. 이 많은 통계를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를 해주면서도 일관되게 이어 말해주니 따라 읽기 좋았어요. 역시 인생을 갈았기 때문이군요... ㅜㅜ
[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3. <좋은 불평등> 읽고 답해요
D-29
도리
사유수
2부부터는 진보의 불평등이론의 5가지 통념들을 하나씩 뒤집기 시작하는군요.
1. 먼저 불평등이 시작된 시점의 대한 뒤집기! 많은 사람들이 일종의 상식처럼 불평등확대 시점을 1997년 외환위기를 봐왔는데, 작가님은 진짜 기원은 이미 3년전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고 그 원인을 1987년 6월항쟁부터 촉발된 노동자대투쟁, 1992년1-2월의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같은해 8월의 한중수교체결로 설명하셨네요.
2. 1990년대 이후의 불평등증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글로벌 자본주의가 5가지면에서 큰 변화를 겪기 때문이었군요.
3. 198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불평등 지수의 3대 변곡점이 있는데, 그 변곡점마다 미스테리가 존재합니다. 3장에서는 그 미스테리를 하나씩 파해치면서 진보의 불평등이론의 통념을 반박해가는군요.
현재까지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끼는것은, 책의 흐름만보면 대단히 논리적이라 빈틈이 없는것 같지만, 작가님이 전제로하신 '불평등은 경제성장에 해롭다'는 통념이 과연 진보의 통념이긴 했는가 하는 의구심이 자꾸만 듭니다. 애초에 불평등이 주체가 되어 경제성장을 좌우하는것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유무가 불평등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불평등은 경제성장에 해롭다'는 논리의 주체만 반대로 놓으면 '경제성장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가 되고, 그러면 소장님의 논리와도 일치하지요.
이런 전제하에서 경제성장을 도모하면서도 중하층의 소득을 늘림으로써 불평등의 격차를 줄여보고자 했던 정책이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저는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이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경제성장과 비례하는 불평등을 조절하는 대안으로 발의될 수 있는 정책중 하나였다고는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
일단, 이런 생각들을 메모해두고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가을남자
@사유수 / 1) 오~ 저자가 '전제하는 것' 자체를 의심하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매우 훌륭한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2) <3대 변곡점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경제성장이 항상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1980~1994년 기간은 성장률이 더 높았습니다. 그러나, <불평등이 축소되는> 경제성장 기간이었습니다. 반대로 1994~2008년 기간은 <불평등이 증가하는> 경제성장 기간이었습니다. 경제성장과 불평등의 관계는 엄밀히 말하면, 자본주의 발전양상, 경제발전 단계, 경제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3)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하 '소주성')은 한편으로는 '성장론'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평등 축소론'이었습니다. 즉,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 자체가 <불평등을 축소하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로직을 담고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주성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 진보세력의 논리체계>가 집대성된 이론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제대로 된 분석에 기반한 제대로 된 정책처방이 나와야만 합니다. 근데, 소주성은 '틀린 분석'에 기반한 '틀린 처방'이라고 봤기에 이를 제대로 비판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논의하려면 <불평등에 대한 제대로 된 원인분석>이 핵심 쟁점이라고 판단했던 셈입니다.
Gabriel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국내적 사건과 국제적 사건 3가지가 맞물려서 한국경제 불평등이 시작되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는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고,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은 언뜻 생각하면 오히려 경제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 사건이었을 것 같은데, 국내외 상황이 맞물릴 때 나타나는 경제적 상황을 넓은 시야에서 볼 수 있게 설명해주시는 점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Gabriel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최근 유럽의 우경화 분위기에 대한 원인도 2부를 보면서 상당 부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세계화로 인해,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중임금,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이 20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이라는 설명을 통해서요.
가을남자
@Gabriel / <좋은 불평등>을 보고, 프랑스의 우경화와 연결했다면 책을 제대로 보신 것입니다. 한국-중국 수교는 1992년이었습니다. 중국의 WTO 가입은 2001년이었습니다. 한국의 불평등은 '1992년 이후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미국-유럽은 2001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자본주의 불평등 증가가 전부 중국 때문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중국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은 명백합니다. <좋은 불평등>에서 그래프로는 넣지 않고, 서술형 문장으로만 썼던 것 중에, 중국이 2001년 WTO 가입을 전후해서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1800만명에서 1100만명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즉, 약 700만명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나머지 1100만명도 중국산 제품과 경쟁으로 인해 인건비 상승이 정체되게 됩니다. (제2부 5장.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자본주의의 5가지 변화"에 자세히 다뤘던 내용이고,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코끼리 곡선'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럽의 극우화는 중국 효과 이외에도 <이민자 유입> 문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민자 유입은 ①경제성장의 정체와 맞물려 ②하층 노동시장에서의 경쟁 ③<정치적 부족주의>로 인한 가치관 전쟁 & 문화 전쟁 ④복지비 지출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긴 합니다.
RAMO
2-1
원인을 잘못 짚으면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없는 것처럼, 불평등의 원인을 통념적인 사건들에게서 찾지 않은 점이 탁 월했다. 새로운 주장에 탄탄한 근거와 타당한 논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통상적인 불평등의 원인에서 실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였다. 이 장에서 그 재미를 알 수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가을남자
@RAMO / '통념과 싸우는 것'은 한편으로는 매우 즐겁고 행복한 일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이슈와 연결되다보니)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불평등에 관한 기존의 통념은 실제로는 두텁게 증명된 팩트여서 채택됐던게 아니라 한국 진보세력의 <가치관 & 사고방식>에 부합했기에 채택됐던 측면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통념 &가치관과 상반되는 분석&처방이 제출되니,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하거나, 심지어 불쾌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거북별85
어떤 집단의 기존 가치관을 흔드는 일은 무척 힘겨운 일인거 같습니다
기존 통념위에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나갔고 계획했을테니까요~ 그럴경우 하나의 사실이 틀리다로 인정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전부를 무너뜨리고 다시 쌓는 수고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싫어하지요~
중국을 보면 엄청난 가능성과 힘을 가졌음에도 자신들의 공산주의 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힘든 길을 가야 하는것 처럼 보이거든요~
한 사회의 집단의 통념이나 시스템을 바꾸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거 같습니다
하느리
한국경제 불평등이 우리나라 내부 문제에서 기인했다기 보다, 세계사와 세계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임을 예시를 통해 설명해 주셔서 좋았어요.
가을남자
@하느리 / 감사합니다. 6년 가까이 개고생해서 집필을 했는데, 큰 도움이 됐다니 좋은 일입니다~^^
하느리
저같은 경제 문외한들에게 이 책을 많이 추천하고 있습니다!
가을남자
@하느리 / 경제를 잘 모르지만, 경제를 공부하고 싶은 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조감도'를 그려볼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한국경제 불평등 교과서>라는 목표 역시 같은 취지였습니다. '경제 문외한' 분들에게 많은 추천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이플레이
2-1
경제문제가 국내의 정치문제나 사회구조의 문제가 여겼던 생각에서 세계의 흐름속에서 봐야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새로운 시각이라 읽는 내내 놀라고 있습니다.
가을남자
@메이플레이 / 오~ 그렇군요~ 실은 저도 놀랐습니다. "내가 수십년동안 알고 있던 통념이 거의 대부분 틀렸던 것이라니.. 더군다나 나에게 영향을 줬던 수십-수백명의 진보 학자들 주장이 통째로 틀렸던 것이라니.. 그런데, 이 복잡한 이야기를, 나보다 훨씬 힘 쎈 사람들이 주장했던 틀린 내용을, 진보세력 대부분이 합의하고 있는 틀린 내용을, 진보 정부의 정책방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틀린 내용을, 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잘못 알고 있던 것을 '제대로' 알게 되는 과정은 매우 행복한 일이었는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의 문제는 저에게 주어진 엄청난 숙제였답니다.
거북별85
작가님의 고민을 읽으니 천동설 세상에서 홀로 외로이 지동설을 외치려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떠오르는군요~^^
가을남자
@거북별85 / 천동설. 지동설.. 실제로도 당시에 저 역시 '비슷한 심정'이었습니다. "아~ 내가 알게 된 이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덧붙여, "나와 같은 진영에 있는 진보쪽 사람들은 이 진실을 알게 되면, 나를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될텐데.. 어떻게 하는게 옳은 것일까?".. 등등으로 심적인 고통이 있었던 시절이었답니다.
Alice2023
IMF전에 무슨 일이 있엇는지 1992년이 너무 궁금했는데
이제 의문이 풀렸네요
한국경제를 제대로 조망하기 위해서는 그 시기에 세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계사와 세계경제사를 함께 봐야 한다는 말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정부를 쉽게 비난한 것도 매우 합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화의 물결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선진국의 제조업 노동자라고 하니 어제 있었던 미국대선 결과나 브렉시트가 모두 이해가 되네요
가을남자
@Alice2023 / 맞습니다.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트럼프의 당선. 2022년 다시 트럼프의 당선...이 모두 제가 <좋은 불평등>에서 이야기했던 내용들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좋은 불평등>을 곱씹어서 읽게 되면, 지난 30년의 세계경제사의 메가 트렌드, 그리고 앞으로 30년의 세계경제사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애플망고
4장 첫 문장부터 머리를 띵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국 경제의 불평등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거든요. 사실 그 이전 경제는 제가 직접 체감할 수 없었던 이전 시대 이야기라 관심도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2부를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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