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3. <좋은 불평등> 읽고 답해요

D-29
한국경제에서 불평등이 증가한 1994~2008년의 기간은 마침 ‘민주화 운동가’ 출신이 대통령을 하던 시점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2월부터 1998년 2월까지,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2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였다. 한국의 진보세력들은 민주정부 10년과 보수정부 10년의 정책적 잘못 때문에 불평등이 증가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1994년부터 한국경제 불평등이 증가한 이유는 1992년 중국의 개혁개방 2단계가 본격화되고,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가 체결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저기술·노동집약적·수출·제조업이 가성비 차원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을 월등하게 제압했기 때문이다.
좋은 불평등 -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으로 보는 한국 불평등 30년 최병천 지음
우리나라의 경제불평등이 '민주화 운동가'출신의 대통령들이 집권하던 시기에 더 증가하였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사실보다는 이면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의 불평등이라고 하면 으례이 나오던 신자유주의 정책, 비정규직, 재벌등이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점도 신선했다. 하지만 이들 문제들 또한 전혀 상관없는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중국이 WTO가입 후 세계 최대의 공업국가가 되는 과정에서 최대의 수혜자가 우리나라라는 사실도 무척 흥미로웠다.
3-1 저도 이부분이 제일 흥미로웠습니다. 민주정부와 보수정보의 입장과 추진하려는 행보에만 집중했지 실제 현실적은 통계에 대한 정보는 알지 못했는데요. 제 생각과 다른 결과(민주정부 때 불평등 완화, 보수정부 때 불평등 강화)라니 당황했어요.
한국 경제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3부를 읽어보니 그 영향력이 '크다'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거의 절대적으로 보일 정도이기도 합니다. 2001년 체제 역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개념이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Gabriel / <2001년 체제>라는 개념은 제가 처음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한국경제 불평등의 원인을 <중국발 불평등>으로 규명하는 것 자체가 <좋은 불평등> 집필 이전에는 거의 없던 주장입니다. 그러니, 기존의 학계에서는 <2001년 체제>라는 개념도 없었던 것입니다.
2부에 이어 3부에서도 계속되는 한국경제의 불평등에 대한 작가님의 연구 결과를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작가님 주장대로 경제 불평등이 대외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겠지만 그 영향을 받는 나라나 사회의 고유한 상황도 무시못할 변수가 되겠지요. 하지만 그 동안 국내 상황을 경제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한 의견들이 대세였기 때문에 그 보다는 대외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책의 집필 방향에 이해가 갑니다.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내용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밥심 / 오~ 맞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내용이 5부와 6부 내용입니다. 5부는 '세계관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고, 6부는 '그럼, 정책적 방향은 무엇인가'를 담고 있습니다. 나머진 부분도 흥미롭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제 올려주신 기사도 그렇고.. 너무 진보쪽 학자들이 좁은 시야로 보고 근거자료를 대충 느낌 가는대로 (믿고 싶은 대로?) 분석하고 정책 방향을 잡았던 것 같네요. 뫼비우스 띠처럼 불평등의 이면에 항상 따라다니는 다른 요인들을 보지 못한 채... 어제 미국 대선을 보면서 이제 국내 정치경제는 국내 테두리 안에서만 볼 게 아니라 더 넓고 입체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을 더 실감했습니다. 조감도를 그리고자 했다는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3부에서는 한국경제가 중국경제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가 '위협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한국발 불평등(고로 한국경제성장)이 일종의 중국경제부흥에 따른 낙수효과때문이라는 데이터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정치체제의 경우 미국과, 경제체제의 경우 중국과 발을 맞추어야 한다는것인데, 이건 마치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만들어야하는 미션이 아닌가!^^ 외교의 역할이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사유수 / 중요한 점을 짚어주셨습니다. 맞습니다. 한국은 '외교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더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이를 언론에서는 <안미경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유의할 것은 <중국의 경제적 번영> 역시 <미국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을 보면, 미국 자본을 유치하고, 미국 기술을 유치하고, 미국 시장에 수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2001년 11월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데, 이 시점부터 <한국-중국-미국의 국제경제권>이 더욱 공고해집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미국과 무관한 중국수출>과 <미국과 연결된 중국수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관세전쟁'을 선포한게 2018년 연초입니다. 이 때부터 중국경제 역시 '미국의 견제'를 본격적으로 받게 되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에 처하게 됩니다. 중국경제가 이러한 미국의 견제와 압박을 돌파할 수 있을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미국의 중국견제>는 메가 트렌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비중에서 중국은 약 21%, 미국은 약 19% 비중을 차지합니다. 약 5년 전에 비하면 중국은 약 5%포인트가 줄었고, 미국은 약 5%포인트가 늘었습니다. 중국 자체의 '중간재 국산화'를 해서이기도 하고, 미국의 중국견제가 본격화되어서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됐던 가장 요인은 1990년대 이후 '탈냉전, 국제교역량의 급증'에 잘 올라탔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는 1960년대~1980년대까지는 일본경제와 미국경제에 올라탈 수 있었고,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경제에도 '추가로'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모두로부터 큰 혜택을 봤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반대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경제가 처한 근본적인 상황 변화입니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한데, 현재로서는 위기 측면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중국을 빼놓고 우리나라 경제를 더 이상 논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 달 전에 대중 수출액이 많이 줄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내년도 한중 관계는 과연 어떨지 벌써 궁금하네요.
@하느리 / 바로 위에서 '사유수'님에 대한 답글에서 썼는데, 한국경제는 중국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데, 재밌는 것은 중국경제는 <미국경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중국, 한국-미국만 서로 연결되는게 아니라, <한국-중국-미국 경제>가 서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왜냐면, 중국 역시 결국에는 <미국에 수출하던> 경제 비중이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물론, 2020년대가 되면서 중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로 엄청 커졌습니다. 중국경제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중국의 내수규모'가 커졌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간 한국 무역수지 흑자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벌어들였던 것입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이 <중간재의 국산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이후에는 한국의 대중수출액은 계속 줄고 있는 중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로 바뀐 상황입니다. '가성비' 관점에서 중국 기술력이 한국을 따라잡는 것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이후부터 2018년까지 지속됐던 한국의 경제성장 방식이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중국의 중간재 국산화, 중국 기술력의 상향, 미국의 중국견제 등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근본 동력입니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방향에 관해서는, 한중관계만 보면 안되고, 한미 관계, 미중 관계, 한국-중국-미국 관계를 동시다발로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중국이 한국 경제 불평등에 끼친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막연히 우리는 미국에 우리 경제를 의존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선입견이 많이 깨졌네요. 또 다른 선입견이 깨진 부분이 있다면, 다른 분께서도 말씀주셨듯, 민주화운동가 출신 대통령들의 집권시기에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개혁개방과 한중수교가 불평등 증가에 주 원인이라는게 처음 들은 이야기었지만 3부를 읽고 어느 정도 설득되어가는 중입니다.
@애플망고 / 맞습니다. 한국경제 불평등은 민주화운동 출신 지도자들의 집권시절에 증가했습니다. 불평등 변동이 '내인론'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입증이기도 합니다. 그간 한국의 학자들은 <불평등은 정치가 잘못해서 증가했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매우 강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러한 학자들의 주장들 전부가 <무당 굿 수준의 주술적 사회과학> 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중국이 한국경제 불평등에 끼친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점".. 이 지점이 <좋은 불평등>이라는 책이 한국 사회과학에 미친 최대 공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시야를 더 확대해보면, 중국경제의 부상은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중국경제의 부상은 한국에만 영향을 미친 정도가 아니라 미국의 불평등에도 영향을 미쳤고, 1990년대 이후 전세계적인 '저물가 체제'에도 영향을 미쳤고, 전세계적인 '저금리' 체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한국경제 불평등 증가, 중국과의 교역 확대, 세계경제에서 중국경제의 비중 증가, 중국의 높은 성장률, 한국 대기업의 성장, 미국경제 불평등 증가, 199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률의 달성, 1990년대 이후 낮은 인플레이션, 1990년대 이후 저금리 체제 등등.. 다만, 1990년대 이후 한국경제와 글로벌 경제에서 있었던 다양한 사건들입니다. 그간의 연구는 이 모든 것들을 '제각각, 따로 따로' 다뤘던 셈입니다. 저는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설명하는, 통합적 논리 개발>을 하기 위해 몇 년을 씨름했던 셈입니다. 그 결과물이 <좋은 불평등>이었던 셈이고요. 다행히도 운좋게, 책 집필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교과서>를 쓰고 싶었던 취지를 달성할 수 있었고, 이렇게 '온라인 독서모임' 분들과 온라인 질의응답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1. 중국 경제에 대해 그동안 너무 관심이 없었음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는 이번 책을 계기로 조금 더 관심을 확장해 나가야겠습니다. 문득 든 생각이.. 우리는 왜 이렇게까지 중국에 대해 무시하는 성향을 지녔을까요?? 짱깨 라는 둥, 되게 비하하는 표현을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쉽게 자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성하게 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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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불평등은 재벌, 신자유주의 정책, 비정규직 등의 내부 원인이 아니라 외부 원인이 더 결정적이었다.
좋은 불평등 -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으로 보는 한국 불평등 30년 최병천 지음
2001년에 WTO에 가입한 이후로 중국은 수출과 수입 모두 급증한다. 불과 10년 만에 독일, 일본, 미국을 순차적으로 제치면서 세계 최대의 공업국가가 된다. 중국의 급성장으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 중 하나는 한국이었다. 한국은 중국의 급성장에 올라타, 덩달아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정확하게는 한국 대기업들이 중국 특수(特需)를 누리게 된다.
좋은 불평등 -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으로 보는 한국 불평등 30년 최병천 지음
경제성장률 축소보다 더 큰 폭으로 교역량이 축소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입·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내수 중심’ 경제구조로 바뀌었다는 말과 같다. 즉, 중국이 수입·수출 중심 경제구조에서 내수 중심 경제구조(중간재의 국산화)로 변경했기 때문에 세계 교역 탄성치가 축소됐다.
좋은 불평등 -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으로 보는 한국 불평등 30년 최병천 지음
중국경제의 부상 이후, 한국경제에서 불평등과 수출, 성장, 투자, 고용은 서로 연동되어 작동했다. 만일 불평등은 나쁜 것이고 수출, 성장, 투자, 고용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쁜 일과 좋은 일이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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