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원》 목요독서회, 온라인에서 함께 읽기

D-29
@lune0201 아아, 저는 요즘도 크리스마스에는 해리 포터를 읽어요. 책을 기다렸다 읽는 기쁨을 알게 해 준 첫 시리즈이기도 하네요! 그전까지 읽은 시리즈들은 모두, 이미 완결된 책들이었거든요. 그리고 요즘은... 초등학생인 조카가 해리 포터에 빠져서 둘이 같이 주문 외치면서 놀아요. 그 친구는 '어른'이 자신과 똑같은 책을 엄청 좋아한다는 걸 무척 신기해해요. 해리 포터가 수십 살의 차이를 좁혀 준 거죠. 전 아무래도 그리핀도르가 되고 싶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슬리데린인 것 같아요.
저는 <우리의 정원>이요! 앗, 제외하시라니 당장은 어쩔 수 없겠군요..ㅎㅎ (참으로 팔불출..) 저에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는 어른들이 읽는 책(?)으로 훌쩍 넘어가게끔 만들어준 첫 책이었어요. 그래서 또 다른 느낌의 책을 읽게 해준, 어찌보면 다른 의미로의 재미를 처음 알려준 책이었지요.(TMI. 제가 산 건 아니고 누나들이 읽었던 책 중에 그나마 얇길래 읽게 되었지요. ㅎㅎ) 기억을 더듬어..<좀머 싸 이야기>를 처음 다 읽고 들었던 생각은, 그런데 왜 제목이 <좀머 씨 이야기>지? 였던 거 같아요. 사실 좀머 씨가 강한 인상을 주는 인물이지만, 실상 이야기 전체를 이끌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커서 다시 읽었을 때는 느낌이 또 달랐어요. 화자가 굳이 자신의 유년기 이야기를 하면서 좀머 씨를 끼워넣었는지, 기이하게만 여겨졌던 좀머 씨가 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더랬지요. 네, 조금 더 컸다고 삶에 대해 고찰을 했다는..ㅋㅋㅋ 책은 참 이런 면에서 좋은 거 같아요. 작품은 하나인데 읽어가는 나이에 따라 또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한 장 넘기기도 어려웠던 책이 언젠가는 세 장 정도는 넘길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엄청난 독서력을 지니고 있지 않기에 확 늘지는 않았어요 ㅋㅋ)
@마케터디디 아앗, 역시 마케터. 이런 코멘트로 시작했어야 하는데! 하아... 제가 이렇게 센스가 없지요. 선생님, 저는 요즘 가장 좋아하는 청소년소설이 물론 <우리의 정원>입니다. 좀머 씨는 저에게도, 아주 어릴 때 동네에 한두 분씩 있던, 사연은 많아 보이지만 누구도 말 걸지 않는 존재, 를 떠올리게 했어요. 누구도 다가가 말 걸지 않지만, 그 사람 자체가 동네의 일부인 것 같은. 여담이지만 저는 좀머 씨 이야기를 쓴 사람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인지 아니면 그림을 그린 장 자크 상뻬인지 그 뒤로도 한참 헷갈렸답니다. 삽화의 존재감을 알려 준, 첫 소설인 것 같기도?
@편집자슬슬 저도 동감하는 게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이름보다 장 자크 상빼라는 이름이 먼저 외워지고 입에 더 빨리 붙더라고요. ㅎㅎ 아 참 예쁜 그림이다라는 생각과 함께요. 나중에 <자전거 못 타는 아이>와 <얼굴 빨개지는 아이>도 샀는데 왜 읽진 않았을까요? ㅜ 그림이 예뻤기 때문에 일단 샀다라는 핑계를 남기면서..
@마케터디디 소장욕구는 도서구매의 아주 중요한 계기죠. 갖고 싶어야 해요, 끄덕끄덕
저는 청소년기에 책 읽기를 좋아했다기보다 일종의 활자중독이었던 것 같아요. 글자는 일단 다 읽고 보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한 건 헤르만 헤세였어요. 시작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신학교 선생인 나르치스가 신학교랑은 전혀 안 맞는, 자유로운 영혼의 학생 골드문트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예요. 선생과 학생이라고 해 봐야 겨우 두 살 차이, 둘 다 소년이에요. 나르치스는 첫눈에 골드문트가 신학교랑은 정말 안 맞는, 감성적이고 유혹에 약한 예술가인 걸 알아보지만, 그를 정말 아끼죠. 지루하게 느껴지시겠지만, 이 고전은 정말 재미있어요. 물론, 어려운 말로 가득 찬 것이 더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죠. 사실 제가 이 소설에서 얻은 건 바로 '헤르만 헤세'예요. 이 사람 뭐지? 하고 자서전을 읽어 보니 헤르만 헤세는 아주 흥미로운 사람이었어요. 신학교가 안 맞아서 자살할 뻔하다가 탈출한 골드문트가 헤세 본인이더라고요. 시를 쓰고, 그림 그리고, 소설도 쓰고, 정원도 가꾸고, 인도에 갔다가 동양에 빠져서 여행기도 쓰고... 전쟁 후 독일에 애국적인 글 쓰기를 거부했다가 공격받기도 하고 나치에 저항했죠. 그러니까 말하자면, 헤세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려고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품은 꿈이 바로 그거였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그런데 헤세는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 일생을 바친 거예요. 그 삶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말 값지게 보였어요. ...진짜 멋지다, 난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하고 결심했답니다. 그러고는 <데미안>을 5년에 한 번 읽겠다고 결심했죠. 5년에 한 번씩 읽으면, 이 책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까...하고, 하핫, 요즘도 생각 나면 한 번씩 읽어요. 여전히 어렵고요. 그다음으로 저를 아동청소년문학에 인도한 작품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인데! 매년 한 번씩 읽는 책은 <어스시 이야기>이고, 겨울마다 읽는 책은 <해리 포터>, 가장 저를 일깨운 책은 <가장 푸른 눈>, 가장 최근에 울면서 읽은 책은 <트로피컬 나이트>... 너무 많아요... 그믐 댓글창은 분량 제한 없나요?
와, 역시 책 얘기를 나누니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네요. 헤세 얘기에 또 심장이 두근! 했습니다. <데미안>은 다시 읽을 때마다 이해의 깊이가 달라지는 놀라운 작품 같아요. 저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에서 <싯다르타>가 가장 인상깊었어요. 다른 작품에서 자주 느껴지던 불안과 흔들림이 조금 거두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몇 년 전에 갑자기 헤세에 빠져서 도장깨기하듯 작품을 읽어나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헤세가 융에게 정신분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때가 한참 정신역동 이론도 공부하고 있던 시기였거든요(물론 다 이해하진 못했어요).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던 것들이 이어져있고, 결국엔 모두 자기 내면으로의 집중을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집자님의 눈에 비친 헤세를 보니, 또 새롭게 알고 이해하게 되는 면이 있네요. 역시 책 얘기는 재밌어요!!!
@김지현 헤세는 아내의 병, 자신의 병 때문에 고난에 빠졌을 때, 정신분석학을 깊이 공부했다고 해요. 그리고 실제로 극복했다고 하고요. 이 태도도 굉장히 헤세스럽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의 한 줄: “읽으면서 계속 너 생각나더라. 네가 좋아할 것 같은 주인공이야.”(99쪽) 오늘의 선곡: The Joke _ Brandi Carlile https://youtu.be/5r6A2NexF88 어제 늦게나마 작가님의 질문에 대해서는 댓글로 답을 적었지만, 헤르만 헤세는 작품보다 그의 삶으로 제 10대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에요. 재능과 신념을 모두 가지고, 일생 ‘내가 원하는 나’로 살려고 애썼죠. 제멋대로였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바라는 걸 확실히 알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걸 실천하는 데에 인생을 다 썼어요. 10대였던 제 눈엔 그렇게 보였어요.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 작품들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오늘 저는 <우리의 정원>을 100쪽까지 다시 읽었어요. 어젯밤 그믐 댓글창의 풍경이 책 내용과 닮아서 즐거웠어요. 정원이와 여레, 지은, 나현이는 에이세븐을 좋아하는 방법도, 좋아하는 정도도, 독서 취향까지 다 다릅니다. 그 사실은 정원이를 불안하게 하기도 했지만, 책 이야기를 하다 깨닫지요. 서로 취향이 정말 달라도, 그걸 알게 되는 과정까지 재밌다! 어제 들려 주신 작품들, 좋아하게 된 이유들 모두 다르지만 ‘책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재밌다’는 데에는 모두 같은 마음인 것처럼요. 정원이가 목요독서회 멤버들의 독서 취향을 말하는 부분은 늘 웃으면서 읽게 돼요. 이를 테면 정원이는 지은이가 ‘일찍 철들어서 세상을 마냥 낙관하지는 않지만 마음은 다정한 주인공’을 좋아한다고 하잖아요. 정말이지 정원이다운, 책 덕후다운 설명 아닌가요? 판타지나 스릴러 같은 장르로 대신하는 답과는 차원이 다른, 이토록 구체적인 설명까지 딱 덕후의 것! 정원이다운 방법으로 설명하자면, 저는 일단, 아주 불리한 환경에서 그를 극복할 만한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성공’보다 ‘정의’ 혹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람에 삶이 순탄하지 않은 인물을 좋아해요! 만화에서든 소설에서든 영화에서든, 그런 인물을 보면 사랑에 빠지지요. 여러분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세요? 혹시 문득 생각나지 않으신다면 <우리의 정원> 목요독서회 친구들 중에 좋아하는 인물을 알려 주셔도 좋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편집자슬슬 주인공보다 주인공 주변인물들에 애정이 가는 편이에요. 앤보다는 다이애나. 강백호, 서태웅보다는 정대만, 송태섭. 그리고 <우리의 정원>에서는 상담실 선생님에 애정이 갔어요.(목요독서회 친구들 중 한 명을 물어보셨는데 이렇게 딴 소리를 또 ㅎㅎ) 정원이에게 편한 친구이자 애정어린 조언도 해주는, 가르치려드는 어른만 보다가 같은 시선으로 공감하는 어른을 보니 너무 닮고 싶기도 했고요. 오늘도 쓰다보니 이말저말 앞뒤가 구분되지 않는 말을 쓰고 말았네요. ㅜ ㅎㅎ
엇! 어제 야구는 잘 하셨나요? ㅎㅎㅎ 상담 선생님이 인상 깊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어요. 이 인물을 만들 때는 다른 매체에서 익숙하게 그려지는, 상담 교사의 (어쩌면 전형적인)이미지에서 벗어난 모습으로 그려보려고 했는데요. 만들고 보니 제 예상보다 더 엉뚱하고 유쾌한 선생님이 되어 있더라고요. 정원이와 다른 학생들에겐, 상담실의 문턱을 낮춰주어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편안한 선생님으로 느껴졌으면 했어요. 저도 좋아하는 인물입니다!
@김지현 상담실에 찾아온 정원이에게 ‘왜’라는 물음없이 깊이 말을 들어주는 모습이 좋았어요! 저도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하는데.. ㅎㅎ
정원이가 지은이와 대화하는 장면! 저도 정말 좋아해요. 볕이 잘 드는 방에서, 책과 노트를 펼쳐놓고 둘이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모습을 그려보면 제 마음도 덩달아 고요해져요. 정원이와 지은이만의 차분한 다정함이 있잖아요. 저도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 신념과 정의를 지켜내려고 애쓰는 인물들이 멋지게 느껴져요. 쉽고 간편한 길로 갈수도 있지만 굳이 먼 길을 돌아가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려고 하는 인물들이요. 그런 여정이라면 얼마든지 함께 따라가고 싶어요. 책에서 그런 인물을 만나고 나면, 가슴이 마구 뜨거워지면서 나도 이런 멋진 사람이 되고싶다!!! 하는 다짐을 매번 하게 돼요.
@김지현 그런 여정이라면 얼마든지 따라가고 싶다는 말씀에 동의해요. 나에게 저런 순간이 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하기도 하고요. 신념을 따르는 용기도 부럽지만, 그런 신념을 가진 것부터가 부러워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선생님. 저 정도로 구체적이라면, 지은이가 좋아하는 주인공으로 마음속에 정해 두신 인물이 있는 거죠?
역시 저의 의도를 너무 잘 알아주시는 선생님..! ㅎㅎㅎㅎ 지은이라면 <새의 선물>의 주인공 진희 같은 인물을 좋아하지 않을까?하면서 쓰긴 했었죠. 아주 어렵게 어렵게 어른이 되는, 혹은 어른이 되지 못한 책이나 영화 속 인물들이 제 마음에도 오래 남아있어요. 그런 이름들을 모아두었다가, 제 소설에서 등장시키고 싶다는 것도 저의 오랜 계획이자 바람입니다!
@김지현 허업 <새의 선물>! 제가 어렸을 때, 처음으로 라디오 광고를 듣고 엄마를 졸라서 선물 얻어낸 '소설책'이 바로 <새의 선물>이었어요. 책이 본가에 있을 텐데요.... 오, 책이나 영화 속 인물들을 모아 두었다가 새로운 이야기에 등장시키시다니, 그 인물들의 긴긴 여정인 셈이네요. 여레와 나현이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설명도 다시 읽어 볼래요 ㅎㅎ
오!! 그럼 학생 때 <새의 선물>을 읽으신거죠? 저는 아쉽게도 이미 어른이 되고나서 읽었어요. 더 어릴 때 읽었다면 어떤 감상이었을지 궁금해요. 그리고 전혀 다른 인물에 이름만 빌려오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저에겐 굉장히 애틋하게 느껴지는 작업이 될 것 같아서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김지현 오, 선생님. 제가 지금 답글을 쓰다가 너무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기억을 되짚어 보니. ...제가 라디오 뉴스에서 처음 듣고 엄마를 졸라서 산 책은 <새의 선물>이 아니라 <외딴 방>이고 <새의 선물>은 저도 어른이 되고 나서 읽었습니다. 아니, 왜 이런 착각을 했을까요. 내용도 배경도 전혀 다른데... <새의 선물>은 어른이 되고 난 뒤에, 그 아이의 성장통을 슬퍼하면서 읽었어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정말 이상하네요. <새의 선물>은 이미 제가 성인이 되고나서 발간된 것을.. 🫢 학생 때 읽어볼 기회조차 없었다니..!
저는 감정표현에 서툴지만 누구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따뜻하게 챙겨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솔직해지는 사람을 좋아해요 이렇게 나열하다보니 저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ㅎㅎ 이런 인물을 만나게 되면 괜히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나도 이렇게 솔직해지고 싶다!! 생각하지만 감정 표현에 여전히 서툴거든요 사실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저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고 부끄럽습니다ㅎㅎ 올해는 조금 달라져보겠다 생각하고 용기내서 글을 남기는데...항상 따뜻하게 받아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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