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른이 되어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다시 읽었는데, 엉엉 울면서 읽은 기억이 나요. 좋아하는 책과 인물 얘기를 하다보면, 그 사람의 결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은 순간도 있잖아요. 그런 순간들도 정말 재밌고 좋아요. 책 얘기는 언제해도 재밌어요!! ☺️
《우리의 정원》 목요독서회, 온라인에서 함께 읽기
D-29
김지현
마케터디디
저도 남들이 재미있게 읽은 책에 대해 듣는 거 좋아해요! 제 친구 중에 어려운 책 끝까지 읽었다며 신나게 이야기해 주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는 제외입니다.(반전) ㅋㅋ
슬슬
@깨비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저에게도 각별한 책이에요.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읽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책으로 기억에 남아 있어요. 저는 엄마와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게 참 좋았는데,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와 <몽실언니>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엄마가 뉴스를 먼저 보고 저에게 전화를 하셨던 기억이 나요.
lune0201
저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저는 사실 독서에 큰 관심이 없던 학생이었는데... 친구의 소개로 읽었다가 정말 푹 빠졌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해리포터 시리즈가 1년에 한 시리즈씩 출간되었거든요. (나이가 들통날까요..?ㅋㅋ ) 1년에 한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앞으로의 내용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나름의 평가(?)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함께 읽으면서 울고 웃었던 그 순간이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의 정원>을 읽으면서 행복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
누군가와 책 속 세상에 실컷 떠들 수 있는 이 공간도 정말 좋은 것 같아요 👏
김지현
해리포터!!! 저도 학생 때 굉장한 해리포터 덕후였어요. 해리 삼총사는 물론이고(헤르미온느 가장 좋아합니다!) 루나 러브굿이 정말 엉뚱하고 독특해서 좋아요. 매력있잖아요! 😆저도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는 동안 뒷이야기를 상상하며 호그와트를 배경으로 짧은 소설을 써보기도 했답니다 ㅎㅎㅎㅎ
lune0201
역시 작가님께서는 짧은 소설을 써보셨군요!! 🤭어떤 내용이었을지 궁금하네요
슬슬
@김지현 루나 러브굿! 원작 덕후여서 저는 영화가 원작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에 약간 아쉬움이 있는데, 모든 캐스팅은 정말 찰떡이지요. 그중에서도 가장 감탄한 캐릭터가 루나 러브굿과 론 위즐리 같아요. 원작에서 시나리오로 가면서-주인공 위주의 서사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생겨난 공백을, 캐스팅이 메워 주었어요. 진짜 사랑스럽죠.
김지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기숙사에 배정된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 (역시 좋아하는 것 얘기에 마구 벅차올라버리는 덕후입니다)
lune0201
저도 헤르미온느를 가장 좋아했어요!! 삼총사는 볼 때마다 흐뭇했고 ㅎㅎ 야무진 헤르미온느처럼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루나 러브굿도 너무 매력있죠 😆 뭔가 자기만의 세계를 즐기는 점이 멋있어 보였던 것 같아요!! 역시 기숙사는 그리핀도르일까요 🤔 삼총사를 지켜보고 싶었던 덕후의 마음이 ㅎㅎㅎㅎ작가님께서는 어떤 기숙사에 배정되고 싶으셨나요?
김지현
맞아요! 현명하고 똑똑한 헤르미온느. 저는 그 풍성하고 곱슬한 긴 머리마저 너무 귀여워보 여서 따라해보고 싶었어요..😊 기숙사 중에선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를 좋아해요. 특히 후플푸프는 드러나진 않지만 묵묵히 선하고 옳은 길을 나아가는 게 멋져 보였어요!
마케터디디
해리포터 시리즈 전 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누나가 다 샀지만 결혼을 하면서 두고 간 걸 제가.. 지금껏 찾지 않는 걸 보면 제 것인 게 분명하죠 ㅋㅋ(미안해..)
저는 그 반배정해주는 마법모자를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리핀도르겠지 싶다가도 슬리데린이 나온다면 난.. 뭐 이런 상상도 해보았지요. ㅎㅎ 그리고 버터맥주 맛은 어떤 맛일까? 더 나아가 맥주는 어떤 맛일까? 하는 생각에 미첬고, 어른이 돼서는 애주가가 되었다는.. 아 이건 너무 나갔네요. 농담입니다 ㅋㅋ
슬슬
@lune0201 아아, 저는 요즘도 크리스마스에는 해리 포터를 읽어요. 책을 기다렸다 읽는 기쁨을 알게 해 준 첫 시리즈이기도 하네요! 그전까지 읽은 시리즈들은 모두, 이미 완결된 책들이었거든요. 그리고 요즘은... 초등학생인 조카가 해리 포터에 빠져서 둘이 같이 주문 외치면서 놀아요. 그 친구는 '어른'이 자신과 똑같은 책을 엄청 좋아한다는 걸 무척 신기해해요. 해리 포터가 수십 살의 차이를 좁혀 준 거죠.
전 아무래도 그리핀도르가 되고 싶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슬리데린인 것 같아요.
마케터디디
저는 <우리의 정원>이요! 앗, 제외하시라니 당장은 어쩔 수 없겠군요..ㅎㅎ (참으로 팔불출..)
저에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는 어른들이 읽는 책(?)으로 훌쩍 넘어가게끔 만들어준 첫 책이었어요. 그래서 또 다른 느낌의 책을 읽게 해준, 어찌보면 다른 의미로의 재미를 처음 알려준 책이었지요.(TMI. 제가 산 건 아니고 누나들이 읽었던 책 중에 그나마 얇길래 읽게 되었지요. ㅎㅎ)
기억을 더듬어..<좀머 싸 이야기>를 처음 다 읽고 들었던 생각은, 그런데 왜 제목이 <좀머 씨 이야기>지? 였던 거 같아요. 사실 좀머 씨가 강한 인상을 주는 인물이지만, 실상 이야기 전체를 이끌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커서 다시 읽었을 때는 느낌이 또 달랐어요. 화자가 굳이 자신의 유년기 이야기를 하면서 좀머 씨를 끼워넣었는지, 기이하게만 여겨졌던 좀머 씨가 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더랬지요. 네, 조금 더 컸다고 삶에 대해 고찰을 했다는..ㅋㅋㅋ
책은 참 이런 면에서 좋은 거 같아요. 작품은 하나인데 읽어가는 나이에 따라 또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리고 한 장 넘기기도 어려웠던 책이 언젠가는 세 장 정도는 넘길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엄청난 독서력을 지니고 있지 않기에 확 늘지는 않았어요 ㅋㅋ)
슬슬
@마케터디디 아앗, 역시 마케터. 이런 코멘트로 시작했어야 하는데! 하아... 제가 이렇게 센스가 없지요. 선생님, 저는 요즘 가장 좋아하는 청소년소설이 물론 <우리의 정원>입니다.
좀머 씨는 저에게도, 아주 어릴 때 동네에 한두 분씩 있던, 사연은 많아 보이지만 누구도 말 걸지 않는 존재, 를 떠올리게 했어요. 누구도 다가가 말 걸지 않지만, 그 사람 자체가 동네의 일부인 것 같은.
여담이지만 저는 좀머 씨 이야기를 쓴 사람이 파트리크 쥐스킨트인지 아니면 그림을 그린 장 자크 상뻬인지 그 뒤로도 한참 헷갈렸답니다. 삽화의 존재감을 알려 준, 첫 소설인 것 같기도?
마케터디디
@편집자슬슬 저도 동감하는 게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이름보다 장 자크 상빼라는 이름이 먼저 외워지고 입에 더 빨리 붙더라고요. ㅎㅎ 아 참 예쁜 그림이다라는 생각과 함께요. 나중에 <자전거 못 타는 아이>와 <얼굴 빨개지는 아이>도 샀는데 왜 읽진 않았을까요? ㅜ 그림이 예뻤기 때문에 일단 샀다라는 핑계를 남기면서..
슬슬
@마케터디디 소장욕구는 도서구매의 아주 중요한 계기죠. 갖고 싶어야 해요, 끄덕끄덕
슬슬
저는 청소년기에 책 읽기를 좋아했다기보다 일종의 활자중독이었던 것 같아요. 글자는 일단 다 읽고 보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한 건 헤르만 헤세였어요. 시작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신학교 선생인 나르치스가 신학교랑은 전혀 안 맞는, 자유로운 영혼의 학생 골드문트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예요. 선생과 학생이라고 해 봐야 겨우 두 살 차이, 둘 다 소년이에요. 나르치스는 첫눈에 골드문트가 신학교랑은 정말 안 맞는, 감성적이고 유혹에 약한 예술가인 걸 알아보지만, 그를 정말 아끼죠. 지루하게 느껴지시겠지만, 이 고전은 정말 재미있어요. 물론, 어려운 말로 가득 찬 것이 더 멋지게 느껴지기도 했죠.
사실 제가 이 소설에서 얻은 건 바로 '헤르만 헤세'예요. 이 사람 뭐지? 하고 자서전을 읽어 보니 헤르만 헤세는 아주 흥미로운 사람이었어요. 신학교가 안 맞아서 자살할 뻔하다가 탈출한 골드문트가 헤세 본인이더라고요. 시를 쓰고, 그림 그리고, 소설도 쓰고, 정원도 가꾸고, 인도에 갔다가 동양에 빠져서 여행기도 쓰고... 전쟁 후 독일에 애국적인 글 쓰기를 거부했다가 공격받기도 하고 나치에 저항했죠. 그러니까 말하자면, 헤세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려고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품은 꿈이 바로 그거였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그런데 헤세는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 일생을 바친 거예요.
그 삶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말 값지게 보였어요. ...진짜 멋지다, 난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하고 결심했답니다.
그러고는 <데미안>을 5년에 한 번 읽겠다고 결심했죠. 5년에 한 번씩 읽으면, 이 책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까...하고, 하핫, 요즘도 생각 나면 한 번씩 읽어요. 여전히 어렵고요.
그다음으로 저를 아동청소년문학에 인도한 작품은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인데! 매년 한 번씩 읽는 책은 <어스시 이야기>이고, 겨울마다 읽는 책은 <해리 포터>, 가장 저를 일깨운 책은 <가장 푸른 눈>, 가장 최근에 울면서 읽은 책은 <트로피컬 나이트>...
너무 많아요... 그믐 댓글창은 분량 제한 없나요?
김지현
와, 역시 책 얘기를 나누니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네요. 헤세 얘기에 또 심장이 두근! 했습니다. <데미안>은 다시 읽을 때마다 이해의 깊이가 달라지는 놀라운 작품 같아요. 저는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에서 <싯다르타>가 가장 인상깊었어요. 다른 작품에서 자주 느껴지던 불안과 흔들림이 조금 거두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몇 년 전에 갑자기 헤세에 빠져서 도장깨기하듯 작품을 읽어나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헤세가 융에게 정신분석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때가 한참 정신역동 이론도 공부하고 있던 시기였거든요(물론 다 이해하진 못했어요).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던 것들이 이어져있고, 결국엔 모두 자기 내면으로의 집중을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집자님의 눈에 비친 헤세를 보니, 또 새롭게 알고 이해하게 되는 면이 있네요. 역시 책 얘기는 재밌어요!!!
슬슬
@김지현 헤세는 아내의 병, 자신의 병 때문에 고난에 빠졌을 때, 정신분석학을 깊이 공부했다고 해요. 그리고 실제로 극복했다고 하고요. 이 태도도 굉장히 헤세스럽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슬슬
오늘의 한 줄:
“읽으면서 계속 너 생각나더라. 네가 좋아할 것 같은 주인공이야.”(99쪽)
오늘의 선곡:
The Joke _ Brandi Carlile
https://youtu.be/5r6A2NexF88
어제 늦게나마 작가님의 질문에 대해서는 댓글로 답을 적었지만, 헤르만 헤세는 작품보다 그의 삶으로 제 10대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에요. 재능과 신념을 모두 가지고, 일생 ‘내가 원하는 나’로 살려고 애썼죠. 제멋대로였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 바라는 걸 확실히 알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걸 실천하는 데에 인생을 다 썼어요. 10대였던 제 눈엔 그렇게 보였어요.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 작품들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오늘 저는 <우리의 정원>을 100쪽까지 다시 읽었어요. 어젯밤 그믐 댓글창의 풍경이 책 내용과 닮아서 즐거웠어요. 정원이와 여레, 지은, 나현이는 에이세븐을 좋아하는 방법도, 좋아하는 정도도, 독서 취향까지 다 다릅니다. 그 사실은 정원이를 불안하게 하기도 했지만, 책 이야기를 하다 깨닫지요. 서로 취향이 정말 달라도, 그걸 알게 되는 과정까지 재밌다! 어제 들려 주신 작품들, 좋아하게 된 이유들 모두 다르지만 ‘책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재밌다’는 데에는 모두 같은 마음인 것처럼요.
정원이가 목요독서회 멤버들의 독서 취향을 말하는 부분은 늘 웃으면서 읽게 돼요. 이를 테면 정원이는 지은이가 ‘일찍 철들어서 세상을 마냥 낙관하지는 않지만 마음은 다정한 주인공’을 좋아한다고 하잖아요. 정말이지 정원이다운, 책 덕후다운 설명 아닌가요? 판타지나 스릴러 같은 장르로 대신하는 답과는 차원이 다른, 이토록 구체적인 설명까지 딱 덕후의 것!
정원이다운 방법으로 설명하자면, 저는 일단, 아주 불리한 환경에서 그를 극복할 만한 천재성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성공’보다 ‘정의’ 혹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람에 삶이 순탄하지 않은 인물을 좋아해요! 만화에서든 소설에서든 영화에서든, 그런 인물을 보면 사랑에 빠지지요. 여러분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세요? 혹시 문득 생각나지 않으신다면 <우리의 정원> 목요독서회 친구들 중에 좋아하는 인물을 알려 주셔도 좋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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