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태양 아래 죽음을 보는 것은 이상했다. 한낮의 햇빛은 바삭바삭하고 선전선동 스피커만큼이나 시끄러웠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186,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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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gable님의 문장 수집: "태양 아래 죽음을 보는 것은 이상했다. 한낮의 햇빛은 바삭바삭하고 선전선동 스피커만큼이나 시끄러웠다."
저도 이 글귀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낮의 태양은 뜨겁고 선명한데 그 쨍하고 선명한 한낮에 처형장면을 보는 것은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지만. 뇌리에 박힐 수 밖에 없는 공포심을 주어 잊히지 않게하는 방법이라. 더 끔찍 한거같아요. 마치 영화 "태양은 가득히" 마지막 장면에서 뜨거운 태양아래 알랭드롱이 경찰에게 잡혀가는 아이러니한 장면처럼말이죠
말이란 건 그냥 말이 아니란다, 아가. 말은 우리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단순한 도구 이상이야. 말은 그 자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말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지. 그건 절대 일방통향이 아니야.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65,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금정연님의 대화: 다들 첫 구간 잘 읽으셨나요? 아직 책을 받지 못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책을 받으시는 대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읽어주시면 됩니다! 전체적인 구간과 관계 없이 읽으면서 든 감상이나 궁금증도 마구마구 올려주시고요. 편의상 구간을 나눠놓긴 했지만 중요한 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테니까요!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최가은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 역시 '번역투'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는데요. 분명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년의 한국 여성이 화자로 나오는데, 화자의 어투는 '일반적인 한국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어투여서 좀 묘하고 신기했어요. '묵 할머니'의 말투도 그렇고요.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지역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본문을 읽으면서는 만약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이 소설을 썼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번역투'에 대해 생각하면서 쓰고 있으려니 갑자기 제 문장이 엄청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프롤로그에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화자는 요양원에서 미스터리한 '묵 할머니'를 만납니다.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는 묵 할머니는 본인의 삶을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연인, 그리고 어머니"라는 단어로 요약하는데요, 대체 묵 할머니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 의문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면 갑자기 '북한 접경지대의 처녀 귀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근데 진짜 제 문장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져서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게 너무 괴롭네요...) 묵 할머니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깊게 만드는 구성이에요. 처음에는 프롤로그의 화자도 아니고 묵 할머니도 아니고 낯선 남자의 목소리로 본문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이미 끝까지 읽은 상태에서 다시 처음을 읽으니 무척 적절하고 또 절묘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문장 이야기는 더 안 할게요... 그냥 혼자 괴로워하는 것으로...) 아마 여러분들도 첫 번째 구간을 읽으며 여러 의문이 드셨을 텐데요, 함께 읽어나가며 점차 '아... 그런 거였구나...' 하시게 될 거예요. 이제 두 번째 구간인데요. 물음표로 가득했던 묵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첫 번째 인생'과 '세 번째 인생'을 읽으며 떠오르는 감상과 궁금증, 그리고 그밖의 많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첫번째 인생을 읽고 이렇게 살인자가 되었구나..싶었어요. 엄마가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나서 똑똑해도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라 너무 슬프고 그리고 딸에게 엄마의 무력함과 자신에게 복종하는 위치를 비열하게 보여주는 남자에 대해 치가 떨리게 화가나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살인이 나는게 과거가 아니라 현재도 진행형으로 존재한다는게.. 더 화가납니다.
소전문화재단님의 대화: 지난 주에 윈도우님에게 전화와 문자를 드렸었는데 못 받으셨다면 연락처가 잘못 기재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02-542-0804로 연락 주시겠어요?
좀 전에 집에 들어오면서 우편함을 쳐다보니 보기에도 딱! 책일듯한 우편물이 꽂혀있더라구요. 늦었지만 얼른 읽고 참여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가 연락처를 잘못 적어 연락을 따로 못받았나 봅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그렇다. 독은 그가 아닌 그녀였다. 사람들은 독살을 여성스러운 살인 방법이라고 말하니까. 은밀하고 교활해서 결코 남자답지 못한 수단이라고. 내게 독살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선택과 존엄성을 박탈당한 무력한 상태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102,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마린님의 대화: 일곱 번째 인생은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지네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비밀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면면이 아름답습니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요. 이걸 보통 사회생활 잘하는 비결처럼 다루기도 하고 ‘하얀 거짓말’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재단사였던 혜산의 그 남정네가 속아주는 건 사랑 또는 존중이라 불러야 할 거 같습니다. 깊은 마음의 소유자라는 자락이 이미 깔려 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까닭도 있습니다. 소중한 관계를 놓치지 않겠다는 그 단단한 마음. 지식이든 관계든 모두 파헤치면 후련할 것 같지만 막상 아닐 때도 있죠. 줄을 타는 듯한 조바심을 내려 놓고 수용할 범위를 크게 넖히는 일. 소중함을 지키는 방식에 대해 배웁니다. 조마조마한 그 마음까지도 어쩌면 사랑인 거죠.
맞아요.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 무언가 남아 있는 것 같지만 굳이 파헤치지 않는 것도 믿음이고 사랑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모든 걸 알아야겠다는 마음은 좀 자기중심적인 마음인 것 같아요. ‘나’라는 주체를 너무 과신하고 자신이 알 수 없는 타인의 몫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Greengable님의 대화: 저도. 저기 소리없는 꽃잎한점을 읽었었어요.그러고보니 많이 닮아있긴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섯번째 이야기를 읽을때 예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채시라씨가 했던 여옥이라는 인물이 떠올랐어요.위안부로 끌려갔다가 최재성을 만나 사랑하게 되고 그의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고 잠시 박상원의 보호아래 편안한 삶을 살다가 비밀공작원으로 살아가기까지가 너무 닮아있어서 오버랩이 돼서 장면을 연상시키며 읽을 수 있었어요
여명의 눈동자가 있었네요! 너무 오래 전이라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드문드문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어요. 말씀헤주신 내용을 보니 이 소설과 겹치는 부분이 많네요.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드라마에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드디어 마지막 구간이네요! 오늘은 한글날이고 책 읽기 딱 좋은 조명, 온도, 습도... 아니 이게 아니라, 집에서 무릎 담요 덮고 따듯한 차 마시면서 책 속에 빠져들기 정말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 적은 동네 카페에서 맛있는 차와 함께 읽어도 좋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매년 이 날이 되면 한 편의 영화가 떠올라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다룬 [나랏말싸미](2019)라는 영화인데요, 천만 관객을 꿈꾸며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했지만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모두 ‘폭망’한... 그래서 사실 제게는 조금 울적한 날이기도 합니다. 뭐 그건 제 사정이죠! 오늘은 여덟 번째 인생입니다. 장 제목은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소설 전체의 제목과 같네요. 각양각색의 색깔로 펼쳐졌던 지난 일곱 인생을 하나로 모아주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그렇죠? 이야기는 다시 프롤로그의 요양원으로 돌아갑니다. 아마추어 부고 작가인 ‘나’가 다시금 화자로 등장하고요. 지난 일곱 번의 인생 동안은 묵 할머니의 관점에서 묵 할머니의 인생을 바라보았다면, 타인의 관점으로 묵 할머니를 묘사하며 독자 또한 지난 일곱 번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묵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는, 분명 무척 매력적이지만 사실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요. 그 시절을 살지 않은 화자에게, 요양원의 관계자들에게, 그리고 우리 독자들에게는 한 사람의 인생에 그렇게 많은 사건과 사고와 비극과 슬픔이 있을 수 있다고는 좀처럼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묵 할머니에게 푹 빠진 화자는 사실이든 허구이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지지할 것이다, 마음 먹기도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저도 모르게 묵 할머니에게 사실 관계를 캐묻습니다. 묵 할머니는 진실 게임을 하자는 거라면 본인은 빠지겠다고 말하며 굳이 자신을 변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도 더는 캐묻지 않아요. 그건 묵 할머니를 좋아하게 되며 그녀를 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지만, 무엇보다 이야기라는 것은 단순한 사실 관계의 조합으로 환원되지 않는, 그 이상의 것일 테니까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말하지 못하겠네요. 책을 늦게 받으신 분들도 있어서 더더욱요.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을 읽으며 이야기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이야기는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앖는데요, 아마 첫 구간에서도 문체 이야기를 한참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과거의 이야기들이 나올 때는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다가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자마자 다시 문체가 눈에 들어오는 게 조금 신기하기도 한데요. 과거는 낯선 나라라는 말처럼, 과거의 이야기는 낯선 나라의 언어가 번역되어 우리에게 오는 것처럼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게 되지만,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지금-여기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게 돼서 그런 것 같아요. 오해하시면 안 돼요. 번역투로 느껴저서 나쁘다는 게 아니라, 지금-여기의 이야기를 번역투로 읽는 경험이 낯설고 독특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어쩌면 한글 창제를 다룬 [나랏말싸미]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라는 제 자의식이 번역 문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일 수도 있고... 오늘 내일 이틀 동안 마지막 장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문장들, 감상들, 떠오르는 질문들을 올려주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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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어제 도착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느새 마지막 구간을 읽고 계시네요.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금정연님의 대화: 첫 번째 시간입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동안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다섯 번째 인생'을 읽는 일정이에요. 잠깐만, 한국 작가가 쓴 한국에 대한 소설에 '한국어판 서문'이 있다고? 이민진 작가님처럼 재미교포인가? 혹시 이렇게 생각하신 분들 계신가요? 저는 그랬거든요. 그런 제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듯 '한국어판 서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종종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오해를 받는다. 아마도 내 첫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을 영어로 썼고, 그래서 미국, 영국 등 영어권 나라에서 먼저 출판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한국인임을 아는 사람들은 그럼 왜 모국어인 한국어 대신에 영어로 소설을 쓰느냐고 묻는다." 심지어 이미리내 작가는 성인이 될 때까지 일반 한국 교육을 받았고, 부모님 두 분 모두 한국인이며, 성인이 된 후에야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고 해요. 문득 모국어가 아닌 성인이 되어 익힌 언어로 소설을 쓴 외국의 몇몇 작가들이 떠오르네요. 폴란드 태생이지만 영어로만 작품활동을 했던 조지프 콘래드,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후 영어로 소설을 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지만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대표작들을 프랑스어로 쓴 사무엘 베케트, 헝가리에서 태어났지만 스위스로 이주해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아고타 크리스토프... 또 누가 있을까요? 저도 가끔 글이 막힐 때면 영어로 문장을 이어보기도 해요. 저는 영어에 능숙하지 않고, 아는 단어도 무척 한정적이라 복잡한 생각과 달리 단순한 문장을 쓸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 글이 풀리기도 하더라고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나요? 없다면 한번 시도해보세요!) 재밌는 건, 소설은 영어로 썼지만 '한국어판 서문'은 한국어로 썼다는 것. 영어를 한국어로 옮긴 본문과 작가가 직접 한국어로 쓴 서문의 문체를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물론 소설과 그렇지 않은 글을 비교하는 거라 큰 의미는 없겠지만요. 소설의 주인공인 '묵 할머니'가 아닌 화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와 이어지는 이야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그럼 즐겁게 읽으시고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들, 의문들, 함께 공유하고 싶은 문장들도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책을 어제 받고 이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섯 번째 인생>까지 한 번에 슝 읽었는데요, 가독성이 엄청나네요. 얄루가 누구인지는 짐작이 가는데, <다섯 번째 인생>의 화자가 계속 등장하는 지도 궁금합니다.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
금정연님의 대화: 다들 첫 구간 잘 읽으셨나요? 아직 책을 받지 못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책을 받으시는 대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읽어주시면 됩니다! 전체적인 구간과 관계 없이 읽으면서 든 감상이나 궁금증도 마구마구 올려주시고요. 편의상 구간을 나눠놓긴 했지만 중요한 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테니까요!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최가은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 역시 '번역투'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는데요. 분명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년의 한국 여성이 화자로 나오는데, 화자의 어투는 '일반적인 한국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어투여서 좀 묘하고 신기했어요. '묵 할머니'의 말투도 그렇고요.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지역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본문을 읽으면서는 만약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이 소설을 썼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번역투'에 대해 생각하면서 쓰고 있으려니 갑자기 제 문장이 엄청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프롤로그에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화자는 요양원에서 미스터리한 '묵 할머니'를 만납니다.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는 묵 할머니는 본인의 삶을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연인, 그리고 어머니"라는 단어로 요약하는데요, 대체 묵 할머니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 의문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면 갑자기 '북한 접경지대의 처녀 귀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근데 진짜 제 문장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져서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게 너무 괴롭네요...) 묵 할머니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깊게 만드는 구성이에요. 처음에는 프롤로그의 화자도 아니고 묵 할머니도 아니고 낯선 남자의 목소리로 본문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이미 끝까지 읽은 상태에서 다시 처음을 읽으니 무척 적절하고 또 절묘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문장 이야기는 더 안 할게요... 그냥 혼자 괴로워하는 것으로...) 아마 여러분들도 첫 번째 구간을 읽으며 여러 의문이 드셨을 텐데요, 함께 읽어나가며 점차 '아... 그런 거였구나...' 하시게 될 거예요. 이제 두 번째 구간인데요. 물음표로 가득했던 묵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첫 번째 인생'과 '세 번째 인생'을 읽으며 떠오르는 감상과 궁금증, 그리고 그밖의 많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엄마도, 딸도 기구하다... 했는데, 두 번째 인생을 읽다보니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아직까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가족을 제 소유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은 참 어지간히도 변하지 않는구나, 싶어 안타깝더군요. '여동생'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나'나 엄마가 처한 상황이 참 속상합니다.
금정연님의 대화: 첫 번째 시간입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동안 '한국어판 서문' '프롤로그' '다섯 번째 인생'을 읽는 일정이에요. 잠깐만, 한국 작가가 쓴 한국에 대한 소설에 '한국어판 서문'이 있다고? 이민진 작가님처럼 재미교포인가? 혹시 이렇게 생각하신 분들 계신가요? 저는 그랬거든요. 그런 제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듯 '한국어판 서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종종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 오해를 받는다. 아마도 내 첫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을 영어로 썼고, 그래서 미국, 영국 등 영어권 나라에서 먼저 출판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한국인임을 아는 사람들은 그럼 왜 모국어인 한국어 대신에 영어로 소설을 쓰느냐고 묻는다." 심지어 이미리내 작가는 성인이 될 때까지 일반 한국 교육을 받았고, 부모님 두 분 모두 한국인이며, 성인이 된 후에야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고 해요. 문득 모국어가 아닌 성인이 되어 익힌 언어로 소설을 쓴 외국의 몇몇 작가들이 떠오르네요. 폴란드 태생이지만 영어로만 작품활동을 했던 조지프 콘래드,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후 영어로 소설을 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아일랜드에서 태어났지만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대표작들을 프랑스어로 쓴 사무엘 베케트, 헝가리에서 태어났지만 스위스로 이주해 프랑스어로 작품을 쓴 아고타 크리스토프... 또 누가 있을까요? 저도 가끔 글이 막힐 때면 영어로 문장을 이어보기도 해요. 저는 영어에 능숙하지 않고, 아는 단어도 무척 한정적이라 복잡한 생각과 달리 단순한 문장을 쓸 수밖에 없게 되는데요,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 글이 풀리기도 하더라고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나요? 없다면 한번 시도해보세요!) 재밌는 건, 소설은 영어로 썼지만 '한국어판 서문'은 한국어로 썼다는 것. 영어를 한국어로 옮긴 본문과 작가가 직접 한국어로 쓴 서문의 문체를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물론 소설과 그렇지 않은 글을 비교하는 거라 큰 의미는 없겠지만요. 소설의 주인공인 '묵 할머니'가 아닌 화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프롤로그와 이어지는 이야기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그럼 즐겁게 읽으시고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들, 의문들, 함께 공유하고 싶은 문장들도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손목 염증 이슈로 한동안 책을 읽지 못했어서 이제서야 참여합니다ㅠㅠ 저는 프롤로그에서 묵 할머니의 역질문이 인상 깊었어요. 내가 만약 그 질문을 받았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묵 할머니 말씀대로 과연 인생을 세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어요.
금정연님의 대화: 모두 잘 읽고 계신가요?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은 ‘두 번째 인생’ 챕터를 읽습니다. ‘이야기꾼’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요, 일본군의 ‘이야기’에 속아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이 ‘이야기’를 통해 삶을 견디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을까요. 단지 그런 이야기라고 요약해버려도 좋을지 모르겠지만요. 이야기라는 건 그런 거 같아요. 때때로 우리는 고작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때론 그 이야기가 누군가를 살아가게 만들기도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하는 것. 특히 이번 챕터에서는 이어질 이야기에 중요한 복선이 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요, 괴롭고 힘든 이야기지만 찬찬히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길지 않은 이 글에 이야기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이 등장하는지...) 책을 늦게 받으셨거나 조금 느리게 읽으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읽으시고 구간과 관계 없이 좋았던 문장, 떠오르는 생각,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은 다른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 등을 올려주세요!
[두 번째 인생]을 읽으면서 김숨 작가의 <한 명>이 생각났습니다. 이 책을 읽을 때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 번째 인생] 역시 읽기 힘든 챕터였습니다.
한 명국내 주요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의 고른 호평을 받아온 작가 김숨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지난 30여 년간의 위안부 문제를 이슈화하는 동시에 그간 한국문학이 잘 다루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인 문학의 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기꺼운 괴로움이었어요. 타인의 삶을 그의 발자국에 서서, 그의 시선으로 경험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동시에 여전히 묻고 싶어요. 어째서 이렇게 고통스러운데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도리어 필사적으로 말해져야 하느냐고, 고통스러운 삶의 증언의 필요성에 대해 묻는 이에게 무어라 답해야 하느냐고요.
그러나 용말의 은유는 여기서도 절묘하게 적용되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과 같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161,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금정연님의 대화: 다들 첫 구간 잘 읽으셨나요? 아직 책을 받지 못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책을 받으시는 대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읽어주시면 됩니다! 전체적인 구간과 관계 없이 읽으면서 든 감상이나 궁금증도 마구마구 올려주시고요. 편의상 구간을 나눠놓긴 했지만 중요한 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테니까요!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최가은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 역시 '번역투'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는데요. 분명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년의 한국 여성이 화자로 나오는데, 화자의 어투는 '일반적인 한국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어투여서 좀 묘하고 신기했어요. '묵 할머니'의 말투도 그렇고요.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지역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본문을 읽으면서는 만약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이 소설을 썼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번역투'에 대해 생각하면서 쓰고 있으려니 갑자기 제 문장이 엄청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프롤로그에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화자는 요양원에서 미스터리한 '묵 할머니'를 만납니다.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는 묵 할머니는 본인의 삶을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연인, 그리고 어머니"라는 단어로 요약하는데요, 대체 묵 할머니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 의문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면 갑자기 '북한 접경지대의 처녀 귀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근데 진짜 제 문장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져서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게 너무 괴롭네요...) 묵 할머니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깊게 만드는 구성이에요. 처음에는 프롤로그의 화자도 아니고 묵 할머니도 아니고 낯선 남자의 목소리로 본문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이미 끝까지 읽은 상태에서 다시 처음을 읽으니 무척 적절하고 또 절묘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문장 이야기는 더 안 할게요... 그냥 혼자 괴로워하는 것으로...) 아마 여러분들도 첫 번째 구간을 읽으며 여러 의문이 드셨을 텐데요, 함께 읽어나가며 점차 '아... 그런 거였구나...' 하시게 될 거예요. 이제 두 번째 구간인데요. 물음표로 가득했던 묵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첫 번째 인생'과 '세 번째 인생'을 읽으며 떠오르는 감상과 궁금증, 그리고 그밖의 많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첫 번째 인생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흙을 먹는 습관이 아버지의 죽음으로써 고쳐지다니... 그냥... 너무 기구하네요 삶이ㅠㅠ
여기서 쓸 얘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하셨네요……!!!!!!!!!!! 소식 보자마자 말도 안돼,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축하하는 마음으로 지금 읽는 소설도 끝까지 즐겁게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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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너무 힘들게 읽었습니다. 어제는 끝까지 읽으면서 내가 왜 이 좋은 날에 타인(?)의 괴로운 삶을 읽고 있나, 하면서 현타가 좀 오더라구요. 책과 함께 우울해지는 느낌이 싫었고, 감명 깊었던 문구를 찾으려고 다시 뒤적거리는 순간에도 부담스러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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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 증정] 소설 <모두가 나를 죽이려고 해>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남해의봄날/책선물] 김탁환 장편소설 <참 좋았더라> 알쓸신잡 재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 여러분의 처방책이 필요합니다.
수험생이 시집이 읽고 싶대요. 스무살 청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집을 추천해주세요.
'밀란 쿤데라' 챌린지 by 신아
밀란 쿤데라 <농담>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연극 보고 책 읽는 [연뮤클럽]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
🏆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작품 함께 읽어요.
[Re:Fresh] 3. 『채식주의자』 다시 읽어요.[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탄) 작별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요
"우리 골목을 광장으로 만드는 법" 성북구 비문학 최종후보도서 4권을 소개합니다.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①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② 『공감의 반경』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③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 2024 성북구 비문학 한 책 ④ 『탄소로운 식탁』
버지니아 울프를 읽어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믿고 읽는 그믐북클럽 🌘
[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3. <좋은 불평등> 읽고 답해요[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2. <더 나은 세상> 읽고 답해요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었습니다
강릉교육문화관 <생존독서>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다정한것이 살아남는다를 읽고나서<도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 서평 쓰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조선과 한국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김영사/책증정] 다니엘 튜더 소설 《마지막 왕국》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어크로스/책증정]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과 함께 진짜 한국 탐사하기!
논픽션의 유혹!
중독되는 논픽션–현직 기자가 쓴 <뽕의계보>읽으며 '체험이 스토리가 되는 법' 생각해요[그믐북클럽] 7. <더 파이브> 읽고 기억해요 [벽돌책 챌린지] 2. 재난, 그 이후글쓰기 책 함께 읽기 네 번째, 《네 번째 원고-논픽션 대가 존 맥피, 글쓰기의 과정에》
<책방연희>의 다정한 책방지기와 함께~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끝나지 않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읽기 행렬!
[라비북클럽]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같이 읽어요 [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진주문고 서점친구들]비문학 독서모임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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