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첫 번째 인생' 파트에서는 '외국어'에 대한 지식,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언어와 힘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이때의 '힘'은 양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처음 이 파트를 읽을 때, 어머니에 관한 묘사에 비해 아버지에 대한 묘사가 조금 투박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전형적인 악인으로서 가부장을 묘사하는 방식 같았달까요. 이후 화자의 선택(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 같은 것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그런데 다시 읽으며 생각해보니,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놓여 있는 '외국어' 혹은 '고급 어휘'의 문제가 허구리 거주민들에게 '외국어'가 갖는, 나아가 한국인들에게 '외국어'가 갖는 보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의미와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아버지는 "교육의 중요성을 믿지 않는 문맹의 어부"로서, 애초에 언어와 언어를 통한 앎을 획득해보지 못한 인물입니다. 그런 그에게 있어 힘이란 곧 약자에게 즉각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물리적, 신체적인 폭력 행위와 같은 것이고요. 한편 어머니는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서, "똑똑하고 아름답고 교양 있고 자애로"운 사람인데 그런 그녀에게는 풍부한 어휘 뿐만 아니라 "맛과 향을 구별하는 재주"가, 나아가 언어를 통해 세계가 확장될 수 있다는 믿음이, 말하자면 그런 특수한 종류의 앎이 있어요. 언제나 아버지에게 폭력의 대상이 되는 어머니는 신체적으로는 절대적 약자이지만 지적으로는 아버지에 비해 우월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모르는 어려운 말을 할 때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향해 느끼는 공포는 권력 관계의 역전에 대한 인지와 두려움으로 보여요. 이는 '두번 째 인생'에서 일본 군인들이 절대로 입을 다물지 않는 용말의 앞니 두 개를 부러뜨리는 이유와도 연결되는 것 같은데요. 이때 언어는 기존의 권력 관계를 전복시키는 힘이기 때문에 약자들에겐 무기이자, '죄'가 되는 것이겠고요. 그런데 이 '죄'가 허구리 사람들이라는 (나아가 한국인이라는) 약자 공동체에게 '외국어'를 아는 일과 연결될 때 그것은 민족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고, "영혼을 파는 것"이며, 권력에 영합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세 번째 인생' 파트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하는데요. "나는 누구를 섬길 것이냐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나를 때리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자건 공산주의자건 상관없었다. 내게는 무엇보다 생존이 중요했다." 그러니까 기울어진 힘의 관계에서 누군가에게 언어는 그 자체로 생존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나'에게 미군 '하우스'에서의 생활은 영어를 매개로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었고, 영어를 통해 '나'는 '생존'합니다. 영어는 '나'가 "작은 이빨로 서서히 네 귀퉁이를 갉아 먹는 몹쓸 벌레"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말하자면 공모자이자 전복자로서의 '생존'을 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는데요. '나'는 하우스의 여자들을 착취하는 데 공모하고, 그 공모를 통해 하우스의 벽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드니까요. (말하고 보니 언어가 정말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진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한국의 근현대사가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인 이유도 있겠고요. 갑자기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꺼삐딴 리> 생각도 나는...)
오..그렇네요.. 신기하게도 한국사람이 영어로 쓰고 다시 한국어로 번역 된 글을 우리들이 읽고 있는데.. 이 책 내내 언어가 숨어 있었네요. 언어의 힘이 상당히 무섭습니다. 결국 어쨋거나 강요당한 일본어도 생계를 위해 우월한 수단으로 쓰이게 되었을 때 그 느낌은 어땠을까 싶어요. 자존감을 지키게 위해 위안부 시절에도 쓰고 싶지 않았던 일본어를 뭔가 고가품을 팔 때 상대를 맞춰주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니 말이예요. 어제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 타시고 우리도 이제 노벨문학상을 원어로 읽는 국민과 국가가 되었다라는 댓글을 보고.. 언어라는게 이렇게 중요하구나..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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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언어를 통한 '생존'은 "이야기", "이야기꾼" 되기를 통해 말 그대로 생존 너머를 향해 가는 것 같아요. 화자에 따르면 "위안소에서 일어난 일"은 '허구'라는 장치를 통과하며 세상에 폭로될 수 있고, 심지어 '최악의 쥐 새끼'들에 의해 재구성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총칼로, 주먹으로 힘을 행사하던 자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랄 수 있을 텐데요. 마린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너무나 괴롭고 고통스러운, 그리고 충격적인 일에 대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야기가 지닌 근원적인 힘이겠고요. 우리의 몰입감을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의 주인, '쥐 새끼'는 스스로 다짐했듯 탁월한 이야기꾼이 된 듯합니다. 많은 분들의 의문을 던져 주신 문제, 그러니까 순서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는데, 저도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역사를 역사가 아니라 '이야기꾼'으로 전달하겠다는 화자의 애초의 다짐과 연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저도 처음에는 왜 시대순이 아닐까 싶었는데.. 묵할머니가 이새리 선생님께 이야기한 순서가 아닐까 싶어요. 연대기도 아니니 시대순이 아니라 자기가 먼저 말하고 싶었던 순서가 아닐지..싶기도 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러고보면 이야기꾼이란, 사건의 순서를 잘 <섞어> 전달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팩트와 팩트에 가까운 거짓 또는 과장을 잘 <섞어> 들려주는 사람이기도 하니… 이 소설 안팎으로 <섞는다>는 저에게 매우 중요한 동사처럼 느껴지네요. 역사를 역사가 아니라 이야기로 전달하겠다는 다짐도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고요. 역사도 결국 이야기로 전달되는 것이라 한다면, 이야기의 힘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가 소설에 매혹되는 지점도 아마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도 싶어요.
책을 못 받으신 분들에게 저희가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저도 아직 책이 도착하지 않았는데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저희가 유선으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저도 책이 안 오네요..
책 잘 받았습니다 우편함에 있었네요 열심히 진도 따라잡을께요
저 아직 책 못받았는데요 ㅜㅜ 연락도 못받았습니다 ㅜㅜ
우편함에 없던가요? ^^
네. 없었습니다.
지난 주에 윈도우님에게 전화와 문자를 드렸었는데 못 받으셨다면 연락처가 잘못 기재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02-542-0804로 연락 주시겠어요?
좀 전에 집에 들어오면서 우편함을 쳐다보니 보기에도 딱! 책일듯한 우편물이 꽂혀있더라구요. 늦었지만 얼른 읽고 참여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가 연락처를 잘못 적어 연락을 따로 못받았나 봅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저는 오늘 오네요
책 도착했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삶의 끝을 내다보며 사람들은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프롤로그 17p,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우리는 집 뒷마당의 나무 걸상에 앉아 있었다. 마치 한 쌍의 거북이처럼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둥실둥실한 달을 바라보며 금색의 빛을 쬐고 있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다섯 번째 인생 51p,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아지랑이와 시큼한 냄새를 풍기는 땀과 흐르는 눈물 사이로, 내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응어리진 황토색 액체가 보였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첫 번째 인생 63p,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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