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저는 문학평론을 쓰고 있는 최가은이라고 합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 금정연 선생님께서 너른 시선과 꼼꼼한 안내로 소설을 잘 소개해주신 것 같아요. 덕분에 이 대단하고 광할한 서사에 관해 ... 어느 부분에 집중하여 이야기 나누면 좋을지 힌트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함께 읽기가 더욱 기대되네요. 우선, 오늘은 저도 한국어판 서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저도 최근에 제2, 제3외국어인 영어나 타외국어로 창작 활동을 전환해보려고 하는 주변 친구들을 여럿 보게 되었고 그런 멋진 모습을 지켜보면서 괜히 저도 영어로 비평문 쓰기!에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는 야망..을 품어보기도 했었는데요. 그러나 평생을 모국어로 써온 한국어를 통과할 때조차도 문장화나 언어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인지라 시도와 동시에 포기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작가의 도전과 끈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문을 보면 심지어 대단한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다 .. 식의 태도를 보여주는데 그 역시 놀랍고 멋지다는 생각이고요. 한편, 정연 선생님이 언급해주신 부분을 저도 다시 들여다보았는데요.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본문의 문체와 한국어로 쓴 서문의 문체를 비교하는 것이요. 우리가 다소 이국적(?)인 혹은 조금 난해하게 다가오는 작품을 볼 때 흔히 하는 말, “번역투라서 신선하다”거나 “번역투라서 가독성이 떨어진다”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 글에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번역이며 번역‘투’일까, 작가에게 번역 이전과 이후의 언어는 한국어일까 영어일까 등등 ... 번역투라는 말에 기존에 합의된 의미를 초과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도 새삼 들고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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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읽고싶어서사 뒀던 책이었는데 모임이 있어 신청했습니다 열심히 따라가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천천히 따라 읽고 있습니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작가가 자신의 영어 작품이 자신에게도 너무나 능숙한 언어로 번역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어떤 마음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왜 직접 번역을 하시지 않았는지도 궁금하고요.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고, 때때로 그 글들을 직접 번역(혹은 다시 쓰기?)하는 다와다 요코도 생각나고요. 아무튼 시작부터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믐 모임 자체가 처음인데, 직접 얼굴을 보고 모이는 자리가 아닌데도 모이신 분들과 함께 진도에 맞춰 책을 읽고 싶단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네요😌 이런 모임 만들어주셔서 우선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직접 한국어로 쓰셨다는 서문부터 훅 빠져들어서, 다섯번째 인생까지 방금 다 읽었는데요. 서문에도 적힌 것처럼 한 편의 단편소설로도 완결성이 있는 챕터라는 느낌이에요. 재밌다는 표현이 죄송할 정도로 마음 애리게 읽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도 챕터가 있다고 본다면 그 챕터 하나하나가 한 편의 단편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요! 저도 금정연 선생님과 최가은 평론가님의 글과 관련해 하나 떠올린 의문 아닌 의문은, 작가님이 영어판과 한국어판을 각각 쓸 수 있으셨을 거 같은데 다른 분께 번역을 맡기신 데는 어떤 작가적인 의도가 있으셨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번역을 하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일종의 틈 같은 게 벌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아서요. 저는 작가님이 직접 한국어로 쓰셨다는 서문의 문장도 소설 속 문장 못지 않게 흡인력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과연 작가님은 번역가님이 번역하신 문장을 얼마나 손보셨을지, 아니면 전혀 손을 대지 않으셨을지도 문득 궁금해지네요. P.S 영어 원제가 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 인데, 영어가 짧아서(ㅎㅎ) 사전을 찾아보니 trickster는 사기꾼, 책략가, 요술쟁이라는 뜻이네요. 아직까지는 제목과 소설 내용과 매칭이 되지 않는 거 같은데, 그래서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해집니다! 혹시 트릭스터에 제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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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책 소개와 질문을 읽어보며 내용을 상상하고 있어요. 소통의 불가능성에 관한 오랜 의문이 있는데, 주제 도서를 읽으며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
저도 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만 책소개만 보고 왔는데 좋은 책인거 같네요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열심히 나누겠습니다
해피엔드님의 대화: 안녕하세요! 저는 그믐 모임 자체가 처음인데, 직접 얼굴을 보고 모이는 자리가 아닌데도 모이신 분들과 함께 진도에 맞춰 책을 읽고 싶단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네요😌 이런 모임 만들어주셔서 우선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직접 한국어로 쓰셨다는 서문부터 훅 빠져들어서, 다섯번째 인생까지 방금 다 읽었는데요. 서문에도 적힌 것처럼 한 편의 단편소설로도 완결성이 있는 챕터라는 느낌이에요. 재밌다는 표현이 죄송할 정도로 마음 애리게 읽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도 챕터가 있다고 본다면 그 챕터 하나하나가 한 편의 단편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요! 저도 금정연 선생님과 최가은 평론가님의 글과 관련해 하나 떠올린 의문 아닌 의문은, 작가님이 영어판과 한국어판을 각각 쓸 수 있으셨을 거 같은데 다른 분께 번역을 맡기신 데는 어떤 작가적인 의도가 있으셨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번역을 하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일종의 틈 같은 게 벌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아서요. 저는 작가님이 직접 한국어로 쓰셨다는 서문의 문장도 소설 속 문장 못지 않게 흡인력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과연 작가님은 번역가님이 번역하신 문장을 얼마나 손보셨을지, 아니면 전혀 손을 대지 않으셨을지도 문득 궁금해지네요. P.S 영어 원제가 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 인데, 영어가 짧아서(ㅎㅎ) 사전을 찾아보니 trickster는 사기꾼, 책략가, 요술쟁이라는 뜻이네요. 아직까지는 제목과 소설 내용과 매칭이 되지 않는 거 같은데, 그래서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해집니다! 혹시 트릭스터에 제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말씀하신 부분이 궁금하더라고요. 모르긴 해도, 기존에 영어로 한 번 쓴 작품을 한국어로 다시 쓰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마침표를 찍은 작품이니 다른 전문 번역가의 손을 거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본인이 쓴 작품을 직접 옮긴다면 번역보다는 퇴고 혹은 리라이팅에 가까운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마 저라면 번역하면서 자꾸 문장을 수정하고 내용을 고치고 싶어질 것 같아요. 신화나 문학 작품에서 트릭스터는 일반적으로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경계를 넘나들며 질서를 흩트리며 사람들을 골탕먹이기 좋아하는, 남과 다른 자신만의 기준으로 행동하는 반항적인 장난꾸러기 캐릭터를 말합니다. 북유럽 신화(혹은 북유럽 신화에서 차용한 마블 영화 속)의 '로키'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악당 같은데 주인공을 도와주기도 하고, 우리 편인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치고... 만약 트릭스터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재미 있는 교양서에요.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 - 시간의 숲에서 고대 중세 근세의 문화영웅을 만나다미학적 판단기준인 '데코룸'(적절함)이 미술사를 넘어 다양한 인문학에서 적용되는 예를 16~17세기의 바보와 광인 그리고 농민재현 역사를 되짚어보며 현대 인문학의 문제인 교환과 포스트콜로니얼리즘 문제와 연결시키고 있는 책이다.
주변에서 다들 추천하는 책!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이 가득 생겨요. 신청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첫 구간 잘 읽으셨나요? 아직 책을 받지 못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책을 받으시는 대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읽어주시면 됩니다! 전체적인 구간과 관계 없이 읽으면서 든 감상이나 궁금증도 마구마구 올려주시고요. 편의상 구간을 나눠놓긴 했지만 중요한 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테니까요!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최가은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 역시 '번역투'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는데요. 분명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년의 한국 여성이 화자로 나오는데, 화자의 어투는 '일반적인 한국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어투여서 좀 묘하고 신기했어요. '묵 할머니'의 말투도 그렇고요.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지역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본문을 읽으면서는 만약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이 소설을 썼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번역투'에 대해 생각하면서 쓰고 있으려니 갑자기 제 문장이 엄청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프롤로그에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화자는 요양원에서 미스터리한 '묵 할머니'를 만납니다.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는 묵 할머니는 본인의 삶을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연인, 그리고 어머니"라는 단어로 요약하는데요, 대체 묵 할머니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 의문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면 갑자기 '북한 접경지대의 처녀 귀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근데 진짜 제 문장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져서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게 너무 괴롭네요...) 묵 할머니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깊게 만드는 구성이에요. 처음에는 프롤로그의 화자도 아니고 묵 할머니도 아니고 낯선 남자의 목소리로 본문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이미 끝까지 읽은 상태에서 다시 처음을 읽으니 무척 적절하고 또 절묘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문장 이야기는 더 안 할게요... 그냥 혼자 괴로워하는 것으로...) 아마 여러분들도 첫 번째 구간을 읽으며 여러 의문이 드셨을 텐데요, 함께 읽어나가며 점차 '아... 그런 거였구나...' 하시게 될 거예요. 이제 두 번째 구간인데요. 물음표로 가득했던 묵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첫 번째 인생'과 '세 번째 인생'을 읽으며 떠오르는 감상과 궁금증, 그리고 그밖의 많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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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님의 대화: 안녕하세요! 저는 그믐 모임 자체가 처음인데, 직접 얼굴을 보고 모이는 자리가 아닌데도 모이신 분들과 함께 진도에 맞춰 책을 읽고 싶단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네요😌 이런 모임 만들어주셔서 우선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직접 한국어로 쓰셨다는 서문부터 훅 빠져들어서, 다섯번째 인생까지 방금 다 읽었는데요. 서문에도 적힌 것처럼 한 편의 단편소설로도 완결성이 있는 챕터라는 느낌이에요. 재밌다는 표현이 죄송할 정도로 마음 애리게 읽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도 챕터가 있다고 본다면 그 챕터 하나하나가 한 편의 단편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고요! 저도 금정연 선생님과 최가은 평론가님의 글과 관련해 하나 떠올린 의문 아닌 의문은, 작가님이 영어판과 한국어판을 각각 쓸 수 있으셨을 거 같은데 다른 분께 번역을 맡기신 데는 어떤 작가적인 의도가 있으셨을까 하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번역을 하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일종의 틈 같은 게 벌어질 수밖에 없을 거 같아서요. 저는 작가님이 직접 한국어로 쓰셨다는 서문의 문장도 소설 속 문장 못지 않게 흡인력이 있다고 느꼈거든요. 과연 작가님은 번역가님이 번역하신 문장을 얼마나 손보셨을지, 아니면 전혀 손을 대지 않으셨을지도 문득 궁금해지네요. P.S 영어 원제가 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 인데, 영어가 짧아서(ㅎㅎ) 사전을 찾아보니 trickster는 사기꾼, 책략가, 요술쟁이라는 뜻이네요. 아직까지는 제목과 소설 내용과 매칭이 되지 않는 거 같은데, 그래서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해집니다! 혹시 트릭스터에 제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한국어판을 편집한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김해지입니다. 금정연 선생님과 최가은 선생님께서 전체적으로 이 책을 섬세하게 소개해주시고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잘 짚어주셔서, 저도 앞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욱 많아질 것 같아요. 독자님들께서는 어떻게 읽어주실지 궁금하고 기대도 됩니다. 이 책은 '외서'로 분류되지만 이미리내 작가님은 '한국어 네이티브'셔서, 한국어판 편집을 하면서 작가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요. 작가님은 번역 원고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셨어요! 모두 역자인 정해영 선생님께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소설을 쓰실 때의 작가님은 한국어보다 영어가 훨씬 편하다고 하셨죠. 어째서 그러한지는 한국어판 서문에도 언급된 대로 잘 모르겠지만... 번역 원고를 보곤 만약 한국어로 글을 썼다면 이렇게 쓰진 못했을 거라고 굉장히 감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금정연 선생님께서 '트릭스터'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말씀대로 한국어로는 그 의미가 딱 들어맞는 단어를 찾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작중 주인공의 캐릭터는 사기꾼이면서 이야기꾼이기도 하고, 거짓말쟁이에 테러리스트이기도 한데요. 변화무쌍한 이 캐릭터를 어떤 한 단어에 가두기가 참 곤란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역사소설인데 영어 '트릭스터'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결국 제목에서는 계속해서 얼굴을 바꾸고 가명을 쓰는 주인공의 속성을 따라 '이름 없는 여자'로 살짝 의미를 비틀고, 본문에서는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책을 아직 받아보지 못해 참여가 늦어지고 있네요ㅠ 늦더라도 부지런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책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각 이상 대서사의 이야기일 것 같은데 매우 기대됩니다!
네 ㅠㅠ 저도 책을 기다리고 있어요~~
엄마와 내가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래야만 했고, 우리가 우리의 세상에서 인식하는 모든 미묘한 차이와 다양한 색과 맛과 냄새와 감각을 묘사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열두 살이 될 무렵에는 이미 어휘 수준이 아버지의 세 배는 되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62,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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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님의 문장 수집: "엄마와 내가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래야만 했고, 우리가 우리의 세상에서 인식하는 모든 미묘한 차이와 다양한 색과 맛과 냄새와 감각을 묘사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열두 살이 될 무렵에는 이미 어휘 수준이 아버지의 세 배는 되었다."
이 부분 전후로 단순한 아버지의 세계와 미묘한 차이로 가득했던 섬세한 어머니의 세계에 대한 대조가 나오는데요. 어머니의 섬세함을 이어받은 ‘나’는 이야기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아가 남들이 감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감각했기에 그저 무감하게 시대를 순응했던 많은 사람들과 달리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한국어판 서문에 담긴 운명론적 태도가 재미있네요. 이것이 한국인 특유의 겸양일까요? 너무 큰 행운 앞에 콧대가 높아질 만도 할 텐데요. 어쨌든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발전의 속도도 다르다는 것을 나 자신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는 문장은 큰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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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책을 기다리고 있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작가분이 쓴 영어책이 너무나 흥미로운데요 솔직히 원문으로도 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도전(?)을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 활발히 참여하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서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정말 흥미로워요. 해피엔드님이 언급해주신 ‘트릭스터’의 의미와 김해지 편집자님께서 들려주신 번역 비하인드 스토리, 마린님께서 말씀해주신 ‘한국인 특유의 겸양’ 그리고 금정연 선생님의 번역투 고민까지 ... (..이제 저도 확실히 괴롭네요...) 아직 책을 못 받으셨다는 분들이 계셔서 걱정이 되지만, 뒤처진 진도를 천천히 따라잡으며 감상을 남겨보겠습니다. 우선 ‘프롤로그’에서 제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크게 세 가지였던 것 같아요. 하나는 이 모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이야기로서 만나게 하는 사람인 화자 ‘나’가 ‘부고 쓰기 프로그램’이라는 기발한(?) 기획을 실행하게 된 계기가 좀 충격적이었는데요. 바람난 남편을 망치로 내려칠 수 없기에... 그러나 그러고 싶기에... 하지만 “이런 판타지를” 그러니까 “히스테릭한 일련의 행동에 굴복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미친 여자가 될 수는 없어!라는 절박한 마음을 바탕으로)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선택한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이 상당히 아침 드라마스러운 (실제로 한국의 ‘아침 드라마’가 언급되기도 하고, 그것이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국적을 두루 거치는 이 소설에 그럼에도 묻어 있는 한국적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시작점의 의미와 위치가 무엇일까 계속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금정연 선생님께서 수집해주신 문장에서도 드러나지만, 이 소설은 여성들의 수난사인 동시에 기본적으로 그러한 비극에 대해 초국가적으로 작동하는 가부장제의 원리와, 그 속에서 특별히 무능하고 폭력적인 남성들의 존재를 문제의 상당한 원인으로 배치하며 전개되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소설 속 남자 인물들이 대체로 형편 없고 ... (물론 아닌 인물도 등장하지만) 그 형편 없음 때문에 역사 속 여자들은 ‘노예’가 되기도 하지만 ‘이야기꾼’이, ‘스파이’가, ‘테러리스트’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 점이 프롤로그의 ‘나’가 새 삶을 선택하는 정황과 겹치며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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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인상 깊었던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지점은 서로 연결되는 것이기도 한데요. 남편의 배신으로 자존감이 박살 난 인물이 새 인간, 새 삶을 살아내기 위해 다름 아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위치로 가고자 하는 것. 여기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 수 있을지 소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타인의 이야기를, 특히 부고 지면을 획득할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위치는 묻힌 이야기를 소생시키는 사람이 차지하는 위치로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듯 ‘윤리적’이라 말해지기 쉬운 자리 같아요. 확실히 화자에게서 그런 식의 뿌듯한 마음이 발견되기도 하고,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과 자존감을 얼마간 회복할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이 엿보이기도 해요. 부고를 쓰기로 한 노인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하라’는 요구는 그야말로 그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는 특권적 위치가 행사하는 묘한 종류의 권능이기도 하고요. 관련해서 인상 깊었던 점은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타자였던 묵할머니가 역으로 제시한 여덟 개의 키워드였어요. 세 개는 너무 적고, 아홉 개는 너무 많다고 느끼기에 나는 여덟 개를 선택하겠다는 묵미란의 말은 이처럼 ‘소수자의 이야기’를 둘러싸고 기존에 확립되어 있는 위치를 재전유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시도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특히 그녀가 프롤로그의 화자 ‘나’에게 완전한 타자로 느껴지는 이유가 그녀의 치매 가능성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묵할머니의 이야기 전유는 매우 적극적 행위처럼 생각되고요. 세계로부터 신뢰 받지 못하는 화자라는 사실에 개의치 않고, 그럼에도 내 이야기는 내가 하겠다, 라는 식의 태도이니까요. 저도 자기 이야기를 쓰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습관처럼 인생을 세 가지 키워드로 추려서 생각해보라는 제안을 자주 하는데, ‘나’처럼 허를 찔린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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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소설의 출발이 부고쓰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할머니의 과거회상으로 돌아가 번역가님의 칼로 삭삭 망설임 없이 베이는 듯 날카로운 번역과 작가님의 필력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특히 인생을 요약할 수 있는 세단어로 표현하라는 것은 좀 충격이네요.어떻게 인생을 세 단어로 꼽으라는 생각을 하신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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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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