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다른 모임에서 한동안 한국소설의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 한적이 있거든요. 한국사람이 외국어로 쓰면. 외국사람이 한국어로 쓰면 외국사람에 외국어로 한국이야기를 쓰면..등등 같이요..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미국 시애틀의 한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현장에서 파키스탄 이민자 소년을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인도계 미국인 수키 라임즈에게 일어난 기이한 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국문학 입문 시간에 배웠는데 워낙 오래되어서 이제는 가물가물하네요... 그때랑 지금이랑 시간이 많이 흘러 어쩌면 그때보다 한국 소설의 범위가 더 넓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과거의 많은 경계들이 사라지거나 재편되는 세계에서...
첫번째 인생을 읽고 이렇게 살인자가 되었구나..싶었어요. 엄마가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나서 똑똑해도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라 너무 슬프고 그리고 딸에게 엄마의 무력함과 자신에게 복종하는 위치를 비열하게 보여주는 남자에 대해 치가 떨리게 화가나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살인이 나는게 과거가 아니라 현재도 진행형으로 존재한다는게.. 더 화가납니다.
엄마도, 딸도 기구하다... 했는데, 두 번째 인생을 읽다보니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아직까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가족을 제 소유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은 참 어지간히도 변하지 않는구나, 싶어 안타깝더군요. '여동생'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나'나 엄마가 처한 상황이 참 속상합니다.
맞아요,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의 삶에서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래서 더더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 인생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흙을 먹는 습관이 아버지의 죽음으로써 고쳐지다니... 그냥... 너무 기구하네요 삶이ㅠㅠ
책을 아직 받아보지 못해 참여가 늦어지고 있네요ㅠ 늦더라도 부지런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책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각 이상 대서사의 이야기일 것 같은데 매우 기대됩니다!
네 ㅠㅠ 저도 책을 기다리고 있어요~~
엄마와 내가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래야만 했고, 우리가 우리의 세상에서 인식하는 모든 미묘한 차이와 다양한 색과 맛과 냄새와 감각을 묘사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열두 살이 될 무렵에는 이미 어휘 수준이 아버지의 세 배는 되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62,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이 부분 전후로 단순한 아버지의 세계와 미묘한 차이로 가득했던 섬세한 어머니의 세계에 대한 대조가 나오는데요. 어머니의 섬세함을 이어받은 ‘나’는 이야기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아가 남들이 감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감각했기에 그저 무감하게 시대를 순응했던 많은 사람들과 달리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한국어판 서문에 담긴 운명론적 태도가 재미있네요. 이것이 한국인 특유의 겸양일까요? 너무 큰 행운 앞에 콧대가 높아질 만도 할 텐데요. 어쨌든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발전의 속도도 다르다는 것을 나 자신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는 문장은 큰 위로가 됩니다.
저도 서문을 읽으며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역시 인용해주신 것처럼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발전의 속도도 다”르다는 점이 위안이 되네요!
저도 책을 기다리고 있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작가분이 쓴 영어책이 너무나 흥미로운데요 솔직히 원문으로도 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도전(?)을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 활발히 참여하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한국어판을 편집한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김해지입니다. 금정연 선생님과 최가은 선생님께서 전체적으로 이 책을 섬세하게 소개해주시고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잘 짚어주셔서, 저도 앞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욱 많아질 것 같아요. 독자님들께서는 어떻게 읽어주실지 궁금하고 기대도 됩니다. 이 책은 '외서'로 분류되지만 이미리내 작가님은 '한국어 네이티브'셔서, 한국어판 편집을 하면서 작가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요. 작가님은 번역 원고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셨어요! 모두 역자인 정해영 선생님께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소설을 쓰실 때의 작가님은 한국어보다 영어가 훨씬 편하다고 하셨죠. 어째서 그러한지는 한국어판 서문에도 언급된 대로 잘 모르겠지만... 번역 원고를 보곤 만약 한국어로 글을 썼다면 이렇게 쓰진 못했을 거라고 굉장히 감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금정연 선생님께서 '트릭스터'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말씀대로 한국어로는 그 의미가 딱 들어맞는 단어를 찾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작중 주인공의 캐릭터는 사기꾼이면서 이야기꾼이기도 하고, 거짓말쟁이에 테러리스트이기도 한데요. 변화무쌍한 이 캐릭터를 어떤 한 단어에 가두기가 참 곤란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역사소설인데 영어 '트릭스터'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결국 제목에서는 계속해서 얼굴을 바꾸고 가명을 쓰는 주인공의 속성을 따라 '이름 없는 여자'로 살짝 의미를 비틀고, 본문에서는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확실한 정체성없이 다양하게 변모하는 모습에서 이름없는 여자라고 표현한 것이 의미적인 부분에서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없는 여자라고 해서 "어떤 사연이 있을까?"했었거든요. 이렇게 부연설명을 해 주시니 제목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서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이 정말 흥미로워요. 해피엔드님이 언급해주신 ‘트릭스터’의 의미와 김해지 편집자님께서 들려주신 번역 비하인드 스토리, 마린님께서 말씀해주신 ‘한국인 특유의 겸양’ 그리고 금정연 선생님의 번역투 고민까지 ... (..이제 저도 확실히 괴롭네요...) 아직 책을 못 받으셨다는 분들이 계셔서 걱정이 되지만, 뒤처진 진도를 천천히 따라잡으며 감상을 남겨보겠습니다. 우선 ‘프롤로그’에서 제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크게 세 가지였던 것 같아요. 하나는 이 모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이야기로서 만나게 하는 사람인 화자 ‘나’가 ‘부고 쓰기 프로그램’이라는 기발한(?) 기획을 실행하게 된 계기가 좀 충격적이었는데요. 바람난 남편을 망치로 내려칠 수 없기에... 그러나 그러고 싶기에... 하지만 “이런 판타지를” 그러니까 “히스테릭한 일련의 행동에 굴복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미친 여자가 될 수는 없어!라는 절박한 마음을 바탕으로)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선택한다는 점이 신선했어요. 소설을 읽으면서 이 상당히 아침 드라마스러운 (실제로 한국의 ‘아침 드라마’가 언급되기도 하고, 그것이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국적을 두루 거치는 이 소설에 그럼에도 묻어 있는 한국적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시작점의 의미와 위치가 무엇일까 계속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금정연 선생님께서 수집해주신 문장에서도 드러나지만, 이 소설은 여성들의 수난사인 동시에 기본적으로 그러한 비극에 대해 초국가적으로 작동하는 가부장제의 원리와, 그 속에서 특별히 무능하고 폭력적인 남성들의 존재를 문제의 상당한 원인으로 배치하며 전개되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소설 속 남자 인물들이 대체로 형편 없고 ... (물론 아닌 인물도 등장하지만) 그 형편 없음 때문에 역사 속 여자들은 ‘노예’가 되기도 하지만 ‘이야기꾼’이, ‘스파이’가, ‘테러리스트’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 점이 프롤로그의 ‘나’가 새 삶을 선택하는 정황과 겹치며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흙에 대한 맛과 향을 묘사하은 대목에서도 이걸 먹어보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묘사할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로 생생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벌거벗은 채 내던져진 진실이라는 기괴한 코끼리가 거대한 엉덩이로 지금 내 시야를 믹고 있었다는 문장에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이런 비유는 정말 처음 보는데 한편으로는 이국적이고 다른 문화권에서 쓰는 거 같지만 어떤 막막하고도 답답한 느낌인지는 충분히 전달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인상 깊었던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지점은 서로 연결되는 것이기도 한데요. 남편의 배신으로 자존감이 박살 난 인물이 새 인간, 새 삶을 살아내기 위해 다름 아닌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위치로 가고자 하는 것. 여기에 담긴 의미가 무엇일 수 있을지 소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타인의 이야기를, 특히 부고 지면을 획득할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위치는 묻힌 이야기를 소생시키는 사람이 차지하는 위치로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듯 ‘윤리적’이라 말해지기 쉬운 자리 같아요. 확실히 화자에게서 그런 식의 뿌듯한 마음이 발견되기도 하고,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과 자존감을 얼마간 회복할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이 엿보이기도 해요. 부고를 쓰기로 한 노인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하라’는 요구는 그야말로 그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는 특권적 위치가 행사하는 묘한 종류의 권능이기도 하고요. 관련해서 인상 깊었던 점은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타자였던 묵할머니가 역으로 제시한 여덟 개의 키워드였어요. 세 개는 너무 적고, 아홉 개는 너무 많다고 느끼기에 나는 여덟 개를 선택하겠다는 묵미란의 말은 이처럼 ‘소수자의 이야기’를 둘러싸고 기존에 확립되어 있는 위치를 재전유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시도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특히 그녀가 프롤로그의 화자 ‘나’에게 완전한 타자로 느껴지는 이유가 그녀의 치매 가능성이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묵할머니의 이야기 전유는 매우 적극적 행위처럼 생각되고요. 세계로부터 신뢰 받지 못하는 화자라는 사실에 개의치 않고, 그럼에도 내 이야기는 내가 하겠다, 라는 식의 태도이니까요. 저도 자기 이야기를 쓰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습관처럼 인생을 세 가지 키워드로 추려서 생각해보라는 제안을 자주 하는데, ‘나’처럼 허를 찔린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람이 자기 인생을 새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겐가?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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