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은 ‘인물과 사건의 새로움’에 대해 이야기 나눌 차례네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 전쟁, 그리고 냉전 시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 사건, 인물들이 나오는 소설이니만큼 할 이야기가 더욱 많을 것 같아요!
저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냉전시기 등 시대적 배경이 개인의 소사에 관련되는 소재의 역할을 주로 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컸습니다. 그래서인지 앞서 언급했듯이 천일야화 중에서도 ‘신밧드의 모험’과 같은 활극스러운 속도감과 경쾌함이 같이 느껴지기도 했구요. 묵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개별 사건들을 따로따로 보아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적당한 느슨한 연결고리를 가져간 점이 좋았습니다.
비극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말씀해주신 ‘활극스러운 속도감과 경쾌함’이 느껴진다는 게 이 소설의 특징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 영화나 소설에서 일제강점기 6.25 민주화항쟁을 겪은 세대에 대한 얘기는 많았던 거 같아요 파친코나 철도원 삼대 등이 생각나네요 하지만 한 인물이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하며 다양한 정체성을 보이는 설정은 처음 본 것 같아요 캐릭터의, 참신함이라고 해야할까요 인내나 희생 한 등의 전형적인 여자 주인공에게 주어지던 이미지 보다는 사기꾼이나 살인자 스파이 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동과 선택을 보여주는 한편 여전히 한 남자를 사랑하고 엄마의 역할응 하고 할머니의 역할을 함께 한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 아닐까요 그런데 문득 흙을 먹던 소녀가 흙을 먹는 할머니가 된 설정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한국 역사에서 어려운 시절을 겪기만 하고 만약 이 세상을 마쳤다면 슬픈 이야기로 끝나겠지만 그 와중에 힘든시절의 여자로 고난들을 스스로 이겨나가고 살았다는 것과 죽음도 결국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끝났다는 것에서. 처음에는 너무 무겁게 읽었는데 나중에는 처음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되더라고요 ...
여러 인물들이 나누어 보여줬던 이야기를 한 인물 안에 구축한 것 역시 인물의 새로윰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흙을 먹던 소녀가 흙을 끊고 살다가 다시 흙을 먹는 할머니가 되었다는 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의 은유가 아닐까요? 저에게는 그렇게 느껴집니다.
소설적 인물과 사건의 새로움을 생각해보자면, 아무래도 한국전쟁 이후 냉전 시기를 다룬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꽤 많은 데에 비해 전쟁 이후 한반도 땅에서 있었던(진실 규명이 어려운) 스파이라는 소재가 독특했습니다. 미.소 스파이 소설이야 정말 많이 접했지만 남.북한 스파이 소설은 한두편을 제외하면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기억나는 소설은 <빛의 제국> <제3의 남자> 정도). 그런 측면에서 인물과 사건은 어느 정도(?) 새로웠습니다.
맞아요, 저 역시 남북한 스파이 소설은 별로 생각나는 게 없는데 묵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짧게나마 읽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3의 남자>는 아직 읽지 못했는데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빛의 제국북으로 귀환명령을 받은 남파간첩의 24시간을 긴박하게 묘사한 『빛의 제국』은 냉전문학의 이념적 계보를 스파이스릴러라는 장르로 해체해버리고, 신념과 가치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에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묻는 문제작이다. 기존판에는 없었던 작가의 말을 싣고 오류를 바로잡았다.
제3의 남자박성신 작가의 장편소설. 아들 최대국의 시점과 젊은 시절의 아버지 최희도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아들과 어긋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과거사를 한발한발 따라가는 한편, 이를 통해 간첩, 안기부, 요정정치, 납북사건 등 6~70년대 한국 사회의 굵직한 사건을 절묘하게 작품에 녹여낸다.
실제로 있었던 시대를 다루다 보니, 소설이 아니라 실존 인물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았어요. 읽으면서 '아, 한국이 이러한 고난을 겪은 끝에 지금에 도달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밍묭님과 같은 새각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시대를 다루시다 보니 인물의 일기를 보는거 같았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마지막 토론 주제는 ‘해석의 다양성’입니다. 다양한 시대, 마치 여러 사람인 것차럼 디양한 주인공의 인생이 펼쳐지기에 어느 시기에 집중해서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벌써 마지막이 되었네요. 저는 특별히 무언가를 해석했다기 보단 묵 할머니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저 또한 묵 할머니의 이야기가 진실이길 바랐고, 진실이라고 믿게 된 것 같아요. 그 길었던 우여곡절을 지나 할머니가 마지막엔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등장인물을 믿고 싶어지고 그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 게, 어쩌면 작가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저도 특별하게 해석하긴 보단 묵할머니의 인생 그 자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어떠한 일관적인 메세지를 주려는 이야기보다 다양항 관점을 가질 수 있거나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들이 더 끌리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친구의 신분을 사칭해서 행복을 얻었다면 비난받아야 하는지 꼭 진실을 말해야 하는지 많은 분들이 많이 인용한 문장이었던 가장 친절한 속임수는 속아주는 거라는 말은 그냥 봤을 때는 그냥 멋진 말이네 싶지만 그말을 누가 어떤 상황에서 했는지 알고 보니 너무나도 먹먹한 상황이었거든요 묵할머니의 인생이 사실이든 아니든 속아줘도 된다고 대입할 수도 있고 다시 성미의 남편도 그런 마음이었을까요 이렇게 생각해 보니 재미있네요
맞아요, 소설 속엔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친밀한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두 부부의 이야기에 더 많이 공감하고 이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읽는 내내 예전드라마 최재성.박상원.채시라씨 주연의 "여명의 눈동자"와 많이 겹쳐보였어요.특히나 목할머니 이야기는 채시라씨가 한 여옥역과도 많이 겹쳐보여 한국의 아픈모든시대를 거쳐온 사람은 도대체 현재가 어떻게 느껴질까?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작가도 믿기지 않아 자꾸 직설적이게 물어본게 아닐까?그럴수 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는 낯선 나라라는 말처럼 그 과거를 살았던 인물들이 겪은 일들은 때론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이나 일본의 사람들이 겪은 일들보다 더욱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 어려운 시기를 살아 낸 우리보다 한 세대 앞서서 산 사람들의 이야기죠. 익히 많이 알려진 이야기지만 막상 또 묵할머니의 인생으로 소설을 통해 보니 그 시절을 살아 낸 것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묵 할머니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온몸으로 그 시절을 견뎌냈지요. 시댁만 해도 일본에서 큰딸을 낳아서 해방이 되어 돌아오는 배 위에서 그 딸을 잃었지요. 두 살때요. 여순 10.19때 마루 밑에 숨었지만 이번엔 경찰에게 아버님과 어머니, 그리고 어린 딸까지 총을 맞았어요. 다행히 다리 병신이 되지는 않았지만 커다란 흉을 안고 살아야했지요. 경중을 있지만 그 시대를 거쳐오는 동안 누구나 상처 하나는 가졌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과연 우리 시대가 그런 분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나이든 사람의 이야기를 라떼족, 꼰대로 취급하지는 않나 싶습니다. 젊은이들만이 대접 받는 현상이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 역시 우리나라가 세대 간 갈등이 유독 깊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건 아무래도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그리고 압축된 근대화를 통해 커다란 사건들이 너무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났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요즘 들어 더더욱 빨라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세대 간의 구별과 차별이 더욱 악화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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