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이 있네요... 저도 스포는 하고 싶지 않아서 많은 말은 못하지만, 묵 할머니가 어떻게든 행복을 느꼈으면 됐다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밍묭
금정연
언젠가 어떤 선생님께서 인생이란 결국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은 고통과 슬픔이 있는 삶이었지만, 감히 추측하자면, 묵 할머니는 종내 스스로 만족하셨던 것 같아요.
호디에
책이 어제 도착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느새 마지막 구간을 읽고 계시네요.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Eins
기꺼운 괴로움이었어요. 타인의 삶을 그의 발자국에 서서, 그의 시선으로 경험하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동시에 여전히 묻고 싶어요. 어째서 이렇게 고통스러운데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도리어 필사적으로 말해져야 하느냐고, 고통스러운 삶의 증언의 필요성에 대해 묻는 이에게 무어라 답해야 하느냐고요.
라아비현
그러나 용말의 은유는 여기서 도 절묘하게 적용되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것과 같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161,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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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여기서 쓸 얘기는 아닐 수도 있지만.. 한강 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하셨네요……!!!!!!!!!!! 소식 보자마자 말도 안돼,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축하하는 마음으로 지금 읽는 소설도 끝까지 즐겁게 읽겠습니다!!
금정연
저도 어제 소식 듣고 너무 놀라면서도 기분 좋더라고요!
Jino
저는 너무 힘들게 읽었습니다. 어제는 끝까지 읽으면서 내가 왜 이 좋은 날에 타인(?)의 괴로운 삶을 읽고 있나, 하면서 현타가 좀 오더라구요.
책과 함께 우울해지는 느낌이 싫었고, 감명 깊었던 문구를 찾으려고 다시 뒤적거리는 순간에도 부담스러운 느낌이 강했습니다.
금정연
소설을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경험이 늘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책은 읽는 이를 더욱 힘들게 하기도 하고요. 힘들더라도 그런 경험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남겨준다고 저는 생각해요. 끝까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ㅠㅠ
Jino
여덟 가지 인생을 오가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소감을 뭐라고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아린
“ 자급자족을 표방하는 그들의 국가에서 표면적으로는 일본과 관련된 모든 것이 죄악시되지만, 권력자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은 대체로 수요가 높고 중국이나 소련 제품보다 품질면에서 훨씬 월등하다고 여겨진다. ”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156,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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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gable
처음엔 좀 억센맛이 있었다면 뒤로갈수록 연인과 공작원부분은 특히나 더 억센부분이 한풀 꺾여 껍질을 벗고 부드러워진듯한 감성적이게 글 느낌이 바뀐것 같았어요
금정연
저는 뒤로 갈수록 스파이물이나 로맨스물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최가은
맞아요. 저도 이 소설이 '사랑'을 다룰 때(미희-루소 / 미란(용말)-남편) 분위기가 너무 달라지는 것 같아서 놀랍기도 하고 흥미로웠습니다!
Greengable
나는 너에게 알맞은 불쏘시개를 주었고,이제 너는 너 혼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그리고 그 불을 멈추는 것은 더 이상 내 소관이 아니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221,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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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 두 차례의 이혼을 겪고 아버지가 다른 세 아이를 양육하면서 내가 배운 건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 관계의 열쇠라는 거야. 남자하고든 여자하고든, 심지어 자식하고도. 기본적으로 누구와도 그래. ”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367쪽,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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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어제 드디어 마지막을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뻐서, 혼자 알기에는 너무 설레서 기사를 단톡방에 퍼올렸습니다. 학창 시절 빌보드 차트는 딴 나라 이야긴 줄 알았는데 BTS가 거기서 1등에 오르는 걸 보고는 그러나보다 했습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넷플릭스에서 1위하는 드라마가 나와도 그런가보다 조금 기쁘다 말았습니다. 그런데 노벨상이라뇨? 특히나 우리나라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한때 금서로 지정하기도 한 책의 가치를 세상이 알아줬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정말 후진 정치죠? )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5.18과 4.3의 아픈 역사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갈 걸 생각하니 가슴이 떨립니다.
아울러 지금 제가 읽은 이 작품 역시 영어로 쓰여진 글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게 신기합니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한국전쟁, 멍키하우스, 스파이 등으로 우리나라 근현대를 훑는 내용인데 기꺼이 서양의 독자들이 주목해 줬다는 것도요. 한 단계 국격이 상승한 느낌은 저만 가지는 건 아니겠지요?
일곱 가지 인생으로 보았을 때, 여덟 번째 인생에서 극중 화자인 나와의 대화에서 '사낙'이 언급되었을 때 소설의 마지막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묵 할머니다운 방법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을 떠나서 변방의 지극히 한국적인 내용과 문체가,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듯하여 작가 이미리내와 한강 작가를 응원합니다. 오늘은 기쁜 날입니다. 또 그믐에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이런 모임에 참석하여 따끈따끈한 신간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금정연
그러게요 정말.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과는 뭔가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아픈 역사들을 다뤄온 한강 작가의 선정이라는 점이 좀 더 각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마침 우리가 읽고 있는 소설 역시 말씀하신 것처럼 영어로 먼저 쓰여지고 영어권에서 주목 받았다는 사실이, 불과 2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린
저는 묵미란 어르신께서 이새리 부고작가에게 건네는 어투가 흥미로왔어요. 화자가 청자를 자신보다 낮게 보되 무례할 정도는 아닌 존중의 하게체. 이 부분은 번역자 정해영 선생님의 솜씨겠지요? 그 하게체가 썩 매력적이었어요. 묵미란 어르신의 단단한 성정과 꼿꼿한 태도 그리고 청자를 존중하는 마음이 한 번에 느껴졌어요. 예전에 지도 선생님께서 저에게 자네라고 하시며 하게체를 쓰셨는데 존중받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듣는 존재. 이새리. 위안소에서 용말의 이야기를 탐닉하듯 들었던 묵미란, 남편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새기듯 듣는 가짜 용말, 김일성 대학 기숙사에서 남몰래 남한의 것들을 보고 있는 미희, 성미의 이야기를 듣는 루처럼 소설 속 청자들은 모두 성실합니다. 국정원의 요원까지도 성실하게 하나하나 새겨 들어요.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묵미란 어르신이 다른 이름과 다른 운명으로 어떻게 살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소설에서 배웁니다. 온 마음으로 타인의 삶을 들었던 사 람은 모든 것에서 확연히 달라지지요. 들은 만큼 이해하게 되고 들은 만큼 깊어지니까요.
더 잘 듣고 오래오래 곱씹어 보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심도이니까요.
금정연
맞아요 하게체, 영어와는 다른 한국어 문체의 느낌을 번역가 선생님께서 잘 살려주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만약 작가님이 소설을 한국어로 썼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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