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저는 언어인거 같아요. 제목의 여덟가지 인생이 챕터정도 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여덟단어로 수렴되는 인생의 이야기의 서사라는 점에서 삶이란 단어의 씨줄과 날줄이 서로 엮이면서 만들어 가는 거 아닌가...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인생이라는 시간을 이해 가능한 언어로 바꾸는 행위가 ‘이야기하기’인 것 같아요.
저는 <'나'로 살아가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실 소설에서 묵 할머니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딸조차 묵 할머니의 본명을 모르는데요, 타인의 이름을 빌어 살면서 닥친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나 매순간을 자신의 삶으로 만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았던 마지막 순간까지도요.
우리는 흔히 ’나‘를 사회적인 기준이나 타인이 나를 판단하는 시선 속에서 생각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묵 할머니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심지어 다른 이의 이름을 빌려 살아가면서도 끝끝내 ’나‘를 잃지 않고 ’나‘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인생'과 '행복'이라고 바로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목에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결국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이 인생이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묵 할머니의 인생이 다사다난했지만 결국 행복을 느꼈다는 것에 의의를 두게 되어서 두 키워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보는 내내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이 계획했거나 의도했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매번 열심히 살더라도, 스스로 원하진 않았던 삶을 살고 있지 않나요? 묵할머니 역시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자명하고도 평범한 사실을 담백하게 전달해주지 않았나 싶네요. 비록 그 차이가 있을지언정 사람들은 모두 다 인생의 스펙타클한 사연들이 있고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까요.
저도 주어진 상황에서 버티는 힘, 의미를 찾아나가는 강인함 이런 주제를 생각했어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겨나가는 힘은 어디서 왔을까요 때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찾기 위해 또는 그냥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는 그 힘을 얘기하려는게 아닐까 싶네요
이겨나가는 힘, 그건 결국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혹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운이 좋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증발해버리기 전에 말할 기회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261,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할머니들이 자식과 손주들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자긍심과 기쁨의 표정. 묵 할머니에게서도 똑같은 것을 발견하니 놀랍고도 안심이 되었다. 결국 묵 할머니는 보통 여자들의 공통언어를 알았다. 자랑스러워하는 어머니가 되는 것 말이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356,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아무도 누구도 다른사람의 삶을 쉽게 판단할 순 없다는거 아닐까요?할머니가 뇌종양이라거나 자식이 없다거나 그것만으로도 할머니를 모르는 이들은 요양원에 계시다는 것만으로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을 다 믿을 수 없다는건 알지만 우리가 그시대를 살았던 그들의 고달픈 삶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정으로만 깊이를 느낄 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감히 안다고말할 수 없을 것같아요.지금 아리랑을 거의 완독 중인데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닌것같아요
아무도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그것도 분명 이 소설의 전하는 중심 메시지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반대로 말하면 어떤 진실은 너무 커서 타인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없다, 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렇겠군요.도저히 믿기지 않는 판타지 같은 일들이 진실일거라고 믿기힘들겠죠.그리고 지금 우리가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수 없는일들이니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은 ‘구성의 탁월함’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이 소설은 일종의 액자 소설식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처음 프롤로그와 마지막 여덟 번째 인생이 요양원의 현재 시점으로 액자의 틀을 잡아주고, 그 안에 묵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옴니버스처럼 펼쳐집니다. 그런데 이게 시간 순이 아니라 왔다갔다 하면서 이어지고 있죠. 이런 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탁월하다고 느껴지시나요? 조금 아쉬우세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솔직히 조금 정신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ㅎㅎ 그래도 이 소설 자체가 주제화하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흐름과 그것의 역동성을 말 그대로 체감하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묵미란 인생의 키워드가 예고되며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이기 때문에, 독서를 하는 동안 흩어진 시간들을 열심히 조합하게 되기도 했어요. 묵 할머니의 인생 전체를 그려보려는 욕망이 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했고요.
“인류는 항상 이야기꾼을 필요로 했다.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 구전되어 온 호주 원주민의 창조 신화, 기록으로 전해진 길가메시 서사시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의 그리오(griot), 튀르키예의 아쉬크(ashik), 유럽의 바드(bard) 같은 음유시인들도 언제나 음악에 옛이야기를 담아서 전했다. 여러 사건을 쭉 늘어놓는다고 이야기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시각적이고 본능적인 짤막한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먼 나라의 오래된 설화를 보면 사건의 순서가 생소하게 흘러가서 어딘가 이상하고 아귀가 안 맞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최근 읽은 <플롯>(에이미 존스 지음, 안지아 옮김)에 비슷한 구절이 있어서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옮겨 보아요.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에 대한 E.M. 포스터의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큰글자도서] 플롯 - 이야기의 기술단순한 스토리텔링 기술을 넘어서 다양한 예시로 견고한 플롯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이론과 용어까지 세계적인 학자들의 연구 내용을 보기 좋게 정리해 플롯 지식을 넓혀 주고, 고전 문학과 영화 명작들의 설계도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아주 낯선 구성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이 소설의 화자는 미희와 루소의 한 챕터를 제외하면 대부분 묵 할머니임에도 각 챕터의 화자가 마치 다른 사람같은 느낌을 들게 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 책이 시간순으로 서술했다면 밋밋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로서 좀더 극적이이었다고 생각해요. 읽으면서 영화 시놉시스같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각각의 인생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의 밀도라서 시놉시스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극적인 효과와 재미를 위해서 이런 식의 구성이 불가피했다고 생각해요.
시대순이었다면 첫 장면의 머리에 꽃 꽂은 사람이 묵할머니였다거나.. 송재순할머니가 사실은 제니 였다거나..하는 부분에 쇼킹함이 덜해졌을거 같아요. 처음에는 왜 이렇게 뒤죽박죽이지 했는데.. 지금 순서도 꽤 좋은거 같습니다.
맞아요, 또한 읽으면서 뒤섞인 순서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니 더욱 집중해서 읽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나눔][박소해의 장르살롱] 20. <고딕X호러X제주>로 혼저 옵서예[버터북스/책증정] <오늘의 역사 역사의 오늘> 담당 편집자와 읽으며 2025년을 맞아요[책증정] 연소민 장편소설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함께 읽기[📕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11월 29일(금) 이번 그믐밤엔 소리산책 떠나요~
[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극단 피악과 함께 합니다.
[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연뮤클럽] 2. 흡혈의 원조 x 고딕 호러의 고전 "카르밀라"
우리 옆 동물 이야기 🐋🐕🦍
[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 14.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읽고 실천해요[진공상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 모여주세요![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③ 『동물권력』 함께 읽기 [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그믐북클럽] 4. <유인원과의 산책> 읽고 생각해요
읽는 사람은 쓰는 사람이 됩니다_글쓰기를 돕는 책 3
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글쓰기 책의 고전, 함께 읽어요-이태준, 문장 강화[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국내외 불문, 그믐에서 재미있게 읽은 SF 를 소개합니다!
(책 나눔) [핏북] 조 메노스키 작가의 공상과학판타지 소설 <해태>! 함께 읽기.[SF 함께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읽고 이야기해요![책증정] SF미스터리 스릴러 대작! 『아카식』 해원 작가가 말아주는 SF의 꽃, 시간여행[박소해의 장르살롱] 5. 고통에 관하여
버지니아 울프의 세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
2025년을 위해 그믐이 고른 고전 12권!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라비북클럽](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기념 2탄)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를 조명하는 작품을 작가, 평론가와 함께 읽습니다.
[📕수북탐독] 4. 콜센터⭐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3. 로메리고 주식회사⭐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2.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빅토리아 시대 덕후, 박산호 번역가가 고른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3!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① <위대한 유산>[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② <올리버 트위스트>[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지금 읽기 좋은 뇌과학 책 by 신아
[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3. 도둑맞은 뇌[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2.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뇌과학책 함께 읽어요] 1.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