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결국 다른 정체성을 갖는다는 건 다른 언어를 말하는 것과 같아요. 외국어를 배울 때 그저 단어만을 습득하는 게 아닙니다. 습득 과정에서 분위기외 버릇, 그리고 무심코 말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화술도 흡수하죠. 내가 정말로 어떤 언어를 장악하게 되었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마법처럼 그 언어 또한 나를 장악합니다. 단순히 말하는 방식을 바꾸기만 해도 낯선 사람들이 될 수 있어요. 새로운 분위기를 입게 되죠. 자기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역사 속으로 슬그머니 들어갈 수 있어요.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222,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럼 먼저 ‘주제의 보편성’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이 소설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 있는 만큼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각각의 인생 이야기들이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며 저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말한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기다립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가자”가 아닐까요? 타인이 자신을 휘두르게 두지 말고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자. 물론 도중에 우연한 일도 생기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위협도 있겠지만 원하는 바를 실현해 보자는 게 주제일 거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자신의 말로 해보자, 써보자. 말하지 않은 이야기는 땅 속에 묻힌 돌멩이 같은 것. 뭐라도 차근차근 이상하고 부족하더라도 또박또박 말해 보자.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묵미란 어르신의 모든 인생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했어요. 온힘을 다해 살아낸 사람이 보였기 때문에. 그리고 부고작가인 이새리 선생의 성실하고 진지한 태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꾼과 글쟁이의 다른 듯 닮은 모습. 열심히 또 살아가자, 그런 다짐을 하게 됩니다.
온갖 풍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것, 그리고 그런 인생을 버티게 해주는 이야기의 힘. 이렇게 쓰고 보니 과연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마린님과 거의 똑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라가 소설의 주제인거 같습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기'가 이 소설의 주제일 수 있겠다는 마린님의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저는 그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하기'에서 이야기가 갖는 힘, 더 정확히는 '이야기꾼'이 되는 일의 힘을 말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묵미란의 인생 이야기가 과연 진실인지, 아니면 뇌종양 환자가 환상에 의해 꾸며낸 이야기인지... 전적인 거짓 혹은 전적인 진실이 불가능해지는 자리에서 '이야기'가 형성된다고 한다면 묵미란의 서사에서 진실은 어디까지이고 또 거짓은 어디까지일지, 내 삶을 서사화하는 데 거짓이 필요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지... 관련해 정말 많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은 그 이야기하기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구원한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고요. 호디에님께서 "주인공의 죽음이 이렇게 안타깝지 않기는 드물지 않을까 싶"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의 죽음이 말씀대로 안타깝거나 비극적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이야기꾼의 자리와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여러 분들께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축하해주셨는데, 매우 특수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대면하는 한강 작가의, 나아가 그의 소설이 지닌 태도가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러한 '이야기의 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구원하기... 좋네요. 저도 제 인생을 구원할 이야기를 찾아봐야겠어요... 하루빨리...
저는 언어인거 같아요. 제목의 여덟가지 인생이 챕터정도 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여덟단어로 수렴되는 인생의 이야기의 서사라는 점에서 삶이란 단어의 씨줄과 날줄이 서로 엮이면서 만들어 가는 거 아닌가...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인생이라는 시간을 이해 가능한 언어로 바꾸는 행위가 ‘이야기하기’인 것 같아요.
저는 <'나'로 살아가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실 소설에서 묵 할머니의 진짜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딸조차 묵 할머니의 본명을 모르는데요, 타인의 이름을 빌어 살면서 닥친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으나 매순간을 자신의 삶으로 만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았던 마지막 순간까지도요.
우리는 흔히 ’나‘를 사회적인 기준이나 타인이 나를 판단하는 시선 속에서 생각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묵 할머니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심지어 다른 이의 이름을 빌려 살아가면서도 끝끝내 ’나‘를 잃지 않고 ’나‘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인생'과 '행복'이라고 바로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목에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결국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이 인생이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묵 할머니의 인생이 다사다난했지만 결국 행복을 느꼈다는 것에 의의를 두게 되어서 두 키워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책을 보는 내내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이 계획했거나 의도했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매번 열심히 살더라도, 스스로 원하진 않았던 삶을 살고 있지 않나요? 묵할머니 역시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라는 자명하고도 평범한 사실을 담백하게 전달해주지 않았나 싶네요. 비록 그 차이가 있을지언정 사람들은 모두 다 인생의 스펙타클한 사연들이 있고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까요.
저도 주어진 상황에서 버티는 힘, 의미를 찾아나가는 강인함 이런 주제를 생각했어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겨나가는 힘은 어디서 왔을까요 때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을 찾기 위해 또는 그냥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는 그 힘을 얘기하려는게 아닐까 싶네요
이겨나가는 힘, 그건 결국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혹은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 모든 일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운이 좋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증발해버리기 전에 말할 기회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261,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할머니들이 자식과 손주들의 성공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자긍심과 기쁨의 표정. 묵 할머니에게서도 똑같은 것을 발견하니 놀랍고도 안심이 되었다. 결국 묵 할머니는 보통 여자들의 공통언어를 알았다. 자랑스러워하는 어머니가 되는 것 말이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 356,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아무도 누구도 다른사람의 삶을 쉽게 판단할 순 없다는거 아닐까요?할머니가 뇌종양이라거나 자식이 없다거나 그것만으로도 할머니를 모르는 이들은 요양원에 계시다는 것만으로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을 다 믿을 수 없다는건 알지만 우리가 그시대를 살았던 그들의 고달픈 삶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정으로만 깊이를 느낄 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감히 안다고말할 수 없을 것같아요.지금 아리랑을 거의 완독 중인데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닌것같아요
아무도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그것도 분명 이 소설의 전하는 중심 메시지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반대로 말하면 어떤 진실은 너무 커서 타인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없다, 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렇겠군요.도저히 믿기지 않는 판타지 같은 일들이 진실일거라고 믿기힘들겠죠.그리고 지금 우리가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할 수 없는일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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