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의심의 웃긴 점이다. 의심은 사실 의심이 아니다. 그것은 다소 온화한 가면을 쓴 확신이다. 필요한 것은 시간일 뿐이며, 의심은 결국 완전한 확신으로 커지기 마련이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p.74,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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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해피엔드
최가은님의 대화: 그리고 언어를 통한 '생존'은 "이야기", "이야기꾼" 되기를 통해 말 그대로 생존 너머를 향해 가는 것 같아요.
화자에 따르면 "위안소에서 일어난 일"은 '허구'라는 장치를 통과하며 세상에 폭로될 수 있고, 심지어 '최악의 쥐 새끼'들에 의해 재구성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보다 총칼로, 주먹으로 힘을 행사하던 자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종류의 힘이랄 수 있을 텐데요. 마린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너무나 괴롭고 고통스러운, 그리고 충격적인 일에 대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이야기가 지닌 근원적인 힘이겠고요. 우리의 몰입감을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의 주인, '쥐 새끼'는 스스로 다짐했듯 탁월한 이야기꾼이 된 듯합니다. 많은 분들의 의문을 던져 주신 문제, 그러니까 순서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는데, 저도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역사를 역사가 아니라 '이야기꾼'으로 전달하겠다는 화자의 애초의 다짐과 연결되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고보면 이야기꾼이란, 사건의 순서를 잘 <섞어> 전달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팩트와 팩트에 가까운 거짓 또는 과장을 잘 <섞어> 들려주는 사람이기도 하니… 이 소설 안팎으로 <섞는다>는 저에게 매우 중요한 동사처럼 느껴지네요. 역사를 역사가 아니라 이야기로 전달하겠다는 다짐도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고요. 역사도 결국 이야기로 전달되는 것이라 한다면, 이야기의 힘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가 소설에 매혹되는 지점도 아마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도 싶어요.
아린
소전문화재단님의 대화: 저희가 오늘 다시 연락 드렸어요. 문자 확인 부탁 드립니다^^
저 아직 책이 안왔는데..ㅠㅠㅠㅠㅠ
확인 부탁드립니다
윈도우
소전문화재단님의 대화: 저희가 오늘 다시 연락 드렸어요. 문자 확인 부탁 드립니다^^
저도 아직 ㅜㅜ
소전문화재단
책을 못 받으신 분들에게 저희가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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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디에
소전문화재단님의 대화: 책을 못 받으신 분들에게 저희가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저도 아직 책이 도착하지 않았는데 확인 부탁드립니다.
라아비현
저는 오늘 오네요
라아비현
책 도착했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라아비현
삶의 끝을 내다보며 사람들은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프롤로그 17p,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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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아비현
우리는 집 뒷마당의 나무 걸상에 앉아 있었다. 마치 한 쌍의 거북이처럼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둥실둥실한 달을 바라보며 금색의 빛을 쬐고 있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다섯 번째 인생 51p,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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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아비현
아지랑이와 시큼한 냄새를 풍기는 땀과 흐르는 눈물 사이로, 내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응어리진 황토색 액체가 보였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첫 번째 인생 63p,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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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아비현
독약은 나에게 낯선 얼굴이 아니었다. 전혀. 그것은 군중 속에서 내게 은밀한 미소를 보내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또는 어두운 비밀들로 가득한 내 주머니를 지키는 작은 보초병이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세 번째 인생 101p,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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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아비현
우리는 미자를 쉽게 찾았다. 나는 미자의 얼굴을 알아보기 전에 그녀의 작은 발부터 알아보았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두 번째 인생 p139,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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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전문화재단
호디에님의 대화: 저도 아직 책이 도착하지 않았는데 확인 부탁드립니다.
네, 저희가 유선으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금정연
이제 중간 지점이네요! 오늘부터 3일 동안은 네 번째 인생(‘나, 나 자신, 그리고 볼록한 점’)과 여섯 번째 인생(‘노란색 글씨의 공작원’)을 읽습니다.
북한 접경 지대의 처녀 귀신, 불행한 가정 환경에서 흙을 먹던 어린아이, ‘멍키하우스’에서 미군을 위해 잡일을 하던 소년, 일본군에게 속아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이렇듯 파란만장 한 삶을 살아 왔던 주인공에게 네 번째 인생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잠깐의 행복이 주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자꾸만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어진 여섯 번째 인생에서는 본격적으로 중반 이후로 넘어가며 그동안 수수께끼처럼 뿌려졌던 여러 이야기들이 점차 ‘묵 할머니의 인생’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작은 하천들이 모여 하나의 강을 이루듯이요.
언젠가 리베카 솔닛이 말했듯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묵 할머니의 인생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지는 듯한 느낌인데요. 이미 활자(사실 요즘은 활판 인쇄를 하지 않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활자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관용적으로...)를 통해 즐겁게 읽었지만, 드라마로 보고 싶다는 생각도 새삼 들었습니다. 각각의 인생마다 다른 배우들을 써서 마치 옴니버스처럼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물론 그 모든 것은 여전히 묵 할머니의 인생이지만요.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을 느슨하게 각색한 영화 [디 아워스]가 문득 떠오르네요. 역시 버지니아 울프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올랜도]도요. 두 영화를 적당히 섞은 듯한 느낌으로...)
각각의 인생 이야기에 어떤 배우가 어울릴지 생각하며 읽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 같아요. 저는 네 번째 인생을 읽으며 한예리 배우와 전여빈 배우를 떠올렸는데요, 여러분이 어떤 배우를 떠올리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럼 즐거운 독서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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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아린님의 대화: 저 아직 책이 안왔는데..ㅠㅠㅠㅠㅠ
확인 부탁드립니다
책왔어요~~ 서둘러서 읽을께욥
감사합니다
마린
만약 이 책이 영화나 드라미가 된다면 김다미 배우나 이민하 배우가 어떨까 해요. 체구가 있고 단단한 느낌. 심은경 배우도 좋을 거 같네요. 에피마다 전부 다른 배우가 맡아도 좋을 거 같아요. 반드시 동일인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요?
이 많은 일들을 한 사람이 겪었다고 믿기도 어렵고, 너무 슬프기도 하니 차라리 모두 다른 사람의 사연인 걸로.
세헤라자데가 천일동안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를 해 자신의 목숨을 살렸던 것처럼 용말도 위안소의 많은 사람을 살렸습니다. 이 여덟 인생은 모두 용말이 지어낸 각각의 다른 이야기라도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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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드
“ 덜컹이는 트럭을 타고 가는 그 8분 동안은 시간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고, 그 일시적인 순간이 여전히 내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나만의 중심을 유지한 채 또 한 주를 지옥에서 견뎌낼 수 있게 해주는 일주일 치의 힘이요 희망이요 아름다움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진정으로 나의 것, 그들이 더럽힐 수 없고 나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는 나만의 것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거기에 매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