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D-29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말씀하신 부분이 궁금하더라고요. 모르긴 해도, 기존에 영어로 한 번 쓴 작품을 한국어로 다시 쓰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미 마침표를 찍은 작품이니 다른 전문 번역가의 손을 거치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본인이 쓴 작품을 직접 옮긴다면 번역보다는 퇴고 혹은 리라이팅에 가까운 작업이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마 저라면 번역하면서 자꾸 문장을 수정하고 내용을 고치고 싶어질 것 같아요. 신화나 문학 작품에서 트릭스터는 일반적으로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경계를 넘나들며 질서를 흩트리며 사람들을 골탕먹이기 좋아하는, 남과 다른 자신만의 기준으로 행동하는 반항적인 장난꾸러기 캐릭터를 말합니다. 북유럽 신화(혹은 북유럽 신화에서 차용한 마블 영화 속)의 '로키'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악당 같은데 주인공을 도와주기도 하고, 우리 편인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치고... 만약 트릭스터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재미 있는 교양서에요.
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 - 시간의 숲에서 고대 중세 근세의 문화영웅을 만나다미학적 판단기준인 '데코룸'(적절함)이 미술사를 넘어 다양한 인문학에서 적용되는 예를 16~17세기의 바보와 광인 그리고 농민재현 역사를 되짚어보며 현대 인문학의 문제인 교환과 포스트콜로니얼리즘 문제와 연결시키고 있는 책이다.
보내주신 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책 소개와 질문을 읽어보며 내용을 상상하고 있어요. 소통의 불가능성에 관한 오랜 의문이 있는데, 주제 도서를 읽으며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
저도 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만 책소개만 보고 왔는데 좋은 책인거 같네요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열심히 나누겠습니다
주변에서 다들 추천하는 책!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이 가득 생겨요. 신청합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첫 구간 잘 읽으셨나요? 아직 책을 받지 못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책을 받으시는 대로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읽어주시면 됩니다! 전체적인 구간과 관계 없이 읽으면서 든 감상이나 궁금증도 마구마구 올려주시고요. 편의상 구간을 나눠놓긴 했지만 중요한 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테니까요!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최가은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 역시 '번역투'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는데요. 분명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년의 한국 여성이 화자로 나오는데, 화자의 어투는 '일반적인 한국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어투여서 좀 묘하고 신기했어요. '묵 할머니'의 말투도 그렇고요. 다양한 시간대, 다양한 지역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본문을 읽으면서는 만약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이 소설을 썼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소설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번역투'에 대해 생각하면서 쓰고 있으려니 갑자기 제 문장이 엄청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프롤로그에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화자는 요양원에서 미스터리한 '묵 할머니'를 만납니다. "일본 사람으로 태어나서 북한 사람으로 살았고 이제 남한 사람으로 죽어가고 있"는 묵 할머니는 본인의 삶을 "노예, 탈출 전문가, 살인자, 테러리스트, 스파이, 연인, 그리고 어머니"라는 단어로 요약하는데요, 대체 묵 할머니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 의문을 느끼며 페이지를 넘기면 갑자기 '북한 접경지대의 처녀 귀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근데 진짜 제 문장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져서 한 문장 한 문장 쓰는 게 너무 괴롭네요...) 묵 할머니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깊게 만드는 구성이에요. 처음에는 프롤로그의 화자도 아니고 묵 할머니도 아니고 낯선 남자의 목소리로 본문이 시작된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이미 끝까지 읽은 상태에서 다시 처음을 읽으니 무척 적절하고 또 절묘한 구성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문장 이야기는 더 안 할게요... 그냥 혼자 괴로워하는 것으로...) 아마 여러분들도 첫 번째 구간을 읽으며 여러 의문이 드셨을 텐데요, 함께 읽어나가며 점차 '아... 그런 거였구나...' 하시게 될 거예요. 이제 두 번째 구간인데요. 물음표로 가득했던 묵 할머니의 인생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첫 번째 인생'과 '세 번째 인생'을 읽으며 떠오르는 감상과 궁금증, 그리고 그밖의 많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다른 모임에서 한동안 한국소설의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 한적이 있거든요. 한국사람이 외국어로 쓰면. 외국사람이 한국어로 쓰면 외국사람에 외국어로 한국이야기를 쓰면..등등 같이요..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 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제9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미국 시애틀의 한 쇼핑몰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현장에서 파키스탄 이민자 소년을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인도계 미국인 수키 라임즈에게 일어난 기이한 변화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된다.
국문학 입문 시간에 배웠는데 워낙 오래되어서 이제는 가물가물하네요... 그때랑 지금이랑 시간이 많이 흘러 어쩌면 그때보다 한국 소설의 범위가 더 넓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과거의 많은 경계들이 사라지거나 재편되는 세계에서...
첫번째 인생을 읽고 이렇게 살인자가 되었구나..싶었어요. 엄마가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나서 똑똑해도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라 너무 슬프고 그리고 딸에게 엄마의 무력함과 자신에게 복종하는 위치를 비열하게 보여주는 남자에 대해 치가 떨리게 화가나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살인이 나는게 과거가 아니라 현재도 진행형으로 존재한다는게.. 더 화가납니다.
엄마도, 딸도 기구하다... 했는데, 두 번째 인생을 읽다보니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아직까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가족을 제 소유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은 참 어지간히도 변하지 않는구나, 싶어 안타깝더군요. '여동생'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나'나 엄마가 처한 상황이 참 속상합니다.
맞아요,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의 삶에서 많은 부분들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부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안타깝고 슬프지만, 그래서 더더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 인생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흙을 먹는 습관이 아버지의 죽음으로써 고쳐지다니... 그냥... 너무 기구하네요 삶이ㅠㅠ
책을 아직 받아보지 못해 참여가 늦어지고 있네요ㅠ 늦더라도 부지런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저도 설레는 마음으로 책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각 이상 대서사의 이야기일 것 같은데 매우 기대됩니다!
네 ㅠㅠ 저도 책을 기다리고 있어요~~
엄마와 내가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래야만 했고, 우리가 우리의 세상에서 인식하는 모든 미묘한 차이와 다양한 색과 맛과 냄새와 감각을 묘사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열두 살이 될 무렵에는 이미 어휘 수준이 아버지의 세 배는 되었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62, 이미리내 지음, 정해영 옮김
이 부분 전후로 단순한 아버지의 세계와 미묘한 차이로 가득했던 섬세한 어머니의 세계에 대한 대조가 나오는데요. 어머니의 섬세함을 이어받은 ‘나’는 이야기꾼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아가 남들이 감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감각했기에 그저 무감하게 시대를 순응했던 많은 사람들과 달리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한국어판 서문에 담긴 운명론적 태도가 재미있네요. 이것이 한국인 특유의 겸양일까요? 너무 큰 행운 앞에 콧대가 높아질 만도 할 텐데요. 어쨌든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발전의 속도도 다르다는 것을 나 자신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는 문장은 큰 위로가 됩니다.
저도 서문을 읽으며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역시 인용해주신 것처럼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발전의 속도도 다”르다는 점이 위안이 되네요!
저도 책을 기다리고 있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작가분이 쓴 영어책이 너무나 흥미로운데요 솔직히 원문으로도 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 도전(?)을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 활발히 참여하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한국어판을 편집한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김해지입니다. 금정연 선생님과 최가은 선생님께서 전체적으로 이 책을 섬세하게 소개해주시고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잘 짚어주셔서, 저도 앞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욱 많아질 것 같아요. 독자님들께서는 어떻게 읽어주실지 궁금하고 기대도 됩니다. 이 책은 '외서'로 분류되지만 이미리내 작가님은 '한국어 네이티브'셔서, 한국어판 편집을 하면서 작가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요. 작가님은 번역 원고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셨어요! 모두 역자인 정해영 선생님께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소설을 쓰실 때의 작가님은 한국어보다 영어가 훨씬 편하다고 하셨죠. 어째서 그러한지는 한국어판 서문에도 언급된 대로 잘 모르겠지만... 번역 원고를 보곤 만약 한국어로 글을 썼다면 이렇게 쓰진 못했을 거라고 굉장히 감탄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금정연 선생님께서 '트릭스터'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는데, 말씀대로 한국어로는 그 의미가 딱 들어맞는 단어를 찾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작중 주인공의 캐릭터는 사기꾼이면서 이야기꾼이기도 하고, 거짓말쟁이에 테러리스트이기도 한데요. 변화무쌍한 이 캐릭터를 어떤 한 단어에 가두기가 참 곤란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역사소설인데 영어 '트릭스터'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결국 제목에서는 계속해서 얼굴을 바꾸고 가명을 쓰는 주인공의 속성을 따라 '이름 없는 여자'로 살짝 의미를 비틀고, 본문에서는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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